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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약산업에 교훈주는 종근당의 '징비록'

  • 조광연
  • 2015-08-13 12:15:00
  • 창업자 경영철학까지 들먹이며 의약분업 패착점 통렬 반성

종근당 70년사를 담은 종근당 스케치. 기업의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얼마전 KBS 주말 사극 '징비록((懲毖錄)'이 막을 내렸다. 알려진 대로 징비록은 영의정이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잘못 대응했던 곳곳의 맥점을 고스란히 들춰 내일의 경계로 삼기위해 쓴 전란사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랑을 떠벌리고, 자신과 관련된 잘못에는 입을 꽉 다무는 경향이 짙다. 통상 법인격인 주식회사들도 '깨알자랑'에 좀처럼 입을 다물줄 모른다. 기업들의 창간 00년사를 보자, 금세 확인된다. 기업史라기보다 그건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개별 욕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돌아가는 조직이 극소수의 과거를 미화시키는데 천재성을 발휘하며 앞장서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 70년 때문에 '70'이란 숫자에 눈길이 갔다. 자료를 찾아보다 종근당 70년사(2011년 발간)에 꽂혔다. 소설책 같은 판형이 우선 새로웠다. 통상 기업사는 딱딱한 양장본에 A4 크기 이상되는 게 대부분이다. 붉은 계열 혹은 검은 계열의 두꺼운 표지를 넘기고 나면, 참기름을 발라놓은 송편처럼 반질거리는 지질을 만나게 된다. 영락없는 창간 기념품이다. "돈 좀 썼겠는데" 하는 것으로 품평은 끝나고 별 의미없는 곳에 방치됐다 사라진다. 그러고도 별 아쉬움이 없다. 한데 '종근당 스케치'라는 제목이 붙은 종근당 70년사는 독특했다. 특히 177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말이다.

이 부분은 '2000 의약분업 현상'을 잘못 예측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대목인데, 압권이다. 자기 종아리를 매섭게 회초리로 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종근당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종근당은 의약분업 준비 단계에서 일반적 예측을 후회한다. 당시 일반적 예측은 ▶(분업이 되면) 의약품 사용량이 줄고 제약시장이 30% 축소된다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제품만 대체조제가 허용되면 오리지널과 인기 브랜드만 살아 남는다 ▶제네릭에 의존해 온 중소 제약회사들은 존재기반을 잃어 결국 다국적제약과 대기업 제약사만 생존한다 ▶400여 제약사 중 50개 정도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것들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유리하다는 예측만 빼고는 실상 모두 빗나갔다. 종근당 스케치는 이렇게 기록한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 20위권 밖이었는데 분업 시행과 함께 단번에 선두권에 끼었다. 약국 영업 위주던 한미약품은 분업 직전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해 의원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타이밍이 맞물려 의원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했다. 전문의약품과 의원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했던 제약회사들은 모두 순위가 밀렸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정우 현 종근당홀딩스 대표도 "종근당의 기초는 정말 튼튼했는데...처방전이 제약업계 운명을 가르는 간단한 상황을 놓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회사의 착각을 크게 후회했다. "자신감과 자만의 차이였다"며 "아무리 강한 장수도 나쁜 전략에 버티지 못한 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회사는 돌아보았다.

의원시장 선점한 한미약품의 성공도 적극 언급

또다른 원인 분석은 더 대담하다. "의약분업이 종근당에게 지독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데는 창업 1세대의 경영철학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웬만한 기업에선 터브시되는 비판이다. 종근당은 유통은 도매상 등 유통 전문업체게 맡기고, 제약사는 좋은 약만 만들면 된다는 고촌(창업자인 고 이종근 회장) 경영철학이 기업구조로 내면화돼 병의원과 직거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업조직을 재정비해 병의원 시장에 드라이브를 건건 2004년부터였다. 잃어버린 3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일반의약품 수용 감소, 다국적사의 자사 품목 회수 등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경쟁력 약화, 대규모 영업사원 이탈 등의 악재 때문에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

통렬한 반성의 결과일까? 요즘 종근당은 과거 위용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귓전을 때렸던 징징한 종소리를 곧 다시 울릴 태세다. 매출 규모로 어느 새 국내 5대기업의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신약개발 R&D를 대폭 끌어올리며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국산 신약 2종을 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종근당 문화엔 고촌 이종근 회장부터 형성된 '도전적 DNA'가 자리잡고 있다. 겨우 의약품 흉내를 내던 1965년 대규모 합성공장을 짓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만만치 않다는 FDA 실사를 신청하고 1968년 승인 받았다. 필부필부의 개인사처럼 종근당은 잘나가던 시절도 향유했고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성과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정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종근당이 자가비판했던 '의약분업 당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있어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세가 되고, 해서 자기 품목을 갖고 있는 기업이 행세하며, 제네릭 약값이 뚝뚝떨어지는 현실 말이다. 입 달린 전문가들은 모두 총론적으로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이 미래라며 인하스 연구력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이든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득했던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차근차근 더 현실로 다가오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아이디어로 무장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국내 제약 발전사를 개별기업이 아닌 70년 통으로 보면 지금은 분명 의약분업처럼 드라마틱한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용맹한 자기반성과 그로부터 냉철하고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과제엔 제약산업이 풀어야할 내용도 분명히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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