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국식 조제'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혁신을제약회사 GMP 생산시설에 관한 엄격한 규정에 따라 생산된 멀쩡한 의약품을 약사가 다시 품을 들여 쪼개고, 갈아 약포지에 담는 후진적 약국 조제 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 등 의약 시스템과 견줘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파우치 포장(재포장)은 건보재정 안정화에 기여하는 순기능과 함께 고령 환자에게 적합한 조제방식일 수 있어 발전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 시행 17년, 약국 조제환경을 살펴볼 시점이 됐다.데일리팜이 창간 18주년을 맞아 'ready to change, 조제환경의 재구성'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약국 조제환경은 우리사회도 가치를 미처 몰랐던 장점과 고질적으로 구조화된 약점이 공존했다. 외견상 그런대로 굴러가는 것으로 비치는 가루약 조제와 파우치 포장의 영역엔 약사들의 고단한 노동이 감춰져 있었다. 그런데 약사들의 희생적 노력에도 환자 안전이라는 측면에선 취약점도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익숙해져 약사의 당연한 의무이자 환자의 권리처럼 여겨지는 가루약 조제(일명 산제조제)는 안전성 측면에선 난센스다. 서방을 위한 코팅까지 가루로 만든다면 그게 환자에게 좋은 일일까. 0.33T나 0.05T라는 처방에 맞춰 가루로 만든 이후 분배하는 경우 10포지 혹은 20포지에 동일한 용량이 나눠질 수 있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처방을 왜 이렇게 했냐며 의사만 탓할 수도, 왜 산제나 시럽제를 만들지 않느냐고 제약회사만 원망할 수 없는 노릇이 혼재돼 있다.파우치포장(재포장) 역시 통째로 건네주거나 PTP 포장째로 주는 것을 선호하던 의약선진국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완통이나 PTP 포장에 비해 약을 알뜰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인식하는 탓이다. 고령 환자의 경우 각기 떨어져 있는 PTP를 빼놓거나 더 먹게되는 잘못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탓이다. 파우치 포장은 약사들의 고된 노동으로 뒷받침되지만 이에 대한 보상체계에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우선 20품목을 파우치에 담으나 3품목을 담으나 약사들의 조제수가는 동일한 게 문제다. 수가 구조에 투약일수만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한장의 처방전에 두 가지 질환에 대한 조제약이 처방돼도 마찬가지다. 조제시간과 노동강도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소아과 주변 약국은 또 어떤까. 다양한 용량과 시럽제가 빈곤한 상황에서 산제조제를 해야하고 시럽제 같은 경우 시럽병 같은 부자재 비용도 만만치 않다.물론 약사들의 조제환경 개선의 핵심이 약사들의 노동강도와 이에 상응하는 수가체계 개선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환자 안전과 복약효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느냐 하는 논의의 출발을 위한 문제의식을 제공할 뿐이다. 조제환경을 제대로 풀어내려면 처방 측면과 생산자 입장, 수가체계 등 다양한 변수의 상호 작용과 균형의 관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익숙해져 그러려니 하는 문제를 꺼내 개선해 나가는 실력, 선진국가의 조건중 하나일 것이다.2017-06-19 12:14:54데일리팜
-
[칼럼] 코리아 굴기(倔起)...제약바이오만한 게 없다얼마전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솔깃한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 "다른 산업 관계자들은 똘똘 뭉쳐 미래 방향성을 잘도 만들어 내는데 우리 쪽은 그게 잘 안돼요. 한데 뭐, 이쪽 사람들이라고 유별나서 그러겠어요?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워낙 복잡한데다, 각각의 구성원들이 자기 입장서 펼치는 논리들이 나름 타당성 있게 들리기 때문이겠죠.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들도 이 분야, 저 분야의 주장에 헷갈릴거에요. 만약 생태계를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게하며,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숲의 공간으로 비유한다면 최적의 생태계란 균형일 겁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 역시 생태계 관점서 들여다봐야 해요."전세계 반도체 시장 400조원, 한국 자동차 연간 수출액 50조원, 한국 반도체 연간 수출액 69조원, 세계의약품 시장 1500조원(2020년 추정).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교 우위 수치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의 대안을 이야기할 때 제일먼저 나오는 에피타이저다.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도 의약품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오래된 레퍼토리인데, 100% 수긍할 수 있다. 이 분야 선진국이라는 미국, 일본, 벨기에 같은 나라가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마당인데 토를 달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현 시점에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정부가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산업으로 제약바이오 만한 게 없음을 바로 인식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정책도, 육성 지원책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처럼 노바티스나 로슈같은 다국적 제약사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도 필요한데, 제약바이오 산업계 종사자들은 이 점에 대해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네,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Yes, we can)"라고 말한다. 응용력 뛰어난 인재가 많고, 연구개발(R&D)에 관한 열망이 충만하며, 어느나라 못잖은 임상능력이 있고, 혁신신약에 대한 갈망이 크다. 구슬을 누가 꿰어 보배로 만들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했다면 최적의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데 정부의 역할이나 정체성을 눈을 부라리는 관리감독자로 규정하면 곤란하다. 군 열병처럼 각진 대오를 꿈꾸는 순간 창의성은 대오를 이탈하고 만다. 대신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일원이 되어야 한다. R&D, 즉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ement)'이 강물처럼 흐르도록 해야한다. 연구의 싹을 틔우고, 꽃으로 열매로 더 개발하려는 사람이나 벤처, 기업을 시스템으로 격려해야 한다. 흔히 지원이라면 여기저기 주문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 생각하기 십상이나, 그렇다고 '돈비'를 내려해결 할 수는 없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부가가치가 생겨 'R&D하면 돈이되는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게 만들어야 한다.R&D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 생태계의 아우성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고 한다. 대학은 혁신제품과 기술개발의 근원이라며 기초과학 투자를 주장하는 측면이 있는가하면 세계 눈 높이에서 벤처 수준인 국내 제약기업들은 '라이센싱 아웃'을 넘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3상 임상한번 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한다. R&D투자 능력 강화를 위해 약가정책도 연동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 일리있다. 그렇다고 '몰빵'할 수 없는 것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바로 이같은 현실을 균형있게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귀를 열어 각계 의견을 곰처럼 듣되 판단은 여우처럼 해야 한다. 그럴듯 포장된 주장들의 이면과 본질을 꿰뚫어 내려는 노력과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이는 사람을 걸러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바이오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생태계를 조망하는 거시적 기준(김선영 서울대교수 제언)이 필요하다. 연구 성과 평가방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학에서 창업 활성화는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맞춤형 퍼스트 무버(First mover)전략은 어떻게 짤 것인지, 과학기술과 돈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금융적 접근과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할 것인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R&D 컨트럴 타워는 어떻게 만들고 실행할 것인지라는 큰 관점이 요구된다. 이곳 저곳의 주문에 응답하는 땜질식 대응은 안된다. 대학이든, 벤처든, 전통의 기업이든 이곳 연구실에서 나온 성과가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큐베이팅 되고, 여기에 시장의 자금이 자연스럽게 달라 붙어 기업공개로 이어지고, 더 큰 기업이 인수합병(M&A)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면 제약바이오는 대한민국의 굴기가 될 수 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줄탁동기 같은 생태계라면 가능하다.2017-06-13 06:14:54조광연
-
[사설] 생산공장에 갇힌 'GMP 정신'은 반쪽 짜리다의약품 품질을 담보한다는 대한민국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 다시말해 GMP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 EU와 미국시장에서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1977년 보건사회부가 KGMP를 제정, 공포하고 2008년 새 GMP가 시행되는 과정으로 고도화되고 있으며, 이는 2014년 PIC/s 가입, 2016년 ICH 정회원 국가 지위 획득으로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산업 분야에서 대표적 4차산업 혁명대상이 의약품 생산시설이라는 측면,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짧은 시간 크게 발전한 GMP가 여간 자랑스러운게 아니다.그런데 이것 만이 대한민국 GMP의 진면목일까? "생각 같아선 제약회사 최고경영진이 GMP 교육을 세 달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산시설 영역 종사자들의 푸념처럼 'GMP 정신'은 애석하게도 생산시설과 생산공정, 공장사람들의 세계에만 신앙처럼 애지중지된다. GMP를 통해 실현하려는 궁극 목적을 바라보는 제약사 경영진의 인식 수준이 여전히 미흡한 탓이다. GMP 기준에 맞춰 생산시설을 짓고, 원료를 다루며, 모든 행위를 문서로 남기기만 하면 만사형통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뒷받침할 현장의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예를들면 이런 것들이다. 한달 전만해도 분홍색이던 정제가 하루 아침에 파란색으로 바뀌어 약사와 소비자가 크게 언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소비자에게 복약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약국에겐 일언반구 정보를 주지 않는다. 조제하다가 아는 경우가 적잖다. 의약품 포장도 엇비슷해 조제과정서 실수의 여지가 있는데도 모른척 눈 감는다. 멀쩡했던 의약품 색깔이 변해버렸는데도 '약효에 이상이 없고 부작용 가능성도 없다'고 앵무새 해명을 한다. 그저 식약처에 보고돼 행정처분을 받을까 봐 걱정돼 문제를 제기한 약사의 입을 틀어막기 바쁘다.GMP 정신이란게 무엇인가. 일년 365일 언제 의약품을 만들더라도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이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출발점이 생산공장이다. 우수의약품 유통관리기준(KGSP)이 뒷 따르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제약회사들은 행정적 최소한 기준인 GMP 요건만 맞추는데 급급할 뿐 밑바닥에 깔린 정신을 구현하는데는 무관심하다. 다시말해 용약(用藥)에 대해선 되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다국적 제약회사라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최근 아토르바스타틴 제제 성상 변경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국내 제약회사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네릭을 내는 수많은 국내 제약회사 중 어느 곳도 화이자처럼 성상변화를 전파한 곳이 없었다. 복제약을 만드는 것처럼 그 정신도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포장변경 사실을 알린 일동제약사례가 언론에 보도됐다. 이게 뉴스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니 약사들이 성상변경을 고지 않는 제약사를 제재할 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40주년을 맞은 GMP와 그 정신은 이제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광범하게 적용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EU GMP를 받았네, 미국 CGMP를 받았네 하는 것도 산업의 관점에선 대견한 일이지만,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의약품에 관한 소비자 신뢰도 또한 사회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즉 의약품 생산부터 최종 소비될때까지 제약회사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는 제약회사야 말로 일류다.2017-06-08 12:00:54데일리팜
-
[칼럼] 조찬휘와 박인춘, 대체 무엇이 통했을까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과 박인춘 부회장은 섹소폰과 트럼펫처럼 결이 다른 인물이다. 조 회장이 곡선적 인물이라면, 박 부회장은 직선적이다.말하는 방식도 조 회장이 비유와 쉬운 언어로 에두르는 만담형이라면, 박 부회장은 지식언어가 많은 설득내지 훈계형이다. 둘은 금관 악기라는 공통점에도 색다른 음색을 지녔다. 대한약사회장 선거라는 정치 관계로 해석하면 둘은 최근까지 라이벌 혹은 정적으로 살았다. 캠프가 꾸려지고, 지지선언이 잇따르는 등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민주적이며 치열하다는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 둘은 맞붙었었다.2012년 선거에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낸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후보는 '의약품을 슈퍼에 내준 매약노 프레임'에 정적 박인춘 후보를 가둬 승리했다. 박 부회장은 아직도 갇힌 인물이다. 둘의 인연은 그렇게 끝인줄 알았다. 조 회장은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위에올랐고, 박 후보는 존재감없이 은둔했다. 2015년 겨울 재선에 성공한 조 회장은 올해 들어 부쩍 경쟁자였던 박 후보를 자신의 집행부에 데려다 쓰고 싶어했다. '매우 가능성 높다'는 데일리팜 보도가 나갔을 때조차 관객들은 믿으려하지 않았다.차라리 실소를 보낼 정도였다. 그만큼 낯선 장면인 탓이리라. 한데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랴'는 속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중해 조 회장은 이례적으로 담화문까지 내며 그를 상근부회장에 앉히겠다는 발표를 했다. 며칠전 임시 총회에서 몇몇 부회장 인준을 마친지 얼마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한약사회 산하 시도약사회장들은 물론 서울, 경기 분회장들이 입장문을 내며 집단 반발했다. 그도 부족했는지 최측근 참모진이라 할 수 있는 대한약사회 임원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임원직 사퇴를 걸고 조회장에게 인사철회를 요구했다. 집단 항명이었다. 보필해야할 조 회장을 '불통' '편법' '일방회무' 같은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공격했다.이들은 절차 문제를 명분으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며칠 전 임시총회에서 부회장 인준이 있었는데, 왜 그 때는 일언반구 않다가 박인춘씨를 기습적으로 부회장에 발표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절차문제보다 박인춘이라는 인물에 대한 비토라는 것을 말이다. 곡선적 인물, 투박한 듯 어눌하게 말하는 조 회장의 정치는 변칙복서 스타일에 가깝다. 스스로 "사람들은 날 어리숙하게 보는데, 난 절대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다 알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정치적 인물, 조 회장은 만수를 품고 있다. 2012년 대한약사회장이 되고나서, 그를 도왔던, 기세등등했던 K씨를 부회장으로 낙점했다가 내쳤던 사례처럼 말이다. 총회 현장에서 K씨는 호명받지 못했다.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냐는 주변 조언에도 대한약사회장을 지낸 6명을 끝내 명예회장에 올린 인물이 조찬휘 회장이다. 정기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을 '서면이사회라는 낯선 방식'까지 끌어들여 처리했다. '일사부재의라는 사회 원칙'은 그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끊임없이 우회로를 찾아 돌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대약 참모진까지 항명했지만, 그의 방식을 적용해보면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게 유력하다. 절차는 사과할 것이다. 그러나 박인춘은 고수할 것이다. 그의 시선이 레임덕 방지에 머물렀는지, 그 너머에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한데 궁금증이 남는다. 왜, 하필 박인춘이어야만 하는가다. 박 부회장을 그 자리에 앉힌다고 해서 직선제의 후유증을 단박에 잠재울 카드도 못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와 일반약이 편의점에 넘어간 게 시대적으로 그럴수 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거나 이해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꽤 오래 수가협상을 이끌었던 이영민 부회장의 부재를 경험많은 박인춘씨로 대체한다는 논리도 어색하다. 약사회가 자찬했던 것처럼 이영민 전 부회장의 수가 협상 성과는 그간 매우 좋았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왜 스스로 사표를 냈을까? 궁금증이 남기는 박인춘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첫 출근했을 때 냉랭함이나, 며칠 뒤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모욕에 가까운 발언을 꾹꾹 견딘 이유는 무엇인가. 호랑이 굴로 직진한 권토중래일까? 정치는 국회든, 대한약사회든 그저 미스터리할 따름이다.2017-05-11 06:25:32조광연
-
[사설] 대웅제약의 글로벌 도전방식에 거는 기대최근 대웅제약이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미국 시장에 항생제 메로페넴을 발매한 것은 국내 제약사에 색다른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대 사건이다. 흔히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할 때 혁신 신약개발은 지고지순한 방법으로, 제네릭은 제약 선진국 외 국가를 두드려보는 곁가지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에서 대웅의 새로운 도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결국 꿩잡는 것게 매이며, 이렇게 성장한 방식이 바로 이스라엘 테바다. 2015년 12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1년4개월 만에 대웅이 미국 시장서 본격 마케팅과 영업을 하게 된 것은 국내 제약산업계에도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대웅의 도전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영에 관한 유연한 태도와 경영진의 두려움 없는 도전과 모험 정신일 것이다. 신약개발, 제네릭 등 회사가 보유한 여러 역량 가운데 경쟁력있는 부문을 내수에 한정하지 않고 의약선진국 가운데 단일국가로 제일 큰 미국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걸었다. 한국 제네릭 의약품 가운데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는 상징성도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시장 환경과 전혀 다른 미국 시장을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를 스스로 창출했다는 점 역시 다음 행마를 위해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다음 행마는 적응증을 넓혀가며 다양한 국가에 친출하고 있는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다. 나보타는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2018년 미국에서 발매될 예정인데, 이번 메로페넴의 현지 시장 발매는 수많은 경험을 축적시켜 나보타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총체적으로 대웅제약의 역량을 배가시켜 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자연스레 프리미엄도 따라 붙어 여타 국가에 진출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메로페넴과 나보타는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역동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웅제약은 메로페넴이나 나보타 외에도 신약과 제네릭, 내수와 해외,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등 균형잡힌 역량으로 차근차근 글로벌로 진군하고 있다. 대웅은 신흥시장을 연구해 현지 니즈에 맞는 제품 개발을 해 이 시장을 석권하고,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 등 전세계 시장에 역진출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과 현지 고객, 전문가, 파트너, 정부 등 이해 관계자와 밀착 협력으로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 즉 오픈콜라보레이션을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작년 1164억원의 R&D를 쓰며 연간 매출 20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 5개, 매출 3조원, 글로벌 50위를 목표로 세운 '2020 비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한다.2017-04-26 06:14:53데일리팜
-
[칼럼] 피해의식 한방에 깨준 젊은 약사의 '그것'미세먼지로 인해 봄을 잃었다. 한가지 더 보태자면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귀찮아진 일상을 견디는 중이다. 훌쩍거리는 통에 모양 빠지지 않으려 하는 수 없이 알러지성 비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가끔 사 먹고 있다. 얼마전 새 건물에 막 자리잡은 깨끗하고 아담한 약국에 들렀다. 30대 초반 여약사가 벚꽃처럼 화사한 미소로 맞아줬다. 평소 습관대로 "ㅇㅇㅇ 주세요"라고 했다. "그 약이 좀 비싼데…"하는 말이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신념이 라도 꺾인듯 옹졸함이 밀려왔고, 뭘 억지로 건네려하나? 피해의식이 발동했다. 침묵으로 맞섰다.이 뜬금없는 거부감은 어디서 왔을까. 그간 경험과 주변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뒤얽혀 머리에 하나의 스토리로 재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리라. 말한 것은 주지 않고, 자꾸 다른 것을 내밀며 "이게 더 나아요"라고 했었던 씁쓸한 기억, 그래서 마진 좋은 것을 권하나 의심했던 편린들의 반작용이었다. 한데 그 약사, 달랐다. 내가 찾는 약과 3가지 다른 약을 보여주며 같은 성분인데 찾으신 건 5000원, 나머지는 3000원이라 했다. 참조가격제 실현의 현장이랄까? 덧붙여 말하기를 다 신뢰할만한 제약회사가 만든 것이라 했다. 선택권을 내게 돌려주자 단단했던 마음은 금세 벚꽃이 되었다. 그 약사의 이미지도 신뢰로 바뀌어 있었다.대중 광고 효과에 힘입어 잘 알려진 유명의약품들, 이름하여 광고품목이 약사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불쑥 들어온 사람들이 "ㅇㅇㅇ 주세요" 지명하고, 가격을 말하면 고개를 갸웃하거나 '비싸다'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탓이다. 토막 정보라도 줄라치면 '내가 다 아니 아무말 말라'는 듯 쏜살같이 나가버리기 일쑤다. 전화를 하며 들어온 이가 끝내 통화를 하며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은 더 복잡해 진다고 한다. 재판매가 제도 아래서 경쟁 때문에 마진도 박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광고품목이라면 '애초부터 거부감이 든다'는 약사들이 적지 않다.영락없는 계륵이다. 약국이 광고품목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보면야 마진도 박한데다, 약사의 전문직능이 중재되기 힘들고, 가격 시비 대상만 되니 진열대 뒷편에 숨겨 놓고 싶은 심정이 들지 모른다. 한데 그럴 수 없다. 광고로 유명해진 의약품들의 모객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 역시 마냥 외면할 수 없다. 대체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경영을 잘한다는 한 약사는 이런 품목들일수록 약국 전면에 배치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제품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야 말로 의약품의 수납이 아니라 진열이라고 말한다. 진열은 마케팅 커뮤니테이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출발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정보 서비스나 건강상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의 어떤 약국에서 보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 약국은 광고품목 곁에 주요 성분이 같은 다양한 제품을 진열해 놓고 포인트를 준다. 광고품목보다 함량이 많은 주요성분을 POP 형태로 강조한다. 선택지를 받은 소비자들은 약사에게 말을 건다.요즘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진위야 어떻든 스스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기를 좋아한다.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쇼핑 장소가 그에 맞게 설계돼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공간이다. 다만, 의약품은 보다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하므로 약사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수업받기'는 싫어한다. 자신이 선택하고, 스스로 가진 의문점에 대해서만 언급해 주기를 바란다. 만약 젊은 여약사의 방식처럼 동일성분조제(대체조제)도 접근하면 결과는 달라질까?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좀더 빠르고 넓게 열리지 않을까?2017-04-07 12:14:53조광연
-
[사설] 논란 뚫고 명예회장에 올린들 명예롭겠나대한약사회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나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보다 명예회장 추대문제가 시대적 상황에서 더 중요하고 무겁다는 듯 이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이 사안만큼은 전혀 양보할 의향이 없는 것처럼 낯선 서면이사회 방식까지 동원해 오는 19일 임시총회 안건 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 9일 정기총회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이 안건을 임시총회에 상정하게되면 세번째 명예회장 추대 시도다. 2전3기가 되는 셈으로 한가한 기싸움으로 비쳐진다.약사들은 과연 명예회장 '재재추진 문제'가 그토록 중요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특히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부결된 안건은 임시총회 안건으로 성립될 수 없는데도 조찬휘 회장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해서 일각에선 역대회장을 모두 명예회장으로 올릴 수 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서면이사회의 특이성 여부를 떠나 임총 안건으로 상정된다해도 이는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세입세출 결산은 물론 올해 예산 심의 등 크고작은 회무 논의가 영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명예회장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역대 회장들이 집단적으로 명예회장 시켜달라고 아우성이라도 치고 있다는 말인가. 대한약사회장을 지냈던 인사들이 그럴리 만무한데 말이다.명예회장 대상으로 꼽히는 역대 회장은 모두 6명인데, 이런 논란 끝에 명예회장이 된들 본인들은 물론 과연 누가 명예롭게 생각할 것인가. 역대 회장들은 나름대로 약사 직능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들이다. 명예회장이라는 타이틀 없이도, 전 대한약사회장이란 명칭만으로도 약사직능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인물들이라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논란 위에 역대 회장들을 올려 놓는 행위는 추진력이 아니라 불통일 뿐이다.2017-04-04 12:14:52데일리팜
-
[사설] 농림부의 동물약 접근성 제한, 문제 많다농림부가 15일 동물약국이 개, 고양이 백신과 심장사상충약을 사실상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고시 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동물약국들은 이 개정안이 동물보호자나 동물약국에 관한 고려없이 동물병원만을 위한 맞춤형 고시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농림부는 15일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에 마취제와 호르몬제, 항생 항균제, 생물학적 제제 및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동물약 일부 성분을 포함시켰다. 동물병원이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 약국에서 투약이 가능하도록 단서를 달았으나 이는 동물병원이 발행하는 처방전이 미미한 현실에서 있으나마나한 사족에 불과할 따름이다.농림부는 "동물약 오남용과 부작용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처방 대상 동물약에 부작용 위험 우려 성분과 항생 항균제 내성균 예방관리 필요 성분, 전문지식 필요 성분 등을 추가 지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가 운영하는 전국 4100개 동물약국이 이들 동물약을 오남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취급하지 못할 만큼 지식수준이나 윤리의식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개, 고양이 종합백신을 모두 동물병원에서만 맞춰야 하는 게 정말 동물보호자를 위한 것이냐"는 동물약국협회 관계자의 지적처럼 이 개정안은 동물보호자를 외면하고 있다. 동물병원만 동물약을 처방, 투약하도록 하는 것은 치료비용을 상승을 초래해 소비자의 동물약 접근성을 크게 저해시킬 것은 불문가지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물애호가들에게 낮은 문턱을 제공했던 4100개 동물약국에게 경제적 손실도 안길 게 뻔하다. 동물약 판매를 정부가 독점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2017-03-17 12:14:53데일리팜
-
[칼럼] 임성기 회장이 두 아들에게 낸 시험 문제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77)의 장남 종윤(45)씨와 차남 종훈(40)씨가 그룹 주력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등기부에 이름을 함께 올리자 승계 구도를 가늠해보려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있다. 거의 모든 창업자가 그 자녀들에게 선물처럼 업(業)을 물려주고, 대다수 아버지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남겨주는 우리네 관행과 기업 승계 풍토에서 자녀들의 사내이사 등록은 곧바로 경영참여와 후계 구도로까지 읽힌다. 그런 까닭에 이런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고, 지분율이나 그간 성과를 지표로 승계 구도를 예상해보는 시도 역시 물음표를 단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다가온다. 한데, 창업자가 'R&D 경영 신봉자이자 실천가' '색다르고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 별난사람' 임성기 회장이라면, 대본은 '고전'과 다르게 각색될 수도 있지 않을까?임성기 회장은 1973년 6월 한미약품을 세운 이래 줄곧 연구개발(R&D)로 승부를 보아온 인물이다. 그의 경영철학을 한마디로 특징지우라면 단언컨대 'R&D 경영' 이 한마디일 것이다. 입증해줄 성과물은 많다. 현재 역량으로 달성 가능한 가시적 목표를 세운 후 하나씩 성취하며 나아간다는 개념의 '한국형 R&D'는 꽃을 피웠고, 한미약품과 산업계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기술수출 1호인 1989년 항생제 세프트리악손(거래액 600만달러) 기술수출과 1997년 6400만 달러를 받고 기술수출한 마이크로에멀젼 면역억제제가 그의 R&D 경영으로 피어난 꽃들이다. 그 기세로 2015년 수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뤘으며, 중간 과정에선 퍼스트제네릭과 개량신약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 R&D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R&D는 그에게 경영의 수단이자, 삶의 목표점인 셈이다.그는 자칭타칭 '별난사람'으로 불린다. 별난사람이란 어떤 인간형을 두고 하는 말일까. 그를 관찰하며 느낀 별난사람은 '남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망설일 때 신념과 성실, 투지로 해내고야 마는 사람' 아닌가 싶다. 누구도 약사 가운을 입지 않던 1960년대 후반 그는 약국을 시작하며 보란 듯 명찰달린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이름 석자 '임·성·기'를 내세운 '임성기약국'이란 간판을 달았다. 낮은 위생 환경과 관념으로 성병 유병률이 높던 시절 성병전문약국을 차려 크게 성공했다. 회사를 차린 후에는 매출 상위제약사들이나 겨우 손댔던 원료합성에 도전했다. 남들은 비웃었지만 제약회사의 본질은 R&D라는 신념하나로 버텼다. 2016년 벽두엔 자기 보유주식을 임직원 모두에게 무상 증여하는 결단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아버지는 자식에게 객관적일 수 없는 존재라지만, 기업가 아버지 임성기 회장은 이사회 일원이 된지 오래되지 않은 아들들에게 과연 어떤 자질을 기대할까. 끝도 없을 테지만, 임 회장이라면 자신처럼 R&D를 좋아하는 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평생 이룬 한미약품의 R&D 역량과 정체성을 유구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되 제약회사만 사랑하겠다는 승부사적 태도 역시 후계자의 주요 덕목으로 꼽을지 모른다. 제약회사를 세운 이래 40년 넘게 매일 아침 7시30분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것처럼 그 아들들 역시 그리 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한가지만 더 추가한다면, 시장의 역동성과 마케팅에 기반한 R&D를 보는 눈을 아들들에게서도 찾고 싶어할 것이다.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인격체다. 아버지의 기대를 아들들이 알아서 척척 충족시켜줄리 만무하고 그럴수도 없다. 그러나 창업자 일가 외 수많은 사람들의 터전인 기업의 경영이라면 보통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넘어설 수 밖에 없다. 경영수업 혹은 자질 검증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아들들이 제약회사 정체성과 R&D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약업을 잘 할 수 있는 본질적 잣대이기 때문이다. 검증이 제대로 되려면 '아버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각오와 소유와 경영까지도 분리할 수 있다는 비장한 정신으로 '아들이 아닌 500년 장수기업 후계자'를 조련해야 한다. '별난사람' '승부사'로 R&D 혁신을 일궈온 임성기 회장이라면 기업 승계에 있어서도 선구자 역할을 기대해 볼만 하다. 아들이기 때문에, 한국적 관행이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권을 그저 물려주는 건 임성기 회장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2017-03-14 06:14:54조광연
-
[사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의 길, 절반도 못왔다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달 들어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라는 볼썽사나운 용어가 또다시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사법 당국의 수사망에 새롭게 덜미를 잡힌 사건이 있는가하면, 예전 적발됐던 사건의 후속 조치에 따라 불거진 논란이 섞여 있다. 어느 사회든 경제적 이윤동기가 있는 곳에 불법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 근절의 노력은 농부가 윤기나는 쌀 수확을 위해 끊임없이 피를 뽑아내듯 게으름없이 지속돼야 한다.부산지검 동부지청이 26일 발표한 내용은 지금껏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사뭇 다른 차원의 문제로 충격적이다. 물론 처방 대가로 제약회사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관습적 사례도 있었지만, 그 보다 더 시선을 끄는 내용은 '건강보험체제에 유리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제약회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현직 위원에게 부정청탁하며 건넨 리베이트일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의 음습한 그림자가 도대체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다른 두 사건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이후 행정처분에 관한 사항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작년 전주H병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서 무혐의 처리된 제약사와 해당품목에 대해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에 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식약처 행정처분 단계를 넘어선 다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품목들에 대해 복지부가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적용, 급여를 제한할 것인가에 관한 사안이다. 이 단계는 지금까지 불법 리베이트를 옥죄기 위해 각종 법과 제도를 마련해 온 당국의 의지를 최종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산업계에 보내는 시그널인 탓이다.2008년 무렵부터 불법 리베이트와 10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정부는 그동안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비롯해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경제적 이익 등 제공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약사법 47조의2)'까지 계속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제약산업계도 이에 맞춰 윤리위반 직원을 퇴출시키는 등 준법 감시기능을 강화하는가하면 대면영업에서 온라인영업과 마케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목표없는 영업사원 평가나, 그동안 병의원에서 받아오던 처방실적 통계를 더는 받지 않기로 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를 않으려 노력 중이다.이 같은 결과로 인해 눈치보지 않던 불법 리베이트의 추세는 한풀 꺾였다는 나름의 평가가 따르지만, 여전히 갈길 멀다는 게 중론이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처하는 스킬이 좋아졌을 뿐이라는 냉소적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제약협회가 회원사끼리 '정말 심한 곳'을 찍어내자며 실시한 '웃픈 사건'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불법 리베이트는 적폐다. '해마다 약국 반품'을 유발시킨다. 수시로 처방이 바뀌는 게 제일 큰 원인이다. 이 낭비적 요소 하나만으로도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하고 그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감시와 수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드러난 사건의 준엄한 법 적용이다. 해서 회사의 안위가 걱정되는 상황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2017-02-28 12:14:52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토시닙정 54.3% 최대 인하폭…애엽제제 74품목 14%↓
- 2약가개편 충격파…창고형약국 범람...비만약 열풍
- 3약가 개편, 후발주자 진입 봉쇄…독과점·공급난 심화 우려
- 4[2025 10대뉴스] ①약가제도 대수술…제약업계 후폭풍
- 5엄격한 검증과 심사기간 단축...달라진 바이오 IPO 생태계
- 6공직약사 면허수당 100% 인상...내년부터 월 14만원
- 7비베그론 성분 급여 도전...베타미가 제품들과 경쟁 예고
- 8[2025 10대뉴스] ⑥위고비 Vs 마운자로...비만약 열풍
- 9녹십자 리브말리액 1월 급여 등재...듀피젠트 천식 급여 확대
- 10유일한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호르몬 대체요법 '요비패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