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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문약이 공공재'가 되기 위한 조건

  • 정혜진
  • 2019-07-16 19:30:14

약국에도, 드라마에도, 의약품 배송차량에도 '전문약은 공공재입니다'가 가득하다.

대한약사회가 국민과 정부에 제안하는 모든 정책적 건의를 함축한 문장인데, 약사회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생산, 유통, 공급되는 전문의약품이 약국 안에서는 사적인 재산처럼 다뤄지며 나타나는 부작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이 말을 구상했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두고 약사사회 안팎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불용재고, 낱알반품, 카드수수료, 종합소득세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텍스트라는 호응부터, 과연 전문약이 공공재냐는 원론적인 지적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전문약은 정말 공공재라 할 수 있을까. 공공재란 국민 모두가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원을 투입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다. 이러한 공공재에 '전문약'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선 먼저 국민에게 약국이 개인의 영업장이 아닌 공적인 장소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의약분업 되자마자 병원 앞으로 몰려가 처방전 쟁탈전을 벌이고, 수천수억 원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감당하면서까지 좋은 자리에 들어가려고 경쟁하는 약국이 과연 국민들에게 '공공재를 공급하고 주민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보일까요. 공공성을 이야기하기에 지금 약국은 너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뼈아픈 지적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 약사다. 이 약사는 사석에서 약국이 정체성을 분명히하고 일관된 주장을 해야 국민도 정부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끌어온 '공공재'라는 단어가 약국의 공공성을 지적하는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모든 약국이 처방전과 무관한 약국을 운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위에서 같이 극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약국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약국에 대한 국민 인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약사는 지방의 아주 작은 소도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존경하는 선배 약사를 언급했는데, 그 선배 약사의 약국을 운영하는 철학이 일반 약국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소도시의 의사나 약사는 환자가 많이 찾아 돈을 벌면 수도권에서 의원·약국을 하려고 합니다. 더 큰 물에서 일하는 게 목표죠. 그런데 이런 의사와 약사만 있다면 지방 주민들은 계속해서 수도권보다 뒤떨어진 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잘 하는 사람'은 모두 서울로 가버리니까요.

그 선배는 한 자리에서 꾸준히 약국을 하며 병원 앞 좋은 건물을 매입하고도 다른 어려운 약사에게 약국 자리를 양보했어요. 임차인들에게 건물 임대료도 올려받지 않고요. 자신이 약국을 열어 돈을 벌게 해준 이 지역에 자기가 받은 것을 최대한 다시 베푸는 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약국의 공공성은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약사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 거창하게 큰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큰 복지재단을 만들지 않더라도, 약국의 공공성은 지역 주민을 아끼고 지역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약사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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