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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과잉진료→다제약물 처방...재정누수 3대 축[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의료쇼핑, 저수가 의료기관의 수익추구형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다제약물 처방이 빚어지면서 이들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3대 축이 되고 있다. 하루에 병원을 서너 곳씩 돌며 같은 약을 중복 처방받거나, 1년에 2000번 넘게 진료를 받는 악상 '의료 쇼핑'이 국내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정부도 이를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진료 횟수 제한과 본인부담금 상향이라는 강력한 규제책을 꺼내 들었다. ◆'병원 쇼핑'에 구멍 난 건보 재정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환자는 매년 수천 명에 달한다. 심지어 하루 평균 5~6회 이상 병원을 방문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환자의 ‘본전 심리’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전, 그리고 진료 건수가 많을수록 수익이 나는 의료기관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과도한 의료 이용은 단순히 재정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받은 중복 처방은 ‘다제약물 복용’으로 이어져, 특히 고령층 환자에게 낙상, 인지기능 저하 등 치매와 유사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래 이용 차등제를 한층 강화한다. 현재는 환자가 1년동안 병원 외래진료를 365회 넘게 받을 경우 초과분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진료비 총액의 90%를 부담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번 대책운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00회를 넘어설 경우, 그 이후의 진료비는 본인이 90%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본인부담률(20~30%)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24일부터 ‘요양급여내역 실시간 확인 시스템’이 가동된다. 의료기관이 진료 단계에서 환자의 과거 진료 이력을 즉시 확인해 불필요한 중복 진료나 처방을 현장에서 거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함께 의료 시스템의 ‘질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진료 횟수를 깎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여러 병원을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주치의 모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 중인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약사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상담을 통해 중복 투약을 정리해 주는 이 사업은, 실제로 응급실 방문 위험을 13%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단순 시범사업이 아닌 정식 수가 체계로 편입해 의료 공급자가 환자의 약물을 관리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과 비급여의 결합이 만든 재정 늪 의료쇼핑은 문제는 과잉진료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고령화에 따른 자연 증가분을 제외하고도,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으로 대표되는 과잉 진료가 재정 누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가 맞물리며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 진료의 가장 큰 진원지는 실손보험과 연계된 ‘비급여 진료’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문제는 비급여 진료 시 수반되는 진찰료, 검사료 등은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급여인 다초점 렌즈 삽입술이나 고가의 도수치료를 받을 때, 이와 연관된 기초 검사비와 진찰료는 건강보험이 부담한다. 행위별 수가제(진료 횟수마다 비용 지불) 역시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구조적 원인이다. 의사는 더 많은 환자를 보고 더 많은 검사를 시행할수록 높은 수익을 얻는다. 환자 역시 낮은 문턱을 이용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 쇼핑’에 가담한다. 실제로 한국의 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5.9회)을 앞선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사가 개원 후 진료가격과 양(횟수)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급여로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함에 따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공급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최근 5년(2018~2022년)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일반의원 진료과목은 주로 피부과, 내과, 성형외과 등으로 비급여 인기과목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강력한 개선책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비급여 진료와 급여 진료를 섞어서 진행하는 ‘혼합진료’의 단계적 금지다.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처럼 과잉 진료가 명확한 항목부터 급여 혜택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의사들은 "환자들은 과잉 비급여로 인해 의료비가 지출되는 부분을 검증할 수 있게 되지만 의료기관은 치료 행위에 제약을 받는 구조가 된다"며 "건보 보장의 범위를 넘어선 비급여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과잉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의사들도 행위별수가제에 따른 저수가 고착으로 비급여 진료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소아청소년과 폐업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비급여 보고 제도’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터무니없이 높은 비급여 가격을 하향 평준화하고 불필요한 처방을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사후 규제보다 선제적인 시스템 개편을 주문한다. 진료의 ‘양’이 아닌 ‘질’에 따라 보상하는 가치 기반 지불 제도(Value-based Payment)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약이 독이 되는 시대, 1조 원 넘는 재정 누수 여기에 다제약물(Polypharmacy)처방이 재정 누수의 핵심 고리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0종 이상의 약물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는 2025년 기준 172만 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러한 과잉 처방이 고스란히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약값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다제약물 복용자는 미복용자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높다. 불필요한 약 처방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입원비와 응급실 진료비라는 ‘2차 재정 지출’을 유발하는 셈이다. 보험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로 인한 유형·무형의 재정 손실액이 연간 1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 시스템은 많이 처방할수록 수익이 나는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하고 있다. 의사가 공들여 환자의 약을 줄여줘도 이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전무하다. 여기에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며 진료받는 ‘의료 쇼핑’이 더해지지만, 병원 간 처방 내역 공유는 여전히 미흡하다. DUR(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의학적 판단에 따라 처방을 강제 차단하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약물 정리’도 엄연한 의료 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의사나 약사가 환자의 중복 투약을 확인하고 약물을 줄였을 때 그 전문성을 보상하는 수가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다제약물 관리 서비스를 지역사회 약국과 의원으로 전면 확대해 ‘내 약을 통합 관리해 주는’ 주치의 모델 정착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과잉 진료와 다제약물 문제는 초고령사회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단순한 규제보다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의료진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시스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2026-04-14 06:00:59정흥준 기자 -
지출액 100조 돌파…늙어가는 한국, 쪼그라드는 건보 곳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올해 적자 전환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국가 건보 건전성에 적색등이 켜졌다. 건보재정 수지는 지난 5년(2021년~2025년) 연속 흑자를 기록중이지만, 같은 시기 흑자폭은 가파르게 쪼그라들면서 올해가 데드크로스 분기점이 될 것이란 게 정부와 국회, 건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국민이 낸 건보료 수입을 정부 보험급여 지출이 앞지르는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이유는 코로나19 종식과 엔데믹 전환으로 국민의 의료 이용량이 평시를 회복한데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자연적인 급여 지출 증가 외에도 정부의 건보계획·정책 수행률 미흡과 현행법이 규정한 건보재정 법정 지원 비율 20%가 해마다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점도 건보 건전성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보재정 흑자폭은 2023년 4조1000억원에서 2024년 1조7000억원, 지난해 499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세계서 가장 빨리 늙는 한국…의료급여 지출액 100조원 초과 건보재정 건전성이 불안 상태에 놓인 가장 큰 배경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비가 폭증한 우리나라 현실이다. 건보재정 수입원 감소로 건보료를 쓸 노인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 대비 돈을 낼 젊은이는 급락세에 놓였다는 얘기다. 한국은 2024년 말~2025년 초를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2045년경 한국이 현재 최고령 국가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건보재정 적자 전환 시점을 2024년부터로 전망한 바 있다. 당시 국회는 2024년 건보 적자 전환 후 2028년 건보 준비금 소진으로 2032년 누적 적자액이 6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국회 예상 대비 시점이 2년 가량 늦춰졌지만, 흑자폭이 급락하면서 올해부터는 건보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건보 흑자 규모 축소 원인으로 저성장 고착화,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지난해 69.5%, 2018년 67.6%, 2030년 66.6%로 꾸준히 줄어들 전망으로, 적자 전환과 함께 적자폭이 늘어날 확률도 크다. 건보가 병원과 약국에 지급한 돈인 건보급여 지출액도 증가세다. 지난해 급여 지출액은 101조665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조를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급여 지출액은 지난 2016년 50조8906억원에서 2020년 69조3510억원, 2024년 92조964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출액 증가 원인은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병원과 약국 이용률 확대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인구 비율이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이와 함께 속칭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윤석열 정부 당시 촉발된 의정갈등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필수의료·중증질환 수가 상향, 보건의료전달체계 혁신 시행도 급여 지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진료체계 유지비에 상당한 건보재정이 투입됐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금과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의료개혁에도 급여가 지출됐다. 문제는 건보급여 지출액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필수의료 보상 확대, 의료격차 해소 등을 예고했다. 이에 투입되는 건보급여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통한 상급종병 쏠림 현상 쇄신, 행위별 수가제 탈피, 과잉진료 환자 본인부담금 향상, 과잉 비급여 관리급여 전환 등 비급여 진료 통제, 제네릭 약가인하 등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 등 복합적인 정책으로 건보재정 절감을 향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이같은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보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은 향후 수 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건보 전문가들이 적자폭을 최소화해 재정 건전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보험 가입자인 국민, 의료 공급자인 의료계·병원계, 정치권이 한데 모여 재정 누수 해법풀이에 나서는 동시에 건보재정 운영 방향성을 향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는 이유다. 건보계획 시행 성과 부족...정부 지원률 20%, 매년 미달 건보재정이 흑자폭 축소, 적자 전환 등 고민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인구구조 고령화 외에도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과도한 급여 보장성 손질, 의료 공급자 의사에 대한 행위별 수가제 등 지불제도 개편이 혁신적인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건보 국고 보조금 비율 20%가 지켜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건보법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건보재정의 건전 운영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2024년 2월 복지부는 '제2차 종합계획'을 수립, 공표했다. ▲의료서비스 적정 공급·정당 보상 지불제도 개혁 ▲의료격차 축소를 위한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 ▲의료남용 철저 차단 등 보험재정 효율 관리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의료 혁신이 당시 복지부가 제시한 4대 추진 방향이다. 문제는 복지부의 건보종합계획 핵심인 의료 적정 공급, 과잉의료 차단, 지불제도 선진화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건보급여 지원 비중을 축소하고 환자 본인 부담을 늘리는 정책에는 국민 저항이 뒤따르고, 행위별 수가제로 익숙해진 지불제도를 혁신해 건보재정을 절감하는 방식엔 의사가 반발하면서 복지부가 진퇴양난에 놓이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현실이다. 아울러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정부는 건보재정 법정 지원 기준인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해마다 지키지 않고 14% 수준의 지원율을 반복중인 점도 비판 대상이다. 건보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에 총 20%의 국고를 지원해야 한다. 일반회계 14%, 담뱃세로 거둔 건강증진기금 6%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법정 기준인 20%를 다 채우지 못하고 약 14% 내외 수준에서 지원중이다. 건보급여 지출이 급증하는 오늘날 정부가 책임을 방기중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건보재정 적자폭을 최소화하고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결국 국민의 건보급여를 축소하고 의료이용률을 통제하거나, 의료 공급자인 의사와 직결된 행위별 수가제 등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두 가지 모두 국민과 의사 반발 소지가 큰 부분이다. 재정경제부가 건보재정 흑자를 이유로 국고지원금 법정 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웅 실장은 "그럼에도 건보 적자가 올해부터 현실화하고 향후 지속될 경우 국민, 의사, 정부 3자가 상호 고통 분담을 통해 건보 건전성을 회복하는데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해왔던 논의인 만큼 현재 건보 상황을 각자 인지하고 있다가 협의가 시작될 때 급여율 조정, 지불제도 개혁, 국고 지원 상향 등을 포함해 장기적인 건보재정 비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2026-04-13 06:00:59이정환 기자 -
허가·수가 막힌 디지털 헬스…제도 장벽이 확산 걸림돌[데일리팜=황병우 기자]"기술도 있고, 사업 모델도 나왔는데 왜 시장은 안 크나." 제약사와 디지털헬스 기업 간 협업이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는 단계까지 진입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확산 속도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사업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산업 전반으로 보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기술이나 사업 모델이 아닌 '제도'에서 찾고 있다. 허가, 사용,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연결되지 않으면서 산업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가 이후 공백…현장 도입까지 이어지지 않는 구조 디지털헬스 산업에서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허가 이후의 공백'이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나 AI 기반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더라도 곧바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병원 내 도입 과정에서 별도의 심의나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허가와 실제 사용 사이에 시간 격차가 발생하고, 초기 시장 형성이 지연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제약업계 A 관계자는 "제품 허가와 병원 도입은 전혀 다른 단계"라며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입 과정에서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인 신의료기술 유예 평가 시스템이 있다. 혁신의료기술 승인을 받은 제품을 의사가 처방하려 해도 의료진이 미리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 등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디지털헬스 기업 B 대표는 "국가가 이미 승인한 기술이라면 의사가 시스템상에서 사용하겠다고 올리기만 하면 되는 '사후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실제 의료진이 피부로 느끼는 파격적인 행정 간소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헬스는 반복 사용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와 사업 모델이 확장되는 구조다. 그러나 초기 도입 자체가 지연되면서 시장 확산 속도 역시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가 없으면 시장 없다"…사업성 가르는 핵심 변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모델 설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수가'와 '급여' 문제다. 기기가 아무리 좋아도 병원과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껴 사용을 기피하면 사업은 지속될 수 없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발표한 '2025 글로벌 디지털치료기기 산업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DTx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나 가장 큰 난제는 역시 'Reimbursement(보험 급여)'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병원이 환자의 내원 횟수를 줄이는 디지털 치료나 모니터링 기기를 도입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병원은 환자가 직접 와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디지털헬스는 이를 효율화하거나 재택 관리로 대체하는 성격이 강해 기존 수익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협회는 '가치평가에 의한 보상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만성질환 관리나 전체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 기술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하에서 병원과 기업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제도 기반 없이도 성과를 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씨어스테크놀로지가 협업하는 씽크(thynC)는 원격심박기술 기반 감시(EX871) 보험수가를 획득했고, 연속혈압측정기 '카트비피' 역시 급여 적용을 받으며 시장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이는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부 영역에서는 사업화가 가능하지만, 모든 디지털헬스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가 단순 시연용 기술이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에서 운영 가능한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수가와 급여라는 제도적 기반이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전했다. 환자 비용 부담…접근성 가로막는 구조 제도적 장벽은 단순히 공급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종 소비자인 환자의 비용 부담 역시 시장 활성화의 큰 변수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DTx)와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환자에게 생소한 만큼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 특히 만성질환이나 정신건강과 같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비용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접근성을 제한하며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디지털치료제 기업 C 대표는 "공급가와 의료기관, 유통사의 이득을 맞추다 보면 결국 소비자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바우처 사업을 통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디지털헬스의 혜택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게 정책적 지원이 집중된다면 산업 활성화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제도와 산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디지털 헬스 애플리케이션(DiGA)' 제도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를 의사의 처방 대상으로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보험을 통해 비용을 보상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미국 역시 CMS를 중심으로 원격환자모니터링(RPM)에 대한 별도 수가를 마련하며 디지털헬스 서비스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진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어 병원 내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다. 영국은 NICE를 통해 디지털 헬스 기술의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의료 시스템 내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은 '허가 → 사용 → 보상 →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며 디지털헬스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병원 밖으로 확장되는 의료…제도가 따라올 수 있을까 국내 제약사들이 그리고 있는 디지털헬스의 궁극적인 방향은 '병원 안의 치료'를 넘어 '병원 밖의 일상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시스템 구축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병원과 가정을 연결하는 24시간 건강 모니터링 체계가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 방향"이라며 "진단, 예방, 사후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병원 밖 치료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디지털헬스는 단순 진단이나 처방 보조를 넘어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을 관리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병원 중심 의료에서 벗어나 생활 속 관리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결국 디지털헬스의 도입은 단순히 기기 하나를 더 파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이 '데이터 기반 의료(Data-driven Medicine)'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현재 제도 환경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환자 관리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환자의 일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헬스는 결국 의료의 범위를 병원 밖으로 확장하는 개념"이라며 "이 흐름을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산업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2026-04-02 06:00:59황병우 기자 -
협업 늘었지만 성과 달랐다…디지털 헬스, 성패 가른 조건[데일리팜=황병우 기자]디지털헬스 협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성과는 기업마다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같은 협업 구조를 택했는데도 일부는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화 단계에 진입한 반면, 상당수는 여전히 PoC(Proof of Concept), 즉 성능을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의 원인으로 제약사 경영진의 의지, 전략적 투자(SI), 조직 개편 등 '사업 구조의 차이'를 지목하고 있다. 협업 늘었지만 성과 제한…PoC 이후 '장벽' "협업의 성과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디지털헬스 협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A 제약사 디지털헬스 담당 임원은 "디지털헬스는 제품 하나를 더 파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영역"이라며 "기존 의약품 영업 방식으로 접근하면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oC까지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실제 처방과 재사용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이 구간에서 대부분의 협업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멈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 수용성과 병원 내 적용 과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B 디지털헬스 기업 대표는 "병원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에, 기존 진료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의료진에게 공부나 일거리를 더 얹어주는 솔루션은 현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성공하는 모델은 의료진의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기존 진료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시각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성공적인 협업 모델은 우선적으로 '누가 이 제품에 돈을 낼 것인가(Who pays?)'를 명확히 해야 하며, 동시에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조병하 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부장은 "제품 정보 전달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어떻게 줄이는지, 조기 진단과 환자 관리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지를 함께 설명하고 입증해야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 만큼 중요한 제약사 '의지'…출발점부터 갈린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 간 협업 성과를 가르는 첫 번째 요소는 제약사의 '의지'다. 디지털헬스 사업은 초기 투자와 조직 구축이 동시에 필요한 구조다. 단순히 제품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업·교육·운영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디지털헬스 기업 대표는 "초기 시장에서는 매몰 비용이 불가피한데,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기업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며 "결국 경영진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 협업이 중단되거나 확산되지 못한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헬스를 기존 사업의 '보조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우다. 이 경우 영업 조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확산이 멈추게 된다. 반면 성과를 내는 기업은 디지털헬스를 별도 사업으로 인식하고, 전사 전략으로 접근하는 특징을 보인다. A 임원은 "결국 돈과 조직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라며 "디지털헬스를 전략 사업으로 두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업이 아닌 '환자 완주'…조직 진화가 성패 가른다 디지털헬스 협업이 기존 제약사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업 방식'이다. 의약품은 정보 전달과 처방 유도가 핵심이지만, 디지털헬스는 그 이후 과정까지 포함된다. 이에 대해 한독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설명의 깊이와 관리 범위가 완전히 다른 사업'으로 작동 원리뿐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의료진이 이해해야 처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처방 이후에도 환자가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독은 디지털헬스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기존 영업 조직과 연계하는 동시에 별도의 환자 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처방 이후 설치 확인, 사용 독려, 치료 완료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현재 주요 제약사들은 사업부를 분리하거나 TF 단위로 조직을 설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환자가 끝까지 사용하는 것'까지 포함된 사업 모델이라는 의미다. 제약업계 C 관계자는 "기존에는 처방이 끝이었지만, 디지털헬스는 처방 이후가 시작"이라며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돈이 섞여야 진심이 된다"…유통에서 투자로 이동하는 협업 구조 협업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 유통 계약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략적 투자(SI)를 결합한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 동아ST, 한독 등이 SI 기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의 경우 지난해 성과를 거둔 씨어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헬스 기업에 대웅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독은 디지털헬스 기업 웰트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공동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했으며, 동아ST 역시 최근 원격환자모니터링 기업 메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헬스 영역 확장에 나섰다. 이 같은 SI 기반 협업은 단순 계약과 차이가 있다. 장기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제약사의 책임성이 강화되며 사업 지속성이 확보된다는 게 디지털헬스 업계의 시각이다. AI 솔루션 기업 D 대표는 "단순 유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투자까지 들어간 협업은 쉽게 끊기지 않는다"며 "지금은 SI 기반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은 데이터…'제품'에서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경쟁 기업별 접근 방식도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가령 대웅제약은 디지털헬스를 단일 제품이 아닌 '플랫폼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병원 데이터와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연결해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디지털헬스를 의료 시스템 확장의 축으로 보는 접근이다. 실제 대웅제약은 병상 모니터링, 환자 데이터 수집, AI 분석을 결합한 구조를 통해 병원 내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한독은 특정 질환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도입하고, 실제 처방과 환자 관리까지 이어지는 실행형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파마는 디지털헬스를 신사업 영역으로 검토하며, 기존 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확장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협업이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업 구조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헬스 협업의 본질은 데이터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와 생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와 관리까지 확장하는 구조다. C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의 핵심은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라며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느냐가 결국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D 대표 역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전환된다"며 "이 단계에 들어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2026-04-01 06:00:59황병우 기자 -
제약사-디지털헬스 협업 본격화…처방·매출 시험대[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사와 디지털헬스 기업 간 협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가능성 검증(PoC)을 넘어, 실제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초기에는 신기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한번 해볼 만한 시도'였다면, 이제는 신약개발 리스크를 보완하고 새로운 매출 창출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만 모든 협업이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얼마나 많은 병상에 도입되고 실제 처방으로 연결되는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약 한계·약가 구조…제약사 선택은 '확장'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2024년 82억8000만 달러(한화 11조7854억원)에서 2033년 414억 달러(한화 58조9271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 18.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가 디지털헬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산업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최근 제약 산업은 신약 개발 난이도 상승과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약가 제도에 따른 수익성 제한이라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신약 중심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제약사들은 새로운 성장 축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료 패러다임이 사후 대응에서 ▲예방(Preventive) ▲예측(Predictive) ▲정밀(Personalized) ▲참여(Participatory)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4P 의료'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헬스는 단순한 보완 기술이 아니라 '치료 영역 확장 수단'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약 모델이 '약 처방 이후 종료'였다면, 이제는 진단 이전부터 치료 이후 관리까지 환자의 전 과정을 연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하드웨어 제조 중심이었던 의료기기 시장이 소프트웨어, 데이터, 맞춤형 치료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PoC는 옛말"…실질적 데이터로 증명되는 시장성 최근 제약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가시적인 성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주자인 대웅제약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대웅제약이 도입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는 공급 계약 체결 약 1년 만에 의료기관 도입 수 1만5000병상을 돌파했다. 환자의 주요 생체신호를 24시간 수집해 AI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이 시스템은 '환자 안전'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입증하며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더 이상 주변적 시도가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 변화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치료기기(DTx) 분야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한국파마와 협업 중인 이모티브(Emotiv)의 ADHD 디지털 치료제 스타러커스는 최근 현장에서 첫 처방이 시작되는 등 실질적인 매출 발생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 한독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는 초기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만, 처방 이후 재처방이 이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헬스가 단순 일회성 사용이 아니라, 신뢰 확보 이후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구조라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제약사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간 협업을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디지털헬스 기업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병원 진입과 확산에는 한계가 있고, 제약사는 네트워크를 갖췄지만 기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협력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한 디지털헬스 기업 대표는 "여전히 보수적인 의료시장은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뚫기는 어렵고, 제약사와 협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 역시 디지털헬스를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기보다,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기업별 전략도 변화…'도입'에서 '구조'로 협업 방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도입이나 파일럿 테스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병원 진료 데이터와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헬스 전략을 추진하며,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의료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 제품 협업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 구조 자체를 확장하는 시도다. 한독 역시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허가·유통·환자 관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처방 이후 환자 상담과 사용 지속을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디지털헬스를 '운영형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파마 역시 디지털헬스를 신사업 영역으로 검토하며, 기존 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협업이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업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현장에서는 디지털헬스를 '초기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기술력과 별개로 제도, 수가, 의료 현장 적용 구조가 함께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PoC 경험은 늘었지만, 이를 일상 진료로 정착시키는 단계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디지털헬스를 '실험적 기술'로 보는 시선은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실제 의료적 의미를 갖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 영역에서는 기존 치료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협업의 본질 변화…'제품'에서 '데이터'로 협업의 본질도 과거에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이 목적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 기반 의료로 확장되고 있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 생활 데이터, 치료 데이터를 연결해 예측·관리·재치료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는 제약 산업이 단순 치료제 공급에서 '데이터 기반 의료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제약·디지털헬스 협업은 분명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 검증 단계는 이미 지나갔고, 일부 영역에서는 실제 처방과 재사용이 이어지며 사업화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많은 자본이 디지털 헬스 및 AI 기반 진단/의료기기 플랫폼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본다"며 "의료기기 기업도 단독 기기 판매에서 벗어나, 제약사의 의약품에 사용되는 동반진단 파트너가 되거나 자체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가 바뀌는 시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협업을 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돈이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고 덧붙였다.2026-03-31 06:00:59황병우 기자 -
약값 깎기 바쁜 정부…사용량 통제 없는 건보절감은 '공염불'[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건강보험재정 약제비는 보험약가(Price)와 처방량·사용량(Volume)을 곱해 산출된다.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아무리 연속해 깎더라도, 의사 처방량과 임상현장의 사용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약제비를 절감하거나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번에 제네릭 산정률을 53.55%에서 16%(8.55%p)가량 인하한 45%로 낮춰 약값을 깎더라도, 처방량·사용량 통제에 실패하면 되레 약제비 증가는 약가인하 이전보다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자칫 약가인하로 품질은 과거보다 떨어지는 제네릭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구축되는 동시에 약가인하 충격파 완화 차원에서 처방량을 늘리기 위한 일부 기업들의 불법 리베이트 노력이 활성화하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 27일 학계와 제약업계가 보건복지부를 향해 제네릭 약가인하 개편안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처방 볼륨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전을 수립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학계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등 제네릭 경쟁 정책, 정부 결단 필요" 학계는 사용량 관리에 대한 복지부 고민 없이 약가만으로 건보재정 절감 효과를 보려는 행정은 방향성 자체가 틀렸다고 말한다. 특히 제약사가 서로 '값 싼 제네릭' 전략을 통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복지부 노력이 필요한데도, 이 부분을 거듭 배제하면서 결국 불법 리베이트 경쟁으로 의약품 매출을 창출할 수 밖에 없는 제약산업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최저가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 성분명 처방을 기반으로 한 제네릭 경쟁 구도 수립, 한국형 참조 가격제를 통한 제네릭 선택 환경 전환 등 시장에서 가격이 싼 제네릭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고민하는 정책들에 대한 복지부 고민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보건경제학자들은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제네릭은 최대한 가격으로만 승부를 볼 수 있게 하는 복지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혜영 목원대 교수는 "제네릭 산정률을 둘러싼 산업과 정부 대립은 무의미하다. 약값이 싸지면 제약사는 그만큼 리베이트로 처방량을 늘리는 경영에 나서면서 약제비가 유지되거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결국 제네릭은 가격이 더 쌀수록 더 많이 처방돼서 더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건보절감과 제약산업 육성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혜영 교수는 "복지부가 여러가지 행정을 고민해서 성분별로 값을 더 많이 내린 제약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경쟁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가격으로 이긴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며 "최저가 제네릭 대체조제 의무화나 가격이 제일 싼 약을 참조가격으로 하고 이 약을 썼을 때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이것보다 비싼 제네릭이나 오리지널을 쓰면 디스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정부가 의사, 환자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제약사를 넘어 의사, 약사, 환자를 포함해 제네릭 가격 경쟁 정책을 수립하게 되면 의사가 일방적으로 특정 약을 처방해도 약사나 환자가 더 싼 약이 쓰이도록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며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나 의약품에 대한 결정권도 배제되지 않으면서 건보재정을 합리화 할 수 있는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고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배승진 이화여대약대 교수도 제네릭 가격 손질 정책을 넘어 사용량 정책에 대한 복지부 고민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약효와 안전성이 동일하다고 정부가 인정한 제네릭의 경우 상품명 처방에 매여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복지부 행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최저가 제네릭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거나 성분명 처방으로 제네릭 가격 경쟁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 교수는 "결국 싼 제네릭이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상품명 처방에 얽매인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생물학적동등성시험으로 동등한 제네릭이라고 정부가 인정하면서 상품명 처방을 방치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배 교수는 "(건보절감 정책 마련을)직역 간 갈등 차원에서 바라보지 말고 합성약인 제네릭은 가격 경쟁으로 시장이 정리될 수 있게 최저가 제네릭 대체조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 건보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케미컬드럭은 건보재정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약가인하와 별도로 의사 처방 행태나 환자 과다 의약품 복용 문제를 해결해야 효율적인 건보재정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의약품 사용량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매번 약가만 깎는 행정으로부터 일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취지다. 국내 상위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는 한정된 건보재정에서 약제비도 절감하고 제네릭 품질도 유지하고, 안정적인 의약품도 공급하고, 혁신신약도 만들고, 견실한 제약사도 육성하겠다며 정책을 수립하지만 결론은 결국 약가인하"라며 "왜 의료기관에서 필요 이상의 의약품이 처방되고 제약사가 리베이트 경쟁으로 매출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을 듣는지 이를 해소할 근본 원인을 고민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약가만 억누른 채 사용량 증가를 방치하면 재정절감 효과는 누릴 수 없다"며 "약가만 깎으면 기업은 CSO 등을 활용한 공격적인 판촉으로 자사 약 처방량을 늘리거나 원가를 절감하고 고용을 줄여 저품질 제네릭을 만들어 공급하는 결정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약가인하 등 약가정책 민·관·학 협의 거버넌스 필요성 대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약가인하 개편안이 논의될 때마다 "제약사는 언제나 을 중의 을 신세"이란 자조섞인 평가를 내놓는다. 약가를 깎으려는 복지부와 의약품 처방권을 쥔 의사 눈치를 시시각각 살피며 제대로 의견이나 주장을 속시원히 표명하기 어려운 게 제약사 처지라는 얘기다. 이에 제약업계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을 기점으로 향후엔 정부기관과 제약산업, 학계가 한자리에서 약가정책을 논의하고 설계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한다. 행정적으로나 법적으로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약가 사후관리 제도 수정 등 약가정책 수립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이번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이 지난해 11월 28일 전격적으로 공표된 이후 올해 3월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복지부 수정안이 상정되고 26일 건정심 본회의 최종 의결될 때까지 제약업계는 능동적인 의견 개진이 아닌 복지부안에 대한 수정·보완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에만 놓였었다. 특히 복지부안이 건정심 보고, 소위원회 상정, 본회의 최종 의결 직전까지 대외 공개되지 않으면서 제약사 약가 담당자들은 복지부 의중을 읽어내리기 위해 진땀을 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행정부와 산업 차원의 협약이나 법률적 합의 의무화로 약가제도 개편안 방향성과 시행 기간, 세부 규정에 대한 제약산업 의견 제출권을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가 의약품 가격 협상을 담당하는 CEPS와 제약산업협회 간 프레임워크 협약을 체결하고, 영국이 NHS England와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약가·지불 정책과 제도 개편 때 이해관계자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도 의약품 공적 건강보험(NHI) 약가 결정·개정 과정을 복지부 자문위원회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 중심으로 운영한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약가 개편이 민관 협의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 산업 차원의 의견을 정부와 국회 등에 제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제도 수립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약산업 의견을 정부와 학계, 국민에 공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정부가 운영중인 건정심 운영 기준 개선으로 약가제도를 비롯한 건보제도 수립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배승진 교수는 "약가제도와 건보 정책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회의록 공개 등 건정심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낸 건보료로 건보재정, 건보 정책이 운영된다. 국민은 당연히 건정심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가 결정한 건보 정책에 대해 모두가 납득하려면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안건을 상정할 게 아니라 건정심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알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며 "건정심 외 다른 민관협의체 등을 별도 운영하는 건 자칫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2026-03-28 06:00:59이정환 기자 -
"깎는 정책 많고 우대는 0"…제약 '적극성 띤 약가우대' 촉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 약가제도 개편안을 본격 시행한 뒤 서둘러야 할 최우선 행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약업계는 "제대로 된 약가우대 규정 마련"이란 답변을 단박에 내놨다. 제네릭 약값 인하에 개편안 무게가 실린 만큼 국산신약과 건강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한 제네릭을 확실하게 우대하거나, 추가 약가인하를 하지 않는 방향의 정책 설계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는 게 산업 요구다. 이와 함께 산업은 정부가 지금까지 시행한 제네릭 일괄약가인하, 기준요건 차등약가제 등이 실질적으로 건보재정 절감, 제네릭 다품목 구조 탈피라는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는지 제대로 된 사후평가를 하자고 제안했다. 2012년 일괄약가인하 이후 사실상 모든 제약사들이 다품목 제네릭 생산에 뛰어드는 결정을 내리면서 1차 제네릭 붐이 촉발됐고, 2020년 자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과 원료약(DMF) 등록 기준요건에 따른 계단식 약가제도 발표로 또 다시 제네릭 품목수가 늘어나는 2차 붐이 일어난 이유를 제대로 분석해 약가제도 방향을 설정하자는 얘기다. 26일 제약업계는 보건복지부가 국내 제약사의 혁신신약 연구개발(R&D) 투자와 직결되는 약가우대 정책을 마련하는 정부 노력이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약가 개편 때마다 제네릭 숫자가 급증하는 붐이 일었는데도 복지부는 제약업계와 함께 정책을 평가하는 후속 행정을 패싱한 채 약가인하 카드만 반복해 꺼내들고 있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국산신약·제네릭, 우대 기전 미흡…"적극 행정 필요" 국내 제약사들은 복지부가 말하는 신약 중심 혁신신약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약가 우대 정책을 다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처럼 대체제가 없는 세계 최고 신약을 만들 제약사를 독려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우대 규정이 필요한데, 복지부 노력이 크게 미흡하다는 비판이다. 국산신약에 대한 단독 우대 규정 신설, 국산신약 약가 사후관리 인하 예외 트랙 마련, 오리지널을 대폭 대체해 건보재정 절감에 기여한 제네릭의 약가인하율 감면 등 국내 제약사 가치를 다면적으로 인정하는 약가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속칭 '깎는 정책은 많은데 얹어 주는 규정은 없다'는 비판을 해소하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호소다. 복지부가 약가인하에만 집중하고 국산신약 등에 대한 약가 우대 규정 신설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은 이번 약가 개편안 역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혁신형 제약사와 준혁신형 제약사에 대해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 시점을 타 제약사 대비 연기·유예하고, 인하율 역시 가산을 적용하는 규정을 삽입했다. 신규 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도 혁신형과 준혁신형에 대한 우대 규정을 담았다. 그런데도 제약업계는 국산신약 적정가치를 제대로 보상하는 우대정책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약가 개편으로 혁신신약 중심 국내 제약산업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복지부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제약사가 최초로 개발한 국산신약에 대한 우대정책은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복지부는 국회와 제약업계의 국산신약 독점 우대 규정 신설 요청에 대해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통상마찰을 이유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답변을 반복중이다. 반면 일본은 임상적 가치를 입증한 자국 의약품에 혁신성 가산과 유용성 가산을 적용하는 동시에 일본 내 최초 허가 신약은 우선도입가산 혜택을 주고있다. 제약업계는 국산신약 등재 때 약가우대(가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사후관리 약가인하 기전 적용 때 예외 혜택을 받는 트랙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실거래가 약가인하, 사용범위 확대 약가인하 때 국산신약을 제외하거나 인하율을 보정해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란 얘기다. 아울러 제네릭 존재 이유인 건보재정 절감 차원에서 값 비싼 오리지널 대체율이 높은 제네릭의 가치를 인정해 약가인하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국내 제약산업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국내 처방되는 의약품 성분 중 제네릭 사용비율이 80%, 90%를 상회해 건보 절감 기여도가 확인된 제네릭은 약가가 덜 깎이도록 보정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모색해달라는 차원이다. 국회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제약산업 발전, 신약 가치 투자를 입증한 제약사에 대한 확실한 차등 보상 기전을 마련하라고 요구중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약가제도는 신약 R&D 투자 대비 보상이 미흡하다"며 "R&D 투자 비율, 신약 개발 성공 성과, 글로벌 수출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제약사별 약가 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 약가 등재 때 우대를 확대하거나 약가인하 면제, 인하율 감면 등이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약가인하 개편안, 사후평가 부재도 문제 제약업계는 약가제도 개편안 확정한 복지부를 향해 과거 의약품 보험약가제도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나아갈 길을 함께 설정하자는 제안도 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 사용량-약가 연동제(PVA) 도입으로 약가제도 골격을 만든 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폭 변화 없이 제도를 때마다 손질해 운영중이다. 정부는 2011년 11월 공동생동시험 제도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2012년 4월 일괄약가인하 시행으로 제네릭 산정률 53.55%를 적용했다. 2020년에는 직접 생동·DMF 기준요건 약가 차등제와 1+3 공동생동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복지부는 새로운 약가제도 개편안을 제시하며 과거 정책이 만든 제네릭 다품목 구조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제약사들이 동일성분 제네릭을 수 십여개~수 백여개 제품을 일률적으로 시장 출시하면서 혁신신약이 아닌 제네릭 영업·리베이트 경쟁에 집중하는 문제가 고착화해 복지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복지부 논리다. 국내 제약업계는 이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결국 오늘날 제네릭 다품목 구조를 수립한 원인은 정부의 허가·약가제도 개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2012년 공동생동과 일괄약가인하 동시 시행으로 수익률 감소 극복에 나선 제약사들이 다품목 제네릭 생산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단기적인 재정절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품목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1차 제네릭 붐이 터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신규 허가 제네릭은 2012년 727개에서 2013년 1283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2014년 1684개, 2015년 1914개까지 증가했다. 급여등재 제네릭 품목 숫자도 2012년 1094개에서 2013년 1717개, 2015년 2359품목으로 더블링 현상을 보였다. 2020년 기준요건 약가차등제, 1+3 공동생동 제한 병행 개편안 시행 역시 또 다시 품목 숫자를 늘리는 2차 제네릭 붐으로 이어졌다. 일괄약가인하 당시 복지부는 "이번 약값 인하를 계기로 우리 제약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대국민 홍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네릭 품목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부작용이 도출된 셈이다. 이에 학계와 제약업계는 약제비 절감, 제네릭 난립 규제, 제약산업 육성, 혁신신약 창출을 목표로 실시한 복지부 약가인하 제도의 사후평가와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종혁 중앙대약대 교수는 "우리나라 약가제도 자체가 선별급여 도입한 뒤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신약 급여와 기등재 제네릭 약가 관리에 대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게 틀리진 않다"며 "100개가 넘는 다품목 등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는 좋은데, 이번 개편안이 실제 신약 R&D 투자로 이어질지, 건보재정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제도를 되돌아 보고 연구,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성균관대 의약품규제과학센터장도 "2012년 일괄약가인하 제도와 올해 추진을 예고한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 모두 제네릭과 신약을 결부시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개 제도가 동원되는 건 사실이지만, 여러 제도들이 각자 갖고 있는 원래 취지에 맞게 설계·시행됐는지 평가하고 반성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현 센터장은 "제네릭 약가를 통해서 부수적인 신약 효과를 기대하거나 반작용으로 리베이트를 척결한다던지 같은 다른 결과가 이뤄지도록 설계하는 자체가 정책 입안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네릭 약가를 조정할 거면 제네릭에 한정해서 인하하고 가산하도록 제도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어설프게 혁신형 제약사는 제네릭 약가를 좀 덜 깎게 해주는 방식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2026-03-27 06:00:58이정환 기자 -
제네릭 깎아 신약 창출?…정부, 약가 패러다임 전환 필요[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번 약가 개편안은 정책 목표가 국내 제약산업 육성인지, 해외 글로벌 신약의 빠른 도입인지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제네릭 약가인하로 만들어진 약제비 여유분이 과연 국산신약과 견실한 국내 제약사들에게 쓰일 수 있을지, 다국적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으로 흘러 들어갈지 알기 어려워요. 제네릭 약가를 건드려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킬 국내 제약사를 만들겠다는 정부 정책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가격을 깎고 제약사별 신규 등재 의약품 가격을 차등하는 약가제도 개편으로 국내 제약산업 체질을 혁신신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지만, 보건학계는 그 신뢰도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재원을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배분할지 정밀 설계도면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제약산업 육성과 국산신약 창출만 앞세워 약가 일괄인하를 반복하면 사실상 제네릭으로 만들어진 재원이 해외 신약 건보급여에 쓰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동시에 제조업인 제네릭 약가정책을 부분적으로 손질해서 기초과학·첨단과학기술 집약체인 국산 신약을 만들어 내겠다는 정책 패러다임 자체가 모순이란 비판도 나온다. 복지부가 제네릭과 신약 정책을 연동하지 말고 분리·구분해 투-트랙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성을 고민하는 행정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상충지대를 최소화 한 합리적인 정책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제언이다. 24일 보건학계는 복지부가 올해 시행을 예고한 약가 개편안을 둘러싼 국내 제약업계 반발이 지속중인 현실을 가리켜 "예측가능성을 져버린 행정의 결과"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는 기등재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편안 추진 배경과 명분으로 '제약산업 체질 혁신'을 제시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학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지부가 말하는 제약산업 육성, 정책 철학·타깃 불분명" 보건경제학자들을 비롯한 제약산업 약가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건보재정 약제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철학이 있는지,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복지부가 말하는 '제약산업 발전'이 국내 제약산업 육성인지, 다국적 제약사 비중이 큰 오리지널 신약 건보급여 신속 적용을 통한 환자 접근성 향상을 지칭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건보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정도까지 허용할지, 해당 약제비를 기등재 제네릭과 신약에 어떻게 배분할지, 점점 늘어나는 초고가 신약 급여 요구 대책은 무엇인지 등 복지부 철학도 뚜렷하지 않아 방향성을 읽어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약가제도를 손질하면 예리한 정책 목표 설정이 어려워져 뭉툭하고 막연하게 '제약산업 육성', '건보재정 절감'이란 표어만 앞세우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네릭 중심 국내 제약사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고, 다국적사들에겐 유리하게 짜여져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종혁 중앙약대 교수는 복지부 약가 개편안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사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제네릭과 오리지널에 부과하는 약가인하 규제 수준을 어느정도 유사하게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약사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제네릭 규제와 다국적사 신약 급여율 향상과 직결되는 환자 접근성 이슈를 매번 뭉뚱그려 제약산업 육성이란 포장으로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철학을 투명하게 드러내란 취지다. 이종혁 교수는 "복지부가 얘기하는 제약산업은 뭘 지칭하는지 모호하다. 국내 제약산업과 다국적 제약산업이 한데 뒤섞였다"며 "이번에 공표한 약가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를 깎아서 신약 개발을 하겠다는 명분인데, 현재로선 결국 국내 제약사 이익을 줄여 다국적사 신약을 급여하는데 돈을 쓰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사 편을 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번 약가 개편안은 특허만료 오리지널이 손해를 보는 규정이 없다시피하고 제네릭 인하 등 국내사에 불리한 규제만 다수 포함된 경향이 있다"며 "사후관리도 시점을 통합조정하는데, 결국 오리지널 약가가 덜 깎이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실질적 이익은 국내사보다 다국적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약제비 재정을 어떻게 배분할지, 제약산업 발전·육성이 구체적으로 어떤것을 의미하는지 철학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네릭 약가를 깎아서 어느정도 볼륨의 약품비를 절감할건지, 절감 재정은 국내 제약사에게 쓸 건지 아니면 신약 접근성에 쓸 건지도 알 수 없다. 제약업계가 정부에 공동연구를 요청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신약 개발 연동 정답일까…행정 패러다임 고민할 때" 제네릭 가격 정책과 혁신신약 창출을 상호 연동하고 있는 오늘날 복지부 행정은 불가피하게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제네릭은 제조업으로 굴뚝산업 보호·보건안보 차원에서 정책을 바라봐야 하고, 신약은 기초과학·첨단과학의 총체란 시각에서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두 가지를 하나로 연계하다 보니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는 취지다. 복지부가 제네릭 약가를 손질해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제약사를 늘리겠다는 행정만 유지하기 보다는 제네릭과 신약 정책을 분리하는 투-트랙 행정 등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 제네릭 약가 본질은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국민에게 비용 효과적인 약을 안정 공급하는 것이다. 약가 인하·관리를 통한 비용 통제와 품질·공급 안정화가 제도 핵심인 셈이다. 반면 신약 육성은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임상시험 R&D에 제약사가 도전적으로 투자하고, 화학·생물학·유전학 등 기초 생명과학 기초 체력(펀더멘탈)을 강화하는 게 관건이다. 이에 학계는 정부가 제네릭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제네릭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섬세한 약가제도를 만드는 동시에 혁신신약은 제네릭과 상관없이 창출 기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별도 행정을 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이재현 센터장은 "정부가 우리나라 제네릭 산업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제네릭 약가제도는 제조업 차원에서 제약사 경영과 품질 좋고 값 싼 제네릭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성에서만 고민해야 한다. 제네릭 가격으로 혁신형 제약사를 우대해서 신약을 촉진하겠다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현 센터장은 "약가제도는 제약사들이 올바른 제네릭 제조에 노력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만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금처럼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효군별 또는 성분별 평균 가격을 국제 평균과 비교해 차등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복지부의 이번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사들의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고려하지 않아 문제라는 비판도 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 정책은 투명성과 함께 기업 입장에서 예측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예측가능성이 없으면 제약사들은 편법을 고민하게 된다"며 "가격이 깎이니 처방 볼륨을 늘린다던지 하는 풍선효과가 생긴다. 일본이 10년에 걸쳐 40%로 간 것처럼 우리나라도 순차적으로 인하해야 제약사가 준비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제약업계, 제네릭 가치 정부 이해도 부족 문제 호소 국내 제약사들도 복지부가 국산 제네릭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는 문제를 꼬집는다.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때마다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를 기본 전제로 삼으면서 매번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약가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더욱이 제네릭 산업은 보건안보 차원에서 복지부가 앞장서서 보호해야 하는데도 원료약, 인건비 등 제조비용 상승을 비롯해 제약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을 수립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약가인하 등 제네릭 규제 일변도 행정은 결국 값싼 저품질 원료 사용을 부추기고 채산성이 낮은 필수약 생산 포기 등 제네릭 해외 의존도 심화 문제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주 정책기획위원장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는 제네릭이 약 50%를 점유하고 있어 약가인하는 곧 막대한 매출 감소를 유발한다"며 "수익성 하락으로 연구개발 투자 축소, 우수 연구인력 유지 차질, 생산 포기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등 제약사 생존을 위협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제네릭 대부분을 자국 제조, 판매해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R&D 투자재원으로 쓰고 있다"며 "제네릭 약가인하를 주도한 주요 선진국은 제네릭을 대부분 해외 제조, 수입으로 충당하게 돼 빈번한 품절과 사망에 이르는 품질관리 문제, 공급 불안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국내 상위제약사 약가 담당자도 "복지부는 제약산업 선진화, 혁신신약 체질 전환이란 추상적인 명분을 내세우지 말고 국산 제네릭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약가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며 "품질 좋은 제네릭을 멈춤없이 생산하고 공급하는데 기여한 제약사 노력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제약업계와 함께 호흡하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가 일괄인하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 퇴보는 이미 확인된 부작용이다. 국내 원료약 제조산업 붕괴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네릭과 혁신신약을 연계한 약가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면,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는 약가인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행정이 당연시돼야 한다. 이런 행정 개선이 없다면 앞으로도 제약업계와 복지부는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2026-03-26 06:00:59이정환 기자 -
온라인몰·공동 물류에 거점도매 등장…유통업계 변화 시험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도입을 둘러싼 제약·유통업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대웅제약에 간담회를 공식 요청했다. 비대위는 간담회가 성사되지 않거나 거점도매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웅제약 제품에 대한 물류 보이콧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의 본질을 의약품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로 해석한다. 나아가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의 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2‧제3의 거점도매 모델 나올까…유통업계, 역할 축소 우려 대웅제약이 추진하는 거점도매 정책의 핵심은 일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편하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별로 특정 유통업체를 ‘거점’으로 지정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거점도매는 해당 권역의 재고를 관리하고 약국과 병·의원 공급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유통업계가 이번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거점도매 모델이 다른 제약사로 확산할 가능성 때문이다. 대웅제약의 시도가 선례가 돼 ‘제2·제3의 거점도매’가 나타날 경우, 국내 의약품 유통 질서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현재 국내 의약품 유통은 통상적으로 제약사가 여러 유통업체와 동시에 거래하는 구조다. 여기서 거점도매 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제약사와 관계 거점도매를 중심으로 의약품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존 유통업체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던 유통업체가 거점도매를 거쳐 의약품을 공급받는 구조로 바뀔 경우, 유통업체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점도매가 한 기업의 정책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유통 모델로 자리잡을 경우 국내 의약품 유통 질서가 자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유통업체들이 사실상 제약사의 물류 하청업체처럼 전락할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몰’‧‘피코몰’ 때도…반복되는 갈등의 핵심은 ‘유통 주도권’ 이런 구조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물류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유통 구조 개편 시도 때마다 양측은 번번이 충돌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약사가 직접 운영하는 약국 전용 온라인 주문 플랫폼(온라인몰)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의 ‘HMP몰’과 대웅제약의 ‘더샾’이 온라인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어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보령 등 주요 제약사들도 온라인몰을 도입했다. 제약사들은 주문부터 결제까지 통합 관리하며 재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 했으나, 유통업계는 이를 ‘제약사의 직접 유통 강화’로 해석하며 반발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몰을 통해 제약사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거래 관계까지 관리할 경우 기존 도매의 중개 기능이 약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피코몰’ 사례도 비슷한 경우로 해석된다. 중소제약사들은 공동으로 피코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공동 물류‧유통 모델인 피코몰을 도입했다. 제약사들은 공동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제약사 물량을 통합 처리하고,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통해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려 했다. 그러나 피코몰 역시 유통업계와의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유통업계에선 공동 물류와 직거래 구조가 확대되면 유통업체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결국 온라인몰이든 피코몰이든 방식은 다르지만, 유통 구조 재편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도매업계와의 충돌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갈등의 본질을 ‘유통 주도권’ 문제로 해석한다. 제약사가 유통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확대될수록 유통업계는 역할 축소를 우려했다. 제약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유통 구조를 직접 설계·통제하려 하고, 도매업계는 생존권 차원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거점도매 갈등 역시 단순한 거래 방식 변화를 넘어, 의약품 유통 구조의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해외는 대형도매 집중형 구조…주도권도 유통업체에 이같은 유통 구조 갈등은 해외 사례와의 비교 속에서 자주 언급된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제약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대형도매 중심 집중형 구조다. 미국은 의약품 유통 시장을 맥케슨(McKeson),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 아메리소스버겐(Amerisource Bergen) 등 3개 업체가 대부분 담당한다. 유럽 역시 국가별로 3~7개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한 유통망이 형성돼 있다. 일본은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상황과 유사했다. 당시 1200개에 달하던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지속적인 인수합병과 계열화를 거치며 2023년 기준 69개로 통폐합됐다. 현재는 전체의 75% 시장을 7개 대형 업체가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다수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제도와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처방 방식이다. 해외는 대부분 성분명 처방인 반면, 한국은 제품명 처방을 기본으로 한다. 제품명 처방 제도 아래서 약국은 처방된 특정 제품을 반드시 확보해둬야 한다. 이런 환경에선 특정 유통업체에 재고가 없을 경우, 다른 업체에서 약을 조달하는 ‘도도매’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또 다른 차이점은 유통 주도권이다. 미국‧유럽‧일본에선 제약사가 아닌 대형 유통업체가 공급망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 대형 유통업체가 강한 협상력을 갖고 유통 시장을 주도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논의되는 거점도매 모델은 ‘집중형 구조’라는 점에서는 해외와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도권이 제약사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전히 남은 갈등…공정거래‧공급안정성 논란 확대 가능성도 이번 갈등은 향후 법적‧정책적 논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 집중에 따른 공정경쟁 문제, 의약품 공급 안정성, 약국의 거래 선택권 등이 동시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약사가 특정 유통업체에 의약품을 몰아주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혹은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의 거점도매가 ‘특정 업체에만 물량을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거래 유통업체를 유통망에서 배제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 사절’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협의회 역시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이 시장 공급 불균형과 유통 질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약품 공급 안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쟁점은 양면적이다. 대웅제약은 유통 단계를 단순화하고 중복 재고를 줄여 품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 유통업계는 공급 창구가 소수 거점도매로 제한될 경우 물류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정 품목 수요가 거점에 집중되면 지역 약국과 병원의 입고 지연이나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국의 거래 선택권 침해 문제도 거론된다. 약국은 배송 속도와 긴급 조달 가능성, 반품 편의, 정산 방식 등을 고려해 거래선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거점도매 모델에선 기존 거래 관계와 무관하게 특정 도매와의 거래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산 지연이나 반품 거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단순히 선택지 축소를 넘어 약국의 행정 부담과 현장 운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대웅제약 모델의 정착 여부가 향후 유통 구조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점도매 모델이 자리잡을 경우, 온라인몰 사례처럼 다른 제약사가 비슷한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땐 의약품 유통 시장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비대위가 대웅제약 제품의 보이콧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2026-03-18 06:00:58김진구 기자 -
혁신인가 교란인가…대웅 vs 유통 '거점도매' 쟁점의 본질[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의약품 유통업계와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체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고, 대웅제약은 이러한 반발에도 거점도매 모델의 도입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제약사와 유통업계 간 이해관계 충돌처럼 보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의 본질을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의약품 유통의 핵심 축인 ‘도도매(도매 간 거래)’ 중심 분산형 유통 구조가 변화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블록형 거점도매’…대웅이 꺼낸 의약품 유통 실험 대웅제약이 추진하는 거점도매 정책의 핵심은 유통 채널 단순화다. 전국을 권역별 블록으로 나누고 각 권역마다 대웅제약이 선정한 ‘거점도매’가 의약품 공급의 중심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제약사는 거점도매에 물량을 공급하고 해당 도매업체는 권역 내 약국과 병원에 제품을 전달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거점도매 운영 방침을 공표했고 두 달여 만에 거점도매 업체 선정을 마쳤다. 이달부터 거점도매를 중심으로 자사 의약품 공급을 시작했다. 대웅 측과 계약하지 못한 유통업체는 원칙적으로 대웅그룹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다. 기존에는 대웅 제품을 취급하는 직거래 도매업체가 약 40곳에 달했다. 제약사가 여러 도매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면 이들이 다시 약국과 병원에 물량을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대웅은 이 구조를 ▲수도권 4권역 ▲강원 ▲충청 ▲부산 ▲영남 ▲대구 ▲전주‧광주 등 10개 권역 거점도매 체계로 축소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제약사→다수 직거래 도매→약국·병원’ 구조를 ‘제약사→권역별 거점도매→약국·병원’ 구조로 바꿨다. 대웅제약은 이를 통해 유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고 관리 효율화와 물류 비용 감축, 배송·반품 체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고 관리 효율화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어느 도매에 재고가 있고 어느 지역에서 부족한지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대웅제약은 재고를 거점 중심으로 관리할 경우 공급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 효율 개선 역시 회사가 기대하는 효과다. 다수 도매업체에 물량을 나눠 배송하는 구조보다 거점 중심으로 물량을 집중하면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거점 물류 시스템을 활용하면 배송 추적과 반품 관리 등 물류 관리가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물류 흐름을 기반으로 유통 데이터를 확보해 수요 예측과 생산 계획 수립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분산형 유통망'…공급 안정성은 장점‧효율성은 한계 하지만 유통업계는 거점도매 모델이 기존 의약품 유통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은 오랫동안 다수 도매업체가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를 유지해왔다. 제약사가 생산한 의약품을 여러 도매업체가 동시에 유통하면서 약국과 병원은 다양한 거래선을 선택할 수 있었다. 실제 국내 유통시장은 도매업체 수가 많은 분산형 구조가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발표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는 350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연매출 100억원 미만 영세 도매업체 비중은 8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산형 구조는 특정 유통망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유통망을 통해 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약품 유통 영역에서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반으로 작용해왔다는 평가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도매업체 간 거래, 즉 ‘도도매’다. 예를 들어 어느 약국이 특정 처방약을 주문했을 때 거래 중인 도매업체에 재고가 없을 경우, 해당 도매업체가 다른 도매에서 약을 받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제품명 처방 체계는 도도매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특정 제품을 처방하면 약국은 해당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모든 제품을 상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도매를 통한 재고 이동이 공급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약국은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지역 중소 도매업체 역시 다른 도매와의 거래를 통해 약국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계는 도도매가 '재고 보완'과 '지역 공급'을 담당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한다. 다만 분산형 유통망과 도도매 구조는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도 지적된다. 여러 도매업체에 재고가 분산되면 제약사가 시장 재고를 파악하기 어렵고 물류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매업체 간 거래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의약품이 제약사에서 약국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여러 도매업체를 거치며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거래 단계가 많아질수록 물류 비용과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지고, 제약사가 시장 전체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대웅제약이 거점도매 모델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비효율 해소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효율화” vs “도도매 붕괴”…엇갈린 시각 대웅제약과 유통업계의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 정책이 공급망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한다. 재고 관리와 물류 체계를 개선해 의약품 공급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유통업계는 거점도매 정책이 실제로는 도도매 구조를 약화시키거나 사실상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기존 거래 도매업체들이 거점도매 체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다. 거점으로 선정되지 못한 도매업체들은 거점을 통해 약을 조달하거나, 도도매로 공급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도도매의 실질적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도도매가 허용되더라도, 마진이나 거래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로는 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 약국 거래 구조 변화다. 기존에는 약국이 여러 도매업체 중에서 거래선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거점 구조에선 특정 유통 채널로 거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에선 이러한 변화로 인해 결국 의약품 유통 시장의 주도권이 제약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변화의 기로에 선 의약품 유통 구조…거점도매 논란의 본질 이 때문에 제약‧유통 업계 안팎에선 거점도매 논란이 단순한 유통 갈등을 넘어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처럼 다수 도매가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효율성을 앞세운 집중형 구조로 이동할 것인지가 쟁점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가 3500곳 이상 존재하는 구조에서 유통 효율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그 해법을 두고 ‘집중형 유통’과 ‘분산형 유통’ 사이에서 업계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유통 구조가 집중형으로 재편될 경우 공급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시장 경쟁이나 약국 거래 구조, 기존 유통 질서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 반대로 기존처럼 분산된 유통 구조를 유지할 경우 물류 효율화와 유통 개선을 둘러싼 논의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통 효율화 필요성은 꾸준히 지적됐다”며 “겉으로는 제약사와 유통업계의 갈등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국내 의약품 유통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2026-03-17 06:00:58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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