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10년차 김과장의 '트리겔' 론칭 일지
- 어윤호
- 2017-04-13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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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세타자인의 '통증완화' 극대화…OTC 신인 대원의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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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이제 영업 그만하고 PM(Product Manager) 한번 해야지?"
대원제약 10년차. 영업사원에서 마케팅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무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라지만 망설임은 있었다.
배치되는 부서가 회사가 새롭게 출범(2015년)한 OTC(일반의약품)사업부였기 때문이다. '대원에서 OTC라니...'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더욱이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내근직이지 않은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길게 보고 키울 품목이라는 이사님의 권유에, 도전을 결심했다. 내게 맡겨진 제품은 제산제 '트리겔'. 경쟁품목이 무려 '겔포스', '개비스콘' 등이다.
옥시 사태로 개비스콘이 주춤하곤 있지만 겔포스는 여전히 연 100억을 찍는 블록버스터다. 막강 브랜드 파워가 넘치는 시장에서 ETC 영업 출신인 내가 신제품을 론칭해야 한다.
'그래... 이러니까 회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보자는 것이겠지.'
마음을 다잡고 먼저 시장 분석에 돌입했다. 놀란 것이, OTC 제산제 시장은 사실 2014년부터 하락세였다. 트리겔과 같은 겔타입이 비중이 제일 큰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로 ETC는 계속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수요는 있단 얘긴데...
줄어든 개비스콘의 볼륨이 다른 제품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 모양새였던 것이다. '

이제 나의 트리겔을 들여다 볼 차례다. 사실 트리겔은 1999년 처방 이미 OTC로 출시됐던 제품이다. 급여도 적용됐고 당시 연매출 70억 이상을 찍었었지만 2002년에 목록 재정비 과정에서 급여삭제 조치되면서 지금까지 수출용으로만 생산돼 왔다.
새로 론칭할 트리겔의 주성분은 '옥세타자인', 위산분비 호르몬인 가스트린(Gastrin)을 억제해 국소마취 효과를 통해 위통을 빠르게 잠재우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기존의 제산제들의 유효성분인 수산화알루미늄겔, 수산화마그네슘을 추가한 일종의 3제 복합제 개념이다.
자료를 찾아 봤더니, 옥세타자인은 꽤 쓸 만한 성분이었다. 옥세타자인 복합제는 일반 제산제보다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필요한 제산제 양이 적어 그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켰으며 통증완화 시간이 제산제 단일제 복용보다 더욱 빨랐다는 연구도 있었다.

마케팅이란게 역시 어렵긴 하다. 제품의 강점을 찾았지만 어떻게 알릴 지가 또 고민이다.
다행히 회사로부터 광고 집행 예산이 떨어졌지만 어떤 컨셉으로 어떤 대상에게 어필을 해야할까. 제산제는 보통 35~44세가 헤비유저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자신이 정해놓고 쓰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가 이들을 대상으로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럼 아예 3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해보면 어때요? 여자들도 대부분 민감해서 제산제나 진통제는 쓰는 품목이 정해져 있어요. 이들이 소비자가 아니란 것이 아니라 제품 선택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우선 끌어 들이는 거에요."
팀회의에서 이 대리의 한마디가 뇌리를 스쳤다. 선택을 시작하는 소비자 공략, 지금 트리겔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란 판단이 섰다. 타깃이 정해지니, 광고 컨셉도 모델도 바로 떠올랐다.
지금 직장인 드라마 '미생'에서 '김 대리' 역할로 주가를 올린 김대명 씨를 내세워 트리겔의 통증완화 효과를 강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 2016년 6월 '트리겔' 출시 그후
시간이 참 빠르다. 제작된 광고는 론칭과 함께 5주 간 공중파와 케이블의 전파를 탔다. 5주, OTC 시장 초보인 대원제약이 약사들에게 '광고' 품목으로만 접근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결정한 온에어 기간이었다.

팜엑스포, 경기약사학술제 등 행사에 부스도 참여했다. 약사들에게 트리겔의 통증에 대한 장점은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한 남자 손님에게 속이 많이 안좋으면 트리겔을, 견딜만 한 수준이면 기존 제산제를 복용하라고 권장했더니 트리겔을 가져갔고 얼마후 바로 재구매를 위해 약국에 오더라"라는 한 약사의 코멘트는 PM이 된 후 느낀 첫 뿌듯함의 기억이 됐다.
TV광고는 중단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접근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개막한 프로야구 시즌에 맞춰 MBC스포츠에 가상광고를 시작했다. 국내 프로야구 뿐 아니라 MLB 중계 중간에 트리겔의 이미지가 노출된다. 페이스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지속적으로 확대중이다.
어려움도 아직 많다. 대원의 OTC 담당 영업사원은 아직 소수에 불과. 1명이 200개 가량의 거래처를 담당하고 있다. 일당백 정신으로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행히 회사에서 증원을 약조해 앞으로는 약사들과 스킨십을 더 넓혀 볼 생각이다.
트리겔은 출시 직후 드라마틱한 매출을 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느리지만 확실하게 구매자 층을 넓혀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애초 회사의 관점대로 오랜기간을 두고 약사와 소비자들에게 효능으로 다가서겠다. 이제 제법 마케팅의 재미도 느꼈고 내근도 적응했다. 빡세게 달려서 블록버스터 한번 만들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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