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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계질서에 의한 성추행이 웬 말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올해 초 발생했던 의대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추행 사건 말이다. 얼마 전 '기사에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어떤 기사였을까. 이메일을 열어보았을 때 어리둥절했다. 지난 4월 기사였기 때문이다. 벌써 8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일까 싶었다.메일 작성자는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온 메일 한 통으로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낱낱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잊고 싶은 과거를 스스로 들춰내며 '그 사건'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A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성추행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처분을 받은 건, 지난 2월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보낸 피해 인턴의 사건은 2013년 발생했다. 그리고 3년이 흘러서야 사건은 공론화됐다.배경은 이랬다. 피해 인턴은 2013년 3월 회식장소에서 A교수로부터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A교수의 성희롱과 강제추행 혐의는 이달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물론 A교수가 항소할 수 있으니 그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다.전공의 과정을 포기하고, 병원을 나왔다는 그녀는 3년 남짓한 시점에서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2015년 12월 A교수가 또 다른 직원을 성추행 했고, 병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연락이었다. 역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었다. 결국 병원 측에 2013년 자신에게 발생했던 사건을 증언했고, 사건이 공론화 됐다.그녀는 병원 안에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공론화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손윗사람의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어 문제 제기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증거 또한 찾기 어렵다.사회 인식도 문제다. 피해 인턴 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까지, 판결문에 담긴 A교수의 성희롱 및 강제추행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 됐을까'라는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문득 지난 9월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1년에 1번씩 '성희롱 없는 밝은 직장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데일리팜도 예외가 아니다. 심각하게 교육을 받다가도, 사례들을 보면 '저게 성희롱이야?'라며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그렇게 생각해보니,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을 공론화 시키기까지 피해 인턴은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마음이 아팠다. 피해 인턴이 민사소송서 승소를 할 때까지 말못할 속앓이를 하는 사이 가해자인 A교수는 파면 처분의 징계 수위가 높다며 교원소청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했다.드러난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 및 성추행은 만연할지 모른다. 눈을 부릅뜨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며,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는 말이 안된다.2016-12-29 12:14:50이혜경 -
[기자의 눈] "우리는 '공정'리베이트 합니다"올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를 가리지 않고 리베이트 관련 검·경의 수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2016 대한민국 제약사'에 흑역사로 남았다.며칠 전 제약업계 관계자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다.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나쁜 뜻은 아닌데 앞뒤로 '불법'과 '사건'이라는 단어가 쓰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는 얘기가 오갔다.리베이트는 지급한 상품과 용역의 대가로 일부를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 또는 금액을 뜻한다. 오랫동안 이뤄져온 경제활동의 거래관행이라는 것이다.이처럼 모든 리베이트가 불법이 아닌데 제약사조차 이 단어를 숨기려 한다. 감추려고만 하다보니 자꾸만 숨게 되고 '사회적 인식' 또한 나빠지게 된다.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부를 뜻하는 '사바사바'란 말은 고등어 두 마리를 제공하면 원활히 일처리가 됐음을 뜻하는 '사바'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사금 성격으로 주는 '모찌다이'는 일본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떡값으로 제공하는 부정적 의미인 '모찌다이'로 사용되고 있다.단어의 본뜻을 벗어나 안좋은 쪽으로 쓰이다 보니 그 자체로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는 단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공정하게 행해지는 판촉행위, 즉 '공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당당해져야 한다.리베이트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제약산업 자체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안에서부터 바뀌어야 밖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불법적인 사건에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걸리다 보면 결국 제약산업 이미지만 나빠지게 된다.제약업계가 약사법과 CP 규정 안에서 제공하는 것도 거래관계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니 '공정 리베이트'다. 다만 과도한 금액과 서비스, 기준 미달 의약품 사용을 전제로 제공하게 되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요구된다.국민들은 리베이트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받는 행위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의·약사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 조차 어려워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리베이트라는 이름 위에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을 올려놓고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은 이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제약사 직원도, 영업사원도, 의사도 우리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다.리베이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한다. 정확한 리베이트 방식과 규모를 공개하고 당당한 '공정 리베이트'가 정착돼야 한다.2016-12-27 06:14:5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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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면대약국 용인하며 법인약국은 싫다?어느 지역에나 있고 주변 병원 규모가 좀 크다 싶으면 하나씩 있다는 면대약국 얘기다.어떤 약사 말로는 약국 이름에 'ㅇㅇㅇ', 'ㅇㅇ' 같은 말들이 들어가면 백이면 백 면대약국이란다. 처방전 수백건이 나오는 위치에 새로 생기는 약국은 면대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말들도 한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면대약국은 약사들에게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손톱 및 가시같은 존재다.당장 내 약국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사실 그 심각성을 느끼긴 어렵다. 그러다 면대약국 하나가 들어서 주변 약국 경영이 악화되면 주변 약국들은 돌연 투사가 된다.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하지만 투사가 되어도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해 포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약사들을 꽤 보아왔다. 이렇게 힘들다, 면대약국 문제 해결하기가 말이다.최근 약사들이 힘을 합쳐 면대약국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도 나는 또 다른 면대 의혹 약국을 취재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면대가 될 예정인 약국'을 취재하고 있다. 업주가 병원인 경우였다.지금 건설 중인 병원이 주변 건물을 모두 사들여 약국을 들이려 하는데, 이상하고 수상한 게 한두개가 아니다.건물을 매입해 약국을 들일거면 약국 개설자에게 보증금과 임대료만 많이 받으면 그만인데, 약사 면허증도 없는 이 병원 관계자는 약국 개설 시기부터 약국 개설 절차, 약국에 들어올 약까지 신경쓰며 현재 임차인을 압박하고 있다. 약국 개설을 누가 하기에 이러는지 의문이 생길 판이다.돈이 되니 브로커든 병원이든 도매든 약국 개설에 달려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그 과정에 약국 개설 필수요소인 약사 면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면허를 대여해주거나 아니면 면대업주에게 월급을 받는 약사가 있다.한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약사 직능에 대한 도덕관념이 약해졌음을 한탄한다. 면대 약사를 만나보면 돈을 버는 것, 월급을 받는 것 외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구조에 개입됐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능'이라 부를 만한 자부심이 있을 리 없다.일반인이 보기에 '법인약국'은 안된다 항변하는 것도 약사, 한 쪽에서 면대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도 약사다. 이 두 사람이 관련 없는 타인이지만 같은 '약사'라는 직업으로 동일시된다. 일반인과 법인약국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보기에 약사라는 직능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2016-12-22 06:14:50정혜진 -
[기자의 눈] 복합제 사용량 관리 왜 안되나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만성질환 복합제 등재에 따른 처방양상 변화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복합제 사용량 사후관리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2000년대 중반 블록버스터급 고혈압 약제의 특허만료 이후 국내 고혈압 약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고, 그 중 ARB와 CCB 복합제 시장은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최근의 가이드라인에서 ARB와 CCB 병용이 권고되고 있고,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두 성분 복합제는 약제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실제로 연구 내용에 따르면 고혈압 약 전체를 16개 계열로 구분해 성분계열별 사용 양상을 보더라도 ARB와 CCB 복합제의 총 약품비는 2007년 이후 급증했고, 이는 ARB와 CCB 단일제 사용을 완만하게 저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문제는 복합제 사용량 증가와 무관한 약제 사후관리다. 현재 우리나라 약가제도 중 대표적인 사후관리 기전은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이다.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은 예상청구액이 있는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예상청구액보다 30% 이상 늘었을 때와, 이렇게 해서 상한가가 조정된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전년 청구액보다 60% 늘었거나 10% 이상 늘고 증가액이 50억원을 넘을 때 하게 된다.여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전년 청구액보다 60% 늘거나 또는 10% 이상 증가하고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도 해당된다.이는 모두 동일 제품 군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ARB와 CCB 복합제와 같은 제품들은 대상 기준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방 패턴과 약 사용 경향이 바뀌고 있음에도 약가 사후관리는 이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특히 최근 만성질환 복합제는 하나의 상병에 쓰이는 복합제를 넘어서 복합 상병의 복합제로 출시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도 사후관리 정교화는 필요하다.매출 10억원, 20억원의 약제들의 사용량이 늘었다고 사용량-연동으로 약가를 인하 대상에 포함시키는 현 사후관리 방식은 보험자 입장에서도 그다지 큰 이득이 될 게 없다. 현 사후관리 체계를 의약품 개발과 사용 추세와 긴밀하게 발맞춰 유연하고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2016-12-19 06:14:51김정주 -
[기자의 눈] 깊이 새겨야 할 말 "사람이 미래다""사람이 미래다." 2010년 두산그룹이 새롭게 선보였던 이 슬로건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카피를 작성했다는 이 캠페인은 "성공적인 기업PR 광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됐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행복한 사람, 창의적인 사람, 아름다운 사람 등 2010~2015년 사이에 방영된 TV CF 건수만도 무려 17편에 이른단다.그런데 6년 뒤, '참 잘 만들었다던' 이 광고는 실패한 캠페인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만다.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입사 1~2년차인 신입사원들마저 희망퇴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어버린 탓이다.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은 따로 모아 '이력서 쓰기' 같은 재취업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고 알려져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부도가 미래다", "명퇴가 미래다", "사람이 기계다" 등 당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봇물처럼 터져나왔던 패러디들은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씁쓸한 시선을 반영했다고도 보여진다.그렇다면 제약업계는 어떤가. 2016년은 유독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이나 부당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 다국적 제약사의 #노사갈등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른 한해였다. 연봉이 높고 직원복지가 뛰어나다고 알려졌던 기존 이미지와는 한결 동 떨어진 내용이어서 의아할 정도였다. '일하기 좋은 기업', '최고 고용 기업', '가족친화기업'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하루가 멀다고 배포하는 보도자료들과 거리가 멀다.물론 노조측 의견만 듣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다국적 제약사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조측 주장에 따르자면, 응당 보장돼야 할 휴일근무수당이나 대체휴가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란다. 심지어는 일부 직원을 2년 넘는 기간 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대우하고, 한달에 100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를 시키는 등 기간제법 위반 사례도 있었다.메일이나 직원면담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대기발령을 통보할 수 있다는 식의 압박도 여전하다는 제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피치못할 인력감축을 감행해야 하는 사측의 입장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본다.다만 회사가 직원들을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취급한다면 그 회사에는 결코 미래가 존재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어제도 한 다국적사의 노조로부터 부당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1인시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특정 회사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으나, 연말연시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다시금 떠올려보니 착잡해질 따름이다.2016-12-13 06:14:50안경진 -
[기자의 눈] '타미플루' 급여확대, 제대로하자'타미플루'의 한시적 급여확대가 오늘부터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걱정이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제49주) 38도 이상의 발열, 기침, 목아픔 등의 증상을 보인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외래 환자 1천명 당 13.5명으로 잠정 집계돼 유행 기준(8.9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8일 발령했다.주의보가 발령되면 고위험군에 대한 로슈의 '타미플루', GSK의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의 급여가 한시적으로 인정된다.확진 검사 없이도 초기증상(기침, 두통, 인후통 등 2개 이상의 증상과 고열을 동반한 경우)이 발생한 1세~9세 이하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병, 신장기능 장애 등 고위험 환자는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그러나 매년 주의보 발령 이후에도 본인 부담으로 항바이러스제제를 처방받는 고위험군이 존재해 왔다. 의료진의 인식부족과 보건당국의 홍보부족이 원인이었다.다수 개원의들이 100/100 처방(본인부담률 100%)을 고수했으며 100/100이 아닌, 비급여로 처방하는 의사들도 있었다.이같은 사례가 발생하는 큰 원인중 하나는 '검사 이행 여부' 때문이다. 고위험군이라 하더라도 검사틀 통해 양성반응이 나와야 급여확대가 된다고 알고 있는 의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젠 알때도 됐다. 사실상 조금만 신경쓰면 정확한 급여 처방이 가능한 상황에서 의사는 정부탓, 정부는 의사탓을 하고 있다.타미플루의 경우 정의된 고위험군이라면 검사없이 상병코드 'J111'을 기입하고 처방하면 그 뿐이다. 삭감 운운하면서 볼 멘 소리를 내뱉는 것도 한 두해란 얘기다.급여 확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기존 방식으로 처방 받을시 약값 부담은 3배 가량 늘어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약제비를 부담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과 어르신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제대로 처방할 때가 됐다.2016-12-09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떠나는 제약인, 송별회 준비됐나요?舊官名官(구관명관)이라는 사자성어는 꽤 익숙하다. 옛 관리가 훌륭한 관리라는 뜻이다. 백성들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고을 수장을 교체 해달라고 나라에 청원을 해서 바뀌었는데, 후임 수장이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는 말에서 유래가 된 사자성어다. 나중 사람을 겪어 봄으로써 먼저 사람이 좋은 줄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제약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인사들은 '환영회는 성대한데, 송별회는 없다'고 말한다. 시끌벅적한 환영회를 통해 기업에 영입되거나 입사를 하고 회사의 번영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했지만, 정작 회사를 떠나는 시점에서는 찬바람이 분다는 서글픈 표현이다.최근 제약업계 인사시즌이 본격화 되면서 '떠나는자, 남는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제약업계 인사 트렌드는 단연 '젊어졌다'는 것이다. 40~50대 그룹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오너 2~3세는 물론 전문경영인, 임원들에게도 젊은 바람은 낯설지가 않다.최근 이뤄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단 인사는 40대와 50대 초반 젊은 인물을 사업회사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주목받았고, 지난 7월 대웅제약은 40대 본부장급 인사를 파격적으로 단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상위제약사 뿐만 아니라 일부 중견제약사 전문경영인 인사 발령이나, 예정된 CEO급 인사를 들여다보더라도, '젊은 트렌드'는 제약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제약산업계를 리드했던 제약 1세대 CEO들과 임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인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60~70대들의 퇴장으로 제약기업 전문경영인 세대교체가 본격화 되고 있는 셈이다. 제약산업 CEO, 임원들의 세대교체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다.하지만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송별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약 1~2세대 전문경영인들은 파란만장했던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오랫동안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GMP시대부터 김영란법시대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1세대 제약인들이 서있을 자리는 없다.그래서 구관(舊官)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영회도 중요하지만 송별회는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떠나는자'들이 기업의 최대 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퇴직사원 관리 부실에 기인한다. 박수칠 때 떠나고, 떠나는 이들에게는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2016-12-05 06:14:49가인호 -
[기자의 눈] 제약산업 7대 강국과 식약처 인력난정부가 우리나라를 2020년까지 제약산업 7대 강국 반열에 올리겠다고 공표한지 수 년이 흘렀다. 이 비전은 헬스케어 관련 부처 움직임을 바쁘게 만들었다.의약품 인허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다르지 않았다. 국산 신약·복제약·백신·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을 지원하고 시판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약계 민원소통 업무량을 늘렸다.제품개발 맞춤형 협의체, 팜(Pharm)나비 사업, 해외수출 민관협의체 등이 제약산업 지원을 위한 도구들이었다. 높아지는 세계 인허가 장벽을 국내 산업이 따라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선진화 했다.국내 제약산업 국격 향상에도 집중했다. 의약품상호실사협력기구(PIC/s)에 이어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정회원 가입도 성공했다. 의약품 생산 품질과 허가심사 능력이 선진국 수준임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그런데도 제약산업 종사자들과 식약처 의약품 허가심사 공무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부족한 식약처 인력 탓이다. 곧 은퇴가 가까워질 국과장급 공무원들 중에서는 업무량에 치여 사직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능력좋은 연구관, 사무관들이 업계로부터 스카우트되는 케이스도 있다. 식약처로서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들을 잃는 셈이다.제약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미국FDA와 유럽EMA에 견줘 국내 식약처 인허가 담당 인력은 1/10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은 이미 통계나 세계 현황 등으로 확인된 팩트다. 이 때문에 제약계 전문가와 식약처 내부 공무원들은 새로운 민원(제안)을 시도하거나 신규 업무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업무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매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데다, 시시각각 터져나오는 이슈까지 대응하려면 현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란 한탄만 나오고 있다.식약처는 최근 의약품 허가심사 면허료·수수료 인상으로 76억여원 예산을 증액하고 이 돈으로 내년도 비정규직 심사관을 50~100명까지 확대키로 했지만 이마저도 긴급수혈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의사결정이나 중요도 높은 실무를 처리하는 인력이 아닌, 비정규직 심사관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실무자들의 짐이 조금 덜어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결국 식약처가 세계 수준에 걸맞는 의약품 인허가 기관으로 커지려면 사무관·연구관 급 이상 제약전문가들이 공무수행 인력으로 보강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는 충분히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식약처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행자부와 기재부 등 다부처 협력이 필요해 녹록치 않다.이를 방증하기나 하듯 손문기 식약처장이 연내 신설을 추진했던 '제약산업 원스탑 컴플레인센터(가칭)'도 일시정지 신호가 켜졌다. 센터를 이끌 허가심사 인력이 없어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산업계에서는 기초 허가심사 업무인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자들만이라도 빨리 늘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언감생심 컴플레인센터와 같은 새로운 조직 탄생은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심리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심사 공무원 1명을 추가 배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귀띔했다.세계 제약산업은 이 시간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파머징 마켓'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제약산업이 우리나라 턱 밑까지 쫓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진정 생각한다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산업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식약처 인력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객관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서둘러 적정 수준의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식약처도 오랜 숙원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스스로 근거와 논리를 단단히 만들도록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척박한 땅에 거름도 주지 않고 제약 강국만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2016-11-28 06:14:50이정환 -
[기자의 눈] 약국개설 논란, 보건소에 쏠린 눈"자본주의 사회 매입한 상가에 어떤 점포를 넣든 뭐가 문제냐. 설사 그게 약국이라도."유력 도매업체가 대학병원 재단 부지의 건물을 매입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건물은 100억원대에 매각됐고, 기존 입점 매장들에는 다음달까지 점포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서가 날라왔다. 최근 기존 대학병원 부지 내 상가를 용도변경해 A도매업체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천안단국대병원 이야기다.A업체 측은 기자와 통화에서 건물 매입 사실은 인정했다. 잔금 처리가 남아있어 내년 1월까지는 계약이 완료됐다고는 볼 수 없다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이어진 관계자의 말은 기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자본으로 건물을 매입하고, 그 건물에 어떤 성격의 점포를 입점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그것이 약국이라 할지라도.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개인이 상가를 매입하고 그 상가에 약국을 입점시키거나 분양하는게 뭐가 문제겠나. 하지만 이번 사안은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물의 특징을 보자. 이 건물은 최근까지도 단국대 재단 소유로 학교용 부지에 해당됐다. 2003년, 20010년 두 번에 걸친 A도매업체의 매입 시도가 교육부의 불허로 실패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근 이 건물은 학교법인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가 변경됐고, 별다른 제재없이 도매상에 팔렸다. 여기에는 여전히 병원 기숙사를 비롯해 광역치매센터, 병원의 다수 팀들이 위치해 있다. 병원용 시설에서 완벽히 분리됐다고 볼 수 있을까.이번 건물 매입 대상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A도매업체는 천안단국대병원에 적지 않은 비율의 의약품을 납품하고 있다. 관계자 말대로 의약품을 유통하는 도매업체가 병원과 전혀 무관한 '자본주의 사회의 개인'이라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잔금 처리만 남은 상태에서, 계약을 무효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병원 인근 약사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일정 부분 자포자기 한 상태라고 했다. 남은 것은 그 건물에 과연 약국이 개선될 것인가이다. 공은 이제 약국 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할 지역 보건소로 넘어왔다. 천안시보건소 측은 최근 "아직 약국 개설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뜻을 지역 약사회와 인근 약사들에 전해왔다. 이번 사안은 단순 병원 인근 약사들의 생존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약분업 근간의 훼손 여부를 둔 전체 약사사회 이슈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의 천안시보건소 입장이 궁금해 지는 이유다.2016-11-21 06:14:50김지은 -
[기자의 눈] OTC 몰락 이대로 지켜 볼 것인가3분기 집계 결과 박카스, 우루사, 케토톱 등 주요 #OTC 브랜드들이 작년보다 매출이 늘었다.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공세로 제약사들이 비급여의약품인 OTC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체 OTC 시장은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은 2.78% 감소했다. 무엇보다 신제품 실적이 저조하다. 그나마 박카스, 우루사, 케토톱 등 20년 이상 판매된 장수 브랜드들이 OTC 시장의 침몰을 막고 있는 것이다.고령인구 증가로 약제비 적정화 문제는 모두가 풀어야 할 공통된 이슈가 됐다. 조금이라도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비급여의약품, 특히 OTC 시장 활성화에는 이견을 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려운 말로 '셀프 메디케이션(자가 치료)'란 용어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는 현상이다.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OTC 발전에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셀프메디케이션 확대, 즉 소비자 스스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의약품을 더 잘 알고, 더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흔히들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직역간 갈등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문제나 일반의약품을 약국외 장소에 판매하는 방안들이 그렇다.특히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 논의를 앞으로 끌고가기가 더 어렵다.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셀프 메디케이션 활성화를 부르짓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허가기준을 낮추고, 마케팅 문턱을 낮춰 제약회사로 하여금 OTC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시장 활성화가 전제돼야 성과를 장담할 수 있다. 시장구조나 제도개선없이 산업계에만 분발을 요구해서는 작금의 OTC 침체기를 벗어날 수 없다.재정 건전화 차원에서 OTC 활성화가 당위적이고 필요하다면 지엽적인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동일한 목표를 갖고 정부와 산업계, 의약사, 소비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우리 수준에 맞는 장기적이고 실제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OTC 시장이 활성화된 선진국의 예를 참고해 우리나라 환경과 수준에 맞춰나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관련 직업군, 단체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의약분업 15년이 지났다. 매년 OTC를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정말로 의지가 있었을까? 그냥 현상유지가 서로에게 더 나았던 게 아닐까? 한국 시장에서 OTC 몰락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2016-11-17 06:14:50이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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