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전자 쇼크? 괜찮아, 제약산업도 있잖아
- 조광연
- 2014-10-08 12: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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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모든 집구석을 샅샅히 뒤져봐도 이장이나 새마을 지도자급에게 무상으로 보내주던 농민신문을 빼놓고는 신문 한장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자랐다. 그 만큼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새 소식에 둔감했다. 방송 뉴스를 사실로만 받아들였지 행간을 읽어낼 능력은 애초에 없었다. 그런 탓에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알려진 날 아침 중학생이던 나와 친구들은 "대통령 각하가 돌아가신 게 혹시 연탄가스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며 등교했다. 그 이야기는 그럴 듯 했다. 당시는 9시 뉴스에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등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반론도 나왔다. "청와대가 설마 연탄을 땔까?" 라고 누군가 반문했다. 우린 또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시작됐을 때 한 사회과목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우리 묵념하자"며 깊은 한 숨을 토했다. 불안감은 교실 전체에 깔렸다. 철석같이 믿었던 존재의 부재는 어린 내게도 혼란스러웠다.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급감, 장래 불투명에 대한 소식을 알게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2를 통해서다. 개인적 유약함 탓일지 모르겠으나, 어린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부재가 가져다 준 알 수 없는 불안감처럼 삼성전자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뉴스는 또다시 막연한 불안감을 일으켰다. 겨우 삼성전자의 철저한 소비자로서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을 받았을 뿐 그곳으로부터 일전도 받지 않았지만 은근 나라경제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 진다. 되돌려 생각해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은 벽돌모양의 모토롤라 휴대(?)전화기가 대세였는데도 굳이 애니콜을 샀던 그 마음과 한통속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유사하지 않을까? 나만 유난스러운 것일까?
삼성전자는 정부가 내수시장에 머무르는 국내 제약산업을 다그치는데 피겨스타 김연아와 함께 훌륭한 교재였다. 정부 관계자들의 '삼성전자를 보라'라는 말에 '토'를 달사람은 감히 없었다. 국내 제약회사보다 못했던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국내 모든 제약회사 연간 매출을 합쳐야 겨우 분기 영업이익과 견줄 수 있는 정도까지 격차가 났으니 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퍼포먼스는 훌륭했고, 앞으로 잘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어닝쇼크는 대한민국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검검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세계는 지금 1000조원 제약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것도 2012년 기준이고 2016년이면 14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엄청나게 커보이는 자동차가 600조원, 반도체가 400조원 시장이라는 점과 견줘보면 제약산업은 제쳐두고 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2011년 매출 13조원과 2012년 매출 10조원을 올린 '리피토'와 '휴미라'만 봐도 의약품의 가능성과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
인구 800만명에 1인당 GDP가 8만 달러에 이르는 스위스를 보자. 다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와 로슈 등이 견인하는 제약산업의 수출 비중은 무려 30%에 이른다. 100만원어치를 수출한다면 이중 30만원이 제약산업이 주도하는 셈이다. 제약산업은 가꾸기에 따라 충분히 한 나라의 경제를 부양하는 주력 산업으로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제약산업은 철저히 '규제 상자' 안에 갇힌 채 건강보험 안정화를 떠받치는 장식 노릇만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산업이 수출에, 연구개발에 꼭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어떠한 정책도 건보재정과 견주면 그것으로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오죽하면 복지부 안에 보건산업정책국이 있지만, 보험정책국의 재채기 한번에 모두 '얼음 땡'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되겠는가. 한미FTA와 대대적인 약가인하 등 제약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새 정책이 나올 때면 이러 저러한 산업 육성정책이 나열되고는 하지만 늘 용두사미일 뿐이다. 실효성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혁신형 기업 선정만해도 그렇다. 혁신형제약 2차 인증을 6월중 하겠다더니 10월들어서도 감감무소식이다. 건강보험과 관련한 정부발주 용역연구는 많고, 제약산업 육성정책과 관련한 연구는 없다. 건강보험 관련 연구의 골조는 늘 새로운 정책이 건보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거꾸로 제약산업 육성 정책 연구를 하면 산업을 키우기 위한 건보 정책의 개선이나 수정 필요성도 나올텐데 말이다.
다시말해 헬스케어 산업의 중추인 제약산업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결단코 해가 지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을 맞비교하면 국내 기업의 몰골은 앙상하기 그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R&D 비용'만 해도 국내 제약산업 전체 매출보다 크다며 비관론을 펴며 국내 기업을 탓하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우호적인 산업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썼던 글로벌 기업들이 작은 규모의 기업을 통채로 삼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것을 보면 제약산업은 반드시 '가방크다고 공부잘하는 영역'만은 아니다. 철저히 지식산업이며, 인재 산업이다. 인재라면 우리나라가 달리지 않는다는 게 글로벌기업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가능성은 건보재정을 앞세워 폄하돼서는 안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총아가 제약산업에서 나올 수 있도록 대한민국 산업의 포트폴리오는 다시 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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