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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R&D 뚝심이 만든 빅딜…한미약품에 거는 기대

  • 차지현 기자
  • 2026-08-25 06:00:43
  • 요약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2년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취재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났다. 각자가 강조하는 명분과 경영 방향은 달랐지만 이들이 한목소리를 낸 대목이 있다. 바로 '임성기 정신'이다. 저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뜻을 잇겠다고 했고 그 중심에는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신약 개발과 제약강국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최근 한미약품의 행보를 보면 내부에서 줄곧 강조해온 임성기 정신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R&D 투자를 지속했고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도 멈추지 않았다.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긴 했으나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신약개발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이 같은 R&D 뚝심의 결실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24일 올해 두 번째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에 지속형 GLP-2 아날로그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로슈그룹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넘겼다. 두 계약의 총 계약 규모는 5조원을 웃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선급금 규모다. 이번 제넨텍 계약의 선급금은 1억9000만달러(2629억원)로 전체 계약액의 8.2%에 해당한다. 한미약품은 앞서 릴리와 체결한 계약에서도 전체 계약의 6.0% 수준인 7500만달러(1129억원)를 선급금으로 확보했다. 올해 한미약품이 두 계약으로 확보한 선급금만 2억6500만달러(3758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한미약품 영업이익(2578억원)보다도 45.8% 많은 금액을 선급금으로 확보한 것이다.

기술료 수익이 후속 신약개발의 재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은 2290억원이다. 이는 한미약품 매출의 14.8%로 전통 제약사 가운데 유한양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런 R&D 투자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도 바라보고 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다시 R&D에 투자해 또 다른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특히 이번 한미약품 빅딜은 개별 기업의 호재를 넘어선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투자 심리 위축과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장 수급이 반도체 대형주에 쏠리면서 바이오주는 상대적으로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R&D 투자가 글로벌 빅파마의 선택과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한미약품의 사례는 업계에도 반가운 신호다.

한미약품의 지난 10여년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2015년 릴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 산업에서 기술수출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개발 중단과 권리 반환의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실패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섰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저마다 계승하겠다고 했던 임성기 정신은 이런 끈질긴 도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미약품이 이 정신을 이어 더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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