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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누보 독점시장 종료…피타바스타틴 ODT 첫 선[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지난 7월 한 달간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전문의약품 70품목, 일반의약품 52품목 등 총 122품목으로 집계됐습니다. 6월(157품목) 대비 전체적인 허가 건수는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올해 들어 월별 허가 추이를 살펴보면 1월 101품목, 2월 124품목을 기록한 뒤 3월(88품목) 저점을 지나 4월(178품목)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5월(111품목)과 6월(157품목)을 거쳐 7월에는 총 122품목이 허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7월에는 일반의약품이 52품목 허가되며 올해 들어 4월(72품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7월 허가 품목들을 살펴보면 표준제조기준을 활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 일반약부터 복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구강붕해정(ODT) 전문약까지 다양한 실리형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 일반의약품 = 7월 허가된 일반의약품(52품목) 중에는 표준제조기준 품목이 32품목(61.5%)으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제네릭이 20품목(38.5%)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피부 질환 및 비뇨기계 등 특정 효능군을 겨냥한 제네릭 출품이 돋보였습니다. 녹십자 ‘아젤라힐크림’(아젤라산·제네릭) 녹십자는 피부과 피부 질환 치료 성분으로 주목받는 ‘아젤라산’ 성분의 일반의약품 ‘아젤라힐크림’을 허가받으며 피부 질환 라인업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현재 국내 허가된 아젤라산 성분의 제품은 2006년 허가받은 레오파마의 아젤리아크림이 유일합니다. 아젤라힐크림은 아젤리아크림의 첫번째 제네릭 제품입니다. 아젤라산은 모공을 막는 과도한 각질화를 억제하고 여드름균의 증식을 직접적으로 막아주는 효과적인 피부과 성분입니다. 특히 항염증 작용과 더불어 멜라닌 합성을 억제하여 여드름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색소 침착 완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여드름 치료제들에 비해 피부 자극이나 스티키한 사용감이 적어 민감성 피부를 가진 환자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약 시장에서 여드름 치료제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녹십자는 이번 출시를 통해 기존 피부 질환 치료제 제품군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여드름 초기 단계부터 흉터 관리 및 색소 침착 케어까지 이어지는 통합 피부 솔루션을 약국가에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스킨케어형 치료제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OTC 여드름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녹십자의 유통망과 마케팅력이 결합하여 하반기 약국가 여드름 치료제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필인터내셔널 ‘시포텐연질캡슐’(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제네릭) 동국제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생약 성분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개선제 '카리토포텐연질캡슐(성분명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의 후속 제네릭 제제들이 잇따라 품목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필인터내셔널도 고령화 시대에 급증하는 남성 비뇨기 질환 시장을 겨냥해 ‘시포텐연질캡슐’을 허가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서양호박씨기름 추출물인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를 주성분으로 하는 생약 성분의 일반의약품입니다.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는 전립선 비대증에 따른 잔뇨감, 빈뇨, 야뇨 등 다양한 배뇨 장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우수한 효과를 입증받았습니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아 전립선 조직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집니다. 생약 성분 특유의 높은 안전성 덕분에 장기 복용 시에도 부작용 우려가 적어 환자들의 복용 부담을 대폭 낮췄습니다. 기존 전문의약품 처방에 부담을 느끼거나 초기 배뇨 불편감을 겪는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쿠쿠르비트종자유엑스 제제는 당초 2008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카리토연질캡슐'로 처음 식약처 허가를 받았던 품목입니다. 이후 일동제약을 거치며 유통되었으나, 당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낮은 질환 인식과 쏘팔메토 등 건강기능식품의 강세 속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비주류 성분으로 잊히는 듯 했습니다다. 그러다 2022년 초 동국제약이 해당 제품의 권리를 최종 인수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동국제약은 제품명을 '카리토포텐'으로 바꾼 뒤, '인사돌', '치센', '훼라민' 등을 육성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중광고와 질환 인식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 잠자던 전립선비대증 일반약 시장을 수십억 원대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개척해냈습니다. 카리토포텐은 2023년 매출 60억원을 달성한 이후 판매실적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필인터내셔널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남성 전립선 헬스케어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입니다. 제품은 복용과 흡수가 용이한 연질캡슐 제형으로 제조되어 복약 편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약국에서 상담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약이라는 점을 앞세워 하반기 OTC 비뇨기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입니다. ◆ 전문의약품 = 7월 전문의약품(70품목) 시장에서는 제네릭이 35품목(50.0%)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자료제출의약품 16품목(22.9%), 수출용·기타 14품목(20.0%), 신약 3품목(4.3%), 희귀의약품 2품목(2.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엘파마 ‘피타엘구강붕해정’ 등 피타바스타틴 ODT 라인업(피타바스타틴칼슘수화물·자료제출의약품)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 구강붕해정 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피타바스타틴입니다. 지엘파마는 차별화된 제형 기술을 앞세워 ‘피타엘구강붕해정’ 등 피타바스타틴 ODT 라인업의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피타바스타틴은 기존 스타틴 계열 약물과 달리 혈당 상승 리스크가 적고 인슐린 저항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성분입니다. 지엘파마는 이러한 피타바스타틴 성분을 물 없이 입안에서 빠르게 녹아드는 구강붕해정(ODT)으로 제형 변형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허가는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고령 환자나 연하곤란(삼킴 장애)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물 없이도 어디서나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어 야외 활동이나 복약 시간이 불규칙한 환자들에게 훌륭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식약처로부터 제형 변경을 통한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인정받아 기술적 가치와 차별성을 확보했습니다. 더욱이 피타바스타틴 첫 구강붕해정 제품으로, 제형변경에 따른 최고가를 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더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입니다. 지엘파마는 특수 제형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빈도 처방 시장인 이상지질혈증 영역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라인업 확충을 통해 고령 만성질환자 처방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웅제약 ‘룩소비정’(룩소리티닙헤미푸마르산염·자료제출의약품) 대웅제약이 한국노바티스의 희귀 혈액암 치료제 '자카비정(성분명 룩소리티닙인산염)'의 후발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선점 경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대웅제약은 난치성 혈액 질환 및 희귀 질환 치료제 영역에서 신규 옵션인 ‘룩소비정’의 허가를 공식 승인받았습니다. 룩소비정은 야누스키나아제(JAK1/JAK2) 억제 기전을 가진 룩소리티닙헤미푸마르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이 약물은 골수섬유증을 비롯해 진성적혈구증가증 등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난치성 혈액 종양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제로 쓰입니다. 대웅제약은 차별화된 제조 및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해당 성분의 자료제출의약품 허가를 취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오리지널 자카비정은 2025년 유비스트(UBIST) 기준 원외처방액 91억원을 기록한 알짜배기 희귀질환 치료제입니다. 그동안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들은 자카비의 특허 장벽을 넘기 위해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습니다. 대웅제약은 최근 특허회피에 성공했고, 이번 퍼스트제네릭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도 획득했습니다. 이에 물질특허 만료일인 2027년 1월 룩소비정의 제품 출시가 예상됩니다. 이 제품은 JAK 신호 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환자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해 줍니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고품질의 의약품 공급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더 넓은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중증 및 희귀 질환 영역에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웅제약은 이번 허가를 계기로 항암 및 희귀 질환 파이프라인의 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탄탄하게 강화했습니다. 향후 상급종합병원 및 혈액종양내과 처방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지엘파마 ‘텔미엘탄정’ 등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제네릭) 지엘파마가 블록버스터 고혈압 복합제인 '텔미누보' 제네릭을 허가받으며 독점적 시장에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21일 허가받은 ‘텔미엘탄정’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RB)인 텔미사르탄과 칼슘채널차단제(CCB)인 에스암로디핀이 결합된 대표적 2제 복합제입니다. 텔미엘탄정은 종근당의 오리지널 제품 '텔미누보정'을 대체하는 최초의 상용화 제네릭으로 시장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앞서 허가와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은 선행 제네릭이 있었지만 보험약가 등재와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지 않아,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 시장은 장기간 오리지널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왔습니다. 텔미엘탄정은 제제화 난도가 높은 이층정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텔미사르탄은 낮은 용해도와 까다로운 용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에스암로디핀은 제조 및 보관 과정에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성분입니다. 모회사인 지엘팜텍은 두 성분을 각각 독립된 층으로 분리하는 이층정 처방과 제조공정을 구축해 성분 간 상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4개 함량 모두에서 안정적인 용출 특성과 품질 동등성을 확보했습니다. 층간 분리와 중량·함량 편차 관리 등 제조 과정의 기술적 난제도 해결하며 고난도 복합제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입니다. 텔미엘탄정은 보험약가 등재 절차를 마치는 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최초의 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 복합제 제네릭으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회사는 생산 및 유통 준비를 거쳐 오는 10월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지엘파마 수탁 생산으로 바이넥스, 대웅바이오, 경보제약도 동일 성분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600억 텔미누보 독점적 시장에 도전합니다. 에스암로디핀은 기존 암로디핀에서 유효 성분만을 분리해 부종 등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 안정성을 한층 높인 성분입니다. 두 성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단일제 투여로 혈압 조절이 미흡했던 중등도 이상 고혈압 환자에게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제공합니다. 하루 1회 복용으로 복약 순응도를 극대화하여 만성 고혈압 환자들의 지속적인 혈압 관리를 돕습니다. 순환기계 처방 시장에서 ARB+CCB 조합은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된 가장 대중적인 처방 패턴입니다.2026-08-07 06:04:50이탁순 기자 -
"전문성·윤리의식이 세운 빗장…신뢰가 약사 생존의 열쇠"[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 성지', '최저가 할인' 같은 박리다매식 마케팅을 앞세운 대형 창고형 약국, 투자라는 이름으로 자본을 등에 업고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개설을 부추기는 검은 손들이 약사사회가 쌓아온 약국·약사에 대한 신뢰와 근간을 흔들고 있다. 모든 창고형 약국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본이 부족한 새내기 약사, 혹은 급전이 필요한 기성세대 약사들에게 면허를 대여해 주는 대신 월 1500~2000만원 급여 제안은 꽤나 솔깃할 수밖에 없다. 면허 대여라는 부담과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지분투자나 공동운영이라는 조건을 옵션으로 제시하며 핑크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경우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면허 대여라는 달콤한 유혹이 덫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약사면허 빌려주는 순간 자신을 겨누는 흉기된다', '면허대여의 뿌리, '자본 종속 구조' 해부', '약국 시장, 외부 자본을 막는 3개의 빗장', '신뢰 받는 약사로 서기 위한 길' 4편의 특별기고를 연재한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은 창고형 약국이 최대 이슈가 된 현재를 '약국과 약사의 생존을 논해야 하는 시기'로 규정하고, 신뢰받는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더해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이 약사와 약국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면허대여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Q. 4편의 기고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약사와 약국의 생존이다. 현주소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A. 단순한 경쟁의 문제를 넘어 약사와 약국의 생존 자체를 논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다. 생존을 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어떤 목표를 향해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제어할 대상이라고 볼 수 없고, 규모가 작다고 해 위협적이지 않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1년여간 지켜봤다. 사건이 사실이 되고, 그 사실이 반복되면 트렌드가 되며, 결국 문화로 정착된다. 불법적이고 기형적인 약국 형태가 문화로 정착하기 전에 강력한 지향점을 제시해야 한다. 보건의료는 질 관리(Quality), 접근성(Access), 가격(Cost) 세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난립하는 창고형 약국은 오직 '가격'에만 몰두해 복약지도와 약물관리라는 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는 의약품을 사입가 이하로 판매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 법에 담긴 함의의자 취지다. 약을 단순 소비재로 보느냐, 엄격히 관리돼야 할 치료 목적 공공재로 보느냐에 따라 약국과 약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Q. 외부 자본의 불법적 침투와 창고형 약국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3대 빗장'이란 무엇인가? A. 자본이 투입되면 자연스럽게 수익 극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게 된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개설, 운영, 광고라는 3가지 분야에 강력한 허들을 만들어야 한다. 개설 빗장: 약국 개설 사전 의무화 및 약사회 의견 제출권 확보 운영 빗장: 자본 종속 및 불법 면허대여 차단을 위한 하위법령 및 운영 규제 정비 광고 빗장: 메가, 성지, 할인 등 자극적인 문구 제한 및 약국광고심의위원회 설치 법제화 서울시약사회는 100여차례 현장조사를 토대로 국민신문고와 관계기관에 40건의 신고를 접수했으며 이 가운데 34건에 대해 업무정지·수사의뢰 등이 이어졌다. 행정심판이 제기된 건까지 포함할 때 신고 건에 대한 불법이 확인된 셈이다. 현실을 미처 반영하지 못하는 약사법에 대해 촘촘하게 울타리를 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Q. 법적·제도적 규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부적인 대안이 있나? A.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즉, 법이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라면 그 울타리를 지탱하는 것은 약사 개개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안타까움은 점차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사의 전문성과 약국의 신뢰는 전문성에 윤리의식이 합해질 때 완성될 수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신뢰받는 약사, 신뢰받는 약국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약사회 38대 집행부는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회원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귀 기울이며 함께 답을 찾아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책용어공모전을 통해 회원의 견해를 묻고, 복약지도와 약물관리의 개념을 기존 약사법의 제한적 범위를 넘어 재정의하고 있다. 또 약사정책 최고위과정을 통해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또 근거 중심 회무로 '데이터-근거-정책-국민'이라는 연결성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후배들에게 혹은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약국이 단순히 처방 조제와 약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보건의료 최일선으로서 올바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초고령화사회 약료와 돌봄 역시 앞으로 강조돼야 할 약국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경쟁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체될 수 없는 전문성,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 홀로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공동체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자본도 넘볼 수 없는 마지막 빗장이 완성된다. 여러 병원을 오가며 받아 온 약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가려내고, 어르신들이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제형을 알아채며 말로 다 하지 못한 불안을 눈빛에서 읽어내는 것은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화려한 간판은 자본이 하루아침에 세울 수 있지만 국민이 오래도록 신뢰하는 이름은 오직 약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으로 지켜낼 수 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선배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뤄온 약국의 신뢰가, 약사에 대한 믿음이 빛을 잃지 않게 함께 고민해야 한다.2026-08-07 06:04:23강혜경 기자 -
[33] 면역항암치료의 혁신, 면역관문억제제①암은 심혈관질환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현대 의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암 치료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cytotoxic chemotherapy)의 개발을 시작으로,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나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치료법은 다양한 암종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치료 성적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정상세포 손상으로 인한 독성, 치료 저항성의 발생, 재발 및 전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였다. 특히 동일한 암종이라도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크게 다르고, 초기에는 효과를 보이던 치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은 기존 항암치료의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환자의 면역체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정상적인 면역계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외부 병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세포까지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매일 수많은 돌연변이 세포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어 임상적으로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암세포는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를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다양한 전략을 획득하여 결국 증식과 전이를 일으킨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면역계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새로운 치료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발전한 치료법이 바로 면역항암치료(Immunotherapy)이다. 면역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기존 치료와 달리,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거나 조절하여 암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치료 전략이다. 초기에는 인터루킨-2, 인터페론과 같은 사이토카인 치료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제한적인 효과와 높은 독성으로 인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현재 면역항암치료는 단순히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라 여러 치료 플랫폼을 포함하는 거대한 치료 영역으로 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치료제, ▲TIL 치료제, ▲암백신, ▲사이토카인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등이 임상에 도입되었거나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들 치료법 간의 병용은 물로 표적항암제,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와 병용하는 전략이 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암 치료의 중심축을 '암세포를 직접 공격'에서 '환자의 면역반응 조절을 통한 암 제거'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들 다양한 면역항암치료 가운데 현재 가장 큰 성공을 거두며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치료법이 바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제가 아니라, 암세포에 의해 억제되어 있던 T세포의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켜 면역계가 다시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만드는 치료제이다. 기존 항암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간의 완전관해와 지속적인 생존이 일부 진행성 암 환자에서 확인되면서, 면역관문억제제는 암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항암치료(Cancer Immunotherapy)란 무엇인가? 면역항암치료는 우리 몸이 종양항원(tumor antigen)을 인식하고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 내에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기존의 세포독성 화학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고, 표적항암제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나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과 달리, 면역항암치료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조절하여 면역계가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치료와 근본적으로 다른 치료 개념이다. 정상적인 면역계는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세포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 기능에 의해 대부분의 돌연변이 세포는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제거된다. 그러나 일부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인식을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다양한 기전을 획득하여 면역감시를 벗어나 증식과 전이를 일으킨다. 따라서 면역항암치료의 핵심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의해 억제된 면역기능을 회복하거나 강화하여 면역계가 다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면역항암치료의 개념은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임상적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18세기 초부터 감염 이후 종양이 자연적으로 퇴행하거나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이 보고되었으며, 18세기 후반에는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었다. 1868년 Busch는 단독(erysipelas)에 감염된 환자에서 종양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퇴행하는 사례를 보고하였다. 이어 Fehleisen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균이 Streptococcus pyogenes임을 규명하였다. 이후 William B. Coley는 열처리한 세균 혼합물인 Coley's toxin을 개발하여 암 치료에 적용하였으며, 이는 최초의 암 면역치료 시도로 평가된다. 면역항암치료의 발전은 백신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796년 Edward Jenner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여 예방면역의 기초를 확립하였으며, 이는 이후 면역치료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1960~1970년대에는 Bacillus Calmette–Guérin(BCG)과 Candida parvum 등의 세균 제제를 이용하여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같은 시기 종양항원, T세포 인식 기전,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의 항원제시 기능 및 면역반응 조절기전에 대한 연구도 급속히 발전하였다. 또한 재조합 DNA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면역조절 사이토카인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이용한 암 치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1983년에는 인터페론 알파(IFN-α)의 항종양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연구가 수행되었고, 이후 IFNα-2b는 악성 흑색종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면역항암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세포치료 분야도 같은 시기에 크게 발전하였다. 1987년 Fefer, Cheever 및 Greenberg는 림프종 동물모델에서 종양 특이적 T세포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였으며, 이후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림포카인 활성화 살해세포(Lymphokine-Activated Killer, LAK)와 인터루킨-2(IL-2)를 병용한 수동면역치료 연구가 수행되어 세포 기반 면역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Robert Schreiber는 면역계가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세포의 진화와 선택을 지속적으로 조절한다는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면역계가 종양을 제거(elimination)하고, 일부 암세포와 균형을 유지(equilibrium)하며, 결국 면역회피(escape)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암 발생과 면역반응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인터페론(IFN)과 면역관문(checkpoint) 신호전달 경로가 암 면역반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후 Chen과 Ira Mellman은 암 면역반응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암 면역주기(Cancer-Immunity Cycle)' 개념을 제안하였다. 암 면역주기는 종양항원의 방출, 항원제시, T세포 활성화, 종양 침윤 및 암세포 사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면역계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정상 조직에 대한 자가면역은 최소화하는 균형 유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현재 이 개념은 면역관문억제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면역항암치료 전략을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면역항암치료는 감염에 의한 종양 퇴행에 대한 초기 관찰에서 시작하여 백신, 사이토카인, 세포치료, 암 면역편집 및 암 면역주기 개념의 확립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치료제, 암 백신 및 다양한 차세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으며, 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치료법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이용하는 면역관문(checkpoint)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치료제이다. 일부 진행성 암 환자에서 장기간의 완전관해와 지속적인 생존이 확인되면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현재는 다양한 고형암과 일부 혈액암에서 표준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면역항암치료는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제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들 치료와 상호 보완적으로 병용되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면역관문 표적, 새로운 세포치료제, 암 백신 및 정밀 바이오마커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면역항암치료는 앞으로도 암 치료의 발전을 이끌 핵심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와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란 무엇인가? 암에서의 면역감시는 면역계가 체내를 지속적으로 순찰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비정상 세포를 조기에 인식하여 제거하는 생체 방어기전이다. 면역감시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암세포의 발생과 성장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정상적인 인체에서는 세포분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매일 수많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 세포는 DNA 복구기전이나 세포자멸사(apoptosis)에 의해 제거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다. 이러한 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종양항원(tumor antigen)을 발현하거나 세포 내 스트레스 신호를 나타내며, 면역계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여 제거한다. 면역감시에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이 모두 관여한다. 선천면역에서는 자연살해세포(NK cell), 대식세포(macrophage),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초기 방어를 담당한다. 특히 NK세포는 MHC class I 발현이 감소한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여 직접 사멸시키며, 수지상세포는 암세포 유래 항원을 포획하여 림프절에서 T세포에 제시함으로써 적응면역을 유도한다. 적응면역에서는 CD8⁺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가 핵심적인 항암효과세포로 작용한다. CTL은 종양항원을 인식한 후 perforin과 granzyme을 분비하거나 Fas–Fas ligand 경로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또한 CD4⁺ 보조 T세포(helper T cell)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CTL과 B세포의 기능을 증강시키고 지속적인 항암면역반응을 유지한다. 면역감시 개념은 1950년대 Frank Macfarlane Burnet과 Lewis Thomas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면역결핍 환자에서 특정 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면역기능이 저하된 동물에서 종양 발생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면역감시 이론은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암세포가 면역감시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세포는 지속적인 선택압(selection pressure) 속에서 면역세포의 인식을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획득하여 생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의 기초가 되며, 살아남은 암세포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변 조직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다.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면역세포, 기질세포, 혈관 및 세포외기질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생태계(dynamic ecosystem)이다. 암세포는 이러한 미세환경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여 성장, 침윤 및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감시를 회피한다(Figure 1). 종양미세환경은 물리적(physical), 기계적(mechanical), 대사적(metabolic), 염증성(inflammatory) 및 면역학적(immune) 요소로 구성된다. 저산소증(hypoxia), 높은 간질압(interstitial pressure) 및 산성화(acidosis)는 종양의 생존과 혈관신생을 촉진하며, 암연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및 비정상적인 종양혈관은 면역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방해하는 물리적 장벽을 형성한다. 또한 암세포는 포도당, 글루타민 및 지질 등의 영양소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젖산을 축적하여 T세포의 대사와 기능을 저하시킨다. 만성 염증과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TGF-β, IL-10 등)의 분비 역시 항암면역반응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종양미세환경에는 CD8⁺ T세포, 자연살해세포, 수지상세포, B세포, 대식세포, 골수유래 억제세포(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 MDSC),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 등 다양한 면역세포가 존재한다. CD8⁺ T세포와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항암효과세포이며, 수지상세포는 종양항원을 제시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반면 Treg, MDSC 및 종양관련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 TAM)는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T세포 기능을 억제하여 면역감시를 약화시키고 암의 면역회피를 촉진한다. 결국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가 면역감시를 회피하기 위해 형성한 면역억제성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면역관문 분자인 PD-1/PD-L1, CTLA-4, LAG-3 등의 신호 역시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저해한다. 암 면역편집(Cancer Immune Editing)이란 무엇인가? 면역감시는 면역계가 발생 초기의 암세포를 인식하여 제거하는 중요한 생체 방어기전이다. 그러나 모든 암세포가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하여 점차 면역반응에 적응하고, 결국 면역계를 회피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면역계와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암세포가 선택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이라고 한다. 암 면역편집은 단순히 면역계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이 아니라, 면역계가 지속적인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가함으로써 면역공격에 취약한 암세포는 제거되고, 면역회피 능력을 가진 암세포만 선택되어 살아남는 과정을 의미한다. 살아남은 암세포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와 표현형 변화를 축적하면서 면역공격에 더욱 강한 세포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발견되는 대부분의 암은 여러 차례의 면역선택을 거쳐 형성된 결과로 이해된다. 이 개념은 1950년대 Burnet과 Lewis Thomas가 제안한 면역감시 가설을 발전시킨 것으로, 2002년 Robert Schreiber 연구팀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현재 암 면역편집은 면역감시와 암의 면역회피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암 면역학의 핵심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제거(elimination), 평형(equilibrium), 회피(escape)의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Figure 2). ① 제거 단계(Elimination) 제거 단계는 면역감시가 실제로 수행되는 단계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이 협력하여 발생 초기의 암세포를 제거한다. 자연살해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CD8⁺ 세포독성 T세포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부분의 암세포는 이 단계에서 제거된다. 따라서 제거 단계에서는 임상적으로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 ② 평형 단계(Equilibrium) 일부 암세포는 면역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지만 제거되지도 않은 채 면역계와 균형을 이루며 장기간 생존한다. 이 시기에는 면역계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며, 암세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축적하면서 면역공격에 더 잘 적응하는 세포가 선택된다. 평형 단계는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암의 휴면기(tumor dormancy)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전으로 여겨진다. ③ 회피 단계(Escape) 지속적인 면역선택을 견뎌낸 일부 암세포는 결국 면역감시를 회피하는 능력을 획득한다. 암세포는 종양항원의 발현을 감소시키거나 MHC class I 발현을 저하시켜 T세포의 인식을 피하며, PD-L1과 같은 면역억제 분자를 발현하거나 TGF-β 및 IL-10 등의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T세포 기능을 억제한다. 또한 종양미세환경(TME) 내로 조절 T세포(Treg),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종양관련 대식세포(TAM)를 유도하여 면역억제성 환경을 강화한다. 이와 같이 형성된 면역회피 기전은 항암면역반응을 점차 약화시키고, 암 면역주기의 여러 단계를 차단하여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암 면역주기(Cancer-Immunity Cycle)란 무엇인가? 암 면역편집은 면역계와 암세포가 장기간 상호작용하면서 암세포가 면역회피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에 비해 암 면역주기는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기전적 모델이다. 이 개념은 2013년 Chen과 Ira Mellman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현재 면역관문억제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면역항암치료의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암 면역주기는 암세포가 사멸하면서 방출된 종양항원이 면역계에 의해 인식되고, T세포의 활성화와 종양조직으로의 이동 및 암세포 사멸을 거쳐 다시 새로운 종양항원이 방출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순환적 면역반응을 의미한다(Figure 3). 암 면역주기는 크게 일곱 단계로 구성된다. ① 종양항원의 방출(Release of Cancer Cell Antigens) 암세포가 괴사(Necrosis)하거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제 등에 의해 파괴되면 종양항원이 미세환경으로 방출된다. 이때 방출되는 항원에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형성된 신생항원(neoantigen)을 비롯하여 종양특이항원(TSA) 및 과발현된 종양연관항원(TAA)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포내 칼레티쿨린(calreticulin)의 세포막 노출, extracellular ATP 분비, HMGB1 단백질 방출과 같은 손상연관분자패턴(DAMPs)이 수반되어야 한다. DAMPs는 수지상세포의 표적 수용체(TLR4, P2RX7 등)를 자극하여 수지상세포의 신속한 모집 및 성숙을 유도하는 필수적인 선천면역 신호로 작용한다. 따라서 방사선치료나 특정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킬 뿐만 아니라, 단순 사멸(apoptosis)이 아닌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 ICD)을 유도함으로써 종양항원과 DAMPs의 방출을 극대화한다. ICD가 성공적으로 유도되어야만 방출된 항원이 수지상세포에 효율적으로 포획되어 후속 적응면역(T세포 반응)으로 원활히 이어질 수 있다. ② 종양항원의 포획과 제시(Cancer Antigen Presentation) 사멸한 암세포에서 방출된 종양항원은 항원제시세포(APC), 특히 수지상세포(DC)에 의해 포획된 후 구심성 림프관을 통해 국소 림프절로 이동한다. 수지상세포는 포획한 항원을 가공하여 MHC class I 및 class II 분자를 통해 각각 CD8⁺ 세포독성 T세포와 CD4⁺ 보조 T세포에 제시한다. 특히 1형 고전적 수지상세포(cDC1)가 외인성 종양항원을 내인성 경로인 MHC class I을 통해 CD8⁺ T세포에 제시하는 교차제시(Cross-presentation)는 암세포를 직접 타격할 세포독성 T세포를 형성하는 필수 핵심 과정이다. 암 백신(Cancer Vaccine)은 다양한 형태의 종양항원을 제공하여 이 과정을 직접 자극하며, GM-CSF는 수지상세포의 분화 및 림프절 이동을 촉진한다. 또한 CD40 작용제(Agonist)와 Toll-like receptor(TLR) 작용제는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유도하고 공동자극분자(CD80/CD86) 발현 및 면역 활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극대화하여 항원제시 능력을 강화한다. 종양세포의 MHC class I 발현 억제나 수지상세포 성숙 장애 등으로 이 단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종양항원이 존재하더라도 효과적인 T세포 면역반응이 유도되지 못한다. ③ T세포의 초기 자극과 활성화(Priming and Activation) 림프절에서 항원제시세포(수지상세포 등)가 제시한 종양항원을 미경험 T세포(naïve T cell)의 T세포수용체(TCR)가 인식하면서 T세포 활성화의 첫 번째 신호(Signal 1)가 작동한다. 그러나 완전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TCR과 항원-MHC 복합체 결합 외에도, T세포 표면의 CD28과 항원제시세포의 B7(CD80/CD86) 분자 결합에 의한 공동자극 신호(Signal 2)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 신호를 받은 T세포는 클론 증식(clonal expansion)을 거쳐 종양특이적 CD8⁺ 세포독성 T세포(CTL)와 CD4⁺ 보조 T세포(Th cell)로 효과적으로 분화한다. CTLA-4는 CD28보다 B7 분자에 훨씬 높은 친화성으로 결합하여 공동자극 신호를 억제하는 대표적인 면역관문 수용체다. CTLA-4 억제제(Anti-CTLA-4)는 이 음성 신호를 차단하여 림프절 내 T세포의 초기 활성화와 증식을 촉진한다. 나아가 CD137(4-1BB), OX40, CD27 작용제(agonist)와 같은 추가 공동자극 표적 치료제 및 IL-2, IL-12 사이토카인(Signal 3)은 T세포의 강력한 증식과 생존, 그리고 장기 기억 T세포(memory T cell) 형성을 보완적으로 증진시킨다. ④ 활성화된 T세포의 종양조직 이동(Trafficking of T Cells to Tumors) 활성화된 종양특이적 T세포는 혈류를 따라 종양조직으로 표적 이동(homing)한다. 이 과정은 종양미세환경에서 분비되는 CXCL9, CXCL10, CXCL11 케모카인과 T세포 표면의 CXCR3 수용체 간의 결합, 그리고 혈관내피세포의 부착분자(ICAM-1, VCAM-1 등)와 T세포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 케모카인 분비가 부족하거나 부착분자 발현이 억제되어 충분한 수의 활성화된 T세포가 종양조직으로 이동하지 못하면(Cold Tumor 상태), 이후 단계의 항암면역반응 및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역시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⑤ T세포의 종양조직 침윤(Infiltration of T Cells into Tumors) 종양조직에 도달한 T세포는 혈관내피를 통과하여 종양 내부로 침윤해야 한다. 이 과정은 혈관내피세포와의 부착(adhesion), 혈관벽 통과(diapedesis/extravasation) 및 세포외기질(ECM)을 통한 이동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ME)에서는 비정상적인 종양혈관 구조, 내피세포의 부착분자 발현 억제, 암연관 섬유아세포(CAF), 치밀한 세포외기질 및 TGF-β 등이 물리적·기능적 장벽을 형성하여 T세포의 효율적인 침윤을 방해한다. 항-VEGF 치료는 VEGF 신호를 억제하여 종양혈관을 정상화하고 혈관내피세포의 부착분자 발현을 회복시킴으로써 T세포의 종양 침윤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 ⑥ T세포에 의한 암세포 인식(Recognition of Cancer Cells by T Cells) 종양 미세환경 내부로 침윤한 CD8⁺ 세포독성 T세포는 표면의 T세포수용체(TCR) 및 CD8 보조 수용체를 통해 암세포 표면의 MHC class I 분자에 제시된 종양 특이적 펩타이드 항원을 정교하게 인식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면역 압박을 피하기 위해 종양항원 발현을 단돌연변이로 잃거나, B2M 결손 및 TAP 수용체 억제 등을 통해 MHC class I 발현을 현저히 저하시킴으로써 T세포의 인식을 회피한다.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세포치료제는 항체 유래 항원결합부위(scFv)와 T세포 활성화 도메인을 융합한 인공 수용체를 발현하여 암세포 표면 항원을 직접 인식하므로 MHC-항원 제시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다(MHC-independent). 따라서 항원제시 능력이 상실되거나 MHC class I 발현이 현저히 감소한 면역 회피 종양에 대해서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결합할 수 있다. ⑦ 암세포의 사멸(Killing of Cancer Cells) 암세포를 성공적으로 인식한 세포독성 T세포(CTL)는 퍼포린(Perforin)을 통해 암세포 막에 구멍을 뚫고 그란자임(Granzyme B)을 주입하여 카스파제(Caspase) 경로를 통한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며, 동시에 Fas-FasL 상호작용을 거쳐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또한 IFN-γ와 TNF-α 같은 에펙터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암세포 증식을 trực접 억제하고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ME) 지속 노출 시, 암세포나 면역세포가 발현하는 PD-L1이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여 TCR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T세포 탈진(T-cell exhaustion)을 유발한다. PD-1 및 PD-L1 억제제는 이 억제 신호를 차단하여 탈진된 T세포의 세포독성 기능을 재활성화(reinvigoration)한다. 아울러 IDO(Indoleamine 2,3-dioxygenase) 억제제는 트립토판(Tryptophan) 고갈과 키뉴레닌(Kynurenine) 축적에 의한 대사적 면역억제 환경을 개선하는 주요 치료 전략으로 연구된다. 사멸한 암세포로부터 새로운 종양항원과 DAMPs가 다시 방출됨으로써 면역-암 주기는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선순환(Positive Feedback Loop)을 형성하게 된다. 암 면역주기의 임상적 의의 면역-암 주기의 각 단계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일 표적 접근을 넘어, 항원 방출부터 T세포 활성화·침윤·면역억제 해제까지 여러 단계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겨냥하는 병용 면역치료 전략(Combination Immunotherapy)이 필수적이다.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란 무엇인가? 면역관문은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상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계가 갖추고 있는 생리적인 면역조절 기전이다. 면역계는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상 조직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은 억제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 유지되지 않으면 자가면역질환이나 만성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관문은 T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brake)' 역할을 수행하며, 면역 항상성(immune homeostasis)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정상적인 생리 상태에서 이러한 면역관문은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고 과도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러한 생리적 조절기전을 이용하여 면역공격을 회피한다. 많은 암세포는 PD-L1과 같은 면역관문 리간드를 과발현하여 T세포의 PD-1과 결합함으로써 T세포의 증식, 사이토카인 분비 및 세포독성 기능을 억제하고, 결국 T세포를 기능적 탈진(T-cell exhaustion) 상태로 유도한다. 그 결과 면역계는 암세포를 인식하고도 충분한 항암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면역반응은 T세포, B세포 및 자연살해세포(NK cell)와 같은 림프구가 항원을 인식한 후 다양한 공동자극(co-stimulatory) 및 공동억제(co-inhibitory) 신호의 균형에 의해 조절된다. 수지상세포는 종양항원을 제시하면서 MHC-TCR 결합을 통해 항원특이적 신호(Signal 1)를 전달하고, 동시에 여러 공동자극 또는 공동억제 분자를 통해 T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한다. 종양세포 역시 다양한 면역관문 리간드를 발현하여 활성화된 림프구의 기능을 억제하고 면역회피를 유도한다(Figure 4). 수지상세포와 림프구 사이에서는 CD28-CD80/CD86, ICOS-ICOSL, CD27-CD70, OX40-OX40L, 4-1BB-4-1BBL, CD40-CD40L, GITR-GITRL 등이 대표적인 공동자극 신호로 작용하여 림프구의 증식, 생존 및 세포독성 기능을 촉진한다. 반대로 CTLA-4, PD-1, TIGIT 등은 공동자극 신호를 억제하여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억제성 면역관문이다. 종양미세환경에서는 종양세포가 PD-L1, PD-L2, Galectin-9, CD48, CD47, IDO1, CEACAM1 등의 면역조절 분자를 발현하여 림프구의 활성을 억제한다. PD-L1/PD-1 결합은 T세포의 증식과 사이토카인 분비를 감소시키고 기능적 탈진을 유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면역회피 기전이다. 또한 TIM-3–Galectin-9, 2B4(CD244)-CD48, CD47 등의 신호 역시 항암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임상에서 승인된 면역관문억제제는 주로 CTLA-4, PD-1, PD-L1 및 LAG-3를 표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TIGIT, TIM-3, OX40, GITR, 4-1BB, CD27, CD40, CD47 등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면역조절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억제성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전략뿐 아니라 OX40, 4-1BB, GITR, CD27과 같은 공동자극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증폭시키는 접근도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종양미세환경에서의 면역반응은 단일 면역관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자극 신호와 공동억제 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면역조절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최근 면역항암제 개발은 하나의 면역관문만 차단하는 치료에서 벗어나, 다수의 면역관문을 동시에 조절하거나 공동자극 신호를 강화하는 병용면역치료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면역항암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의 개발 역사는 어떠한가? 면역관문억제제의 개발은 하나의 신약이 탄생한 과정이 아니라, 암과 면역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수십 년간의 기초연구가 임상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과거에는 암이 면역계의 감시를 회피하여 성장한다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면역을 이용한 암 치료는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T세포 활성화와 면역관문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Frank Macfarlane Burnet과 Lewis Thomas는 면역계가 체내에서 발생하는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제거한다는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 가설을 제안하였다. 이후 면역결핍 환자에서 특정 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계가 종양 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가설은 점차 인정받게 되었다. 1987년 Pierre Golstein 연구팀은 T세포 표면에서 새로운 수용체인 CTLA-4(Cytotoxic T-Lymphocyte Antigen-4)를 발견하였다. 당시에는 그 기능이 명확하지 않았으나, 1995년 James P. Allison은 CTLA-4가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음성조절 분자임을 규명하였다. 이어 1996년에는 CTLA-4를 항체로 차단하면 T세포의 항암면역반응이 회복되고 종양이 퇴축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입증하였다. 이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편 1992년 Tasuku Honjo 연구팀은 새로운 면역조절 분자인 PD-1(Programmed Death-1)을 발견하였다. 이후 PD-1이 말초조직에서 T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면역관문이며, 암세포가 PD-L1을 발현하여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는 CTLA-4와는 다른 새로운 면역관문 치료 전략의 기반이 되었다. 기초연구의 성과는 곧 임상으로 이어졌다. 2011년 CTLA-4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으며, 이어 2014년 PD-1 억제제가 연이어 승인되면서 면역관문억제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PD-L1 억제제와 LAG-3 억제제가 개발되었고, 현재는 TIGIT, TIM-3, VISTA 등 다양한 차세대 면역관문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면역관문 연구의 의학적 가치는 2018년 James P. Allison과 Tasuku Honjo가 '음성 면역조절을 이용한 암 치료의 발견(Discovery of cancer therapy by inhibition of negative immune regulation)'이라는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기초 면역학 연구가 혁신적인 항암치료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면역관문억제제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 방광암, 간세포암, 두경부암,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면역관문과 병용요법 개발을 통해 암 치료의 적용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기전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사멸시키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이다. 따라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약리기전은 암세포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면역억제 신호를 차단하여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정상적인 항암면역반응에서 T세포는 항원제시세포(APC)가 제시한 종양항원을 T세포수용체(TCR)를 통해 인식하고, CD28과 B7(CD80/CD86) 사이의 공동자극신호(co-stimulatory signal)를 받아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T세포는 증식하면서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γ(IFN-γ) 등의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퍼포린(perforin)과 그랜자임(granzyme)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그러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정상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활성화된 T세포에는 CTLA-4와 PD-1을 비롯한 면역관문 분자가 발현된다. 이들 분자는 T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음성조절기전(negative regulatory mechanism)으로 작용하여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고 자가면역질환과 과도한 염증반응을 예방한다. 암세포는 이러한 생리적 조절기전을 이용하여 면역공격을 회피한다. 많은 암세포는 PD-L1을 과발현하여 T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함으로써 T세포의 증식, 사이토카인 분비 및 세포독성 기능을 억제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T세포를 기능적으로 탈진(exhaustion) 상태로 유도한다. 또한 종양미세환경(TME)에서는 조절 T세포(Treg),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종양관련 대식세포(TAM)와 함께 TGF-β, IL-10 등의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이 작용하여 항암면역반응을 더욱 약화시킨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러한 면역억제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T세포의 항종양 기능을 회복시킨다. CTLA-4 억제제는 주로 림프절에서 T세포의 초기 활성화 단계(priming phase)를 촉진하여 종양특이적 T세포의 생성과 증식을 증가시킨다. 반면 PD-1 또는 PD-L1 억제제는 종양미세환경에서 PD-1/PD-L1 신호를 차단하여 이미 종양 내에 존재하는 T세포의 세포독성 기능을 회복시키고 암세포 제거능을 향상시킨다. 최근 도입된 LAG-3 억제제는 PD-1 억제제와 병용하여 탈진된 T세포의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약리학적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치료 효과는 약물의 혈중농도보다 환자의 면역상태와 종양미세환경의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치료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치료 초기에는 면역세포의 침윤으로 종양이 일시적으로 커진 것처럼 보이는 가성진행(pseudoprogression)이 관찰될 수 있다. 반면 면역관문이 차단되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상 조직까지 면역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부, 폐, 간, 장, 갑상선, 뇌하수체 등 다양한 장기에서 면역관련 이상반응(immune-related adverse events, irAEs)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대표적인 약리학적 특징이다. 이처럼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약제가 아니라 면역계의 '브레이크(brake)'를 해제하여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조절 치료제이다. 이러한 독특한 작용기전은 기존 항암치료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으며, 현재 암 면역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2편에서 계속) 참고문헌 1. Yingliang Wang et al. “The solid tumor microenvironment and related targeting strategies:a concise review” Front. Immunol. 2026:16:1563858). 2. \Sumon Mukherjee et al. “Tumor-infiltrating lymphocytesand tumor-associatedmacrophages in cancerimmunoediting: a targetabletherapeutic axis” Front. Immunol. 2025:16:1655176. 3. Daniel S. Chen and Ira Mellman. et al. “Oncology Meets Immunology: The Cancer-Immunity Cycle” Immunity 39, July 25, 2013). 4. Meiyin Zhang et al. “Advances in cancer immunotherapy:historical perspectives, current developments,and future directions” Molecular Cancer (2025) 24:136 5. Li-Ping Kang et al. “Breakthroughs in immune checkpoint therapy: overcoming NSCLC immune checkpoint therapy resistance with novel techniques“ Front. Immunol. 2025:16:1630940. 6. Drew M. Pardoll “The blockade of immune checkpoints in cancer immunotherapy” Nat Rev Cancer. ; 12(4): 252–264. 7. 기타 인터넷 자료(보도 자료, 제품 설명서 등).2026-08-07 06:04:20최병철 박사 -
이훈기 의원 "약국은 가장 가까운 민생 현장"[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은 국민 건강과 가장 가까운 민생 현장입니다. 지난 2년 발로 뛰며 현장에서 들은 약사들의 이야기가 결국 입법으로 이어졌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국회의원이 최근 약사사회와 직결되는 법안을 잇달아 대표 발의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도 아닌 과방위 의원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법안과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연이어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4일 데일리팜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이라면 상임위에 관계없이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생 현안을 챙겨야 한다"며 "약국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공간인 만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17번의 동네 한 바퀴…약사가 말하는 문제에 귀 기울이니" 이 의원은 약사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로 매주 이어오고 있는 '금요일 동네 한 바퀴', 일명 '불금 정치'를 꼽았다. 매주 금요일 국회를 떠나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를 직접 걸으며 주민과 상인들을 만나는 현장 행보다. 현재까지 117차례 이어지고 있는 이 활동은 이 의원의 대표적인 의정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100회차를 접어들때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이 의원의 '100회차 동네한바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공개적으로 칭찬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의 '불금' 행보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지역 약국. 매주 지역을 돌며 약국을 방문해 온 그에게 약사는 멀지 않은 직능이다. 여기에 지역구인 인천 남동구약사회를 비롯해 인천시약사회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유대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약사사회 현안과 약사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그는 "동네를 다니다 보면 약국이 정말 많다. 약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이야기해 주신다"며 "현장에서 들은 의견을 바탕으로 지역 약사회와 소통하며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입법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가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입법도 결국 국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약지도만으로는 부족…지속적인 약물관리 필요" 이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통합돌봄법 개정안은 기존 '복약지도' 중심의 역할을 넘어 약사의 지속적인 약물관리 기능을 법률에 명확히 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다제약물 복용자와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 복약지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복약지도를 넘어 의약품의 적정한 사용과 지속적인 약물 관리까지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국민이 더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이 의원은 "통합돌봄은 단순히 약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취약계층과 고령층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려면 지속적인 약물관리와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복 처방과 부작용을 줄이고 약물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입원과 의료비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며 "의료와 요양뿐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이 함께 작동해야 제대로 된 통합돌봄이 완성된다. 그것이 곧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동네 약국은 환자의 약 복용 이력과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공간"이라며 "우리나라만의 강점인 동네 약국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더욱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도, 창고형 약국도 결국 독과점 문제"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련 개정안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쿠팡 사태를 비롯해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그 누구보다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의원은 최근 플랫폼 운영사가 특수관계인을 통해 의약품 유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 운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이번 법안은 단순 운영을 넘어 ‘특수관계 도매상을 통한 영향력 행사’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플랫폼이 특정 약국이나 특정 의약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환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궁극에는 공정한 유통질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번 법안은 플랫폼이 의료와 의약품 유통을 과도하게 지배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 의원은 "처음에는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결국 독과점이 형성되면 시장 전체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며 "쿠팡과 배달 플랫폼이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약국 역시 창고형 약국이나 플랫폼 중심 구조가 확산되면 결국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일반 유통시장과는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영역"이라며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지면 약국뿐 아니라 국민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임위 달라도 민생이면 관심 가져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아닌 의원이 연이어 보건의료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역할과 본분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상임위를 넘어 국민 삶에 필요하다면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 그는 ”초고령사회와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며 ”과학기술도 결국 구민의 삶을 위한 것이고, 보건의료 역시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다른 상임위 의원이 관심을 갖고 발의하면 복지위원들도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관련 상임위 의원들과도 계속 논의하면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역 약국의 본질적 가치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동네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상담과 신뢰를 통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공간"이라며 "약사의 한마디가 환자에게는 치료 이상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동네 약국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켜 지속적인 건강관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는 민생 입법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2026-08-06 06:04:35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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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문구는 같아도 근거는 다르다: 위 건강 원료의 과학위장관 증상은 약국 다빈도 상담 주제다. 고객이 호소하는 '속이 불편하다'는 표현에는 속쓰림, 상복부 통증, 포만감, 더부룩함, 트림, 메스꺼움처럼 다양한 증상이 섞여 있다. 위 건강 기능성원료 역시 '위 점막을 보호하여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원료들이 서로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체적용시험을 살펴보면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증상 설문, 삶의 질, 헬리코박터균 검사 등 평가 지표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약사가 위 건강 기능성 원료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체적용시험에 사용된 평가 지표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구분해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총점이 감소했다는 사실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세부 지표가 위약군보다 개선됐는지 살펴보고 이를 약국에서 만나는 고객의 증상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위 건강 원료의 인체적용시험에서는 GSRS, GIS, FD-QoL 등 환자보고결과 (Patient-reported outcome, PRO)가 주로 활용된다. 환자보고결과는 대상자가 자신의 증상과 증상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보고한 결과를 말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검사에서 증상을 설명할 뚜렷한 구조적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통증, 조기 만복감, 식후 포만감 등이 반복되는 질환이므로 자각 증상의 평가가 중요하다. 다만 증상은 자연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식생활, 연구 참여에 따른 기대, 평균으로의 회귀 등의 영향으로 위약군에서도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시험군이 섭취 전보다 유의하게 좋아졌다'보다 '시험군의 변화가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컸다'가 효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1. GSRS(위장관증상척도, 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 GSRS는 역류, 복통, 소화불량, 설사, 변비의 5개 증상군, 15개 문항으로 상·하복부 증상을 폭넓게 묻는 도구다. - 역류: 속쓰림, 산역류 - 복통: 복통, 공복통, 오심 - 소화불량: 복명, 복부팽만, 트림, 방귀 - 설사: 설사, 묽은변, 급박변 - 변비: 변비, 딱딱한변, 잔변감 표준 GSRS는 각 문항을 1점(불편 없음)부터 7점(매우 심한 불편)까지 평가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연구에서는 4점 척도로 수정하거나, 상복부 관련 문항을 별도로 합산하기도 한다. 따라서 원료 혹은 제품 자료에 'GSRS 몇 점 감소'라고 적혀 있어도 다른 연구의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 없으며, 실제 사용한 문항, 점수 범위, 총점 또는 평균 산출법과 실제 세부 항목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2. GIS(Gastrointestinal Symptom Score) GIS는 기능성 소화불량에 초점을 맞춘 10 문항 도구다. 상복부 통증, 복부경련, 복부팽만(포만감), 조기 만복감, 식욕저하, 불쾌감, 오심, 구토, 흉골 뒤 불편감, 산역류/속쓰림을 문항당 0점(없음)부터 4점(매우 심함)까지 설문 평가해 합산 총점을 계산한다. 3. FD-QoL(기능성소화불량 삶의 질 설문, Functional Dyspepsia-Related Quality of Life) FD-QoL은 국내에서 개발된 21문항의 기능성 소화불량 특이적 삶의 질 측정 도구다. 섭식, 활력, 심리, 사회적 기능의 4 영역을 평가한다. '증상 때문에 먹는 양이나 음식 섭취가 달라졌는가', '활력이 떨어졌는가', '걱정이나 불안이 커졌는가', '일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가'를 설문하는 것이다. FD-QoL의 개선은 증상 개선이 일상 생활의 변화까지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총점과 함께 식사, 활력, 심리, 사회적 기능 중 어느 영역에서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또한 연구마다 변화량의 부호나 환산점수 표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연구에서 정의한 개선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4. NDI/NDI-K (Nepean 소화불량증 설문지, Nepean Dyspepsia Index) NDI/NDI-K는 소화불량 증상과 질환 특이적 삶의 질을 함께 평가하도록 개발된 측정 도구다. 증상지수는 여러 소화불량 증상의 빈도, 강도, 불편도를 묻고, 삶의 질 부분은 긴장, 일상 방해, 음식 섭취, 질환에 대한 인식, 일/학업 등의 영역을 평가한다. 정리하면, GSRS와 GIS는 주로 증상의 종류와 강도를 평가한다. GSRS가 상·하부 위장관을 폭넓게 살펴보는 도구라면 GIS는 기능성 소화불량과 관련된 상부 위장관 증상에 보다 집중한다. FD-QoL 및 NDI/NDI-K는 증상뿐만 아니라 증상으로 식사, 일상활동, 감정, 사회 생활이 얼마나 제한되는지를 평가한다. 따라서 증상 점수의 개선과 삶의 질 개선은 같은 결과가 아니다. 원료의 인체적용시험을 분석할 때는 총점의 유의성뿐 아니라 하위 영역, 개별 문항, 사용한 설문 버전과 점수 방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럼 이제 위 건강 기능성 원료별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확인해보자. 1. 스페인감초추출물 1)기능성내용: 위 점막 내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하고 위 점막을 보호하여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스페인감초추출물로서 150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10개 소화불량 증상(속쓰림, 트림, 구토, 역류, 메스꺼움, 식욕감퇴, 복부팽만, 조기포만감, 상복부 포만감, 상복부 통증) 합산 총점이 위약군보다 개선됐다. -개별증상은 조기 만복감을 제외한 9개 지표의 개선 양상이 관찰됐지만, 개별 항목별 군간 유의성이 제시되지 않았다. -NDI 총점 개선, 세부 영역 개선은 확인되지 않음. -헬리코박터균 양성 대상 연구에서 요소호기검사와 대변항원검사에서 음성 전환율이 위약군보다 증가했다. 2. 매스틱검 1)기능성내용: 위 불편감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매스틱 검으로서 1,050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소화불량 증상 총점이 위약군보다 개선되었다. -소화불량지표 개별 개선(4 개 지표): 위통, 상복부 위 불편감, 불안시 복통, 경미한 속쓰림이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3. 인동덩굴꽃봉오리추출물(그린세라-F) 1)기능성내용: 위 점막을 보호하여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인동덩굴꽃봉오리추출물(그린세라-F)로서 250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GSRS 총점과 상복부 증상 합산 점수가 위약군보다 개선되었다. -GSRS 개별증상 개선(3 개 지표): 복명(꾸륵거림) 개선, 무른 변, 배변 긴급이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산화적 DNA 손상 지표인 8-OHdG가 위약군보다 감소했다. 4. 백편두추출분말(NOVAponin) 1)기능성내용: 위 점막을 보호하여 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일일섭취량: 백편두추출분말(NOVAponin)로서 715mg/일 3)인체적용시험 결과 -GSRS 총점/상복부 증상 점수/하복부 증상 점수 개선되었다. -GSRS 개별증상 개선(5 개 지표): 복통, 가슴쓰림, 복창, 트림, 불안정한 배출감각이 위약군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GIS 총점이 위약군 대비 개선되었다. -GIS 개별증상 개선(4 개 지표): 상복부 통증, 포만감, 메스꺼움, 위산역류/속쓰림이 개선되었다. -FD-QoL 총점, 식사, 활력, 사회적 기능 영역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스페인감초추출물은 여러 소화불량 증상과 전반적인 생활 불편이 함께 나타날 때 연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매스틱검은 위통, 상복부 위 불편감, 불안할 때 심해지는 위통과 가슴쓰림이 주된 경우 연결해 볼 수 있다. 인동덩굴꽃봉오리추출물(그린세라-F)은 상복부 불편감과 함께 복명, 묽은 변, 급박한 배변감이 동반되는 경우 고려할 수 있다. 백편두추출분말(NOVAponin)은 상복부 통증, 가슴쓰림, 식후 포만감, 복부팽만과 트림, 배변 후 잔변감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적용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은 원료 간 우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마다 대상자, 설문 도구, 섭취 기간과 평가 방법이 달라 결과를 직접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사는 각 원료의 인체적용시험에서 위약군대비 개선된 증상을 확인하고, 고객이 표현하는 증상을 그 근거와 연결해야 한다. 또한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통증, 반복적인 구토, 삼킴곤란,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나 빈혈, 흑색변, 혈변과 같은 이상 증상이 있다면 약사 중재를 통한 병원 방문 및 원인 확인을 우선해야 한다. [참고자료] 1)J Svedlund et al., GSRS-a clinical rating scale for gastrointestinal symptoms in patients with irritable bowel syndrome and peptic ulcer disease. Dig. Dis. Sci. 1988;33(2):129-134 2)DA Revicki et al., Reliability and validity of the 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 in patients with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Qual. Life Res. 1998;7:75-83 3)B Adam et al., Validation of the gastrointestinal symptom score for the assessment of symptoms in patients with functional dyspepsia. Aliment Pharmacol. Ther., 2005;22(4):357-363 4)EH Lee et al.,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functional dyspepsia related quality of life (FD-QoL) scale in South Korea. J. Gastroenterol. Hepatol., 2006;21:268-274 5)KR Raveendra et al., An extract of Glycyrrhiza glabra (GutGard) alleviates symptoms of functional dyspepsia: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2:216970 6)S Puram et al., Effect of GutGard in the management of Helicobacter pylori: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3:263805 7)K. J. Dabos et al., Is Chios gum effective in the treatment of functional dyspepsia? A prospective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 controlled trial. J. Ethnopharmacol. 2010; 127:205-209 8)Y Choi et al., The efficacy and safety of GCWB104 (Flos Lonicera Extract) in functional dyspepsia: a single-center,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Gut Liver, 2020; 14(1):67-78 9)Y Choi et al., The efficacy and safety of NOVAponin (Dolichos lablab Linne Extract powder) in mild functional dyspepsia: a single-center,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J. Neurogastroenterol. Motil. 2024; 30(4):468-4792026-08-05 12:04:30데일리팜 -
의원은 부평구청, 약국은 주안…매출 갈린 인천 핵심 상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인천 주안과 부평은 60대 이상 환자 비율이 높고, 내과와 정형외과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부평구청의 경우 젊은 층의 거주·유동인구가 많아 소아과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과 약국의 평균 운영연수도 각각 15년, 13년 이상으로 단골층이 확실한 인천 주안역과 부평구청역 반경 1km 내 의원과 약국 운영 현황을 의원·약국 입지 및 상권 분석 지도 데일리팜맵을 통해 확인해 봤다. ◆의원 수 주안역, 매출액 부평구청역 '승' 의원 수는 주안역 47곳, 부평구청역 40곳으로 주안역에 보다 많은 의원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은 내과가 압도적이었다. 주안역의 경우 내과 18곳, 가정의학과 6곳, 안과·이비인후과 4곳, 비뇨기과 3곳, 피부과 2곳의 분포를 보였다. 부평구청역은 내과 14곳, 소아과 7곳, 정형외과 6곳, 이비인후과 5곳, 피부과 3곳, 가정의학과·안과 2곳, 산부인과 1곳 순으로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개원해 있었다. 평균 매출액은 부평구청역이 4096만원으로 주안역 3081만원 대비 높았다. 매출을 견인하는 진료과는 두 곳 모두 정형외과로, 부평구청역 정형외과의 평균 월 매출액은 1억619만원, 주안역 정형외과의 평균 월 매출액은 8045만원이었다. 과목 비중이 가장 높았던 내과의 경우 주안역이 3465만원으로 3132만원인 부평구청역 보다 조금 앞섰다. 월 평균 결제건수는 부평구청역이 1374건으로, 976건인 주안역 보다 높았다. 결제금액은 3만2968원, 3만2740원으로 유사했다. 두 곳 모두 평균 운영연수가 15년, 15.3년으로 길었다. 특히 부평구청의 경우 3년 이상 운영 비율이 90%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환자 구성에서는 50대 이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주안의 경우 60대 이상 여성 18.3%, 50대 여성 13.9%, 30대 여성 11.4%, 40대 여성 10.8% 등 여성 환자 비율이 높았다. 부평구청은 60대 이상 여성이 15.4%로 가장 많았으며 50대 여성 14.5%, 40대 남성 13.9%, 60대 이상 남성 11.8% 등을 보였다. 월별로는 11월, 12월 비중이 높았고, 6월이 7.4%로 일년 중 가장 저조한 양상을 나타냈다. 요일별로는 월요일이 가장 붐볐고 토요일 환자 비율도 높았다. 시간대별로는 9시에서 12시가 매출액과 이용건수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환자군은 두 곳 모두 주거고객 비율이 높았으며 유입고객, 직장고객 순이었다. ◆의원 보다 많은 약국 수, 매출액 주안역이 앞서 주안과 부평구청 모두 약국 수가 의원 수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에서는 주안역이 앞섰다. 주안역 반경 1km 내에 위치한 약국은 53곳으로 의원 47곳 보다 6곳 많았으며, 부평구청역 반경 1km 내에 위치한 약국은 45곳으로 의원 40곳 보다 7곳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매출액은 주안역이 3073만원으로, 2472만원인 부평구청역 보다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결제건수와 결제금액에서도 주안역이 부평구청역 보다 높게 집계됐다. 약국 평균 운영연수는 의원 보다는 짧았지만, 두 곳 모두 13년, 13.7년으로 타 지역들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의원과 마찬가지로 약국 역시 60대 이상 환자 비율이 높았는데, 주안의 경우 60대 이상 여성 14.9%, 60대 이상 남성 14%, 30대 여성 13.9%, 50대 남성 11.7%, 50대 여성 11.6% 순으로 나타났다. 부평구청의 경우 60대 이상 남성 19.6%, 60대 이상 여성 16.6%, 50대 남성 14.8%, 50대 여성 14.6% 등이었다. 월별 추이를 보면 주안역의 경우 1월, 3월이 8.9%로 환자가 가장 많았고 4월, 9월이 뒤를 이었다. 부평구청역은 12월이 9%로 가장 많았고 4월, 7월, 9월 8.7%로 바짝 뒤쫓았다. 요일별로는 월요일과 목요일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용고객과 매출 비중은 의원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가 압도적이었다. 환자군의 경우 주거고객이 가장 높았으며 유입고객, 직장고객 순이었다. 한편 은 이외에도 전국구 다빈도 일반약 판매가를 최저, 최고, 평균값 등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약국 채용 정보와 매물 정보도 확인이 가능하다.2026-07-31 06:00:56강혜경 기자 -
다품목 등재관리는 왜 14번째에 적용될까?올해 8월, 고시에 낯선 문구 하나가 등장한다. '다품목 등재관리.' 이름은 낯설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네릭 성분이라도, 이 조항 하나로 상한금액이 갈릴 수 있다. 처음 듣는 이름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다면,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런 이름의 제도가 지금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하나씩 뜯어보면, 사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가산 제도를 뒤집어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본다. 왜 이 제도가 생겼나 — 14라는 숫자의 배경 이번 개편 이후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고시 본문은 '신청제품과 이미 등재된 동일제제와의 합이 14개 이상이 되는 경우'라고만 적고 있을 뿐, 왜 하필 14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숫자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근거가 보인다. 약사법 허가 구조를 역산하면 나오는 숫자 현행 약사법상 생동시험 제도에는 중요한 구조가 있다. 생동시험을 직접 주관한 회사는 최대 3개사에게 자료를 허여(공유)할 수 있다. 즉 주관 1개사 + 허여 3개사 = 4개사가 1개 생동 그룹을 이루고, 이 4개사는 사실상 동일한 제조 기반을 공유한다. 이것이 "국내 독립 제조소 3개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태"의 시장 구조다. 13개까지는 공급 기반이 완성된 시장, 14번째부터는 그 구조 밖으로 나가는 품목이 된다. 공단은 이미 '제조소 3개'를 공급 안정의 기준으로 쓰고 있었다 이 해석을 뒷받침하는 정책 선례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2023년 상한금액 재평가 협상 시 업계에 통지한 이행관리 합의서 유형 분류 기준으로, 분류 기준은 ①동일제제 수 ②제조소 수 ③급여 청구량이었다. 낯설어 보였던 14가, 사실은 이미 존재하던 정책 판단의 연장선 위에 있었던 셈이다. 13개까지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그 이상은 재정 관리 차원에서 조정하겠다는 설계로 읽을 수 있다. 14의 근거는 이제 알았다. 그런데 이 제도, 막상 실무에서 마주치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답은 이미 알고 있는 제도를 뒤집어보는 데 있다. 발상의 전환 — 가산을 뒤집어본다 왜 유독 낯설게 느껴질까 가산은 익숙하다. 혁신형 제약기업 등 요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1년간 받고, 여기에 국내생산 요건까지 충족하면 3년이 더해져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계산해봤을 구조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반대다. 산정된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 건 똑같은데, 조건을 충족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가격이 15% 떨어진다. 방향이 반대일 뿐 뼈대는 같다. 그런데 이 제도엔 비교할 만한 익숙한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실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생소하게 느껴진 것이다. 가산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조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높은 가격을 일정 기간 유지한다." 이걸 정가산이라고 불러보자. 이제 이 문장의 방향만 뒤집어본다. "조건을 충족하면, 산정된 약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정 기간 후 조정된다." 이게 다품목 등재관리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걸 역가산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정가산(Premium Price) ↔ 역가산(Reverse Premium Price) INSIGHT "정가산"과 "역가산"은 규정에 나오는 공식 용어가 아니다. 다품목 등재관리를 가산의 반대 개념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글에서 붙인 이름이다. 참고로 "다품목 등재관리"라는 이름 자체도 조문에 직접 쓰여 있는 표현은 아니다 — 별표1 제2호가목(4)는 요건과 효과만 규정할 뿐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으며, "다품목 등재관리"는 보건복지부 정책 설명자료 등에서 이 조항을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두 제도를 나란히 놓으면 뼈대가 거의 똑같다는 게 보인다. 실무자가 부딪히는 지점 —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정가산·역가산이라는 틀을 손에 쥐고 나면, 왜 유독 이 제도가 예측하기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설명이 된다. 이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 실무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예측의 어려움이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내 제품 하나의 신청 순서가 아니라, 같은 달에 동일제제군 전체가 몇 개나 함께 신청되는지를 본다.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 품목일수록 여러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준비를 마치고 동시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가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도 그 결과는 다른 회사들의 움직임과 함께 결정된다. 둘째는 관리의 어려움이다. 다품목 등재관리는 신청 시점에 대상 여부가 한 번 확정되면, 그 이후엔 별도의 사건이나 재심사 없이 정해진 시점에 자동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등재 순간의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우리 제품이 언제 최종 약가에 도달하는지를 계속 추적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추적은 우리 제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동일제제군에 있는 타사 제품이 언제까지 가산을 받는지, 그 가산이 국내생산 요건까지 포함하는지를 모르면, 어느 날 갑자기 경쟁 제품의 약가가 바뀌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 제품의 가산·역가산 일정만큼이나, 시장 전체의 등재 현황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정책 취지 자체는 이해가 가능하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지나치게 많이 등재되는 구조를 정리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제도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적용 방식이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고 예측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제도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언제 얼마나 깎이는가 — 실무 판단 기준 판단 기준은 하나의 공식으로 요약된다. 이 합이 신청 시점에 14 이상이면, 그 동시신청 품목수(N)가 다품목 등재관리 대상이 된다. 이미 등재를 마친 X는 이후 다른 회사가 별도로 신청해 군 전체가 14개를 넘기더라도 영향받지 않는다. 확인해야 할 것은 "가산기간 중 몰래 14개를 넘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신청하는 바로 그 순간 X+N이 몇 개인지"다. 이걸 X값별로 풀어보면 더 직관적이다. 이미 등재된 제품이 많은 성분일수록, 이번에 함께 신청할 수 있는 여유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판정은 딱 한 번, 신청하는 그 순간에만 이뤄진다. 언제 적용되는가 — 판정과 실제 인하는 시점이 다르다 대상이 되더라도 곧바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판정은 신청 시점에 끝나지만, 실제 가격 조정 시점은 신청제품이 가산을 받는지 여부, 그리고 언제 들어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이 되는 Day 0은 가산의 기산일이다 — 통상 해당 동일제제군이 최초로 등재된 날을 가리킨다(자료제출의약품 등은 별도기준에 따라 판단이 필요하다). 자세한 근거 조문은 별표1 제2호가목(4)다. 원문을 그대로 보면 이렇다. 이 조문을 도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ase A와 Case B는 결국 같은 결과다 — "언제부터"의 차이일 뿐, 둘 다 산정된 약가 대비 −15%로 수렴한다. Case C와 Case D는 여기에 가산이 얹혀 있다는 점이 다르다 — 가산이 끝나는 그 순간이 곧 −15%가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네 케이스 모두 인하 폭 자체는 같다. 생동성시험을 완료한 품목은 45%에서 38.25%로, 완료하지 못한 품목은 36%에서 30.6%로 조정된다. 규정에도 새겨진 대칭 — 가산 적용 품목의 다품목등재관리 적용 시점 그런데 이 대칭은 필자의 해석이 아니다. 규정을 직접 확인해보면, 조문 자체가 애초에 대칭되도록 짜여 있다. 앞서 본 조문에서 [Case C·D]로 표시했던 그 문장 — "가산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라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가산을 받고 있던 제품이라면, 정가산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부터 역가산이 시작된다. 별도의 유예기간도, 새로운 판단 시점도 없다. 정가산의 종료일이 곧 역가산의 개시일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규 제네릭 중 국내생산 요건을 충족해 등재시점(6개월)으로부터 3년(36개월)의 가산을 받는 품목이 있다고 해보자. 앞선 그림의 Case D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 제품은 6개월째, 다른 신규 제네릭들과 함께 신청되는 그 순간 이미 동일제제군 합계가 14개를 넘겼다 — 역가산 대상이라는 사실 자체는 이때 이미 확정된다. 다만 국내생산 요건으로 3년의 가산도 함께 받기 때문에, 실제 −15%가 적용되는 시점만 뒤로 미뤄질 뿐이다. 42개월째 정가산이 끝나면, 별도의 신청이나 재심사 없이 곧바로 다음 날부터 역가산 구간으로 넘어간다. TIP 신청 전 확인해야 할 두 가지 — 우리 제품이 정가산(가산) 대상인가, 그리고 우리 제품이 속한 동일제제군이 역가산(다품목 등재관리)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둘 다 해당한다면, 우리 제품의 가산 종료일을 아는 것이 곧 역가산 개시일을 아는 것과 같다. 별도로 다시 계산하거나 재심사받을 필요 없이, 정가산이 끝나는 그 날짜에 15% 인하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제도이기에, 더 꼼꼼히 다품목 등재관리는 2026년 8월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다. 아직 선례가 쌓여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적용 과정에서 세부 해석이 다듬어질 여지도 있고, 케이스별로 경계가 애매한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제도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 제품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점검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재 신청 전에는 X+N을 확인하고, 가산을 받는 품목이라면 그 종료일이 곧 역가산 개시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챙겨야 한다. 잘못된 해석으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등재 전후로 이 흐름을 계속 추적하는 습관을 들여두면 좋겠다. 가산은 산정가에서 위로 갈라지는 길이고, 다품목 등재관리는 같은 산정가에서 아래로 갈라지는 길이다. 이름이 낯설어도, 구조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이다.2026-07-31 06:00:50박준섭 이사 -
70년 한국백신, 100년 향한 승부수는 CDMO·자체백신[데일리팜=황병우 기자]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백신이 기존 완제 생산과 백신 유통을 넘어 CDMO와 자체 백신, 해외 의료기기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운다. 최근 5년간 뉴바이오플랜트와 서울연구소를 구축하며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GMP 승인과 다국적제약사 협업, 인도네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통해 국내 생산·유통 기반을 해외 생산·공급망으로 넓힌다는 전략이다. 완제 충전에서 원액 생산과 자체 플랫폼으로 백신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기기는 수출에서 현지 생산으로 진출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이 향후 30년 계획의 골자다. 70년 업력 위에 새 성장 축…도약기 진입 한국백신은 1956년 국내 백신 산업의 기반이 부족했던 시기에 출발했다. 국내 최초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한 뒤 의료기기 생산기업 대아양행과 합병했고, 안산공장 이전과 GMP 생산 시설 구축을 거치며 백신과 의료기기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회사는 지난 70년을 태동기와 성장기, 성숙기로 구분하고 있다. 1956년부터 2002년까지 백신·의료기기 사업의 기초를 다졌고, 이후 국제 수준의 GMP 공장과 전자동 프리필드시린지 충전 설비를 마련했다. 하성배 대표가 취임한 2019년 이후에는 CDMO와 위수탁시험서비스(CAS)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설정하고 뉴바이오플랜트와 서울연구소를 구축했다. 한국백신은 2026년부터를 도약기로 규정했다. 다국적제약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CDMO·CAS 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공장을 통해 해외 생산·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 대표는 취임 이후 약 5년 동안 회사 규모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10년은 그동안 진행한 인프라·기술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바이오플랜트 중심으로 CDMO 확장 한국백신의 사업 확장에서 중심 역할을 맡는 시설은 뉴바이오플랜트다. 회사는 기존 프리필드시린지와 바이알의 완제 충전 CMO 역량을 원액 생산과 연구개발까지 넓히기 위해 뉴바이오플랜트를 구축했다. 위수탁시험서비스(CAS)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CDMO 역량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일부 시설을 가동 중인 뉴바이오플랜트는 이르면 3분기 중 모든 장비 도입을 마치고 전체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하 대표가 2024년 인터뷰에서 밝힌 당시 회사의 전체 충전 능력은 프리필드시린지 하루 20만개, 바이알 하루 25만개였다. 당시에는 자체 원액이 없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뉴바이오플랜트를 기반으로 자체 원액과 제품을 확보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BP3 GMP 승인과 CMO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설비 구축과 검증에 이어 고객사 수주와 생산으로 CDMO 사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효율성과 실행도 올해 경영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 하 대표는 "2026년은 효율성과 실행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며 "CDMO 사업에서는 실제 설비 보유 자체가 아니라 실제 매출액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직무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력과 설비, 예산, 사업 일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기존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프리베나20부터 자체 백신까지…사업 외연 확대 기존 백신 사업에서는 다국적제약사 협업과 자체 플랫폼 개발을 함께 추진한다. 한국백신은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과 일회용 주사기 등 의료 소모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영역에서는 폐렴구균과 일본뇌염, 수두 백신 등의 유통·판매를 담당하며 국내외 제약사와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회사는 2026년 이후 다국적제약사 협업 확대를 상징하는 사업으로 프리베나20 판매를 제시했다. 기존 백신 유통망과 소아청소년 분야에서 축적한 영업 경험을 활용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백신 플랫폼 완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에 무게를 둔다. 한국백신은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백신의 자급화와 글로벌 입찰시장 진입을 목표로 국내외 기업들과 기술협약과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완제 생산과 유통에서 원액 생산, 플랫폼 기술, 자체 제품 개발로 백신 사업의 가치사슬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하 대표는 "한국백신이라는 회사 이름에 맞춰 백신 분야에서 자급화가 가능하도록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백신 플랫폼의 완성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CDMO와 자체 백신 개발은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성장 축이다. 원액과 완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기반으로 자체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다시 위탁생산 역량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확장하는 구조다. 인도네시아 생산거점 더해 해외 보폭 확대 의료기기 사업에서는 인도네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통해 해외 시장 접근성을 높인다. 한국백신은 2024년 기준 대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베트남 등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에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 대표는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공장 설립과 사업 개시, 이후 안정화·확장을 향후 10년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고품질 의료기기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인접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국백신은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약 6200평 규모의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사업 개시 목표는 2027년이다. 기존 수출 사업을 현지 생산 체계로 확장해 의료기기 해외 사업의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전략은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매출 계획에도 반영됐다. 한국백신은 32기 프리베나20 판매 등을 바탕으로 매출 155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안정화되는 34기에는 1750억원, CDMO 사업이 활성화되는 36기에는 18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39기 장기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프리베나20과 의료기기 해외 사업이 초기 외형 확대를 이끌고, CDMO와 자체 백신이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한국백신의 향후 30년 전략은 70년간 축적한 백신·의료기기 생산 경험을 원액 생산과 자체 제품, 해외 생산으로 확장하는 데 맞춰져 있다. 프리베나20 판매와 인도네시아 공장이 초기 성장 기반을 넓히고, 뉴바이오플랜트와 백신 플랫폼이 중장기 사업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구상이다. 하 대표는 "70주년을 넘어 100주년으로 가기 위해 더 전문화되고 시스템화된 회사를 구축하려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100년의 한국백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2026-07-29 06:00:56황병우 기자 -
'무늬만 개원'에 속은 약사, 소송 끝 분양대금 돌려 받는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병원 입점을 전제로 약국 상가를 분양받았지만 약정된 수준의 병원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약국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병원이 형식적으로 개설 신고와 사업자등록을 마쳤더라도 실제 진료가 이뤄져 약국 운영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병원의 정상 개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약국 상가를 분양받은 약사가 시행사와 분양권 양도인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시행사에 분양대금 2억8729만원, 분양권 양도인에게 프리미엄 1억613만원 등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특약 쟁점으로…법원 "사업자등록만으로 정상 개원으로 볼 수 없어" 사건은 약사가 메디컬빌딩 내 약국 개설을 위해 상가 분양권을 양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계약서에는 '병원이 정상적으로 오픈하지 못할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또한 시행사는 별도 계약을 통해 해당 건물 내 약국을 1곳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약정했다. 약사는 계약금과 프리미엄, 잔금까지 모두 지급하고 약국을 개설했지만 병원은 당초 설명과 달리 2층 전체가 아닌 일부 호실만 사용했고, 이후 약 9개월 만에 폐업했다. 이에 약사는 병원 입점 보장 약정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계약 해제와 함께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병원 입점 여부가 약국 분양계약 체결의 핵심 요소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약국은 병원의 규모와 운영 여부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약사는 병원 개원을 전제로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까지 지급한 만큼 병원의 실질적 운영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병원이 일부 호실만 사용한 채 개설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초 계약에서 예정했던 규모의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병원이 의료기관 개설 신고와 사업자등록을 마쳤더라도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진료가 이뤄지고 처방전이 발행돼 약국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계약상 '정상 개원'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가 주장한 '소아전문병원 입점' 자체는 계약의 핵심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약국 분양권 전매계약과 시행사의 분양계약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병원 입점과 약국 독점 운영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인 만큼 전매계약이 해제되면 시행사와의 분양계약도 함께 종료된다“면서 ”이에 따라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분양권 양도인은 프리미엄을 각각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약사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전매 계약과 분양계약의 불가분성을 주장하고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난도가 높은 일이었다”며 “관련 법리와 당사자 간 복잡한 사정, 계약 체결의 절차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병원의 실제 운영 능력과 재정 상태를 입증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약국 계약 시 병원 입점 특약을 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문구를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약 전후로 병원의 규모, 의사의 실제 개원 능력 등에 대한 구체적 정황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소송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무기가 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2026-07-29 06:00:52김지은 기자 -
대법 "사무장병원 진료비 부가세 대상"…면대약국도 영향권[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제공된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며 부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으로 환수당했더라도, 해당 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는 법리도 재확인됐다. 이번 판결은 향후 면대약국의 세금 부과에도 영향을 줄 판례로 보여 주목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의료법인 A의료재단(원고)과 대전세무서장(피고)이 제기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사건은 비의료인인 A씨가 2008년 충남 소재 한 요양병원의 운영권을 포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이나 처남을 이사장으로 내세워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의사들을 고용해 환자를 진료했고, 건보공단으로부터 약 136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았다. 이후 건보공단은 의료법상 무자격자 개설 금지 위반을 이유로 부당이득 징수처분을 내렸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대전세무서가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부과하자 의료재단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은 구 부가가치세법상 면제 대상인 '의료보건 용역'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공급의 주체가 돼 적법하게 제공하는 용역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진료 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반면 의료재단 측은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를 환수당한 만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빼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은 당초 거래 이후에 이뤄지는 제재처분에 불과하다"며 "징수금이 실제 납부됐더라도 이미 발생한 '의료 용역 공급 거래'의 효력이 소급하여 사라지거나 공급가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무서 측이 주장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재단이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인 포탈 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무신고 제척기간인 7년이 경과한 일부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은 취소 대상이 됐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세법상 면세 혜택을 전면 부정함으로써 불법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고취시켰다. 아울러 행정적 제재(건보 환수)와 조세 부과(부가가치세)의 독립적인 성격을 명확히 정리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2026-07-27 12:00:24강신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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