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짜 점심 없고, 댓가없는 면허대여 없다
- 조광연
- 2014-09-11 12: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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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옛말은 개인적 경험에 비춰봐도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욕심이란 도둑이 바로 그렇다. 그 놈은 참 솔깃하게 다가와 소리없이 마음 한 가운데 똬리를 튼다. 그러곤 은밀하고, 낙관적으로 내게 속삭이며 거래를 시작한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다들 탈 없는데 뭘.' '그래도 이건 아니야'라며 머리를 흔들다가도 어느 순간, 욕심이 이끄는대로 가기 십상이다. 남의 사정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입체적으로 보이던 그 허술한 실상들도 내 문제가 되면 헷갈리기 일쑤다. 이익과 불이익 평가에서 이익이 크게 보이는 탓이리라. 인간의 나이에 맞춰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이순이니 하는 말을 붙인 것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자각시키고 경계하도록 하기 위함일지 모른다.
TV 한 프로그램에서 일본인 특유의 억양으로 '밥 주세요'라고 말을 하고는 음식에 관한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과 해석을 내놓아 그를 달리보이게 했던 사유리 씨. 그의 '트윗 어록 30선'이라는 모음 글이 추석 명절에 SNS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정리하면 이렇다. "미수다 끝나고, 우리들에게 많은 사기꾼들이 다가왔다. 자칭 유명한 피디, 자칭 기획사 사장님, 매니저...아무리 말잘하는 사기꾼이라도 욕심없는 사람을 속일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맞아 속일 수 없어. 욕심이 없으면 누구도 절대로." 사유리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마음 속 욕심이 외부의 유혹과 야합하려 꿈틀거리는 '개수작'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또 매순간 도리질하며 견뎌내고 있다.
오늘 아침 "평범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모 약사가 면허를 빌려줬다가 그 수렁에서 어렵사리 빠져나오며 겪은 고통들을 고백했다. 650만원의 월급을 주겠다고 제안한 모 도매사장의 말에 혹해 면허를 빌려주고, 약국장을 맡아 일하다 봉변을 당했다는 게 골자다. 전주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나중엔 불법으로부터 야기되는 감당못할 채무 때문에 이 약사는 매순간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난, 노예였다"고 말한 이 약사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경제적으로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인간적으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면허대여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니 이 약사의 행위마저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약사 사회에 '면허대여는 안된다'는 공론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변 약사들이 욕을 할지 모르지만, 면허대여의 무서움을 알리고 싶었다"는 진심어린 반성에 대해서는 박수로 격려하고 싶다. '나같은 일 당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가상하다. 그래서 애당초 솔깃했던 650만원의 제안을 원천적으로 의심하고, 단호히 배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약사의 어려운 고백으로 전문직능인이 자본에 종속될 경우 '밤낮없는 판매기계'가 될 수 밖에 없음도 드러났다. 영리를 앞세운 법인약국과 불법 면대약국은 '약국의 상업화'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는 듯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듯, 면허대여는 결국 댓가를 요구한다. 댓가는 고루 나타난다. 면허를 빌려준 약사들에게는 약값 등 눈덩이가 된 채무의 굴레는 물론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안긴다. 면대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 약을 먹었을지 모른다. 천박한 자본에는 티끌 만큼의 인정이 없다. 끊임없는 증식 욕구만 꿈틀거릴 뿐이다. 대한약사회 등이 면대약국에 대해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실상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길이 없는 현실이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의 자본처럼 위장된 자본가들의 약국이 수없이 생겼다는 이야기만 무성할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한다면, 면허를 가진 약사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만한 사람의 소개로 다가오는 유혹을 경계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이 허락하지 않는 욕심이 바로 면허를 빌려주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도 이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켜 할 것이다. 개인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주위의 연민으로 흐지부지 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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