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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카드 만지작…약사회, '약 배송' 전면 확대 저지 총력전

  • 김지은 기자
  • 2026-08-25 06:00:48
  • 요약
  • 정부 약배송 확대 추진에 "사회적 합의 파기이자 자기부정" 직격
  • 중기부·플랫폼에도 "선을 넘지 말라"…수익모델 중심 접근 비판
  • 국회 중심 대응 예고…긴급 지부장회의 열고 대응 수위 논의도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추진을 '사회적 합의 파기'이자 '정부의 자기부정'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경고장을 날렸다.

특히 약사회는 정부뿐 아니라 약 배송 확대를 요구해 온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를 직접 겨냥했다.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원칙보다 기업의 수익모델을 앞세워 어렵게 마련한 사회적 합의를 흔드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광민 정책담당 부회장은 24일 전문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최근 밝힌 비대면진료 환자 대상 의약품 배송 확대 논의에 대해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를 무엇보다 기존 사회적 합의를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규정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정부와 국회,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마련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게 약사회의 설명이다.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의 경우 도서·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담은 개정법은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일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이며 자기부정"이라며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비대면진료는 보완이라는 원칙을 깨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 시행도 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개정안을 부정하고 재개정을 시도한다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불가피하다"며 "그 책임은 이번 시도의 중심에 있는 일부 플랫폼 업계와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약 배송 확대 카드를 꺼낸 배경에도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과 정부의 약 배송 확대 발표가 맞물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로부터 약 배송 확대 필요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나 구체적인 근거를 전달받은 것은 없다“며 "왜 오랫동안 계류됐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순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재택수령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 보건의료 정책과 경제·산업 정책 간 충돌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 부회장은 "보건의료 제도를 주무하는 보건복지부가 경제부처의 힘에 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큰 실망감이 있다"며 "주도적으로 의료법 개정 합의안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지난 9개월여간 하위법령을 함께 논의해 온 복지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향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약사회는 플랫폼을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후 하나의 시장 참여자로 인정하면서도 보건의료 정책과 사회적 합의 자체를 기업의 수익모델에 맞춰 흔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플랫폼은 수단과 도구이지 제도와 정책에 과도하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플랫폼 업계와 중기부를 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시행·평가도 없이 전면 확대…대면 원칙까지 무너뜨려“

약사회가 전면 약 배송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기본 원칙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개정 의료법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비대면진료를 보완적 수단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의약품 배송까지 허용할 경우 편의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 이용이 크게 늘면서 결과적으로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약사회의 우려다.

이 부회장은 "비대면진료를 받고 집에서 약까지 배송받는 것이 훨씬 편한데 일부러 의료기관과 약국을 방문하려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전면 약 배송 허용은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원칙과 취약계층에 한해 재택수령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동시에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현행법에서 허용된 제한적 재택수령에 대해서는 제도 안착을 위한 준비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약국과 약사가 중심이 돼 조제약의 안전한 인도와 환자 수령 여부를 확인하고 유·무선 또는 화상을 통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관련 시스템 구축과 실제 운영, 객관적인 평가를 거친 뒤에야 재택수령 대상 확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경우 약사회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약사회는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약 배송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의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법안이 실제 발의되는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단계에 들어가는지 등을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정부와 접점이 있는 부분은 계속 협의하겠지만 일단 국회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의료법 개정 당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복지부와 국회였는데 이를 다시 깨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에 대해서는 "약 배송 문제는 약사사회에서 굉장히 큰 이슈인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여러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비대위도 그중 하나"라며 "긴급 지부장회의를 통해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의 원칙과 철학이 아니라 일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이익을 위한 시도라면 약사사회 전체의 힘을 모아 총력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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