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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카스D 가격 500원과 590원의 그 행간

  • 조광연
  • 2014-09-24 12:24:50

선선해졌다지만 무더위는 길었다. 동료들과 어울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고나면 참새 방앗간 모양 꼭 들르던 곳이 있었다. 바로 약국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박카스D를 사 마시며 회사까지 헉헉대며 돌아왔다. 한번이 두번되고, 두번이 세번되니 습관처럼 돼 버렸다. 짜장면이 아니더라도 점심 때면 약국을 들락거리며 박카스를 디저트처럼 사 마셨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정말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사무실에 들어오면 오후 식곤증은 크게 겪지 않았다. 500원의 효용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 새 가을이다.

가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다 약국을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회사 주변 '기업형 슈퍼마켓 SSM'에 들러 박카스D를 샀다. 약국용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서는 판매를 했다. 신경이 예민해 진 문제는 값이었다. SSM이 경쟁으로 다져진 마트인데다, 저가를 표방하는 만큼 처음 들렀을 때 박카스D에 대한 가격 기대감도 살짝 들었던 게 사실이다. 예상은 곧 어긋났다. 590원. 약국처럼 얼마냐고 묻지 못했다. 박카스가 스캐너를 통과해 찍어낸 가격 590원은 지불명령이었다. "돈내셔." 1800원을 내고 30원을 거슬러 받았다. 계산대 옆엔 동전통이 놓여 있었고, 뭐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30원을 넣었다. "좋은 곳에 쓰겠지"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최근 박카스D의 약국 공급가격 인상설이 유통가에 회자되고 있다. 일반의약품이던 때와 다르겠지만, 약국가에선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상하리만치 약국들은 유명의약품의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형약국들이 유명품목의 가격을 미끼처럼 쓰기도 하고, 경쟁하는 이웃약국은 얼마 받을까 걱정돼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껏 약국이 박카스 가격에 SSM처럼 90원을 덧붙여 판매한 것을 본적이 없다. 스스로 불평하며 손해를 보더라도 50원 단위로 가격을 하향 조정하고는 한다. 손해보는 쪽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지만 고맙게 여기는 소비자는 없다. 약사들의 마음만 편한 행동이다. 사족으로 SSM이 600원을 받지 않고, 590원을 받는 상술도 대단하다.

박카스D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저렴한 드링크인지 모른다. 실제 500원을 들고가 드링크를 살 수 있는 곳이 약국말고 또 있을까? 물론 시골 구멍가게선 올드브랜드 '야쿠르트 낱개'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슈퍼 만해도 낱개로 파는 곳은 별로없을 것같다. 음식점에서 바구니에 담아두고 후식으로 주는 것은 흔하다. 편의점에서 500원의 쓰임새를 찾기는 어렵다. 고급을 지향하는 요구르트를 낱개로 팔기는 하지만 천원이 훌쩍 넘는다. 그렇다면 약국도 박카스D를 달리볼 때가 된 듯하다. 의약품이 아닌 만큼 '낮은 가격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슈퍼나 SSM 같은 곳처럼 말이다. 구입 가격이 높아졌는데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는 SSM은 없다. 이들처럼 하려면 바코드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찍히는 가격을 지불하는 시대'에 약국 만이 흥정하는 곳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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