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약 배송…정부 전면 확대 추진에 약국 '초비상'
- 김지은 기자
- 2026-08-21 06:00:5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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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제한적 재택수령 넘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 검토 공식화
- 약사사회 "비대면진료 판도 자체 바뀔 사안"…지역약국·대면복약지도 영향 우려
- 약사회 집행부 대응 놓고 내부 책임론도 고개…"하위법령·추가 입법 단계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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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정부가 비대면진료 환자의 의약품 배송 대상을 사실상 모든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약사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단계부터 의약품 배송 확대를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바라보며 제한적인 재택수령 원칙을 지켜온 약사사회로서는 사실상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전제가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의 안정적인 정착과 국민 의약품 접근성 제고를 위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존 12월 24일 시행 예정인 개정 의료법에 따른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은 섬·벽지 주민과 취약계층, 감염병·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위해 약사법과 의료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약사단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도 구성한다.
협의체에서는 배송 대상 확대뿐 아니라 조제약 품질관리와 환자 수령 확인, 비대면 복약지도 등 의약품 안전관리 기준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제한적 재택수령 지켜왔는데"…정부가 '전면 확대' 공식화
약사사회가 이번 발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약 배송'이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온 쟁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약사사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초기부터 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배송이 일반화될 경우 처방전과 조제가 특정 플랫폼이나 대형 약국으로 집중되고, 지역 약국을 중심으로 한 의약품 전달체계와 대면 복약지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에 따라 재택수령이 불가피한 환자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되 일반 환자는 약국에서 직접 의약품을 수령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실제 지난해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도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은 일부 환자로 제한됐다.
그런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는 추가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약사사회의 충격이 큰 상황이다.
약사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약사사회의 대응 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약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배송 확대가 단순히 환자의 의약품 수령 방식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 환자가 직접 약국을 찾아 의약품을 수령해야 한다면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반대로 진료부터 처방전 전달, 조제약 배송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질 경우 환자의 이용 행태와 비대면진료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약사사회의 분석이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은 뒤 다시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구조와 집에서 약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배송이 전면 허용될 경우 비대면진료 이용 자체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과 조제, 의약품 전달 과정에서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송이 전면 확대될 경우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늘고 약국 선택이나 조제 흐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 집행부 책임론도…"하위법령·추가 법 개정부터 총력 대응해야"
정부 발표 이후 약사사회 내부의 시선은 정부를 넘어 대한약사회 집행부로도 향하고 있다. 이번 정부 공식 발표 전 대한약사회에서는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시도약사회장들에게도 정부 발표에 앞서 관련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범사업 단계부터 약사사회가 핵심 원칙으로 강조했던 사안이 정부의 공식 정책 검토 과제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약사회가 어떤 대응을 했고 내부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논의했는지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사사회 일각에서는 집행부 책임론을 넘어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역의 한 약사는 "이렇게 공식 발표까지 난 상황에서 약사회 집행부의 대관이나 관련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 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창고형약국 문제에 안전상비약 확대안 발표, 이번 약 배송 전면 확대 추진까지 연일 굵직한 현안들이 터져 나오는데 집행부 대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것은 모든 환자에 대한 약 배송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이 아닌 이를 확대하기 위한 공식적인 검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법에 규정된 재택수령 대상 자체를 확대하려면 의료법이나 약사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를 위해 약사단체와 플랫폼업계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향후 구성될 민관협의체와 국회 입법 과정이 약사사회와 정부·플랫폼업계 간 새로운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약사회는 우선 약 배송 확대와 관련한 논의 자리나 협의체에는 일절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정부의 공식 발표 후 성명서를 통해 "결론을 정해놓고 들러리를 세우려는 ‘약 배송 확대 전제 민관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만약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철저히 외면한 채 플랫폼 자본의 사익만을 비호하며 일방적 강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향후 초래될 보건의료체계의 붕괴와 국민 건강 위협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양 부처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 지역 약사회장은 "이 문제는 약사 직능의 이해관계만 놓고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며 "의약품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안전성과 복약지도, 지역약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의 문제다. 약 배송이 비대면진료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약사사회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약사회장은 "결국 지금부터는 하위법령과 추가적인 의료법·약사법 개정 과정에서 약 배송 확대를 어떻게 막아낼지가 중요해졌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정부를 상대로 왜 재택수령 대상이 당초 제한적으로 정리됐는지 다시 설명하고 제도의 취지가 무력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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