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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폐암치료제 옵션...무고한 피해자 없어야

  • 안경진
  • 2017-10-16 06:14:53

3세대 폐암 치료제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약가협상 결과가 유보됐다. 지난 8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평가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는 협상 마감시한(13일)이 채워짐에 따라, 최종 타결 여부를 놓고 제약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던 타그리소의 급여등재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유례없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던 올리타가 공단과 약가협상을 완료하고 결과발표만 남겨둔 것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단 측에서 제시한 약가차이가 2배 이상 벌어져 국내 급여포기까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정 가까이 진행됐던 이날 약가협상은 결론을 짓지 못한 채 종료된 것으로 확인된다. 최종 협상기일은 다음주 20일로, 양측에 일주일가량 시간을 벌어주게 됐다.

아직 끝나지 않은 3세대 폐암 치료제의 급여등재 과정은 국내 제약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을 비롯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타그리소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타그리소는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를 투여받은 뒤 내성(EGFR T790M 돌연변이)이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지난달 유럽종양학회(ESMO 2017)에서 공개된 FLAURA 연구를 기반으론, 1차치료제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달 초 '타그리소'를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대상의 1차치료제로서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고 공표하면서 가능성을 높였다.

아마 평소대로라면 'A7 국가' 조정 최저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약가협상이 마무리됐을지 모른다.

그런데 국산신약 올리타의 존재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벌어지게 했다. 타그리소의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다른 대안이 있다보니, 공단에서도 다국적사의 혁신신약에 양보할 기미 없이 여유로운 태도로 협상에 임한 탓이다.

정부 측은 "효능효과가 유사한 올리타와 약가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올리타 단독등재도 고려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참고로 약평위를 통과한 뒤 약가협상 단계에서 결렬되는 비율은 전체 급여약제의 9% 정도로 확인된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도 순순히 물러설 기세는 아닌 듯하다. 한미약품이 제시한 올리타의 한달 평균 약값은 200만원 선. 타그리소 제시가보다 절반가량 낮다. 해외 다른 국가들에서 약가를 책정할 때 한국 약가를 참조할 수 있는 만큼, 본사에서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얘기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초 독일에서도 타그리소 약가협상에 실패하고, 약 자체를 철수한 전례가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EGFR 변이 환자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봐도, 독일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하긴 힘들다.

마침 약가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캐나다 정부가 한국을 레퍼런스 국가에 포함시키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불안감을 더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본사에서 이번 사안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이런 연유다.

만약 최종 협상이 결렬,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의 국내 급여포기 혹은 철수를 감행할 경우 그간 타그리소를 투여받아 온 환자들이 치료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암환자들을 위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양 측이 극적으로 합의, 수입신약과 국산신약이란 두개 옵션을 합리적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아닐까. 그간 공단과 두 제약사 모두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 남은 기간도 그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칫 가해자 없이 무고한 환자들만 피해자로 남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기만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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