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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R&D 동력된 유한양행 도입신약도매상. 업계 1위 유한양행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매출에서 남의 약(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서 생긴 일각의 비아냥이다.주인 없는 회사라서 단기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상품 판매(코프로모션)에 의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상품비중은 57%다.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결과론적 얘기지만 유한양행의 상품 판매는 기술수출 밀알이 됐다. 처음에는 국내에 한정된 코프로모션(공동판매)이었지만 알음알음 글로벌 본사와 스킨십을 갖는 지름길로 이어졌다.유한양행은 2019년 1호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길리어드에 NASH치료제 물질을 7억8500만 달러 규모(약 8808억원)에 기술이전했다. 계약금은 1500만 달러(약 168억원)다.주목할 점은 유한양행 NASH 물질이 동물실험도 끝나지 않은 선도물질에서 기술수출됐다는 것이다. 양사의 오랜 스킨십 없이는 사실상 계약이 불가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유한양행은 2012년 길리어드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7년 C형간염치료제 '소발비'와 '하모니', HIV/AIDS 치료제 '스트리빌드'와 '젠보야' 등 다양한 품목을 공동판매하고 있다.양사의 협업은 원료의약품(API) 부문에도 뻗어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 하보니, 소발디, 트루바다, 스트리빌드 등의 원료의약품을 유한화학으로부터 조달받아 길리어드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유한양행 전체 수출액의 90% 이상은 길리어드 등 API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최근 도입신약 스킨십이 기술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오랜 파트너 관계에서 연구소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 외에도 베링거인겔하임 등과도 다수 품목 코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유한양행의 도입 신약 전략은 R&D 동력으로도 작용했다. 올해 유한양행 R&D 비용은 매출 목표인 1조6400억원의 10.1% 수준인 1657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1064억원) 대비 6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유한양행 상품판매는 기술수출, R&D 등 밀알이 된 동시에 도매상 오명도 날려버렸다.2019-01-17 06:10:41이석준 -
[기자의 눈] 6개월 전 이미 외양간은 무너져 있었다시간을 6개월 전으로 돌려보자.지난해 6월 9일 오후 5시 30분, 40대 남성 A씨가 경북 포항의 한 약국에서 흉기난동을 벌였다. 약국 직원 B씨가 끝내 사망했다. 범인 A씨에게서 조현병 치료 전력이 발견됐다.다시 6개월 후인 2018년의 마지막 날. 강북삼성병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범인은 역시나 조현병 치료 전력이 있었고, 그가 휘두른 흉기에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만 약국 직원에서 대학교수로 바뀌었을 뿐이다.조현병 환자가 위험하다는 요지의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겨우 6개월 만에 데칼코마니 같은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선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정부는 물론 국회도 외양간을 고치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이다.새해 벽두부터 '긴급 현안질의'를 소집하는 최근의 모습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참고로 약사 출신 국회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세 명이나 된다.6개월 전 약국 직원이 사망한 시점에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조현병 환자를 비롯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 강화 목소리를 냈다면, 어쩌면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대학교수가 사망하는 사건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또 다른 아쉬움은 '의료인 폭행 가해자 가중처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가중처벌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더라도 정신질환자의 경우 심신미약의 이유로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다수 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정신질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보호자라는 것을 박 장관이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중처벌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망사건'의 재발만 막고 싶은 것일까.더 큰 아쉬움은 일련의 논의에서 '약국'과 '약사'가 쏙 빠져있다는 점이다.실제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로 이른바 ‘임세원법’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약사법 개정안은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진료-처방-조제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약국·약사가 유독 피폭력의 위험이 적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논의 시점이야 어쨌든 정부와 국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무쪼록 6개월 이후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2019-01-14 06:22:19김진구 -
[기자의 눈] 개방형직위 성공하려면 투명성 높여야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평가원의 바이오생약심사부장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12월 4명의 지원자가 있었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결정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재공고 결정을 하면서다.작년 12월 지원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탈락했는지 인사혁신처와 식약처는 밝히지 않고 있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지원했는지도 모른다. 외부 민간전문가로만 알려져 있다.바이오생약심사부장 재공모는 작년 12월 18일 마감됐다. 새로운 지원자들이 접수를 했지만 몇명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력개방형 직위는 민간에서 경험을 갖춘 인력의 전문성을 공공기관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공직 조직은 물론 외부에서도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채용 절차에 있어 공개되는 내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재공고 결정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해 국민들은 알 필요가 있다. 채용 과정에 투명성이 필요하다.고위공무원 인사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면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원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서도 안 된다. 다만 국민이 알 수 있게 지원자의 전공 분야와 탈락 또는 후보자 선정 배경에 대해선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의약품은 일반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야 말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의 첫 걸음이다.예로 작년 12월 5일 신임 의약품안전국장이 임명됐다. 바이오생약국장을 지낸 김영옥 현 안전국장이다. 신임 국장에 대한 내외부 평가에는 흠이 없다. 아쉬운 점은 인사혁신처와 식약처에 있다.이원식 전 안전국장이 자진 퇴사하면서 식약처 내외부 공모를 통해 후임자를 물색했다. 당시 식약처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후임 국장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의약품 규제 정책을 진두 지휘하는 자리기 때문이다.식약처는 김영옥 안전국장에 대한 임명을 발표하면서 발탁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신임 국장이 가진 전문성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향후 규제 정책을 가져가려는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외부 인재만 채용하는 경력형 개방형 직위나 내외부 모두 지원이 가능한 개방형 직위에 대한 채용 절차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와 필요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작년 10월 개방형 직위 공고간 최재용 인사처 인사혁신국장은 "민간에서 쌓은 경험과 혁신적 노하우, 전문성 등을 공직에 활용해 국가 발전과 정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길 원하는 많은 전문 인재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공직사회에도 민간 인재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기존 공무 조직과 민간 출신 인력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첫 시작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사다. 즉 '투명성' 확보에 답이 있다.2019-01-10 06:19:13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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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원 20명 '초미니 약대' 시대의 개막정부의 약학대학 정원 60명 증원 계획이 교육부와 약학계 간 불협화음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전국 35개 약대 모임체인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600여명 약대 교수에 교육부 정원배정 심사위원단 불참 독려 공문을 전송하면서 갈등 골은 더 깊어졌다. 약대 정원증원·2개 내외 약대 신설의 정책적 절룩거림을 차치하고 냉정히 현실을 짚어보자.교육부는 약대 정원 60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2개 내지 3개 약대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는 결국 많게는 30명 정원의 약대 2곳, 적게는 20명 정원의 약대 3곳이 새로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지난 2010년, 정부는 약대 갯수를 기존 20개에서 35개로 15개 신설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신설 약대에 배정된 정원은 25명~30명에 달했고 약학계는 "미니 약대 시대가 열렸다"며 우려했다.채 30명도 되지 않는 정원으로 약대를 정상 운영하기란 애로사항이 많단 게 약학 교수들의 중론이었다. 약학계 사이에선 "이럴거면 신설 약대를 제비뽑기로 뽑을 걸 그랬다"는 자조섞인 말 까지 나왔다.교육부는 9년 전 걸었던 길을 다시 택했다. 심사위가 3곳의 약대를 뽑게 되면 30명에도 못 미치는 정원 20명의 '초미니 약대' 시대를 앞두게 됐다. 이미 정원 30명의 미니 약대는 16개에 달한다. 이달 말 신설 약대 결과가 공표되면 미니 약대 갯수는 더 는다. 교육부가 제약산업 R&D 약사와 병원약사 육성이라는 목표 외에도 초미니 약대 시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이미 미니약대 교수진은 교원, 교육공간, 기타 설비 등 교육환경 개선의 어려움과 열악함을 누차 강조해왔다. 무작정 정원을 늘리고 약대를 신설하는 것 보다 선진국 수준의 임상약사와 미래지향적 산업약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적 인프라를 강화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제언도 뒤따랐다.교육부는 이제부터 약학계와 함께 초미니약대 시대의 올바른 약학교육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정원 30명 미만의 약대에서 배출 될 약사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현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고, 새로 선정할 약대는 산업·병원약사 육성 커리큘럼과 인프라를 꼼꼼히 따져 심사해야한다.서울의 A약대 학장은 "약대가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신설 약대 학생이 제대로 된 약학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약대는 정원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일정부분의 시설과 필수 커리큘럼, 교수진이 충족돼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초미니 약대가 이를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교육부는 신설 약대 심사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약학계와 협력해 소형 약대의 경영·교육 환경을 개선해 정상 수준 약학교육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할 때다. 현재 교육부와 약학계는 상호 신뢰가 금 간 상태다.모 약대 학장은 "교육부가 정원 10명의 약대를 6개 늘리는 게 아니냐"며 근심어린 표정을 내비쳤다. 교육부와 약학계 간 불통 수위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교육부와 약학계 간 협치는 고품질 약학교육과 4차산업혁명 시대 국민 건강을 책임질 미래 약사 배출의 필수 조건이다.2019-01-06 14:03:37이정환 -
[기자의눈] 질환 가이드라인과 학술대회의 진일보이제 학술대회가 개최되면, OO학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지난 한해 역시 춘추계 시즌을 맞아, 몇몇 학회들이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거나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그런데, 이는 최근 몇년간 형성된 기조다. 불과 5년전 만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 소식은 드물었다.일단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직결된다'까지는 아니지만 가이드라인의 활발한 업데이트는 우리나라 의대 교수들이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하고 해당 질환 영역에서 입지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가이드라인은 우리말로 '진료지침'이다.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중증도에 따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최고 전문가 집단인 학회가 관련 의사들에게 전하는 '권고' 메뉴얼이다. 당연히 1차의료기관인 일선 개원가의 진료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그간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은 미국이나 유럽의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학회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외과 수술 실력은 세계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고 약제 처방이 많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영역이 있다.다만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인 질환 영역에서 어느정도 국내 학계의 게으름이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학회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또 반대로 해외 가이드라인에서 권고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약제 사용을 우리가 새롭게 만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이에 발맞춰 이제는 국내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제의 효능을 살핀 임상, 메타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발표되는 것을 볼 수 있다.자체적인 의지를 갖고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약이 유효한지,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제약사의 지원금의 투입 유무를 떠나서 이같은 연구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진료 가이드라인은 제약업계 뿐 아니라 정부 급여정책 등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앞서 언급했 듯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 뿐인데도 위력은 충분하다. 그만큼 수많은 의학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뜻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 '의약품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이 향후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국가들의 지침 재정에 참조가 되길 바란다.추가로 이렇게나 중요한 가이드라인인 만큼 순수하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제정이 이뤄져야 하겠다. 이득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의사는 없다고 믿지만 이득을 위해 편향적 처방을 일삼는 의사는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2019-01-03 06:15:01어윤호 -
[기자의 눈] 신약개발, 기다림과 인내심의 미학연휴기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창업 신들의 배틀, 스타트업 빅뱅'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연령대부터 경력, 창업 분야 등 천차만별인 스타트업 대표들이 출연해 경합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쉽게 말해 '창업판 쇼미더머니'다.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4개 부처가 공동 개최하고 108개국, 총 5770팀이 참여하는 데다 총 상금이 18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제법 화제성을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각 스타트업 대표가 자신의 아이템을 소개하면 투자, 컨설팅, 엑셀러레이터 등 현업에 종사 중인 기업 대표들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진다.개인적으로 프로그램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신약개발 스타트업 메디노 주경민 대표의 오디션 장면 때문이었다. 성균관의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주 대표는 자체 개발한 신경줄기세포치료제를 소개하기 위해 심사위원들 앞에 섰다. 치료유전자를 발현함으로써 손상된 신경조직을 재생시키고, 퇴행성 신경질환의 원인을 교정하는 혁신형 치료제가 주 대표의 창업 아이템이다.심사위원들은 성공할 경우 상당한 시장성이 보장되는 혁신치료제에 높은 관심을 표하면서도 장기 연구와 고액 투자를 요하고, 실패 시 위험부담이 크다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스타트업에 목숨을 걸었다면 학교를 그만두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신약개발은 10년 넘게 걸리는 일이다. 불확실성도 높은데 투자자나 다른 직원들에 대해 책임질 자신이 있나"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도 쏟아졌다. 주 대표는 질문세례에 진땀을 빼면서도 신약후보물질이 뇌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원리와 전임상 결과 등을 차분히 소개한 끝에 최종 입상 10팀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이러한 프로그램의 방영은 최근 몇년새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스타트업 붐'을 반영한다. 2000년대 당시 IT 업종이 창업 열풍을 주도했다면, 오늘날에는 신약개발 전문의 바이오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객관적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17 바이오 중소·벤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300개가 넘는 바이오기업이 창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479개가 창업한 2016년의 창업 열기가 이어진 셈이다.바이오업종에 관한 투자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10월 기준 올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7016억원으로 지난해 총 투자액(3788억원)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월 말까지 역대 최대치인 바이오기업 13곳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했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10월 기준) 중 10곳이 바이오기업으로 조사됐다.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관심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비록 일부 계약이 파기되는 아픔은 있었지만, 2015년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올해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기술수출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꿈도 영글어가는 분위기다.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신약개발은 호흡이 긴 산업이다. 의약품의 효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대리평가변수를 활용하고,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심사절차를 간소화 하려는 보건당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최근 10년 중 최대치였다는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건수는 46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올 하반기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을 신약에 대해서는 '임상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는 '임상1상 개시 승인'으로 제시했다. 신약개발이 평균 15년 넘게 걸리고 성공률이 0.01%에 불과한 고위험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제약바이오업계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임상3상 개시 승인 이후 정부의 최종 승인율은 약 50%에 그쳤다.실제 올 한해 국내사들의 글로벌 진출성적을 돌아봐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2종이 FDA 허가를 받은 반면, 연내 허가 기대를 받아온 GC녹십자의 혈액제제와 SK바이오팜이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신약 등은 심사일정이 지연돼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던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최종 10팀으로 선정된 바이오기업의 성과가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켠 조심스러움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제품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10년에 가까운 기다림을 요구하는 바이오업종과 짧은 순간 상품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칭이 과연 적절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국내 개발 신약의 미국시장 진출 꿈을 내년으로 미루게 된 지금, 제약바이오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정부를 향해 던지고 싶은 주문은 인내심과 기다림이다.2018-12-31 06:15:48안경진 -
[기자의 눈]타미플루 부작용 설명은 누구의 몫인가지인이 A형 독감에 걸려 논란(?)의 타미플루를 복용했다. 그 역시 병원과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받아서 나오기까지 부작용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그뿐이었을까. 여중생 투신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전국에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 중 과연 몇 명이나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았을까.부산 연제구보건소는 해당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복약지도 미준수가 이유다. 해당 약사는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약국가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과태료 처분을 전한 기사에서 약사로 추정되는 많은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대부분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함은 분노의 형태로 표출됐다. 처방은 의사가 했는데 왜 약사가 책임을 지느냐고. 약사뿐 아니라 의사도 부작용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이들의 심정이 짐작가지 않는 바 아니다. 복약지도 미준수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인과관계로 연결짓는 프레임에 빠져선 안된다. 해당 약사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함이 물론이다.그렇다고 해서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감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약지도는 법에 명시된 약사의 의무이며, 복약지도료의 대가다. 그 전에 약사라는 배타적 권리(면허)를 가진 전문인이자 직능 본분의 역할이다.사람이 죽었다. 백퍼센트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하나를 콕 집어서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 부작용 없는 약을 만들지 못한 제약사를 탓할 수도, 약 처방 시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은 의사를 탓할 수도, 그렇다고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약사를 탓할 수도 없다.그러나 '왜 나만 갖고 그래' 식으로 억울해 해선 안 된다. 약사만의 문법으로 사건을 이야기해선 안 된다. 처방은 의사가 했으니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는, 국민에게 전문 직능인인 약사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는 말로 들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여된 의무와 본연의 역할이 있다면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리 억울하다한들 소중한 딸을 잃은 유족의 억울함에 비할 수 있을까.2018-12-27 06:15:39김진구 -
[기자의 눈]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필요성우선 이 말부터 쓰고 싶다. "여러분,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빨리 달려가서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하세요!"연일 독감 급증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48.7명이었다고 한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11월 16일 당시 7.8명과 비교하면 6배 늘어난 수치다.올해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 중이다. 어처구니없게 백신을 맞았더라면 예방 가능했던 A형 독감을 앓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23일) 독감 4일 차다. 타미플루의 제네릭인 한미플루를 복용하고 있지만, 밤마다 고열과 함께 폐가 울리는 기침을 할 때면 '응급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들 정도다.독감 증상은 알려진 대로였다. 내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독감은 보통 1∼3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을 동반하며, 콧물이나 재채기 같은 한 가지 증상이 아니라 두통, 근육통 등 전신적인 증상이 함께 동반된다. 지난주 수요일 오전부터 두통과 함께 재채기를 하더니, 목요일에는 이에 더해 걸음을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근육통이 왔다. 운전할 땐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었다.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혼잣말로 나올 정도가 되자, 중소병원을 찾았고 고열로 독감 검사를 했다. 검사료는 비급여로 3만원이었다. 면봉같이 생긴 진단 키트를 코 안에 찌를 듯 넣고 뺀 다음 5분 정도 기다리니 A형 독감 확진이란다. 약국 처방전 이외 진통제와 해열제, 비타민 수액까지 처방 나와 2시간 동안 병원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았다. 비급여로 3만8000원이 추가 결제됐다.성인이라면 주사 행위료와 약품비까지 포함해 의원에서 1만5000원~3만원 사이에 접종 가능한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탓에 온몸의 고열과 근육통을 맛보고, 쓰지 않아도 될 비급여 약품비까지 지출했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전신 증상이 사라지면 기침 또는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할 수 있단다. 내년 3~4월까지 독감이 유행한다고 하니,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독감 예방접종을 하러 가까운 의원을 방문하길 권한다.2018-12-24 06:13:43이혜경 -
[기자의 눈] '직선제' 단점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요란했던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끝났다. 새 회장이 당선됐고, 당선자들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장밋빛 약속이 남았다. 한편으로는 직선제 시행 이후 최저 투표율을 간신히 면할 정도의 투표율과 '선거문자는 징글징글하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회원 모두가 참여해 직접 대표를 뽑는 직접 민주주의의 꽃'인 직선제에도 명과 암이 있다. 회장이 되려는 사람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초 약사를 속속들이 만나며 약심을 파악할 기회를 얻는다. 일선 회원들도 약사회장이 될 사람을 만나 직접 정책 제안을 하고 쓴소리도 할 수 있다. 그만큼 회장은 회원의 일상에, 회원은 회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보다 좋은 선거제도가 또 있을까.하지만 어찌 보면 이보다 나쁜 선거제도도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직선제에도 명과 암은 존재한다. 운동기간 동안 수백, 수천, 수만명의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무엇보다 '당선'되기 위해 후보자가 투자해야 하는 기간과 노력, 인맥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매몰비용은 당선 후 회수하기 위해, 회장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하게 만드는 빌미도 제공한다.민초약사에게까지 자신의 비전을 홍보하기 위해 들이는 이 엄청난 무형, 유형의 가치는 낙선자에게 특히 과도한 좌절감과 상실삼을 준다. 선거가 양자 대결일 경우 특히, 새 집행부가 들어선 후까지 분열된 약사사회가 원상복구되지 않기도 한다. 이 '뒤끝'의 길이에 비하면 회장 임기 3년은 결코 길다 할 수 없다.그렇다고 약사회 선거를 간선제로 돌릴 수는 없다. 이미 약사회원들은 자신의 뜻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직접선거제도에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회원이 대표를 직접 뽑는다'는 직선제의 대의명분을 이길 만큼의 가치가 간선제에 있다 할 수 없다. 우리는 어쨋든 불완전한 방식이지만 이 직선제를 운용해 나아가야 한다.그러기 위해 보완점도 필요하다. 선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선거가 끝난 후 약사사회는 재빨리, 억지로라도, 반드시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한 후 승자를 축하해줘야 한다.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되었다. 회자되는 말들을 들어보니 일부 지역에서 직선제의 뒤끝이 생각보다 꽤 오래갈 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든다. 한 표를 받기 위해 받들었던 회원들의 선택이라면 그 결과도 받들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약사사회는 단점이 많을지언정 직선제를 더 좋은 선거제도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 그것이 약사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2018-12-20 06:00:28정혜진 -
[기자의 눈] 약사 괴롭힌 문자폭탄 이대론 안된다한달여간 치열하게 전개된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장 선거가 마무리 됐다. 결과는 나왔고 당선자들에게는 선거기간 연일 쏟아냈던 공약과 정책을 실천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약사사회에는 또 하나 짚고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한달여간 회원 약사들을 지겹도록 괴롭힌 전화 연락과 무차별 문자폭탄이다.이번 선거에서는 선거법 개정으로 SNS 선거 등이 제한됐다. 더욱이 후보자의 약국 개별방문이 개표일을 10여일 앞두고 금지되면서 각 후보 선거캠프의 문자메시지, 전화유세는 더 극에 치달았다. 서울지역 약사만 하더라도 대한약사회장 후보 2명, 서울시약회장 후보 3명이 메시지를 보내니 하루 기본 5건 이상의 문자를 비롯한 전화연락을 받아야했다.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전송 건수는 늘었고 메시지 내용은 회원 약사들을 더 힘들게 했다. 한 후보당 2~3건은 기본이고 그 내용은 점차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나아가 지라시급 메시지로 변질돼 갔다. 메시지나 연락이 대부분 낮시간에 집중되다보니 약사들은 업무에 적지 않게 방해가 됐다는 반응들이다.문제는 회원 약사들이 느끼는 피로감 뿐만은 아니다. 후보와 선거캠프에서도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인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은듯 했다. 실제로 선거 시작 전부터 일부 후보나 후보 지지자들의 문자메시지 전송이 공론화되면서 경쟁적으로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문자를 전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선거 후반에는 후보 선거캠프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문자메시지, 전화연락에 한정되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보니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적지 않은 선거비용이 사용될 수 밖에 없었다.실제 데일리팜이 유권자 수와 지역 별 차이, 후보 별 문자 종류와 발송 횟수 등을 감안해 대한약사회장, 지부장 선거 문자 발송 비용을 산출한 결과 대략 3억원 정도가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장 후보 2명이 지출한 금액만 1억5000여만원이었다. 이는 선거운동 기간 한 후보가 유권자에 하루 한건의 문자를 보낸다는 가정이었다. 사실상 최소 비용 산출 방식이었단 점이다. 실제 후보별 문자메시지 전송에 사용한 금액은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일부 회원 약사들은 이번 후보들의 연일 계속된 문자폭탄과 그 안에 담긴 네거티브전에 적지 않은 염증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이를 계기로 약사회장 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았단 젊은 약사들도 있다. 과열된 경쟁때문이라고 후보들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회원 약사들이 더 이상 약사회는 물론 자신의 권리 행사인 약사회장 선거 투표에 회의를 느끼지 않도록 문자메시지만 허용한 선거 규정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2018-12-16 20:36:25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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