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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편의점 상비약 확대, 대한약사회는 왜 방관하는가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까지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고시 개정과 약사법 개정을 올해 1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 시한까지 못 박았다.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부처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는 단순한 '검토'나 '논의'가 아니라 정부가 정치적 완결성을 갖추고 일정표까지 확정한 기정사실화된 정책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합의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문 한 장을 낸 것 외에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응할 이유 없는 '약정협의체'에 매달리는 집행부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와의 '약정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대통령 보고를 마치고 고시 개정과 법 개정이라는 행정·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협의체는 법적 구속력도, 정책을 되돌릴 권한도 없는 임의의 대화 채널일 뿐이다. 정부 입장에서 이미 결정된 정책 방향을 협의체 테이블 위에서 양보할 유인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협의체는 정부에게는 '약사회와 대화했다'는 명분을 쌓아주는 절차적 알리바이로 기능할 뿐이며 약사회에게는 아무런 지렛대도 주지 못한다. 무기력한 집행부, 회원의 신뢰를 잃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된 편의점약 확대를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막아왔다. 이런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려 하는 지금이 대한약사회 역사상 가장 엄중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총궐기대회 하나 구체적 저지 로드맵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고 해외 학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호, 통재라… 이런 엄중한 시기에 사태 파악이 안 되는가?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과연 8만 약사회원은 지금의 대한약사회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묻는다. 정말 직을 걸고 편의점약 확대를 막아낼 각오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창고형약국,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한약사 문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집행부가 매듭지은 현안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지금 이 순간, 8만 회원 앞에 엄중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 대한약사회가 지금처럼 무기력한 태도를 계속한다면 편의점약의 대폭 확대로 국민건강을 지켜온 약사 직능 전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물러설 곳 없는 싸움이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04 12:04:30민필기 경기 분회장협의회장 -
[기자의 눈] 초고령사회가 바꾸는 신약의 가치[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의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현장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과거 신약의 가치는 기존 치료제 대비 얼마나 질병 진행을 늦췄는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항암제는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심혈관질환 치료제는 심혈관 사건 감소, 만성콩팥병 치료제는 투석 시점 지연 등이 대표적인 평가 지표였다. 지금도 이러한 지표는 신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임상시험을 보면 변화가 읽힌다. 환자보고결과(PRO), 건강 관련 삶의 질(QoL), 증상 악화까지의 시간, 입원 및 재입원 감소, 신체 기능 유지 등 환자가 실제 치료 과정에서 체감하는 결과를 주요 평가변수로 제시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부가적인 결과로 여겨졌던 삶의 질이 이제는 신약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임상시험 설계가 달라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가 추구하는 목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고령 환자에게 치료의 성공은 생존기간 몇 개월을 더 확보하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반복적인 입원을 줄이며,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예방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백신과 예방 치료는 감염을 얼마나 막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입원을 줄이며,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효과까지 함께 강조한다. 예방 전략이 감염 예방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과 의료 부담 감소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결국 예방과 치료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예방은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치료는 질병을 관리하면서 환자의 삶을 최대한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질병을 막고, 조기에 발견하며, 적절히 치료하고, 이후에도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전주기적 관리가 새로운 의료의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신약의 경쟁력도 단순히 강력한 약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치료가 환자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 역시 함께 평가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시험에서 삶의 질과 환자보고결과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치료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의료의 방향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는 신약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새 임상시험이 이미 삶의 질과 기능 유지, 입원 감소를 치료의 핵심 성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허가와 급여, 보건의료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환자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까지 평가하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가 의료에 던지는 새로운 과제다.2026-08-04 06:03:40손형민 기자 -
[전문가 칼럼] 내용증명과 협상, 약국 컨설팅 분쟁 해결 방안약국 개설 과정에서 컨설팅 업체와의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까지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와 계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면 내용증명과 협상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다. 필자는 약사 출신 변호사라는 배경상 약사님들로부터 약국 컨설팅 분쟁과 권리금 분쟁에 관한 의뢰를 자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건을 소송에 이르기 전, 내용증명과 협상 단계에서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은 약사님들께서 골머리를 앓고 있을 수도 있는 ‘컨설팅 업체’와의 협상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한다. 최근 해결한 사건의 의뢰인 약사님께서는 신규 약국 개설을 위해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건물에 기존 약국의 독점 운영에 관한 특약이 존재해 정상적인 약국 개설이 사실상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계약 체결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컨설팅 업체와의 분쟁에서의 핵심은 '상대방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있다. 실무상 컨설팅 업체는 단순한 항의나 환불 요구만으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계약은 적법하게 체결됐고 최종 판단은 약사가 한 것이라는 논리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해당 사실을 자신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 때 대리인은 초기부터 이 분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고, 이 분쟁의 약사님과 대리인은 실제로 민사, 형사상 분쟁을 불사할 것 같다는 인상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사건에서 필자는 계약 체결 경위와 관련 자료를 전면 재검토한 뒤, 민법상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형사상 쟁점까지 함께 살폈다. 이후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의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후속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확하고 강한 톤으로 전달했다. 중요했던 것은 내용증명이라는 서류 자체가 아니라 대리인의 대응 의지와 이를 잘 보여주는 표현과 문체였다. 상대방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인식한 시점부터 협상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약 2개월 만에 소송 없이 권리금 전액을 반환 받는 합의에 이르렀다. 물론 모든 사건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내용증명과 협상은 소송과 같은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다만 필자가 느끼기로는, 약국 컨설팅 분쟁은 초기에 사실관계를 얼마나 치밀하게 정리하고, 상대방에게 얼마나 명확한 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조기 해결 가능성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아직 약국 개설을 준비 중인 약사님이시라면 계약 체결 전에 독점 운영 특약, 임대차 제한사항, 권리금 구조, 컨설팅 업체의 조사·설명 의무를 반드시 확인하기를 권장 드린다. 안타깝게도 이미 분쟁이 발생한 약사님이시라면, 단순한 환불 요구에 그치기보다 초기부터 전략적인 대응을 검토하는 것을 권장 드린다. 필자는 다시 한번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내용증명이라는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상대방이 협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대리인의 준비와 대응 의지이고, 초기 대응이 신속하고 강할수록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신속한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8-04 06:03:40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AI 시대, 사라질 MR과 더 강해질 MR[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I가 모든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할 수 있는 일부터 대신할 뿐이다. 반대로 AI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사람은 이전보다 강해진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약 영업사원(MR)도 이 변화를 맞닥뜨렸다. 제품 정보는 AI가 더 빨리 찾는다. 논문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의료진을 만나야 할지 우선순위도 제시한다. 과거 MR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던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도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MR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만남'이다. 제약 영업에서 MR의 본질은 의료진을 만나는 데 있다. AI가 정보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는 못한다. 상대의 반응을 읽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며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과거에는 자주 만나는 것 자체가 MR의 경쟁력이었다. 의료진과 접점을 늘리고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처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제는 다르다. 의료진도 AI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는다. 제품 정보나 논문을 확인하기 위해 MR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으로 의료진을 만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만남'은 더 중요해졌다.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났을 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많이 아는 것보다 잘 설명해야 한다. 의료진의 질문을 이해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답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상대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이 만남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만나야 할 고객을 찾는다. 방문 전에는 예상 질문과 반론을 AI와 연습한다. 실제 만남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시 분석하고 다음 방문에 반영한다. 교육 역시 제품 지식을 외우는 데서 실제 상황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 제약 영업의 변화는 단순하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보 검색과 분석에 쓰던 시간을 의료진과의 대화와 신뢰 형성에 더 쓰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의료진과의 한 번의 만남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드느냐다. 제약사에도 같은 숙제가 남는다. AI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한다고 영업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덜어준 일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MR을 어떤 역할에 집중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MR의 미래도 갈릴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과 반복 방문에 머무는 MR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에 맡길 일은 맡기고 의료진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MR의 가치는 커질 수 있다. 결국 답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MR과 AI로 강해질 MR. 그 갈림길에 국내 제약 영업이 서 있다.2026-08-03 06:00:46이석준 기자 -
[전문가 칼럼] 건강보험의 우선순위 원칙은 무엇인가?지난 7월 1일, 건강보험에서는 두 가지 일이 조용히 시작됐다.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 대한 바리시티닙의 급여가 개시됐고, 같은 날 그동안 과잉 이용 논란이 끊이지 않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급여권에 편입됐다. 그런데 그 이틀 전인 6월 29일, 정부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첫 의제로 내걸었던 국민참여 공론장 '모두의 토론회'를 개최 나흘 전에 전격 취소했다. 한쪽에서는 논의의 문이 닫히고, 다른 쪽에서는 급여의 문이 열렸다. 우리는 탈모를 급여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채 이미 탈모의 일부를 급여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된 비급여 항목을 급여권으로 끌어들이는 것까지 시행에 옮겼다. 정작 답하지 못한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건강보험의 우선순위 원칙은 무엇인가? 반대론의 논리는 '우선순위'?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은 재정 논리와 우선순위 논리, 두 가지였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이라며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정 논리는 새로운 급여 항목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어 온 익숙한 주장이지만, 이번에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쪽은 우선순위 논란이다. 생명이 걸린 환자가 먼저라는 주장은 직관적으로 강력할 뿐 아니라, 숫자로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말 공표한 2024년 보장률을 보면,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81.0%로 전년보다 0.8%p 떨어졌고 암질환은 76.3%에서 75.0%로 하락했다.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질환의 보장률도 80.2%로 0.7%p 낮아졌다. 정작 지켜야 할 영역의 보장이 뒷걸음질치는 국면에서 새로운 항목을 얹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 여기에 탈모치료제 재정 추계가 더해진다. 2025년 공급액을 기준으로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연간 약 1,797억 원, 대상 범위에 따라서는 최대 5,000억~7,000억 원까지 소요된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 평생 복용하는 약제의 급여화는 지출을 영구히 고착시킨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우선순위는 공정하게 지켜지고 있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선순위를 근거로 무언가를 막으려면, 그 우선순위가 이미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현행 급여 목록을 열어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살펴보자. 2024년 4월 시작된 이 사업의 급여비 지급액은 당초 정부 추계치 1,188억 원을 크게 넘어선 1,913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4년 계획 487억 원에 집행 866억 원, 2025년 계획 699억 원에 집행 예상 1,376억 원으로 집행률이 각각 177.8%, 196.9%에 달했다. 재원이 가장 많이 투입된 질환은 기능성 소화불량(2025년 603억 5,000만 원)과 알레르기 비염(346억 5,000만 원)이었다. 이 두 질환에만 한 해 950억 원이 쓰인 셈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 근거의 수준이다. 첩약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과 알레르기 비염에는 임상 근거가 확립된 대체 치료제가 이미 여럿 있는데도 첩약을 건강보험에서 급여해야 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연 경과로 호전되는 급성상기도감염이 해마다 다빈도 상병 목록의 최상위를 지키고, 2025년 OECD 보건통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 18.0회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과연 탈모치료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질환 치료의 사회적 필요도를 견주어 보았을 때, 첩약이나 경증 외래 진료에 비해 우선순위가 뒤처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대학(大學)』은 다스림의 요체를 혈구지도(絜矩之道)라 했다. 구(矩)는 목수가 쓰는 곱자, 곧 잣대로 같은 자를 위아래에 똑같이 대라는 것이다. 지금 탈모치료제 급여 논쟁에서 없는 것은 재정이 아니라 이 곱자다. 기능성 소화불량과 알레르기 비염에는 첩약을 급여하고 감기 외래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용량을 허용하면서 탈모에만 '삶의 질 영역이라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그 잣대 자체가 설득력을 잃는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첩약이나 경증 외래 진료의 급여를 철회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우선순위라는 잣대를 들었으면 그 잣대를 모든 항목에 똑같이 대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약회사와 공공기관에서 건강보험업무를 담당하면서, 어떤 항목은 정교한 경제성평가와 재정영향분석을 수년간 수행해서 겨우 등재되고 어떤 항목은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훨씬 수월하게 진입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그 비대칭이 쌓이면 제도의 신뢰가 무너진다. 탈모 논쟁이 이토록 감정적으로 번진 데에는 그 축적된 불신의 몫이 있다. 실현 가능한 대책은 제도 안에 이미 있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것은 '전면 급여냐 비급여 존치냐'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그 사이를 설계하는 일이다. 다행히 우리 제도에는 중간지대를 다루도록 만들어진 선별급여, 관리급여 등의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부족한 것은 장치가 아니라 그 장치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원칙이다. 첫째, 급여 우선순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여 공개해야 한다.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대체가능성, 사회적 요구도를 명시적 항목으로 두고 가중치를 공개하는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한다. 기준이 있어야 '탈모는 되는데 왜 저것은 안 되는가'에도, '저것은 되는데 왜 탈모는 안 되는가'에도 답할 수 있다. 신규 항목만이 아니라 기존 급여 항목도 같은 잣대로 정기 재평가해야 한다. 둘째, 급여기준을 연령이 아니라 중증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20~34세라는 연령 컷오프는 재정 통제에는 유리하나, 동일 질환에서 나이로 급여가 갈리는 구조는 형평성 시비를 자초한다. 7월부터 시행된 바리시티닙 급여기준은 기존 치료 실패와 SALT 50점 이상이라는 중증도 요건을 함께 걸고, 36주 시점에 SALT 20점 이하로 개선되어야 급여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남성형 탈모에도 이환 기간과 표준화된 중증도 지표, 전문의 진단을 결합한 객관적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셋째, 선별급여로 시작하는 것이 한 가지 대안이다. 비급여로 방치하지도, 전면 급여를 허용하지도 않으면서 가격과 사용량 관리를 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높은 본인부담률의 선별급여로 출발해 실제 사용량·순응도·중단율 등의 데이터를 축적한 뒤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다만 진입 시점에 상한금액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합리적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제네릭 경쟁으로 월 1만 원 안팎까지 내려온 실거래가보다 높은 보험약가가 매겨지면, 환자 본인부담은 줄어도 사회 전체 지출은 늘고 그 차액은 보험료가 메우게 된다. 넷째, 재정 불확실성은 사후관리로 흡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는 사용량-약가 연동협상, 총액 상한제 등 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후관리 장치가 있어 재정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여기에 일정 기간 후 재정영향·건강결과·형평성을 재평가하는 조항을 붙인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결론 취소된 토론회의 실패는 의제가 부당해서가 아니라 방식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찬성인가 반대인가'를 묻는 순간 그것은 숙의가 아니라 여론조사가 된다. 한정된 재정을 전제로 여러 대안을 함께 올려놓고 배분 순서를 정하게 했다면, 국민은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체감했을 것이고 그 결론은 어느 쪽으로 나든 정당성을 얻었을 것이다. 정부는 여론에 밀려 논의를 접을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설계안을 들고 다시 공론장에 나와야 한다. 탈모를 앓는 청년의 고통은 실재한다. 항암제 급여를 기다리다 시간을 다 써버리는 환자의 절박함도 실재한다. 이 둘은 대립하는 진영이 아니라 같은 곳간을 바라보는 이웃이다. 그리고 곳간을 지키는 방법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떤 조건으로 열어줄지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수지 균형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세대가 이 제도를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 순간 재정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탈모 논쟁이 남긴 진짜 숙제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기준 없이 늘어난 급여 목록을 어떤 원칙으로 다시 세울 것인가이다. 우선순위를 말하려면, 먼저 그 우선순위를 글로 적어야 한다.2026-08-03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약국 화장품, 이번에도 시장만 키워줄 것인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화장품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PDRN, EGF, 엑소좀 등 이른바 고기능성 성분을 앞세운 제품군이 빠르게 늘고 제약사와 유통업체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화장품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못지않은 주요 매출 품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개를 겨냥한 화장품 전문 약국들도 들어서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두고 10여 년 전 한차례 불었던 약국 화장품 바람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SNS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성분을 미리 검색하고 약국을 찾아 피부 상태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소비자의 변화는 곧 관련 업계를 움직이고 있다. 제약사뿐만 아니라 학계, 약사단체에서도 관련 교육과 연구에 나서는 등 시장을 둘러싼 움직임 역시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명 약국 화장품은 약사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조제와 의약품 판매에 편중된 약국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약사의 상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만으로 약국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약사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약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이 대중화된 이후 홈쇼핑과 온라인, 대형 유통채널로 빠르게 확산됐다. 약국이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정작 시장의 주도권은 다른 유통채널로 넘어갔다. 10여년 전에도 약국 화장품 시장은 똑같은 길을 걸었었다. 현재의 붐도 또 다시 같은 길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제품이 알려지고 소비자 수요가 확대되면 업체들은 약국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드럭스토어와 온라인몰, 라이브커머스 등 더 넓은 판매채널을 찾게 된다. 약국에서 성장한 제품이 어느 순간 약국보다 온라인에서 더 싸고 쉽게 판매되는 상황도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약국이 단순한 판매처에 머문다면 이번에도 시장만 키워준 뒤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현재의 분위기가 일부 관광 상권이나 대형 약국만의 성공 사례로 그쳐서도 안 된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게 하는 방식은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약국만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국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결국 약사의 설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같은 PDR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의약품과 화장품은 사용 목적과 허가 기준이 다르다. 피부 상태와 연령, 사용 중인 의약품에 따라 적합한 제품과 사용법도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광고 문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을 구분하고 설명하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다. 약국 화장품이 일부 대형 약국의 전유물이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지, 약사의 새로운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금부터의 선택에 달렸다. 약국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또 하나의 유통채널이 될 수도 있고, 소비자가 성분과 제품을 믿고 상담받을 수 있는 전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장에서도 약사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과거의 실패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약국 화장품 시장의 성패는 제품의 유행이나 매대의 크기가 아니라 약사가 전문 상담가로서 얼마나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2026-07-31 06:00:44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라면 팔고 약도 팔고…마트에 갇힌 창고형약국[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형마트나 아울렛 내 100평, 150평 규모 약국이 들어서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공간적 여유와 함께 주차, 유동인구까지 보장된 대형마트 내 창고형 약국이 바이블 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드는 대형마트들에게 창고형 약국은 꽤나 매력적인 장소로 어필됐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원하는 쓸어 담을 수 있다는 '마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확실한 집객이 가능한 모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약국 입장에서도 별도 건물이나 주차관리 요원을 두지 않아도 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마트 이용객이 담보되다 보니 윈윈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 내 입점해 있던 약국들이 애먼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임대 만료에 맞춰 재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는가 하면, 기존 10평 약국이 상존해 있음에도 100평 규모 약국을 입점시키는 등 상도의를 벗어난 시도도 빚어졌다. 결국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이 공평하게(?) 창고형 약국을 입점시키며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대형마트 내 약국들이 갖는 리스크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가 창고형 약국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고 본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자금 지원을 두고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청·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회생절차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홈플러스 이슈가 메가팩토리약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약이 진열돼 있어야 할 약장에 라면, 햇반, 과자가 빼곡히 쌓여있고, 약국인지 마트인지 분간하기 힘든 모습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입을 모았던 창고형 약국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이 단순히 저렴한 생필품을 사러 가는 마트의 연장선으로 전락할 때 복약지도와 건강상담이라는 약사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앞선 단락에서 '윈윈'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형마트 내 창고형약국은 철저히 갑과 을의 계약에 갇히는 구조다. 약국에 대해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6개월, 1년의 렌트프리 기간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제안 뒤에는 대형마트의 경영 악화 이슈가 도사리고 있다. 내방객수가 줄어들고, 주요 3개 대형마트의 매출액 역시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유통업체는 공간 채우기식 입점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창고형 약국의 영업 방식 역시 제고해야 할 부분이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약국, 약사 마저 무한 가격 경쟁과 규모의 경제라는 정글로 내몰리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이로운 일일까. 편리함의 대가로 더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7-30 06:00:46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보건의료 쟁점 현안, 복지위 결기가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가 원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입법 활동에 나선다. 새롭게 꾸려질 복지위가 얽히고설킨 보건의료 쟁점 현안 해결 일선에 서게 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수 년째 시범사업틀 안에 갇혀 있는 비대면진료는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지만, 여전히 처방일수·의약품 제한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 확대와 판매 점포 규제 완화 역시 후반기 복지위가 심사해야 할 주요 입법이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편의점약을 11개에서 20개로 늘리고, 24시 운영 점포가 아니더라도 안전상비약을 취급·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여러차례 보고했다. 약국이나 24시 편의점이 없는 속칭 무약촌 지역 소비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가 명분이지만, 약사들은 약사 면허가 없는 비전문가의 의약품 취급 확률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중이다. 이와 함께 수급 불균형 사태가 촉발될 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제한적 성분명 처방 의무화도 쟁점 법안이다. 이들 현안의 공통점은 의사, 약사, 산업계, 그리고 국민(소비자)이란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복잡다단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를 비롯한 유관 정부부처도 쉽사리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입법, 행정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 판을 짠 22대 후반기 복지위가 직역 간 이해관계 대립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명확하고 정교한 정책 바로미터(기준점)를 제시하는 숙제를 얻게 된 셈이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한시적 허용을 거쳐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연명하고 있다. 입법이 성공했지만, 디테일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편의성과 플랫폼 업계 육성, 의료·약국 생태계 붕괴 저지라는 어려운 미션을 동시에 성공시킬 수 있는 해법 마련에 국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의약품 수급 불균형 사태가 일상화되면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논의 역시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의사협회의 처방권 침해 주장과 약사회의 대체조제 활성화·성분명 처방 요구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지점을 상호 합의 가능한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역할도 후반기 복지위원들이 해내야 한다. 국가적 수급 불안정에 직면한 특정 의약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방안 마련을 위해 의사, 약사 직능 싸움을 넘어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복지위원들로부터 제시되길 바란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판매점 규제 완화 역시 국민의 야간·휴일 의약품 접근성 개선 요구와 약사회의 복약 지도 부재·부작용 위험 경고란 쟁점이 맞부딪힌다. 약물의 전문가는 약사인 만큼 복지부와 약사단체가 소모적인 대립없이 협의점을 찾을 수 있게 국회가 개입할 필요가 크다. 그동안 쌓인 상비약 판매 데이터와 부작용 통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국민 편의와 안전성이라는 두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품목 재조정과 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입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22대 후반기 복지위가 묵은 보건의약 쟁점 현안들에 어떤 기준점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 지형이 달라지게 된다. 국회의 결기 있는 입법 행보를 기대한다.2026-07-29 06:00:46이정환 기자 -
[특별기고] 신뢰 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지난 3편에서 우리는 개설·운영·광고에 걸쳐 세워지고 있는 세 개의 빗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법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일 뿐, 그 울타리를 끝까지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자리다. 네 번의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편은, 바로 그 기둥에 관한 이야기다. 면허는 자본이 탐내는 이름값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끝까지 내 것으로 지켜 내는 힘은 법조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온다. 대체될 수 없는 전문성,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 그리고 홀로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공동체.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자본이 넘볼 수 없는 마지막 빗장이 완성된다. 전문성 —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단 하나 자본은 약국의 거의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다. 값비싼 인테리어도, 눈에 띄는 간판도, 진열대의 각도와 동선까지도 돈이면 똑같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자본이 끝내 복제하지 못하는 것은 조제대 앞에서 환자의 얼굴빛을 살피고, 처방전 너머의 병력을 읽어 내며, 이 약과 저 약이 몸 안에서 부딪치지 않을지 헤아리는 그 전문적 판단의 순간이다. 복약지도는 안내문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 아니다. 여러 병원을 오가며 받아 온 약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가려내고, 어르신 환자분이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제형을 알아채며, 말로 다 하지 못한 불안을 눈빛에서 먼저 읽는 일이다. 이것이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본이 결코 사들일 수 없는 자산이다. 역설적이게도 면허대여의 유혹을 이기는 첫 번째 힘은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나를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력에서 나온다. 자본이 약사의 손을 필요로 하는 한, 약사는 결코 간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성 — 매일 아침 다시 서명하는 약속 면허는 한 번 취득하면 액자에 걸어 두는 자격증이 아니다. 매일 아침 조제실 문을 열 때마다 다시 서명하는 약속에 가깝다. 어제의 신뢰가 오늘의 태만을 덮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처방전을 내밀며 아무 의심 없이 치료약을 받아 가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단하는 약사가 서 있기 때문이다. 면허란 결국 국가가 약사 개인에게 맡겨 둔,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는 증표다. 유혹은 늘 험악한 얼굴로 오지 않는다. 친절하고 다정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 대가로 매달 받은 돈은 통장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이름에 남은 형사처벌과 면허취소의 기록은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 도덕성이란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 이름을 지키겠다는 냉정한 계산이기도 하다. 공동체 —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면허대여의 유혹은 대개 고립에서 싹튼다. 홀로 짊어진 개국 대출과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의 무게 앞에서,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는 제안은 유일한 동아줄처럼 보인다.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내려온 밧줄이 실은 올가미일 수 있다는 사실은, 혼자일 때 가장 보이지 않는 법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 고립의 순간이다. 그래서 마지막 빗장은 혼자 잠글 수 없다. 이웃한 약국의 불빛이 켜져 있을 때, 내 약국의 빗장도 더 단단해진다. 경영난을 먼저 겪은 선배의 한마디, 수상한 제안을 함께 뜯어보아 줄 동료, 그리고 개별 약사가 감당하기 벅찬 문제를 직능 차원에서 받아 안는 약사회의 존재가 그 불빛이다. 서울시약사회를 통한 자정 노력과 회원 보호 체계를 통해, 어느 회원도 홀로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곁을 지키고자 한다. 부당한 제안을 받았을 때 혼자 삼키지 말고 동료와 약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 그것이 개인의 판단력을 넘어선 공동체의 방어선이다. 네 개의 빗장, 그리고 우리의 이름 돌아보면 이 연재는 하나의 문장을 향해 걸어왔다. 1회에서 우리는 빌려준 면허가 자신을 겨누는 흉기가 됨을 확인했고, 2회에서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 종속의 구조를 확인했으며, 3회에서 개설·운영·광고에 걸친 세 개의 제도적 빗장을 짚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 개의 빗장을 안에서 지켜 내는 네 번째 빗장, 곧 약사 자신에 이르렀다. 전문성·도덕성·공동체라는 이 마지막 빗장이 없다면, 바깥의 어떤 법도 끝내 문을 지켜 내지 못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마지막 한 걸음은 언제나 환자 앞에 선 약사 자신이다. 화려한 간판은 자본이 하루아침에 세울 수 있지만, 국민이 오래도록 신뢰하는 이름은 오직 약사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으로 지켜 낼 수 있다. 네 번에 걸쳐 이어 온 이야기를 이 한 문장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약국은 자본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약사에게 한마디] 화려한 간판보다 오래가는 것은 끝까지 내 것이었던 이름과 신뢰이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2026-07-29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대입제도 닮아가는 약가제도, 본질은 어디에[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누더기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공정성과 사교육비 절감 등 제도를 개편할 때의 명분은 매번 그럴듯했다. 하지만 수시로 덧대어진 가산점과 정시·수시의 복잡한 조건 속에 본질이어야 할 ‘학업 능력’보다 ‘어떻게 전형을 잘 파고드느냐’가 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곧 시행을 앞둔 약가제도 개편안을 바라보면 이러한 입시제도가 떠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약가제도가 이번 개편으로 한층 더 난해해졌다. 약가의 기본 가치는 명확하다. 의약품이 가진 본연의 효능과 효과, 그리고 안전성과 품질이다. 하지만 지금의 약가 산정 방식은 각종 조건부 가산과 복잡한 사후관리 장치, 여기에 가격표상의 금액과 실제 거래 금액이 따로 노는 ‘유연계약제’까지 얽히고설켜 고차 방정식 형태를 띠고 있다. 약의 우수성보다 ‘어떻게 제도적 틈새를 활용해 약가를 더 잘 받느냐’가 제약사의 사활을 거는 요소가 됐다. 과거 다국적제약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MA(약가 담당) 인력의 몸값이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은 이 제도가 얼마나 비직관적이고 난해해졌는지를 반증한다. 물론 보건당국의 고민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초고가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넓히면서도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막아야 하는 당국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제도개편 취지와 달리, 개편 결과에서 기대했던 ‘제도의 직관성’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보건당국과 제약사 담당자조차 100%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제도를, 환자나 일반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과 그로 인한 파장이다. 복잡한 장치로 인해 약가가 매년 바뀌고 표시 가격까지 달라지면, 약국과 유통업계는 차액 정산과 반품 처리 등 막대한 서류 작업에 과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행정 비용과 비효율은 단순한 기업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약의 국내 출시가 미뤄지거나, 과도한 행정 비용이 비용 구조에 반영된다. 결국 환자가 필요한 약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함께 짊어지게 되는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엽적인 재정 통제에 매몰되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이라는 근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쉽다. 이미 판이 짜여진 제도는 곧 현장에 적용될 것이고, 그에 따른 혼란 역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제도의 목적이 '관리의 편의'나 '재정 통제 수단'에만 머물러 현장의 피로도와 환자의 부담을 극대화한다면, 그 제도는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2026-07-28 06:00:48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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