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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체조제를 수익모델 삼는 제약사가 있다면

  • 조광연
  • 2015-09-25 12:14:54
  • -한정선 약사의 일본 의약환경 리포트를 보고

만약, 국내 한 제약회사가 제네릭 의약품과 대체조제를 권장하는 홍보물을 만들어 약국에 비치하는 용기를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건보재정 절감에 앞장섰다며 정부 표창을 받게될까? 순진한 생각이다. 상 대신 부도에 직면하고 말것이다. 확률 100%다. 처방권을 가진 의료계에 공공의 적으로 찍혀 어떤 약도 처방받지 못할테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본은 흥미롭다. 대체조제를 운운하며 홍보물까지 만드는 제약회사 조차 너끈히 활동하는 관용성 때문이다(한정선 약사의 일본 의약환경 리포트, 데일리팜 소개). 어이없게도 의사처방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대체조제 만을 수익모델로 삼는 제네릭 회사 설립을 상상해 본다. 대체조제가 갖는 장점들, 그 중에서도 값은 싸면서 효능은 다를 바 없는 제네릭 의약품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마음껏 홍보하는 회사 말이다. 이 회사 성공의 제일 조건은, 약국이 지금과 다르게 의지를 갖고 대체조제에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도 그리 기대할만한 원군은 못된다. 약국도 오랜세월 위, 아래, 옆의 심기를 살피며 대체조제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라는 게 있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생동성이 입증된 제네릭 의약품으로 약국이 대체조제를 하면 장려금을 주는 제도다. 대상 약제만도 8600개에 이른다. 이렇게 정부가 제네릭을 권장하는데도, 국민들은 '대체조제'를 잘 알지 못한다. 얼마전 서울시약사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 건강서울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적잖은 시민들이 "대체조제가 뭐예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설사 안다손쳐도 이 제도에 대해 호두껍질처럼 단단한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대체조제란 말을 마치 '사과로 처방된 것을 배로 조제한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제도자체가 너무 알려지지 않은데다, 대체조제를 하면 마치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위험성을 과대포장해 울타리를 치려는 의료계의 그간 대응이 한 몫한 탓도 있다. 해서 약사들은 "대체조제라는 용어는 틀렸다. 동일성분 조제다"라고 소리내 외쳐보지만, 찻잔속 태풍일 따름이다. 약사들은 법으로 문제를 풀겠다며 절차를 간소화한 대체제도 관련법을 원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조제와 연관시켜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변화가 국내 제약산업계로부터 번져 나오고 있다.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국내 제약회사들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 경쟁이다. 최근 만성B형간염치료제인 엔테카비어 성분의 바라크루드 제네릭 의약품들이 저가 경쟁을 펼쳤다. 이 의약품 뿐만 아니라, 근래 1~2년 새 제네릭 가격은 제약사간 저가 경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가발전하는 것이다.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던 예전 모습과 다르다. 하지만 이는 광범한 현상이라기 보다, 환자선택권, 다시 말해 'ㅇㅇㅇ으로 처방해 주세요'라고 환자가 의사에게 입김을 불어 넣을만한 질환의 품목군에서 나타나는 제한적 현상일 뿐이다. 한데 따져보면 숨겨진 함의는 파괴력이 작지 않다. 만약 환자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알게되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제네릭 저가경쟁엔 그야말로 불이 붙을 것이다. 연구개발력이 더 많이 들어간 신약은 높은 가격, 특허가 풀린 제네릭의약품은 초저가라는 미국식 체계로 이행될 것이 틀림없다. 부수적으로 이 보다 더 선명한 R&D 방향성 제시 정책은 없을 것이다.

저가 제네릭 경쟁의 화룡점정은 대체조제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일 것이다. '영주사과라는 처방을, 충주사과로 바꾸어 바구니에 담아주는 게 대체조제'라는 단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다시피 영주사과나 충주사과나 품질면에서 대동소이다. 한데 희한하다. 정부는 제네릭 가격이 낮아지고, 그렇게되면 건보재정을 적정하게 쓰는데도 좋은데, 달랑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만 던져놓고 아무런 추가 정책을 펴지 않는다. 대체 이 제도의 목표가 뭔지 의심이 들정도다. 처방약이 없을 때 약국이 보유한 의약품으로 조제하라고 둔 'SOS 제도'인지, 산업을 위한 '제네릭 활성화 대책'인지, 건보재정 절감을 위한 보완적 하부 정책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정부는 대체조제에 관한 정책 홍보 등에 적극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다루기 편한 약가만 손대고, 소소한 인센티브로 약국의 고군분투를 끌어내려는 시늉만 할 뿐이다. 해서 제약회사들이 대체조제를 권장하고 다닐 수 있는 일본 의약환경이 부럽고, 또 의료계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대체조제용 의약품만 생산, 판매하는 회사'까지 상상해보는 허튼짓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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