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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참을만 하세요?거리를 걷고 있을 때 누군가 '아저씨'라 부르면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게 된다. 맞다. 아저씨라 불려도 억울할 게 없는 나이다. 세월의 이러 저러한 먼지가 뱃살에 켜켜이 쌓여있기라도 한 듯, 씩씩거리며 러닝머신 위를 달려보고, 가끔 거울에 비쳐진 좀 나아진 몸매에 안도하지만, 세상의 눈에 드러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세상에 아저씨로 통용되는데 불만은 없고, 때로 '꽃'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 꽃' 아저씨. 보상 받는 느낌이 근사할 것같다. 누구도 그렇게 불러준적은 없지만.내 마음이 아저씨를 허용했다고 쳐도 누군가 사무실로 찾아와 '아저씨'라고 부른다면, 썩 유쾌하지 못할 것 같다. 본시 밴댕이 소갈딱지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수시로 현장에서 취재 보고가 이뤄지고, 안에서 데스크간 기사의 정당성을 놓고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히는 따위의 질서로 채워진 업무의 공간에선 직급으로만 불리기를 나는 소망한다. 아저씨로 불려도 넉넉할 때는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와 하드를 핥으며 목적없이 돌아다닐 때로 한정하고 싶다.가을 하늘은 공활한데, 약사들은 요즘 우울하다. 수면 아래 있던 '아저씨, 아줌마' 호칭 문제가 불거져 공감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약사들도 가운을 벗고, 공원을 산책할 때 누군가 '아저씨'라 부르면 그닥 저항감 없이 고개를 돌릴 것이다. 헌데 고객이 약국 안에서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저씨, 아줌마' 혹은 '아가씨'라고 부를 때 사정은 다르다. 종종 '정겨워서 그래'라는 위안의 말도 따르지만, 이 말에 위안 받을 약사들이 과연 있기는 할까? 솔직히 약국 안에서 아저씨란 말에 '존중'의 의미는 없다. 얕잡음이 깔려 있을 따름이다.간호사, 목욕관리사 등은 기존 호칭을 좀더 품격있게 바꾼 사례이지 아저씨, 아줌마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약사에 대한 아줌마 아저씨라는 부름은 참으로 톡특하고 미묘한 현상이다. 아줌마, 아저씨에 약사직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흔쾌하지 못한 감정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호칭은 단순하지 않다. 그 사람을 저울질한 끝에 결정된 최종 결과물인 경우다. 그렇다고 한다면 호칭은 약사 직능에 대한 사회적 무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호칭은 나와 타자간 상호 관계다. 약사사회는 거울 앞에 설 필요가 있다. 거울은 솔직하다. 비록 반대의 상(카이럴)으로 나타나지만, 내 행동에 배신하지 않고 반응해 준다. 약국은 서비스 기관이다. 그것도 학술적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의약품이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하는 고급 서비스다. 동시에 판매의 행위가 일어남으로써 수반되는 통상 서비스 도 있다. 우선 순위를 가릴 수는 없으나 굳이 따져보자면 전문 정보제공 서비스가 먼저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친절로 상징되는 서비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만 높이기 때문이다.호칭 문제, 하찮은가? 그렇지 않다. 약사회는 호칭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불가사의한 아저씨, 아줌마의 현상을 분석해내야 하고, 현상유발 요인들을 찾아내 대처해 나가야 한다. 왜? 호칭이야말로 낚시의 부표처럼 약사집단이 사회에 수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인 탓이다. 흥미로운 호칭이 하나있다. 선생님이다. 스승을 부르던 이 단어의 주인은 이제 더이상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의사가 주인이다. 방송이든, 어디든 사람들은 죄다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약사회는 문제가 생겼을 때 부랴부랴 항의단을 보내는 대신 근본적인 현상의 분석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2014-09-19 12:2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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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반기술로 희망 쏜 JW중외와 한미대한민국 제약산업이 약가인하 등 비우호적 환경 아래서 악전고투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을 향해 의미있는 한발짝을 또 내딛었다. JW중외제약과 한미약품이 바로 오랫동안 우울했던 제약산업계에 희망을 보여준 두 주인공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후보물질이나 제조방법에 관한 기술을 수출하며 가능성과 역량을 꾸준히 보여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두 회사는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에 원천기술을 수출하고, 기반기술이 적용된 바이오베터 후보 물질의 성공적인 임상 2상을 마무리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기술의 난도를 높인 진일보로 평가받을 만하다. 두 회사의 행보는 그래서 더 주목된다.JW중외제약은 지난 2일 Wnt 신호전달 경로를 타깃 삼아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본 프리즘 파마에게 계약금과 개발단계별로 마일스톤을 받는 조건으로 기술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이 제약산업계에서 크게 주목받는 것은 바로 '혁신신약 개발의 자궁'이랄 수 원천기술을 JW중외가 확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원천기술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나 마찬가지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거나 사들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던 영역이다. JW중외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Wnt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합성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자체개발중인 후보물질(CWP291A)의 라이센스 아웃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15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LAPS-GCSF)의 공동 개발사인 미국 스펙트럼사가 2상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내 3상 임상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LAPS-GCSF는 호중구 감소증을 치료하는 바이오베터(Bio-better) 치료약물이다. 종전 대비 3분의 1로 줄이면서도 투약 주기는 하루 한번에서 3주 한번으로 크게 늘린 약물이어서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기술적 진보가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한미가 독자 개발한 기반기술 때문이다. 랩스커버리로 명명된 이 기반기술은 대장균을 활용한 재조합 캐리어(전달체)로 약효 시간이 짧은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을 개선해 그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쓰임새 많은 기술이다. 한마디로 말해 '약물의 약점을 고쳐주는 또다른 약'이나 한가지인 셈이다.'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마태복음 7장 7절)을 금과옥조 삼아 끊임없이 글로벌의 문을 두드리는 대한민국 제약기업들은 적지 않다. 각자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제약회사들은 연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결과물들을 도출, 미국 FDA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두 회사가 오늘의 결과를 이루기까지 걸어온 세월은 길었고, 험난했으며, 앞으로도 대부분 가시밭길일 것이다. 기업은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정부와 사회는 제약산업에 대해 비판과 격려의 균형점을 찾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기업을 만드는데 함께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제약기업으로 먹고산다해도 과언이 아닌 스위스의 성공, 우리가 거두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2014-09-16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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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짜 점심 없고, 댓가없는 면허대여 없다'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옛말은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욕심이란 도둑이 바로 그렇다. 그 놈은 참 솔깃하게 다가와 소리없이 마음 한 가운데 똬리를 튼다. 그러곤 은밀하고, 낙관적으로 내게 속삭이며 거래를 시작한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다들 탈 없는데 뭘.' '그래도 이건 아니야'라며 머리를 흔들다가도 어느 순간, 욕심이 이끄는대로 가기 십상이다. 남의 사정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입체적으로 보이던 그 허술한 실상들도 내 문제가 되면 헷갈리기 일쑤다. 이익과 불이익 평가에서 이익이 크게 보이는 탓이리라. 인간의 나이에 맞춰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이순이니 하는 말을 붙인 것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시키고 경계하도록 하기 위함일지 모른다.TV 한 프로그램에서 일본인 특유의 억양으로 '밥 주세요'라고 말을 하고는 음식에 관한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과 해석을 내놓아 그를 달리보이게 했던 사유리 씨. 그의 '트윗 어록 30선'이라는 모음 글이 추석 명절에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정리하면 이렇다. "미수다 끝나고, 우리들에게 많은 사기꾼들이 다가왔다. 자칭 유명한 피디, 자칭 기획사 사장님, 매니저...아무리 말잘하는 사기꾼이라도 욕심없는 사람을 속일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맞아 속일 수 없어. 욕심이 없으면 누구도 절대로." 사유리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마음 속 욕심이 외부의 유혹과 야합하려 꿈틀거리는 '개수작'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또 매순간 도리질하며 견뎌내고 있다.오늘 아침 "평범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모 약사가 면허를 빌려줬다가 그 수렁에서 어렵사리 빠져나오며 겪은 고통들을 고백했다. 650만원의 월급을 주겠다고 제안한 모 도매사장의 말에 혹해 면허를 빌려주고, 약국장을 맡아 일하다 봉변을 당했다는 게 골자다. 전주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나중엔 불법으로부터 야기되는 감당못할 채무 때문에 이 약사는 매순간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난, 노예였다"고 말한 이 약사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경제적으로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인간적으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그러나 면허대여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니 이 약사의 행위마저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약사 사회에 '면허대여는 안된다'는 공론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변 약사들이 욕을 할지 모르지만, 면허대여의 무서움을 알리고 싶었다"는 진심어린 반성에 대해서는 박수로 격려하고 싶다. '나같은 일 당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가상하다. 그래서 애당초 솔깃했던 650만원의 제안을 원천적으로 의심하고, 단호히 배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약사의 어려운 고백으로 전문직능인이 자본에 종속될 경우 '밤낮없는 판매기계'가 될 수 밖에 없음도 드러났다. 영리를 앞세운 법인약국과 불법 면대약국은 '약국의 상업화'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는 듯하다.세상에 공짜 점심 없듯, 면허대여는 결국 댓가를 요구한다. 댓가는 고루 나타난다. 면허를 빌려준 약사들에게는 약값 등 눈덩이가 된 채무의 굴레는 물론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안긴다. 면대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 약을 먹었을지 모른다. 천박한 자본에는 티끌 만큼의 인정이 없다. 끊임없는 증식 욕구만 꿈틀거릴 뿐이다. 대한약사회 등이 면대약국에 대해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실상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길이 없는 현실이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의 자본처럼 위장된 자본가들의 약국이 수없이 생겼다는 이야기만 무성할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한다면, 면허를 가진 약사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만한 사람의 소개로 다가오는 유혹을 경계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이 허락하지 않는 욕심이 바로 면허를 빌려주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도 이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켜 할 것이다. 개인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주위의 연민으로 흐지부지 될 사안이 아니다.2014-09-11 12:1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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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과징금 높이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약국 과징금 산정기준이 현 수준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국가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약국가는 1991년 이후 20년 넘게 과징금 산정기준의 완화를 목마르게 기다려 왔고,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정부산하 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과징금 산정금액을 현행보다 크게 낮춘 연구안을 도출했다. 약국들은 한껏 기대를 부풀렸으나, 최근 복지부는 과징금이 낮아질 경우 약국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이 안을 사실상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들인 연구를 버리고, 직관에 의존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결론부터 말해 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과징 금액은 적정선에서 책정되어야 한다. 과징 금액이 높아지는 만큼 정비례해 법 위반 건수가 줄어든다는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담뱃값을 1만원 이상 올리면 금연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추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과징금액 산정 기준은 법 집행 대상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어야 하며, 이웃한 직능과도 형평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대상자들이 정부의 과징금 부과를 흔쾌히 수용할 수 있으며, 과징금 부과의 원인이 되는 법 준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약국 과징금 산정기준에 대한 약사, 보건사회연구원, 복지부의 인식을 살펴보면 그 간극은 넓다. 예컨대 현행 1일 과징금 57만원(현재는 연간 매출 2억5000만원 이상은 모두 57만원)을 내는 연간 매출 구간 5억원 이상 5억5000만원 미만의 경우 보사연 연구안은 10만원, 복지부 안은 31만원이다. 약사회 절충금액으로 19만원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법상 유사구간의 1일 과징금은 32만5000원으로 표면상 의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일견 유사직능간 형평성을 이루는 듯 하지만 약국의 산정기준에는 약값(처방전당 75% 비중)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약국의 과징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약국의 산정기준과 진료비 중심의 의원 산정기준은 단순 수치만으로 등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과징금 부과의 궁극적 목적이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향후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여러 배경과 여타 과징금간 형평성을 따져 연구된 보사연 연구용역은 존중돼야 마땅할 것이다. 복지부는 책임을 중하게 묻고 예방을 강화한다는 목표에만 매몰돼 과징금을 높일수록 좋다는 입장만 고수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징금 내기 싫으면 100% 법을 준수하면 된다는 발상에 앞서 수용성도 충분히 고려하는 게 마땅하다.2014-09-06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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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제약사들숱한 조사와 처벌을 겪으며 단련이 되었다고는 하나, 제약산업계에서 리베이트라는 말은 그 자체로 늘 민감하다. '사랑에 속고, 돈에 속았던 사람들'처럼 가까이 하기에 두려운 '어비'다. 8월31일 일요일, 한국제약협회(KPMA)는 이례적으로 바빴다. 협회는 이틀 전인 8월29일 39개 제약회사가 CP(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등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료를 냈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윤리경영사를 1차 취합하는 과정에서 10개 회사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협회는 일요일인데도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 부랴부랴 명단을 추가했다. 명단 취합 과정서 협회가 진짜 실수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건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 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대하는지 다시한번 명확히 확인됐다는 점이다. 윤리경영 실천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 불법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다는 증표가 아닌 것처럼,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는 방증도 아닌데 말이다.'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손을 씻지 못하는 제약회사들의 오래된 '불법 리베이트 현상'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와 매우 흡사하다. 죄수의 딜레마가 뭔가. 차포 다 떼고 말해 죄수 두명이 협력해 여죄를 불지 않으면 둘은 합리적으로 가장 낮은 벌을 받게 되지만, 내 입장(이익)과 상대방을 의심하는 순간 최악(높은 벌)으로 가게된다는 내용이다. 제약회사들은 각자 자사의 이익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위로하며 '불법 리베이트'를 감행하지만, 이는 필연 다른 경쟁사의 리베이트도 촉발시킬 것이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제대로 된 이익을 회수하기는 만만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이익을 취하려면 둘은 협력해야만 한다. 제약사에게 주어진 협력의 방법론은 두가지 밖에 없다. 리베이트 조건을 '기준'으로 만들어 같이 행동하거나 아예 리베이트를 함께 하지 않는 것뿐이다. 법적으로나, 사회적 요구로 볼 때 불법 리베이트 공모(협력)는 어불성설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리베이트가 개별 제약회사들의 약점을 가장 쉽게 장점으로 바꿔주는 촉매제일지 모르지만, 그건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고강도 마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약이 결국 개인의 육신을 모두 허물어 트리듯 불법 리베이트는 기업의 건전성을, 산업계의 발전적 토대를 갉아먹는 악마일 뿐이다. 그래서 미래지향적 협력의 방법론은 한가지 일 수 밖에 없다. 죄수의 딜레마를 차용해 여러 조건을 따져보자. 만약 모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들이 빚어질까. 검찰, 공정위에 이은 국세청 세무조사는 연중 계속될 것이며, 언론은 제약산업계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공격하고 궁극적으로는 제약산업 관련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표적인게 약가 정책이다. '리베이트 줄 여력이 약가에 숨어있었네'라고 반기며 '낮추고, 낮추고, 또 낮추게 될 것'은 자명하다. 여론? 지금껏 '임상경험상' 뜨거운 박수를 칠 것이다. 정부, 참 잘한다고 말이다. 개별회사들은 불안한 가운데 매출을 맞추고, 이익난 재무제표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겠지만 오늘을 견디고 살뿐 건강한 내일을 도모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연구실로 가야할 R&D 투자비용이 애먼 곳으로 향할 때 미래는 암담하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만약 모든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다면 어떤 현상이 펼쳐질까. 틀림없이 제약산업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산업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대소 제약회사'들의 역량 차별성을 단숨에 메꿔줬던 리베이트가 빠져나가면 중소 제약사들에겐 고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약사별로 특성있게 성장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제약계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애먼 주머니로 들어갔던 돈들이 연구실과 해외시장 개척에 쓰일 것이며, 산업친화 정책도 적극 주장하고 관철시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리베이트로 실현시킬 눈앞의 이익에 비하면 참으로 한가한 전망이지만 '싱크홀 없는 토대' 위에 안전한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고하려면 이 방법이 유일하다.만약 나(일부 제약사)만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면 어떤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대박'이다. 독점적 매출 증가로 인한 빠른 성장이 예견된다. 제약산업을 긍정적으로 말할 때 흔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산업'이라고 하지만 '나홀로 리베이트' 역시 같은 궤적에 있다. 제약회사들이 책임질 사람을 예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너나 대표이사 CEO 역시 늘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나만 불법 리베이트를 안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업이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가 이윤 추구에 있다는 측면에서 참으로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경쟁사들에게 '나를 잡아 잡수시오'라고 선언하는 것과 매 한가지다. 고객을 잃고 매출은 급락하며, 이로인해 경영이 다급해질 것이다.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 지고, 진행중인 R&D 파이프라인도 지지부진하거나 내려 놓아야만 한다. 역설적이다. 리베이트를 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이 뒤엉켜 있는 작금의 현실에선 R&D에 총 역량을 몰아가는 곳이 휘청거리게 된다. 악화가 양화를 시장 밖으로 쫓아내는 현실, 과연 정당한가.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층 중요해 진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지만, 목표가 뚜렷한 정책을 이끌어 가려면 처벌 단계서는 아니더라도 조사 단계서 만큼은 정상을 참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력하게 리베이트를 억제하되 R&D 투자에 적극적이거나 외국 시장 개척에 불철주야 노력하는 곳에 앞서 리베이트만 내세워 영업에 올인하는 곳이 어딘지부터 찾아내 강력하게 끝장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잡아가고 그 방향으로 길을 터주면 물길은 기다렸다는 듯 그 곳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제약회사들 역시 '어비, 어비'하며 남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기틀을 다진다는 대의와 그 효과를 신뢰하고 서로에게 등을 내밀어 '어부바'를 다정다감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최근 윤리경영 선포 신드롬은 바로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협력은 정당한 사안과 지점에서만 유효하다. 불법 리베이트에서 협력은 음험한 공모일 뿐이다.2014-09-03 06:14:56조광연 -
상담 후 휴대폰 가격 검색, 결코 가볍지 않다최근들어 스마트폰을 손에 쥔 소비자들이 약사로부터 건기식 등에 관해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듣고는 그 자리서 가격 검색해 싼 곳을 찾아가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약국가는 우려하고 있다. 조제나 복약상담 등 바쁜 업무 가운데 시간을 내어 한참을 설명했던 약사들은 이 같은 일을 겪고 나면 한결같이 "대체 이게 무슨 현상이지?"하는 생각에 정신이 멍해지고 이어 "얌체같다, 자괴감이 들 정도로 감정이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해 이 사안은 약국은 물론 제약, 유통산업의 미래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이 현상은 약사 개인의 에피소드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약사들의 개별적 경험담이나 불평, 하소연 뒤에선 가늠하기도, 대처하기도 쉽지 않은 변화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송창진 전북약사회 자문위원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쓴 '권력이동'을 예로들어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문지식과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광범하게 유통되면서 전문가들이 고통받는 시대가 도래한다"며 그 이전 약사가 탄탄한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전문지식을 강화하고 소비자들과 밀착함으로써 약국의 뚜렷한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게 송 자문위원의 강조점이었다. 사회속에 뿌리를 박고서야 온갖 변화를 견딜수 있다는 논리였다.약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현상들엔 몇 가지 살펴봐야 할 함의가 있다. 부정적 함의로는 건기식을 포함해 건강관련 상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가상의 공간에 즐비해졌다는 점이다.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이 그것이며,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뷰티앤 헬스숍, 대형할인마트 등으로 넓어졌다. 다시말해 '건강을 취급하는 약국'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예전처럼 독점적이지 못하고 소위 '엔분의 일(1/N)'이 됐다는 사실이다. 약국이 보유한 건기식에 대한 믿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셈이다. 실낱같은 긍정적 함의도 찾아볼 수 있다. 약사가 가진 전문지식에 대한 믿음이다. 약국의 상품과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은 대동소이하다고 보면서도 전문지식이라는 측면에서 약사의 역할에 대한 온기는 아직은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하지만 약사 전문지식의 온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그나마 온기가 살아있을 때 제약회사, 유통(도매)업계, 약국, 대한약사회 등이 서둘러 독자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뿐이다. 전문지식과 고품질을 결합한 약국의 영역이 구축될 때만 약업경제도 탄탄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은 제약산업과 의약품 유통산업이 궁극적으로 과실을 따내는 논과 밭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동안 문전옥답으로 만드는데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약국을 거쳐 TV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유통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제약이나 유통은 예전처럼 유망한 약국채널을 신제품 하나 들여놓을 곳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약업경제의 젖줄이라는 인식으로 약국 유통채널을 근원적으로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국들도 더 열린자세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환경을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2014-08-28 12:2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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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요람부터 무덤까지 안전관리 필수얼마 전 경기 의왕경찰서는 약국에서 회수한 정품 발기부전치료제를 시중에 불법 유통시킨 제약회사 및 도매업체 직원들을 적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은 약국외 장소에서 자격없는 일반인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약사법 위반 사항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지만, 이 못지 않게 유효기간이 지나 마땅히 폐기돼야 할 의약품이 대체 어떻게 되살아나 불법으로 연결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결론부터 말해, 제약회사들은 요식적 의약품 폐기 절차를 운운하기 앞서 '요람부터 무덤까지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을 한층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로만 치부하지 말고, 물샐틈 없는 시스템 정착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경찰 조사 결과와 데일리팜 취재를 종합해 보면 불법 유통된 의약품들은 폐기 절차가 느슨한 틈새로 새어 나왔다. 경찰에 의하면 이들은 판매부진으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반품된 의약품들이 소각되기 전 미리 소량씩 절취했다가 나중 은밀하게 유통시켰다. 뒤집어 말하면 제약회사가 출고와 반품량을 면밀히 대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이 같은 불법은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데일리팜 취재에 따르면, 소각장도 언제든 불법 유통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만큼 문제점이 나타났다. 소각장에 인계되는 물량 등이 서류 작업으로 끝이 나는데다, 계근(물건을 실은 차량무게에서 빈 차량 무게를 빼는 방식)으로 처리돼 의약품이 새어 나올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의약품은 고마운 존재지만 '동전의 양면'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전문인의 통제 아래 정확하게 처방되고, 조제될 때만 그 가치를 다하는 특수한 물품이다. 실제 의약품은 개발단계부터 동물 독성시험, 인간 대상 임상시험, 이후 사용단계서 임상시험 등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 등 치명적 위험성을 줄이며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의약품이라도 유통단계에서 적정한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수명을 다한 의약품이 정확하게 회수돼 폐기되지 않으면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은 담보하기 어렵다. 의약품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철저하게 관리돼야 하는 '물건'이다. 이런 점에서, 의약품 공급의 시발점인 제약회사들은 매출에 신경쓰는 만큼 의약품의 유통관리에도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2014-08-21 12:2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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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유통협회로 변신, 환영은 하지만사단법인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한국의약품유통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7월16일 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최근 이를 공표했다. 도매협회의 이름으로 52회나 정기총회를 개최한 협회가 명칭을 새롭게 변경한 것은 의약품 도매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는데 따른 자발적 대처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유통협회는 명칭 변경과 때를 같이해 오는 2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제약사의 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유통협회가 협회 사상 매우 이례적으로 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나 마찬가지여서 수긍이 간다.그러나 명칭 변경이라는 유통협회의 전향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명칭 변경의 궁극적 지향점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의문부호로 남는다. 명칭을 변경한데 대해 협회 관계자는 "도매라는 명칭에 대해 의약품업계에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시대흐름에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첨단 물류시설과 배송시스템으로 변화한 업계 현실과도 부합되지 못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유통업계의 방향성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명칭 변경으로 한순간 관심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명칭 변경은 '영수나 철수'의 범주에서 크게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영문 이름으로 보자면 오히려 자신들 업무와 역할의 방점을 '물류 혹은 배송'에 두는 것처럼 보인다. 영문명은 종전 'Korea Pharmaceutical Wholesalers Association(KPWA)' 에서 'Korea Pharmaceutical Distribution Association(KPDA)'으로 바뀌었다. Wholesalers 대신 Distribution에 무게를 둔 셈으로 오히려 판매(Sale)의 개념만 사라져 버렸다. 단어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약업계 현황을 살펴보자. 제약업계가 종전 도매업계에게 절실히 요구하는 건 생산된 의약품의 시공간적 이동 만은 아니다. 이 역할은 물류(Logistics)회사가 잘 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CSO(계약판매대행)라는 실체가 등장하고, 규모를 갖춘 도매업체들이 마케팅 전담팀을 꾸려 외국계 제약회사를 대신해 약국 마케팅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도매업계든, 유통업계든' 종전과 다르고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렇다고 한다면 유통협회는 앞으로 개별 유통업체, 다시말해 회원사들이 미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국제약협회가 일부 회원사들의 불멘소리에도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리베이트는 안된다고 방향성을 잡아나가듯 말이다. 20일 개최하는 포럼의 주제도 동일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의 유통비용 이대로 좋은가'라며 삿대질하고 따져 묻고 싶을 만큼 낮아진 현 의약품 유통마진이 위기의식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엔 공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약과 도매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유통마진과 협력방안 모색'처럼 서로의 고충을 인정하려는 자세로 다가섬으로써 더 높은 설득력을 만들어내고 공감지수를 높이게 되는 건 당연하다. 혼내줄 것 같은 포럼 현장에 과연 제약 당사자들이 맘편히 참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약업계도 이루지 못한 매출 1조원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육박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현행 유통업계가 대한민국 약업계 발전에 앞장서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묻고 선도할 시점이 됐다. '유통협회로 명칭 변경'이 종전 도매업체가 해내지 못한 새로운 역할을 더 치열하게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2014-08-13 06: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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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베이트 변명거리는 모두 제거됐다불법 리베이트 8년 전쟁과 최근 정부의 두가지 조치가 합쳐지면서 리베이트 공여자와 수수자의 이러 저러한 변명거리들은 사실상 모두 제거됐다. 2007년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부터 비롯된 반(反) 리베이트 전쟁은 '리베이트 관련 품목 약가인하 연동제→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당해 품목 투아웃제'까지 더욱 견고해진 제도에다, 공여자와 수수자가 늘 앞세웠던 변명거리들 마저 원천 제거됨으로써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제약회사들을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가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개별 제약회사들이 CP(공정거래프로그램)까지 적극 운영하는 상황이고보면 새로운 전기는 갖춰진 셈이다.보건복지부는 최근 '리베이트 관련 품목 투아웃제' 시행 전후로 우후죽순 제기됐던 '총판 혹은 품목도매(일명 CSO)' 등 제 3자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의 우려도 말끔히 불식했다. 복지부는 "CSO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당연히 당해 품목 제조자의 책임 범위에 속한다"고 유권 해석함으로써 '방향성을 잃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유권해석은 CSO로 통칭되는 품목도매나 총판 등 제3자가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제약회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나 한가지다. 다시말해 제약회사가 제3자를 철저히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이의 부실로 비롯된 문제는 제약회사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입장표명이다.복지부는 이에 앞서 쌍벌제 이전에 100만원 미만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던 의약사 1만1437명에 대해서도 별도의 처분없이 주의 통보로 사건을 매듭짓기로 결정했다. 100만원이상 300만원 미만에 대해서도 경고처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쌍벌제 이전 금품 수수행위자들이 지나치게 많았던 상황은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과 조사에 방해요인이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쌍벌제 이전과 이후가 뒤섞여 조사되고, 단죄됨으로써 '리베이트는 안된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바로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리베이트를 둘러싼 법집행을 흔한 일상사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단호해야 할 법집행이 미적미적 지연되면서 쌍벌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삼겹살을 굽기 위해 기름 때 찌든 불판을 갈듯, 8년 전쟁과 정부의 두가지 조치로 인해 보건의약계의 판은 새로 조성됐다. 이제부터 드러나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원칙대로, 가차없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투 아웃제 시행의 논란거리였던 제3자의 불법 행위가 제약사 책임으로 귀결됨으로써 제약사들의 우회로는 차단됐다. 또 쌍벌제 이전이니, 이후니 같은 공여자나 수수자들의 구구한 변명거리도 깨끗하게 정리됐다. 받았으면 처벌받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투아웃제가 갖고 있는 허점도 있다. 예를들면 바둑판의 사석(死石)작전 같은 것이다. 제약사가 유명품목을 지키기 위해 영양가 없는 품목을 희생양 삼는 방식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을 시행하면서 이같은 회색지대를 더욱 촘촘히 보완, 개선해야 한다. 보건의약계도 더는 리베이트가 숨 쉴 공간이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한편 보건의약계 만병의 근원인 불법 리베이트 적폐를 걷어내는데 동참해야 한다. 생존의 길은 그것 뿐이다.2014-08-07 06: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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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은수저 물고 태어난 도매업계 2세들?세대 교체가 한창이다. 의약품 도매업계 이야기다. 제약회사들이 1세대를 거쳐 2세대, 3세대까지 넘어가는 시점에서 도매업계도 2세의 경영 참여가 가시화 되고 있다. 대표로 부상한 사례도 있지만 향후 몇년 내 대표에 오를 인물들이 도매업체 안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뜻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오영의 경우 창업 1세대인 조선혜 이희구 회장이 1조 기업을 쌍두마차로 이끌고 있는 것처럼 도매업계 전반의 세대를 선을 그어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체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정도 일뿐이다.통상 사회가 기업의 2세와 그들의 경영 참여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은 편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모든 것을 상징하고도 남는 상황에서 2세들의 일거수 일투족엔 늘 비판과 부정적 코멘트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2세들이 입에서 은수저를 내려 놓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에 걸맞는 성장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 회장, 아들 똑부러지게 키웠어'라는 말이 나올때라야 비로소 은수저는 사라진다. 통상 아버지 세대가 피땀으로 가업처럼 일군 도매업체의 2세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일까? 외제차에 골프채를 싣고? 혹은 아버지가 일군 자본 위에 피어난 한떨기 꽃?최근 우연찮게 십여명의 도매업체 2세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매출규모가 큰 도매업체들의 자녀들이었다. 의외였다. 대부분 임원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바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지하창고 생활 2년, 의약품 배송 2년 하는 식으로 밑바닥 현장을 경험했다. 심지어 어떤 2세는 기본급에 매출 대비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대개 MBA를 공부하고 막 돌아온 2세들이 기존 질서를 철저히 무시하고, 경영효율화나 구조조정 등을 입에 올리기를 좋아하는데 비해 이들은 매우 실전적인 이야기를 전제로, 그 위에서 경영 효율화의 공간을 모색했다. 이들은 '약사님'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고객을 대하는 2세들의 태도에 낮은 자세로 평생 기업을 키운 아버지의 그림자가 느껴질 정도다.이변이 없는 한 한국적 상황에서 이들은 곧 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아 대표가 될 터이다. 그들에게 펼쳐진 미래는 안녕한가. 아니다. 지금 도매업계는 변곡점에 서 있다. 제약업계 변화보다 후행하는 속성상 지금이 바로 변화의 기점인 셈이다. 도매업계 스스로 인식처럼 유통마진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제약회사가 세운 소위 영업사원 없는 온라인 쇼핑몰은 경쟁자가 됐으며, 작은 영토를 두고 수천개 도매업소들이 '갈데까지 가보자'며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 큰틀에서 보면, 도매업계의 논밭 역할을 해 온 약국들도 이른바 약없는 드럭스토어나 홈쇼핑, 심지어 대형 마트와 업태경쟁을 벌이는 지경이 됐다. 도매업체들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회사들 조차 매년 깎이는 약가로 인해 곳간 문을 열기 어려운 형편이다.이날 모였던 도매업체 2세들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며 의견을 모아갔다. "약국이 잃은 것을 되찾아 오는데 도매업계가 역할을 해야 한다, 약사님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관계를 맺어야 한다, 제약회사들의 진정한 파트너가 돼 서로의 이익을 높여야 한다, 우리(도매)가 성공하려면 약국이 성공해야 한다, 도매 스스로 PB 상품을 갖추는 것보다 제약회사의 진정한 CSO가 되도록 해야한다." 2세들의 고민은 깊어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한 절대갑이 약화되는 대신, 상황따라 그때 그때 갑이 되고 을이되는 현실에서 도매 2세대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으로 그들의 고민과 노력들이 어떤 모습으로 대한민국 약업계를 변모시켜 나갈지 말이다.2014-08-05 12:2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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