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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무균제제 기등재약 재평가 유예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기준요건에 따른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재평가를 앞두고 제약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까지 기준 요건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기준 요건을 증명할 서류는 자체적으로 동등성을 입증했다는 시험(임상·생동성·그외 동등성시험) 결과다.복지부는 지난 2020년 7월 새 약가제도를 시행하면서 기등재 의약품은 3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7월 기준 요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한금액이 인하된다.3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제약업계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요건 충족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약가인하를 피하고자 위탁 생산품목을 자사 생산품목으로 전환해 새롭게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하지만 유예기간과 상관없이 동등성 입증이 어려운 품목이 있었다. 바로 무균제제다. 무균제제의 경우 올해 10월에나 동등성시험 대상에 오른다. 따라서 동등성을 비교할 대조약도 그때가 돼야 모두 공고된다.따라서 기등재 무균제제의 경우 내년 2월까지 동등성 자료를 내기가 빠듯하다. 복지부와 자료심사 주체인 심평원은 식약처와 협의해 대조약 공고나 서류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 된다.무균제제의 경우 재평가까지 시간이 4개월에 불과한 만큼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경구용 제제처럼 유예기간을 더 부여하는 게 형평성에도 맞다. 더구나 무균제제는 경구용 제제에 비하면 품목 수도 그리 많지 않다.복지부와 심평원이 무균제제의 자료 제출 지연을 걱정하면서 유예라는 카드를 속 시원하게 꺼내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지경이다.식약처가 무균제제를 동등성대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된 건 2020년 10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이 공포되면서다. 복지부가 새로운 약가제도를 발표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이므로 기허가 품목 재평가 방안에 반영하지 못 했을 수 있다.하지만 재평가 대상을 검토할 시간은 충분했고, 2020년 7월 기준 동등성시험 대상으로 한정했으면 이 같은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균제제가 동등성시험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기 전인 지금이라도 상한금액 재평가를 유예해야 한다.모든 기허가 품목 재평가 결과를 내년 7월에 맞추려는 건 욕심에 불과하다. 보다 유연성을 발휘해 단계적으로 기등재약 재평가를 진행하는 게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제약사나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보험당국의 부담도 줄어든다.양쪽이 원하고, 합리적인 걸 놔두고 왜 어려운 길을 택하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2022-07-01 15:53:49이탁순 -
[기자의 눈] 비상장사 메디카코리아의 내실 쌓기[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비상장사 메디카코리아가 내실 쌓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5년(2016~2021년) 142% 외형 성장 속에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만들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준비된 후 상장에 도전하겠다는 메디카코리아의 경영 마인드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내실 쌓기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29일)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최대 4년 간 40억원 R&D 지원 등을 받게 됐다.월드클래스 기업 선정은 3년 전 내실쌓기 일환으로 심어둔 씨앗 때문이다. 메디카코리아는 2019년 뉴로바이오젠으로부터 신약후보물질 KDS2010의 비만 적응증에 대한 전용 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KDS2010 1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물밑 노력이 정부 지원으로 이어졌다.시설 투자도 한창이다. 향남공장의 부족한 CAPA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평택 고렴산업단지에 4000평 규모 제2 공장부지를 확보했다. 2026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 생산 능력이 예고된다.얼마 전에는 건양대학교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연구 MOU도 맺었다. 생산설비 최적화로 비용 절감 등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2030년 6G 기반 재생의료원료 및 의료기기 제제 스마트팩토리를 기획하고 있다.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메디카코리아는 제네릭 자사전환을 위한 자체 생동에 지난 3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23년 2월 예고된 제네릭 약가재평가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약가인하 외부 변수를 최소화해 기존 사업 지속성을 이어가려 한다. 100억원은 메디카코리아의 2년 영업이익(2020년 42억원, 2021년 63억원)과 맞먹는 수치다.이외도 ▲인코스팜(펩타이드 소재 공동개발) ▲애거슨바이오(생체재료 독점공급) ▲프로메디스(보톡스), 뉴로바이오젠 계열사 시너지 등 다수 이벤트를 기획하며 성장 동력으로 쌓고 있다.메디카코리아는 향후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표면적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경영진의 경영 마인드에는 기업 공개 시점이 명확하다. 바로 준비된 기업이 된 이후다. 메디카코리아의 내실 쌓기가 상장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2022-06-30 06:01:00이석준 -
[기자의 눈] '오프 더 레코드' 벽에 갇힌 약사회[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으로, 제보자가 보도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보도나 공표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말이다.2022년 6월 현재 대한약사회에는 오프 더 레코드가 난무하고 있다. 주요 임원들은 기자와 대화, 취재 과정에서 입버릇처럼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한다. 현안이 쌓일수록, 그 현안이 부정적 결과를 도출할수록 보도에 대한 전제와 제한은 더 늘어 간다.최광훈 회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취임 후에도 줄곧 회원 약사들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선거 운동 중 최 회장은 “회원들이 낸 의견이 실제 반영되는지 대한약사회의 주요 회의를 생중계로 참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전 집행부가 기자들에게도 공개를 꺼리던 약사회 회의를 민초 약사들에게까지 공개하겠다는 공언은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다.소통 중심 공약은 당선 후 회무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회원 약사들과 소통 강화를 위해 소통위원회를 신설하고 소통 전문 임원도 임명했다.하지만 최 회장의 공언은 취임 4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이전 집행부에서도 언론에 공개해 왔던 상임이사회는 최광훈 집행부 출범 이후 회의를 진행한 지 두 번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일부 임원들이 기자들의 참관을 불편해 한다는 이유에서다.결국 회원 약사들에게 약사회 주요 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하겠다던 최 회장의 공약은 허울 뿐인 약속에 그쳤다.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기자 브리핑 주제는 최근 약사사회의 핵심 현안들을 보기 좋게 비켜가기 마련이다. 약사사회 최대 현안인 화상투약기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안건 상정이 확인된 그 시점에도 약사회는 ‘민원 원스톱 전화 서비스’를 주제로 한 브리핑을 진행하며 자화자찬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기자와 취재원 간 약속이자 신뢰의 근간인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해 정보를 제공하는 약사회 측의 요구(?)가 잘못됐거나 부당하다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최광훈 집행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언론에 대한 정보 제한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최 회장의 당선 전 공약, 당선 후 약속들이 허망하게 느껴진다.언론과 소통의 문을 닫으려는 약사회가 과연 회원들과 소통에서는 어느 정도 능숙함과 진솔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2022-06-28 14:26:27김지은 -
[기자의 눈] '졸겐스마' 약가 줄다리기와 책임감[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원샷 치료제이자 국내 가장 비싼 약인 졸겐스마의 약가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최저가를 책정하려는 정부와 신약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려는 제약사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졸겐스마는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라는 중증 희귀질환에 쓰인다. 이 병은 SMN1 유전자가 태생적으로 결핍되거나 변이돼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병이다. 가장 심각한 유형인 SMN 1형을 기준으로 미치료 시 6개월 내 운동신경세포가 95% 이상 손상되고, 90%가 만 2세 전에 사망에 이른다.졸겐스마 이전에도 스핀라자, 에브리스디 등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존재했지만 환자 입장에서 졸겐스마의 의미는 남다르다. 계속 약을 투여해야 하는 타 치료제와 달리 졸겐스마는 한 번 투여로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들이 백업 유전자에 관여해 SMN 단백질 생성을 높이는 반면, 졸겐스마는 결핍된 SMN1 유전자를 기능적으로 대체해 원샷으로 단백질을 계속 생성할 수 있도록 한다.문제는 약값이다. 미국에서 졸겐스마 투여 비용은 약 25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가격이 낮은 국가도 일본으로 약 19억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수억원에 달하는 약은 여럿 있었지만 20억원을 상회하는 약은 졸겐스마가 처음이다. 물론 졸겐스마는 단회 투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은 다회 투여인 타 약제들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가 25억원이 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순 없다. 특히 다회 투여해야 하는 초고가 약제가 계속 등장할 예정이어서 정부는 초고가 약제에 적용할 새로운 약가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었다.여러 논의가 이어지면서 졸겐스마는 허가급여평가연계제도를 통해 급여를 신청한 지 약 1년 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돼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사전승인, 성과기반 위험분담, 총액제한 등을 적용한다는 조건으로 이달 초 약가협상 단계에 진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노바티스는 내달 25일까지 두 달 간 졸겐스마 약가협상을 진행한다.이제부터 진짜 줄다리기다. 정부는 OECD 주요 국가 중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하고자 한다. 정부가 염두에 둔 기준은 일본의 19억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약사는 신약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고 싶어한다. 한국 약가를 참조하는 국가가 많아진 점도 마냥 약값을 내릴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결국 양측이 얼마나 빨리 입장 차이를 좁히느냐에 따라 졸겐스마의 급여 등재 시계가 당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아 협상 기한이 연장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애타는 건 환자들이다. 올해 초 척수성근위축증 환우 부모들은 국회에 졸겐스마 급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부모는 "아이가 온몸에 근육이 안 생기고 입으로 뭘 먹지 못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졸겐스마를 맞는 것이 희망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논의가 길어질 수록 우리 아이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호소했다.한 번 투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약가협상 연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환자 입장에서 반드시 기한 내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길 바란다. 결국 급여제도나 신약 모두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2022-06-28 06:15:00정새임 -
[기자의 눈]규제완화 이슈에 약사회는 준비돼 있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일반약 화상투약기 약국 설치가 조건부로 승인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제22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화상투약기를 비롯한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10년 간 '화상투약기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어온 약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 궐기대회에 참여했던 약사들은 더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통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사에는 집행부 책임론부터 긴급 임시총회 개최를 통한 대응 방안 공개 등을 요구하는 수많은 댓글이 순식간에 달리기 시작했다.최광훈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약 자판기가 신청 기업 중심의 영리화 사업 추진으로 지역 약국 시스템 붕괴를 유발할 위험한 실험이라며, 약 자판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무력화하겠다고 말했다.회원들에게는 " 약사회를 중심으로 일치 단결해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고 실증특례 중 발생하는 다양한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자가 돼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전했다.데일리팜이 개국약사 556명을 대상으로 화상투약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해 본 결과, 응답자 가운데 73.4%는 '절대 설치하지 않겠다'고 투약기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다만 인근 약국에서 화상투약기를 도입한다면 함께 설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2.3%가 '같이 도입한다,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5%였다.집행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71.2%에 달했다.화상투약기 제조업체인 쓰리알코리아는 가급적 많은 약국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강구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은 10개 약국을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을 하겠지만, 1000개 약국에 화상투약기를 설치·운영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약국들이 자발적으로 도입을 희망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계산기를 두드려 약국들이 흔쾌히 설치를 OK할 수 있는 수준의 조건을 내 걸 가능성이 높다.'약사회를 중심으로 일치 단결하라'는 메시지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현안 해결을 자부하며 올해 3월 15일 취임했던 최 회장의 첫 번째 시험 무대에 대한 성적표는 나왔다. 다른 약사회장이 됐더라도 규제 혁신을 부르짖는 정부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으리라 생각은 든다.하지만 회원들의 신임을 얻어 최고 자리에 당선된 수장인 만큼, 책임을 바깥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사실상 화상투약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화상투약기로 인해 약사회가 그간 부르짖던 대면 투약 원칙이 처음으로 깨지는 단초가 됐으며, 동시간대 여러 약국에서 근무할 수 있는 프리랜서 약사도 사실상 허용됐다. 여기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자판기 도입 등 판매 방식 다양화,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 등 산적한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다.바깥으로 책임을 돌리고, 회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 무력화하는 고전적 방식이 아닌 냉철한 분석과 대책 마련, 중장기 플랜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2012년 약국 외 판매 이후 또 다시 10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상비약은 고시만 개정하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쩌면 화상투약기보다 더 쉽게 확대될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하루 하루 현안을 해결하는 것 역시 집행부의 몫이겠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현안을 바라보고 대응하기 위한 청사진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2022-06-26 12:32:26강혜경 -
[기자의 눈] 플랫폼·화상투약기...안에서 무너지는 둑[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화상투약기가 의약계를 흔들고 있다. 정부의 확고한 규제 완화 방침에 표현 그대로 급물살이다.의약단체가 업체를 고발하고 대규모 집회와 삭발 시위에도 오히려 방향성은 더욱 또렷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의사와 약사가 두 사업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선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론 서비스가 지속 유지되는 것도 의약사들의 참여가 있기 때문이다.화상투약기 업체에서는 설치를 희망하는 약국이 벌써 40여곳이라고 밝혔고 플랫폼 제휴약국들도 꾸준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약사단체는 서비스에 참여하지 말아 달라고 회원들에게 호소하고, 서울시약사회는 청문회까지 열며 압박하고 있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비회원에 대한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회원들조차 몸을 감추고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내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패한 투쟁 끝에 오는 불신, 약사단체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으로 후속 조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오히려 약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집행부를 향한 의심과 책임을 묻는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약사회는 결국 내부 신뢰를 회복하면서, 동시에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시범사업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하는 일만이 숙제로 남았다. 약사회가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화상투약기 실효성과 사업성, 확대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이것만큼 중요한 게 내부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화상투약기 외에도 앞으로 투쟁하며 지켜내야 할 현안들은 산적하다. 지금 신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비대면진료와 전자처방전, 한약사 이슈 등 뒤따를 현안들에서 결집력을 얻기 힘들어질 수 있다.최광훈 회장은 지역 약사회 연수교육 자리를 빌려 화상투약기를 비롯 현안에 대한 내용을 직접 소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약사회는 투쟁에 참여한 회원들의 상실감을 다독이고, 비대위원장 사퇴와 내부 균열을 봉합하고, 몸을 던져 막는 투쟁보단 세부적인 대처 방법을 제시할 때다.2022-06-23 18:08:10정흥준 -
[기자의 눈] 환자 중 단 2%…희귀암 등재 속도 개선될까[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존 TKI에 소용없던 EGFR 엑손 20 삽입 비소세포폐암 새 치료제가 보험급여 가능할까.같은 '암'인데 다르다. 우리가 부르는 간암, 위암, 폐암 등 암종들은 단순한 대분류일 뿐, 사실은 세부적으로 분류된다. 동일한 장기에서 비롯된 종양이라 하더라도, 이 세부 분류에 따라 치료의 난이도가 다르며 환자 수 역시 다르다. 가령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단 2%에서만 확인될 정도로 희귀하다. 지금까지 이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백금기반 항암요법을 권고해 왔다. 이마저도 국내에선 삭감 대상이다.폐암은 희귀질환이 아니지만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희귀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흔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비 사망 위험이 75% 높고, 5년 생존율은 8%, 환자 기대 여명은 2년 미만에 그친다.이 같은 상황에서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를 타깃하는 항암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가 보험급여 등재를 위해 오는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다.'레이저티닙(렉라자)' 병용요법 파트너로 잘 알려진 이 약은 올해 2월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첫 표적치료제로 국내 허가됐다. 리브리반트는 CHRYSALIS 임상연구를 통해 40%의 전체 반응률(ORR)을 확인했으며, 환자의 4%가 완전 반응(CR), 36%가 부분 반응(PR)을 달성했다.희귀 암종 치료제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임상 1상 결과만으로 지난해 5월 미국 FDA의 신속승인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신속검토 대상으로 지정된 후 허가를 획득했다.문제는 급여 평가에서 가치 인정 여부다. 대조군 없이 대조군 없이 싱글암(Single-Arm) 임상자료로 허가된 약인 만큼, 경제성평가 특례제도를 타야 하는 리브리반트의 가치가 단순 폐암이 아닌, 희귀암으로 인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지난 달 출범한 새 정부가 대체 의약품이 없는 항암제,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신속등재제도 추진을 약속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 희귀암 약물의 등재 속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 볼 부분이다.2022-06-23 06:03:36어윤호 -
[기자의 눈] 화상투약기와 공공심야약국[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약국 내 화상투약기 설치를 허용하는 규제특례를 승인하면서 약사법이 규정하는 약사 대면투약 원칙에 균열을 예고했다. 임기 시작 직후부터 신기술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밝혔던 윤석열 정부는 화상투약기를 완화해야 할 규제로 판단한 셈이다.오는 7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화상투약기 특례가 승인된 점은 모순적이다.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과 화상투약기 특례 시행 명분은 심야·공휴일 등 의약품 취약 시간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으로 동일하다. 다만 공공심야약국은 약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한다는 점, 일반약을 포함한 전문의약품 조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다.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시행을 위한 정부 예산이 다소 뒤늦게 반영·집행된 점과 국회 계류 중인 공공심야약국 법안이 좀처럼 심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운 이유다.화상투약기의 조건부 도입이 확정되면서 정부와 국회, 약사가 해야 할 일이 한층 명확해졌다. 정부는 1단계 실증특례 사업 기간에 화상투약기의 편의성과 안전성, 폐해 등을 철저히 확인해 시행 확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민 의약품 복약 안전에 흠집을 키울 부작용이 확인된다면 즉각 규제특례를 중단해야 한다. 화상투약기는 명백한 약사법 개정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규제특례란 우회로를 통해 국회 검증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조건부 허용된 만큼 실증특례를 단순히 전면 상용화 전 단계로 치부할 게 아니란 얘기다.국회 역시 화상투약기 장단점을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계류 중인 공공심야약국 법안의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공공심야약국의 정부·지자체 지원 법제화는 국민의 시간적·장소적 의약품 공백을 최소화하고 약사-환자 대면 복약지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입법 성공으로 정부 예산 지원이 법적 근거를 확보해 공공심야약국이 전국 곳곳에 추가 배치된다면 화상투약기는 자연히 그 존립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약사들은 화상투약기 제도화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동시에 공공심야약국 정식 법제화 이전이라도 주말이나 휴일, 명절 시간대 국민 의약품 공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의약품 자판기에 해당하는 화상투약기가 자칫 약국 생태계 전반을 교란하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유발, 지역사회 의약품 전문가로서 약사 역할을 훼손한다는 의견을 복지부, 과기부 등 관계 부처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당번 약국 제도 활성화를 기본으로 취약 시간대 국민 대면 복약지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이 뒷받침됐을 때 약사들의 화상투약기 반대 투쟁 진정성이 빛을 발한다.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 통과로 이르면 올해 말부터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사업이 시작할 전망이다. 대면 복약지도란 대원칙을 뒤흔들고 자칫 소비자 의약품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의위 결정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되돌려 담을 순 없는 일이다. 실증특례가 화상투약기 부작용을 확인하고, 공공심야약국 법제화 등 취약 시간대 소비자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할 원론적 대책을 모색할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2022-06-22 17:01:47이정환 -
[기자의 눈] ESG 경영도 측정·관리할 수 있을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If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말이다.그의 발언은 현대의 기업 경영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기업들은 매년 '숫자'로 표현된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관리하며 개선점을 찾는다.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은 ESG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많은 기업이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소를 경영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대형 제약사는 물론 중소형 제약사들도 앞 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그러나 비재무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성과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준'이 마땅치 않다. ESG 경영 기획을 담당하는 실무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측정할만한 적절한 지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물론 ESG를 평가하는 지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 '코스피200 ESG 지수', 'KRX 탄소효율그린지수' 등 7개의 ESG 관련 지수를 만들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상장 기업들의 ESG 등급을 매년 평가·발표한다. ISO26000이나 ISO14001 등 국제표준도 있다. 자체적으로 연차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 성과를 관리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다만 제약사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이러한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의 사례가 제약업계의 관심을 끈다. 최근 두 회사는 '금액'으로 환산된 사회적 가치 기여도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3399억원을, SK바이오팜이 1521억원을 사회에 기여했다는 내용이다. 이 금액의 환산에는 SK그룹이 지난 2019년 자체 개발한 '사회적 가치 평가지표'가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금액을 기여했는지보다 사회적 기여도를 수치화했다는 시도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해의 성과 지표를 토대로 내년 계획을 세우고, 세부 계획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가능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제 두 기업은 더 나은 성과 달성을 목표로 할 수 있게 됐다.ESG 경영을 선언한 모든 기업이 SK그룹의 평가지표를 따를 필요는 없다. 각각의 방식으로 측정된 사회적 가치를 늘어놓고 기업간 우열을 다툴 필요도 없다. 나아가 ESG 경영실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 숫자나 지표가 그 자체로 목표가 돼서도 안 된다.ESG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이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최근 잇따른 ESG 경영 선포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선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위해 경영진의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2022-06-21 06:14:02김진구 -
[기자의 눈] 비약사 식약처 차장 하마평 무성[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명된지 한달이 되어간다. 오 처장은 지난달 27일 제7대 식약처장으로 취임했다. 약사 출신의 오 처장이 임명되면서 식약처 고위직 인사이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현재 식약처 차장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각각 김진석 차장과 서경원 원장이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31일자로 발령 받아 1년 3개월 째 업무를 수행 중이다. 김강립 전 처장이 2020년 11월 발령 받은 이후 4개월 만에 차장과 평가원장의 교체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정권이 바뀌면서 진행된 식약처장의 임명으로 서열 2순위인 차장 교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특히 김 차장은 지난 14일 식약처 기자실을 방문해 퇴임 인사를 전한 만큼, 이달 안으로 차장 교체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김 차장의 공식 퇴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후임 차장 임명 시까지 남은 기간 동안 휴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1년 3개월 동안 차장직을 이끈 김 차장은 경성약대를 졸업하고 KAIST MBA를 마친 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과장, 약무정책과장을 지낸 인물이다. 2010년 식약처로 소속을 옮겨 한약정책과장, 대변인,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 의료기기안전국장, 경인식약청장, 바이오생약국장, 기획조정관을 맡다 차장으로 임명됐다.약무직 출신의 차장이 떠나는 후임 자리를 두고, 현재로선 비약사인 행정직 출신의 차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약사 출신의 식약처장이 임명된 만큼, 2순위 자리에는 행정직 출신의 차장이 앉아 처장을 돕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현재 후임 처장으로 행정직 출신 4~5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식품 쪽 전문가들이 물망에 오른 상태다. 약사 출신의 처장이 의약품을, 식품 전문가가 식품 분야를 맡아 식약처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해본다.2022-06-20 09:00:01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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