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효는 낮고 부작용은 큰 조찬휘 회장의 사과
- 조광연
- 2017-08-07 0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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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무릎을 꿇었다. 공식 의결기구 승인도 얻지 않은 채, 짓지도 않은 가상의 약사회 건물을 '청국장집 식탁'에 올려놓고 돈거래를 한데 대해 회장직 신임 여부를 묻는 7월18일 임시 대의원 총회 현장이었다. 불신임하기로 작정했던 대의원이나, 신임하기로 마음먹었던 대의원이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간적 고뇌를 시험하는 당황스럽고 민망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을 대표하는 수장이 양복 입은 채 맨 바닥에 엎드려 무너질 때 뉘라서 참담하지 않겠는가. 처진 목소리로 그는 '후회막심'이라 고백했다. 이 보다 울림이 큰 사과와 반성의 장면이 더 있을까?
한데 이상하다. 조 회장의 사과는 수용되는 대신 약사들의 화를 돋구는 분위기다. 전국약사대회 개최를 포기하고 이미 약사들이 낸 특별회비를 '투명하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는데도 공세는 쉬 가라않지 않고 있다. 약사회 조직 말단을 이끄는 100곳도 훨씬 넘는 분회장들이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약사 연수교육비 유용 혐의에 대해 검찰 추가 고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9월 개최 예정인 세계약학연맹총회(FIP) 등 앞으로 있을 회무 전반에 걸쳐 협조하지 않겠다며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릎꿇고, 사죄하고, 담화와 편지를 통해 사과를 이어가는데도 국면이 전환되지 않으니 조 회장 입장에선 참으로 야속하고 답답할 것이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일까. 이 같은 현상은 한마디로 말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데서 비롯되고 있다. 조 회장은 입으로, 몸으로, 글로 빈번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하며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을 적시에 내놓지 못했거나 회피했다. 대의원 총회 현장으로 되돌아 가보자. 방금 전 무릎을 꿇었던 그는 불신임안이 부결되자 원로 인사 곁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간 반성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미소였다. 일부 대의원을 향해서는 "회장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큰 목소리로 반격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절차 문제'로 한정시키려한다. 약사들은 '정관을 수호해야 할 회장이 정관에 따라 일처리를 하지 않았느냐, 정관 위반'이라고 따지는데 그는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은,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잠시 태평한 생각에 잠겼던...(7월28일 작성한 대회원 서신중)"이라며 뭉개고, 딴청을 부리고 있다.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아니면 아직도 정관 위반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불신임안이 부결된 후 일부 대의원들의 표현이 못마땅했었는지 "정관 하나 안지킨 것으로 죄인 취급하지말라. 검찰조사에서 무죄로 나오면 어떻게 하려 그러냐"고 훈계했다.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은 진정 사죄의 표현이었을까, 초한지 한신의 '포복 전략'이었을까.
"정관 수호자인 저는 정관을 위배했습니다. 이는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저의 잘못으로 회원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드려 죄송합니다. 크게 반성합니다. 앞으로 모든 일은 정관을 준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의원 총회에서 저의 신임을 물어 진퇴를 결정하겠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 이렇게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조 회장은 사건이 불거진 뒤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대신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받은 돈을 돌려줬다"는 식으로 본질을 비켜갔다. '청국장집 같은 곳에서 라면을 왜 끓였느냐',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라는 질책에 대해 '라면먼저 넣을지, 스프먼저 넣을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결국 한 약사단체로부터 검찰고발을 당했고, 이젠 추가고발을 당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하고 말핬다.
조 회장은 7월18일자 편지에서 "하루빨리 저의 실추된 위상과 명예를 회복하고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퇴진의 문을 열기위하여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대체 이건 무슨 말인가. 마치 억울하게 모함에 빠진 사람의 독백처럼 들린다. "지난 30여년간 쌓아왔던 공든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속에 쌓아 올린 자긍심과 자부심마저 산산조각 나는 상황을 지켜보는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조 회장의 공든 탑은 누가 무너트렸나. 자신인가, 질책하는 약사들인가. 그는 자신의 명예와 자긍심은 태산같이 여기면서도 그에게 권한을 일임해 놓은 약사들의 명예와 자긍심에 대해선 티끌처럼 여기지 않는 언어를 사과라며 되뇌이고 있다. 약사들에게 '개인 조찬휘'보다 앞서는 것은 '약사 회장 조찬휘'라는 사실을 단 몇초라도 서둘러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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