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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드라마속 내 모습…제약영업의 자괴감

  • 김민건
  • 2017-10-20 12:12:45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고백부부는 반도체 등 핵심산업을 이어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이라고 불리는 제약산업의 슬픈 자화상을 나타났다. 남자 주인공은 제약사 팀장으로 거래 병원 원장의 민감한 사생활부터 전구 갈아끼우기 등 잡무를 도맡아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쌓여 온 제약영업의 이미지다.

제약업계는 "현실을 정확히 보여줬다"며 '팩폭(팩트폭력)'이라는 평가를 했다. 작가는 드라마 대본을 썼지만 '드라마'를 보던 영업사원들은 현실 모습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제는 그렇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모든 영업사원들이 드라마처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선에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며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감정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영업사원들이 많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영업사원들이 드라마 하나에 내보인 씁쓸함은 무엇이었을까. 거래처 원장의 사사로운 일을 도맡아 하고, 저녁에는 퇴근도 못 하고 회식비를 결제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이, 때로는 병원의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조차 무시당한다 해도 그건 업무상 힘든 것일 뿐이라고 한다. 많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을 때 자신이 해오는 일에 대한 자부심의 상실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R&D개발과 신약개발이 미래라면서 투자를 늘리지만 정작 영업부서의 영업 모습은 1990년대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태블릿 PC를 들고 다니면서 멋들어지게 디테일을 한다고 해도 결국 '누가 더 잘 영업을 하느냐'는 돈이나 인력을 제공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이다.

제약사들은 이를 돈으로 보상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영업만 잘하면 두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분기별, 제품별, 특정 기간 프로모션 등을 다양하게 내세운다. 돈으로 이들의 자부심을 살 수 있을까. 국내 주요 제약사 신입 초봉은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라면 사회초년생이 받기 힘든 3000만원에서 4000만원대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많은 영업사원들이 제약산업에서 이탈해 나가고 있다.

제약환경은 해마다 변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영업이라고 하지만 영업사원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매월 실적 위주의 평가방식에서 탈피해 체계적인 영업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모습 대신 이들과 회사의 미래를 공유하고 지향점을 향해 함께 움직여가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전통이라는 고백부부 속 영업 문화가 구태가 된 지금 필요한 건 CP같은 제제나 규제보다 먼저 내부적으로 변하겠다는 자세다. 영업사원들의 마음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건 고용자인 기업의 역할이다.

제약영업은 매번 도입되는 품목과 자체개발 신제품, 여기에 기존 의약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한발 더 나아가 경쟁 제품까지 분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업무도 많다. 드라마를 보며 영업사원들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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