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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베이트 미몽서 깨어나지 못한 제약과 의사참으로 끈질기고, 지긋지긋한 현상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지난 달 31일 의사 461명에게 논문번역료·시장조사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와 종합병원 정형외과 의사 등 74명에게 해외 관광 및 골프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와 다국적사가 포함된 7개 대형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대학병원 의사 등을 적발해 모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9개 제약회사와 의사 339명에 대해선 당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수사발표와 함께 "쌍벌제 및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돼 리베이트 처벌이 강화되었지만 리베이트 제공과 수수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 역시 리베이트 관행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서 수사단은 의약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검찰의 칼끝을 자진해서 받는 '공공의 적' 같은 영화는 앞으로 계속 상영될 것으로 보인다.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바퀴벌레와 불법 리베이트는 살아 남을 것'이라는 저간의 냉소를 입증이라도 하듯 당국의 불법 리베이트 전쟁이 어언 1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리베이트 현상은 단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인 의사 등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나오고, 같은 사안으로 두번 적발되면 당해 의약품을 보험급여권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됨으로써 대놓고 극성을 부리던 불법 리베이트 현상은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이번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그 뿌리는 여전히 땅속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리베이트 쌍벌제나, 리베이트 투아웃제처럼 강경한 법이 존재하는데도 리베이트가 여전히 단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제약사나 의사 등이 처분에 대한 두려움보다 위험을 감수한 경제적 이득이 더 달콤한 때문이다.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제약산업과 전문인으로서 의사집단은 사회적 질타로 인해 시퍼렇게 멍이들지만, 개별 주체들이 입은 타격은 감당할 만한 선에서 유야무야 된 게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나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이 여전히 번져있는 것이다. 해서 제약회사든, 의사든 일단 리베이트에 연루되면 회복할 수 없을만큼 확실하게 손실을 본다는 엄격함을 세우도록 당국은 후속조치와 매조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제약업계와 의료계도 이 참에 다시한번 불법 리베이트 단절에 함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제약업계나 의사들은 이번 조사와 관련 '정상적인 학술 마케팅이 위축될 수 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으나,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처럼 꾸며 금품 등을 건넸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과 불법 리베이트를 혼동, 엉뚱한 이야기로 사태의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약업계는 협회가 나서 '제약사끼리 리베이트 상호 감시와 고발'까지 유도하고 있고, 개별회사들도 사내 CP를 가동하며 리베이트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 역시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정상적인 마케팅 외엔 수용하지 않겠다는 공감대 먼저 형성하면서 반 리베이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2015-09-01 06: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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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즉각 대응 강박증 벗는 날 언제인가정부의 '즉각 대응 강박증'이 대응으로부터 얻으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혼선을 부르고, 이도 모자라 정책 신뢰성만 낮추는 결과를 부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고, 또다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그 목표가 있음에도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듯 서둘러 나오다보니 게도, 구럭도 잃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7월23일 '환자 진료·처방정보 불법 수집판매 업체 및 관련자를 기소한다는 발표를 하자 복지부는 리얼타임으로 1만명이 쓰는 약국관리프로그램(PM2000)의 사용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대책을 바로 내놓았다. 29일 약학정보원을 특별점검하고 5일만에 이 프로그램의 적정결정을 취소하는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지는 상황에서, 그것도 프로그램에서 정보가 유출되고 있는 정황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사용중단 이야기를 밝혀 프로그램 사용자들을 필요이상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약정원과 IMS간 빅데이터 사업에 의구심을 가졌다면, 일단 이를 중단시키면 될일을 과민하고 과도하게 대응한 꼴이다.복지부가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파악하겠다면서 의료기관과 약국 8만4275곳에게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관리실태 일제 점검을 지시한 것도 즉각 대응의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율점검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예상됨에 따라 약국 등이 심사평가원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심평원이 배포한 안내 공문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약사들의 불만만 속출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당국은 급기야 자율점검 기간을 종전 9월말에서 10월말까지 연기하는 한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교육을 진행해 이해하기 쉽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같은 혼란에서 정부를 향한 불만이 없을리 없다.정부합동수사반이 문제를 발표했을 때 복지부가 이에 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책의 목표도 분명했다. 합동수사반이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말했으니 당연히 보건의료계 주무부서로서 환자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정책 수단은 그 특성에 따라 당장 작동시켜야 할 것이 있고,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수단을 언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는 정책의 효율성이 기준이지 이를 지켜보는 일반국민이나 언론의 속이 얼마나 시원한지가 기준일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일이 되게 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앞으로 내놓을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수용돼 소기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2015-08-19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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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약산업에 교훈주는 종근당의 '징비록'종근당 70년사를 담은 종근당 스케치. 기업의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얼마전 KBS 주말 사극 '징비록((懲毖錄)'이 막을 내렸다. 알려진 대로 징비록은 영의정이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잘못 대응했던 곳곳의 맥점을 고스란히 들춰 내일의 경계로 삼기위해 쓴 전란사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랑을 떠벌리고, 자신과 관련된 잘못에는 입을 꽉 다무는 경향이 짙다. 통상 법인격인 주식회사들도 '깨알자랑'에 좀처럼 입을 다물줄 모른다. 기업들의 창간 00년사를 보자, 금세 확인된다. 기업史라기보다 그건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개별 욕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돌아가는 조직이 극소수의 과거를 미화시키는데 천재성을 발휘하며 앞장서기 때문일 것이다.광복 70년 때문에 '70'이란 숫자에 눈길이 갔다. 자료를 찾아보다 종근당 70년사(2011년 발간)에 꽂혔다. 소설책 같은 판형이 우선 새로웠다. 통상 기업사는 딱딱한 양장본에 A4 크기 이상되는 게 대부분이다. 붉은 계열 혹은 검은 계열의 두꺼운 표지를 넘기고 나면, 참기름을 발라놓은 송편처럼 반질거리는 지질을 만나게 된다. 영락없는 창간 기념품이다. "돈 좀 썼겠는데" 하는 것으로 품평은 끝나고 별 의미없는 곳에 방치됐다 사라진다. 그러고도 별 아쉬움이 없다. 한데 '종근당 스케치'라는 제목이 붙은 종근당 70년사는 독특했다. 특히 177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말이다.이 부분은 '2000 의약분업 현상'을 잘못 예측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대목인데, 압권이다. 자기 종아리를 매섭게 회초리로 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종근당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종근당은 의약분업 준비 단계에서 일반적 예측을 후회한다. 당시 일반적 예측은 ▶(분업이 되면) 의약품 사용량이 줄고 제약시장이 30% 축소된다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제품만 대체조제가 허용되면 오리지널과 인기 브랜드만 살아 남는다 ▶제네릭에 의존해 온 중소 제약회사들은 존재기반을 잃어 결국 다국적제약과 대기업 제약사만 생존한다 ▶400여 제약사 중 50개 정도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것들이다.오리지널 의약품에 유리하다는 예측만 빼고는 실상 모두 빗나갔다. 종근당 스케치는 이렇게 기록한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 20위권 밖이었는데 분업 시행과 함께 단번에 선두권에 끼었다. 약국 영업 위주던 한미약품은 분업 직전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해 의원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타이밍이 맞물려 의원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했다. 전문의약품과 의원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했던 제약회사들은 모두 순위가 밀렸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정우 현 종근당홀딩스 대표도 "종근당의 기초는 정말 튼튼했는데...처방전이 제약업계 운명을 가르는 간단한 상황을 놓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회사의 착각을 크게 후회했다. "자신감과 자만의 차이였다"며 "아무리 강한 장수도 나쁜 전략에 버티지 못한 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회사는 돌아보았다.의원시장 선점한 한미약품의 성공도 적극 언급또다른 원인 분석은 더 대담하다. "의약분업이 종근당에게 지독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데는 창업 1세대의 경영철학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웬만한 기업에선 터브시되는 비판이다. 종근당은 유통은 도매상 등 유통 전문업체게 맡기고, 제약사는 좋은 약만 만들면 된다는 고촌(창업자인 고 이종근 회장) 경영철학이 기업구조로 내면화돼 병의원과 직거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업조직을 재정비해 병의원 시장에 드라이브를 건건 2004년부터였다. 잃어버린 3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일반의약품 수용 감소, 다국적사의 자사 품목 회수 등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경쟁력 약화, 대규모 영업사원 이탈 등의 악재 때문에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통렬한 반성의 결과일까? 요즘 종근당은 과거 위용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귓전을 때렸던 징징한 종소리를 곧 다시 울릴 태세다. 매출 규모로 어느 새 국내 5대기업의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신약개발 R&D를 대폭 끌어올리며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국산 신약 2종을 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종근당 문화엔 고촌 이종근 회장부터 형성된 '도전적 DNA'가 자리잡고 있다. 겨우 의약품 흉내를 내던 1965년 대규모 합성공장을 짓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만만치 않다는 FDA 실사를 신청하고 1968년 승인 받았다. 필부필부의 개인사처럼 종근당은 잘나가던 시절도 향유했고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성과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정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종근당이 자가비판했던 '의약분업 당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있어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세가 되고, 해서 자기 품목을 갖고 있는 기업이 행세하며, 제네릭 약값이 뚝뚝떨어지는 현실 말이다. 입 달린 전문가들은 모두 총론적으로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이 미래라며 인하스 연구력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이든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득했던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차근차근 더 현실로 다가오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아이디어로 무장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국내 제약 발전사를 개별기업이 아닌 70년 통으로 보면 지금은 분명 의약분업처럼 드라마틱한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용맹한 자기반성과 그로부터 냉철하고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과제엔 제약산업이 풀어야할 내용도 분명히 들어있다.2015-08-13 12:15:00조광연 -
[칼럼] 모연화와 황은경 약사 그리고 안티푸라민어릴 때 제일 힘겨웠던 것 중 하나는 약 먹는 일이었다. 고열 감기에 자주 걸려 끙끙 앓았는데, 거북등처럼 거친 손을 이마에 얹으셨던 아버지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나면 눈 앞엔 꼭 쌍화탕이 놓여 있었다. 뚜둑, 이내 뚜껑을 따선 "꿀꺽 마셔, 어서, 입떼지 말고, 단번에."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려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애썼지만, 그때마다 거의 다마셨던 약을 토해냈다. 다 마시려나 기대했던 아버지는 화가 나 "못난 놈"이라며 이마를 쥐어 박았다. 아버지는 매번 쌍화탕을 사오셨다. 참 야속했다. 이젠 토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쌍화차도 안 마신다. 보기만해도 참기 힘들었던 그 기묘했던 향과 맛들이 전자기기 회로처럼 일순간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뛰어다니다 엎어져 무릎이나 팔꿈치 부분을 흙바닥에 갈아버리는 날도 드물지 않았다. 찰과상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소위 '빨간 약'을 발랐지만, '유한양행'에 대한 믿음이 크셨던 아버지는 혈장과 피가 스며나는 상처에 안티푸라민에이를 발라주셨다. 왠지 모르겠지만 꼭 '유한냐넹'이라고 발음했던 아버지는 "덧나지 않는데는 이게 제일이다"며 마무리했다. 따금거리고 화끈거려 입을 무릎 쪽에 가까이 대 후후 불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책받침을 부채삼아 마구 흔들어 대며 팔팔 뛰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난 좀 친절한 아버지가 됐다. 아이가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할 때 항히스타민제를 건네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들려주니까. 똑똑한 엄마들을 위한 착한 약 사용설명서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아이약, 제대로 알고 먹이나요?(쌤엔파커스, 모연화 지음'를 내비게이션 삼아 말이다.스마트폰 검색기능도 있고, 약을 좀 아는 듯 해도 막상 소비자 입장에선 약은 늘 어렵다. 의약품을 훤히 아는 약사 눈엔 별것 아닐 수 있는 게 소비자들에겐 이 모양, 저 모양 궁금할 뿐이다. "약이 너무 센것 같아요" "부작용이 걱정돼 못 먹이겠어요" "병원에서 항생제를 너무 많이 줘요. 다 먹여야 하나요" "수입 영양제가 더 좋지 않나요?" 모연화 약사는 매우 단편적 정보에 기대 복약에 흔들리는 아이 엄마들을 위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과 약사의 전문지식'으로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모 약사는 엄마들의 궁금증을 기막히게 잘도 포착해 설명한다. 약 포장에 적힌 글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친절하게 소개하는가 하면, 어린이들이 자주 접할 수 밖에 없는 의약품들을 쉬 풀어 보여준다. 게중 백미는 '좋은 대학보내려면?'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런 저런 소문같은 약에 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죄다 찾아냈다는 점이다. 해서 집안 약 서랍장에 이 책을 보관한다.모연화 약사의 책이 엄마들, 다시말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면 황은경 약사의 책 '따라만 하면 달인이되는 황은경 약사의 나의 복약지도 노트(도서출판 정다와)'는 초보약사부터 베테랑약사까지를 겨냥한 복약지도 실전 노하우다. 약사들의 효율적인 약국업무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그동안 만나 보았던,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최적화된 대답을 제시한다. 약사 독자가 목적성을 갖고 읽는다면 두 책의 목적지는 한 곳이다. 소비자는 궁금증을 어떻게 말하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환자별 복약지도 편은 약사라면 일독이 필요할 것같다. 소비자인 필자가 보아도, 내 마음이 들킨것처럼 일치한다. "약사님 하나 물어봅시다"라고 시작하는 어르신들의 궁금증들은 약사 입장에선 가슴을 치고 싶을 만큼 답답할 것이다. 딱히 답변하기 만만치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서 이 책도 약장 서랍에 넣어 두었다.여름휴가를 맞아 한 여름밤의 꿈, 오이디푸스 왕,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처럼 부들부들한 책을 읽다가, 아이에게 항히스타민제를 찾아 주는 과정에서 두 책을 다시 만났다. 들여다보니 실용서도 참 재미있었다. 기상천외한 질문들이 난무하는 약국 환경에 있는 약사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한데, 이 책들은 어떻게 내 곁으로 왔을까? 가만보니 증정본이었다. 불현듯 저자들 계좌에 책값을 송금하고 싶어졌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2015-08-06 12:1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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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 내정인, 보건-복지, 직능-산업 균형 잡길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4일 내정됐다. 이로써 보건의료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부,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의 수장이 모두 의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름하여 '의사 트로이카 시대'가 열린 셈이다. 벌써부터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 호시절'이라는 말이 차고 넘쳐나는 상황이다. 해서 정 내정자에게는 어느 장관보다 더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여러 직능과 관련 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정 내정자는 최우선적으로 메르스사태로 불거진 보건부 분리 독립론이나, 복수차관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시대적 상황의 의미를 되새기고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그도 이날 소감을 통해 "의료인인 제가 지명받은 건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함께 보건의료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과 복지를 나눠 생각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로 읽힌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균형감각이 한층 더 필요한 곳은 "보건의료체계 발전"이라는 말안에 포함돼 있는 디테일들이다.호시절을 맞았다고 말할만큼 의료계는 의사출신 장관 내정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원가는 노인정액제 등 30여개 아젠다를 놓고 진행하다 속도가 늦춰진 의정협의회 논의 재개를 통해 구조적으로 내재화된 묵은 숙제를 내놓을 태세다. 병원계도 만성적인 적자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제도의 개선을 주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원가와 병원가가 보건의료체계의 중추이긴 하지만 이 안에는 한의사직능, 치과의사 직능, 약사직능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자칫 의사트로이카 시대의 차별논란을 일으킬 공산도 크다. '내정자는 원격의료 추진론자' 같은 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청문회 이전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편견없이 듣도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학습한 공공의료의 필요성도 돌아봐야 한다. 내정자는 규제 당국인 복지부가 관할하는 보건 부문에서 가장 취약한 곳인 보건의료산업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제약산업을 필두로 의료기기산업이 소외되면 안된다. 두 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당국으로부터 수 많은 규제를 받는 곳이어서 성장, 발전에도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마른 수건처럼 쥐어짠 과거를 답습하면 보건의료체계의 기반산업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연금 전문가 출신이었던 문형표 전 장관이 신년사에서 조차 제약산업을 언급하지 않아 산업에 무관심했던 장관으로 기억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보건과 복지, 직능과 산업을 아우르는 식견은 그래서 필요하다.2015-08-05 12: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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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들은 왜, PM 2000을 애지중지하는가2000년 상반기 약국과 약사들은 밤낮없이 불안했다. 그 때까지 없었던 새 보건의료체계인 의약분업이 그해 7월 시행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약품은 어떻게 들여놓고 관리하며, 병의원에서 처방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 조제하고 기록했다가 조제료를 청구해야 할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걱정말라." 이렇게 장담했던 젊은이가 있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이었다. 35~36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약국관리, 의약품 정보, 조제료 청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팜매니저(PM) 2000'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정확한 날짜는 흐릿하지만, 그해 초 봄인가? 김 위원장은 약사공론 기자라면 "두루 알아둬야 한다"며 팜매니저 최종 점검을 위한 위원회 워크숍에 초청했다. 강화도였다. 은근 봄 나들이를 기대했고, 장어구이도 떠올리며 입맛도 다셨다.속된 말로 이 날 그에게 질려 버렸다. 저녁 6시께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팜매니저 2000을 두고 토론을 거듭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마치 애국투사라도 된양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토론의 내용을 이해 해야만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솔직히 지겨웠다. 팜매니저 2000은 이해 5월24일 공식 출시됐다. 대한약사회가 의약분업을 완벽하게 수용하겠다며 대전엑스포에서 연 '베스트파머시랠리 2000' 대회장이었다. 이곳에 참석했던 약사들은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에 신기해 하며 그곳에 깔린 PM 2000을 시연하며 의약분업 상황을 상상했다. 베스트파머시랠리는 다음 달 서울 워커힐 호텔로 이어졌다. 그리고 15년, 1만여 약국은 이 프로그램과 친구처럼 동행하고 있다. 약국문을 열고 닫는 건, PM2000을 시작하고 종료하는 것과 한가지다.이런 PM2000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안은 사용중단에 관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의원과 약국서 환자 진료·처방·조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제약사 등에 팔아 불법 이득을 취했다"고 밝히자, 보건복지부가 즉각 'PM2000의 사용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받았기 때문이다. 시도지부장들을 포함해 약사사회가 사용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사이 정부는 사용중지 사전통지를 보냈다. 약사들이 무료로 쓰는 이 프로그램이 사용 중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사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100억원 가량의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1만개 약국이 월 평균 8만원의 사용료를 내야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탄다고 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PM2000은 이를 직접쓰지 않는 약국들에게도 혜택을 안겨줬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사용료 인상을 억제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으로 이사하는데 정신적 시간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그렇다면 복지부의 사용취소 조치는 합당한가. 한마디로 빈대잡겠다며 성급하게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환자 개인정보유출 여부다. 지금껏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밝혀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유무죄가 가려진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다면, 복지부의 행정조치는 사용 중단에 앞서 정보제공 사업에 대한 중단조치가 먼저일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 받아들여진다손쳐도 PM2000이라는 프로그램엔 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물건(PM2000)이 문제인가, 관리가 문제인가. 예컨대 시중은행에서 고객정보가 새 나갔다고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문제를 찾아내 관리상 문제라면 이를 보강하고, 프로그램 자체에 헛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게 합리적인 조치다. 사회는 이렇게 해결되는 것을 순리로 여긴다.특히 이번 사안이 돈을 벌기위해 환자의 정보를 팔아먹은 비윤리적 차원의 문제로 정형화돼선 안된다. 마치 '백화점 고객명단을 빼내 업자들에게 건당 몇십원씩 팔아 치운 행태'처럼 문제를 다뤄서는 안된다. 이번 사안은 변혁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치들의 충돌로 바라보는 게 더 타당할지 모른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와 빅데이터의 활용이라는 가치의 충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빅데이터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수준에서 사회 경제적 발전에 활용하도록 공개하는 것처럼 PM2000과 IMS간 사업도 유사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PM2000을 관리하는 약학정보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낱알식별사업, 의약품 정보제공 등 공익적 성격의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중요한 건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느냐 하는 점이다. 한데 이 점은 검찰과 약학정보원간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현재 법의 심판대 앞에 서있다. 해서 검찰조사 발표 직후 사용중단 검토는 성급하다. LTE급 대응보다 고민이 많은 행정 대처가 더 요구된다.2015-08-04 12: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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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M2000엔 죄없다…퇴출은 섣부른 짓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의원과 약국서 환자 진료·처방·조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제약사 등에 팔아 불법 이득을 취했다"고 밝힌 23일, 보건복지부는 즉각 사건의 후속조치로 약국관리 소프트웨어인 PM2000의 사용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4개 정부·유관기관도 합동조사반을 꾸려 조사 계획을 공유하면서 이르면 27일부터 현장 긴급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결론부터말해 검찰 기소 단계서 복지부가 후속대책 일환이라며 사용중단을 운운하는 하는 것은 얼핏 속시원해 보이고 단호한 태도처럼 비쳐질지 모르겠으나 매우 성급하고 부적절한 것이다.약사사회는 PM2000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크게 불안해 하며 근심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게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절반에 육박하는 1만여곳에 이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약국들은 이 프로그램을 클릭하며 하루 약국 업무를 시작하고, 끝마칠만큼 스마트폰처럼 의지하고 있다. PM20000에 연동되는 자동 조제기기는 물론 처방전을 읽어들이는 스캐너, 카드결제까지 프로그램이 바뀌면 약국은 모든 걸 새롭게 세팅해야만 할 것이다. 해서 만약 PM2000 사용이 복지부 발표대로 중단된다면 현 조찬휘 집행부는 약사들의 사퇴 요구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PM2000은 그 만큼 약사들에게나 대한약사회 집행부에게나 지대한 문제를 미치고 있다. 약사들의 걱정이 넘쳐나자, 대한약사회는 토요일인 25일 긴급 지부장회의를 열고 PM2000의 안정적인 사용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숙의했다.굳이 들여다 보지 않아서 그렇지 PM2000의 그동안 공적은 실로 막강한 것이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은 꿈꾸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냈던 프로그램들이 혼란을 부추길 때 PM 2000이 빠르게 약국 관련 프로그램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사실상 의약분업의 안정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이 프로그램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효과적인 복약지도를 위한 여러 장치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왔다. 그렇다고 한다면 PM 2000은 단순히 약사 사회 안에서만 사용되는 '그들만의 물건'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공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검찰이 기소했으니 진위는 법원서 가려질 문제지만, 누가 뭐래도 PM2000 그 자체엔 죄가 없다. 설사 검찰의 말이 맞는다고 백번 양보해도 PM2000의 존폐와 무관한 사안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관리해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할까다. PM2000과 관리를 하나로 묶어 통째로 문제시하면 사회적 공기를 날려버리는 우를 범할 수 밖에 없다. 농협 전산망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전산망 자체를 폐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실제 그건 대책도 될 수 없다. PM2000과 관리는 철저히 분리해 보고, 판단할 때라야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발전시키고, 안전은 안전대로 대책을 찾을 수 있다.2015-07-27 12:23:0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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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은 약사에게…일반인 강사라니 뜬금없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16일 '의약품 약물안전사용 및 교육 지원법'을 입법예고한 이후 약사회를 비롯한 일선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중에게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약사, 한약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보건교사 등 전문가는 물론 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자, 다시말해 일반인까지 폭넓게 규정한데 따른 문제 제기다. 결론부터 말해 약물 안전교육을 일반인이 담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당연히 약사 등 전문가들이 교육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바르다.의약품은 양날의 검이다. 효능과 부작용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이뤄진 게 의약품이다. 의약품 사용설명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한줄의 효능을 취하기 위해 A4용지 한장 분량의 부작용 혹은 이상반응을 감수해야 한다. 그럴게 복용할 수 밖에 없는 게 의약품이다. 하여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약사가, 약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취급하도록 해왔다.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을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약품이 갑자기 안전해 졌다는 말도 아니다.누가 말하고, 교육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방위 교육장에 가보면 기관으로부터 일정한 교육을 받았다는 강사들이 심폐소생술 같은 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의약품과 다른 경우다.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을 몇차례 누르고 하는 식의 심폐소생술처럼 약물 안전교육은 단순하지 않다. 약물안전교육은 '조제받은 약을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된다' '술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된다'처럼 겨우 쌀로 밥짓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약물안전과 관련한 교육 내용은 경우에 따라서 매우 심층적일 수 있다. 심층적 교육이라도 강사가 외워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간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만약, 전문 인전자원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일반인을 교육에 투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각 영역 전문가들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인정되는 사회라야 사회는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중구난방 모두 전문가인척 나서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고, 종편의 토론자들처럼 사회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는 것처럼 아무데서나 훈수를 두는 사회엔 혼란과 혼선만 춤출 수 밖에 없다.2015-07-23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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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가인하 톱니바퀴는 돌고 산업은 뭉개진다2012년 4월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 이후, 정부가 잠시 멈춰세웠던 약가인하 톱니 바퀴를 다시 돌리겠다고 나섰다. 톱니바퀴 소리에 맞춰 제약산업계의 신음소리도 같이 높아가고 있다. 의약품 실거래가 약가조정제도의 영향이 예상보다 큰데다 돌발적인 메르스 피해마저 막심하기 때문이며, 이 제도가 매년 정례 작동되는 경우 의약품 시장의 다운사이징은 물론 R&D 투자여력 또한 현격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의약품 실거래가에 의한 약가조정제' 진행 상황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개월 동안 요양기관에 공급(출하)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가중평균가를 도출, 250개 업체 기등재 의약품 5083품목의 약값을 평균 2.1% 인하 조정한다. 이는 270개 업체 1만1019품목을 조사한 결과에 기반한 것으로 경향적으로 보면 국내 제약회사 품목 인하율이 다국적사와 견줘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료기관 안에서 많이 쓰는 주사제도 기관의 적극적인 저가구매 의도가 반영된 탓으로 원외처방 품목에 비해 인하율이 높았다. 실거래가에 따른 표면 약가 조정률 2.1%만 보면 전체 제약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순해 보이지만, 업체별 특성이 다르고, 연례행사처럼 매년, 장기 운용되는 제도라는 관점에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산업계 전체 손실금액은 2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별로는 40~50억원 손실은 기본이며, 어떤 곳은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하대상 품목 역시 업체별로 몇개 품목에서 수십개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실제 중상위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K 전무는 "큰일났다. DMF(원료의약품 등록제도)로 국내외 원료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저가구매하려는 의료기관 구미를 맞추려면 가격이 온전한 또다른 제품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실거래가를 어떻게 조사해 평가했는지에 대한 업체별 의구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도매상 등의 구입가 미만 공급 자료은 어떻게 선별하고 제외했다는 것인지, 처방조제약품비절감장려금제 시행 앞뒤로 정부가 이야기했던 약가인하율 산식은 약속대로 적용됐는지 같은 사안들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의료기관 저가구매로 한번, 약가인하로 또한번? 약가인하 이중과세다산업계는 이 제도가 '쉼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는 점을 들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 4월 기등재약 6506개 품목의 약값을 평균 14% 인하 당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았던 제약업계는 연례행사가 된 '실거래가 약가조정'이 향후 7년만 이어져도 같은 규모의 충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처방약품비절감장려금제도 마저 꾸준히 운영돼 의료기관의 저가구매에 대한 욕망이 커지게 되면 의약품 가격은 의료기관에게 1차적으로 뜯기고, 이 결과로 약가인하까지 당하는 이중부담 혹은 이중과세를 당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요양기관 1114곳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저가구매를 잘 했다는 명목으로 166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약을 직접 쓰는 병원급이상 기관 579곳이 162억원을 장려금을 받았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들의 저가구매 욕구는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제약산업계가 '실거래가 약가조정'을 걱정하는 것은 약가인하 그 자체에도 있지만, 이 보다 약가 인하 기전은 다발적으로 작동되는데 비해 R&D 동기를 찾을 구석은 없다는 데 있다. 약가산정에 있어 신약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지적되지만 건보재정 안정화라는 거대 장벽에 막혀 좀체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계 밖의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10일 전경련에서 열린 '제약산업 R&D 활성화 방안을 위한 약가결정제도 분석'을 통해 "R&D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한 약가산정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기업들은 의욕적으로 R&D를 해 신약을 개발하지만, 겨우 돌아오는 가격은 시중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약물들의 가중평균가가 기준선이다. 100원으로 목표로 개발에 나서 53원을 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구조만의 문제도 아니다. 경직성 또한 큰 문제다. 최근 동아에스티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건이 대표적이다. 심평원 약평위가 7월 평가대상에 올리면 국제 경쟁력 면에서 유리한데도, 자료보완 같은 궁색한 이야기를 내세워 평가대상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에서 기업들의 R&D 의욕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시장 실거래가를 반영해 약가를 조정하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초기 약가 산정을, 시중 대체제 존재 유무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경제성평가를 잣대삼아 빡빡하게 관리하고, 그 이후엔 시장 자율경쟁의 산물인 실거래가를 내세워 꾸준히 내리는 기전이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가인하 기전에 상응하는 기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신약, 다시말해 R&D 가치를 보상해 주는 또다른 트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리만 있고, 산업을 견인하는 길을 원천봉쇄하는 약가산정제도라면 영원히 '한국의 노바티스'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제약산업에서 창조경제가 실현되려면, 창조를 위한 파괴적인 약가산정제도가 절실하다. 약가인하 때 혁신형 제약회사에 한해 인하금액의 30%를 감면해 주는 따위의 부분적 조치 말고, 신약의 가치가 대한민국 약가제도 전반에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015-07-15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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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무든 아니든 어그리제이션은 '제약사 할일'제약회사, 도매업체 등 의약품 공급업체들의 공급 내역 보고 때 의무적으로 일련번호까지 보고하는 제도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장에 잠복해 있던 현실적 문제들이 집중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큰 박스안에 들어있는 소포장들의 일련번호를 리더기로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코드(일명 어그리제이션) 부착의 의무화 필요성과 제도 시행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준비를 서두르지 못했던 영세 도매업소들의 비용 부담 문제다. 일련번호 보고의무화를 한 차례 유예했던 정부는, 더이상 유예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 상황이다.결론부터 말해, 정부가 중복규제를 우려해 권장 사항으로 둔 어그리제이션은 일련번호 제도 도입의 취지에 비춰볼 때 의무화든 아니든 제약회사, 수입업체 등이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제약사나 수입업체 등이 의약품 출고 때 어그리제이션을 부착하게 되면 도매업체가 입고 과정에서 이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 및 약국 등 요양기관에 출고할 때 포장을 뜯을 필요없이 빠르게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유통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만약 제약사나 수입업체 등이 이를 하지 않게되면 도매업체들은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인력과 시설 투자면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일련번호 제도 도입의 부담을 도매업체에 몽땅 떠안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국적제약사 본사 핑계만 대서는 안된다규모가 있는 국내 제약회사나 중소 제약사들, 대형 도매업체들은 어그리제이션을 위한 시설 및 장비 투자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어그리제이션을 수용했거나 준비중이다. 이에 비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경우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본사 사정'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장기 품절이 나거나, 국내 처방 패턴과 다른 포장단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조차 '본사가 작은 사용량을 위해 별도의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식으로 발뺌해 온 게 사실이다. 더구나 도매업체에게 제공하는 유통마진 역시 국내 제약사와 견줘 훨씬 낮다. 도매업체의 경영을 사실상 국내 제약사에게 떠넘긴 것이나 한가지인 상황인데도 어그리제이션마저 외면하는 것은 지나치다. 본사를 설득해야 마땅하다.제약회사들이 어그리제이션을 적극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도매업계도 일련번호 제도 수용을 언제까지 회피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세계와 견줘 우리나라 제도 도입이 선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도입을 포기할수도, 더이상 늦출수도 없는 문제다. 다만, 이 제도를 수용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문제들이 무엇인지 주밀하게 파악해 정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유통협회가 회원사들이 겪게될 실질적인 문제를 진작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보고의무화가 6개월 남은 현 시점에서 개별 업체들은 RFID든, 2D바코드든 리더기 등 기본장비를 구입하고 최소한의 컨베이어벨트 장치를 하는데 필요한 공간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이지만 도매업계는 이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도매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인 만큼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2015-07-03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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