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전면 확대 땐 플랫폼 종속…별점 높은 약국이 승자
- 강혜경 기자
- 2026-08-21 11:56:23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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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업계 일제히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 약 배송 확대 환영"
- '방문 수령' 믿고 있던 약사회, 패키징·배송 등 대책 전무
- "PPDS 무용지물 전락…배달비, 연계 수수료 걱정해야 할 판"
- 창고형 약국에 약 배송까지…일선 약사들 불안·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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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정부가 약 배송 대상자를 '일부 대상자'에서 '모든 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플랫폼 업계와 약사단체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 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닥터나우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음에도 닥터나우는 물론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까지 나서 "약 배송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약을 안전하게 수령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약 품질관리, 환자 수령여부 확인 및 복약지도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정부 안에 대해서도 그간의 데이터와 경험을 가감없이 전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면 약사사회는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간 '재택 수령'이라는 미명 아래 섬·벽지 환자, 취약계층(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 등급자에 한함),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대한 약 배송이 이뤄져 왔지만 방문 수령 원칙에 따라 '비대면 진료-방문 수령'이 구현돼 왔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 역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대응 TF를 구성, 대응에 나섰지만 모든 진료 환자가 대상이 되는 시나리오안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약 배송, 패키징 방식, 본인 수령 확인 절차 등 세부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세부안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민간 플랫폼에 약국이 종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약사회가 2023년 공적처방전달시스템(PPDS, Public Prescription Delivery System)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무용론이 이어졌고, 현재도 운영은 되고 있지만 약국으로 전달되는 처방 건수 등은 극히 일부인 상황이다.
관건은 비대면 진료 대상자와 처방일수 등이 담긴 하위 법령 마련이지만, 플랫폼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재 비대면 진료 시스템에서 약국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약국을 선호하시나요? '후기좋음, 후기많음'

약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플랫폼에 대한 종속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영리 의료 플랫폼들은 제휴 의원·약국을 확보했으며 현재도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스폰서드(sponsored)'라는 명칭을 단 유료 광고·우선 노출 모델이나 '나우약국'이라는 프리미엄 제휴 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정책이 플랫폼 업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시 환자와 의원·약국을 중계하는 플랫폼들이 30여곳 이상 생겼다가 정리되기는 했지만 일부 업체들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의 약사는 닥터나우에서 행해지고 있는 '나에게 맞는 의사 찾기'를 데일리팜에 공유했다.
의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 필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 ▲전문의 ▲후기 좋음(평점 4.8 이상) ▲후기 많음(리뷰 300개 이상) ▲재진율 높음 ▲예약 확정 빠름(180초 이내 응답) ▲영상 진료(영상 통화 가능) 등이 선택 매뉴얼로 명시돼 있다.
추가 요청 사항으로 ▲인공눈물 6통 이상 ▲서류 발급 등을 선택하면 의사가 추천되는 방식이다.

이 약사는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는 경우 음식 배달 앱처럼 후기좋음, 후기많음, 재방문 높음 등 순으로 약국의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플랫폼에 종속돼 비대면 진료·조제를 많이 한 약국이 우선순위가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플랫폼 업체에 제공되는 '약국별 의약품 구매·조제 여부 정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아닌 상품명을 기준으로 약국의 구매·조제 정보가 제공되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약사는 "비대면 진료의 경우 대체조제를 전제로 행해지기는 하지만, 보다 정교한 정보 제공을 위해 제공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 배송비, 일반약 배송 '첩첩산중'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맞물린 약 배송이 의원·약국의 기능을 반쪽짜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 시범사업에서도 단순 메시지만으로 진료를 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비대면 진료 특성상 증상란에 환자가 원하는 약을 명시하면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곁들인 후 해당 약을 처방해 주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지역 약사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더라도 방문 수령이라는 절차가 있어 환자의 안색을 살피거나, 증상이나 약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비대면 진료→약 배달로 고착화될 경우 약국과 의원의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약류, 오남용우려의약품, 사후피임약, 비만치료제 등에 대해서는 처방이 제한되더라도 AI에 의존해 환자가 스스로 병을 진단하고 약을 복용하는 등의 위험 사례 역시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임 소재 역시 불분명하다.
전라남도약사회는 "본인 확인, 배송 과정의 안전성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체계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 배송의 범위부터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책임한 실험"이라며 "배송 과정에서의 의약품 변질과 품질 저하, 오배송·분실·배송 지연과 제3자 수령에 따른 투약사고, 복약지도 이후 발생하는 이상반응, 잔여 의약품, 사고시 책임 소재 등 조차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제도 추진은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도 정부가 대대적인 약 배송 확대 주장을 펼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성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는 졸속으로 추진되는 약 배송 확대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관협의체 역시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이다.
업체들의 비대면 진료 유도 행위, 약 배송에 따른 배송비 부담, 앞서 논란이 됐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약이 처방된 사례 등 시범사업 당시 나타났던 문제들에 대한 부분들도 대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구조대로라면 앞으로 생길 문제들은 뻔한 상황이다. 처방약이 배송되고 나면 일반약 배송에 대한 이슈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약국은 물론 보건의료생태계 전체가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며 "논의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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