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논의 실종된 ‘비대면진료 약전달’
- 이정환
- 2022-11-30 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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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까지 비대면진료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비대면진료 시행으로 일선 의료생태계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비대면진료는 손바닥으로 막을 수 없는 '파도와 같은 현상'이란 인식이 차츰 커지고 있다.
무작정 반대만 해서는 커지는 비대면진료 시장과 환자들의 수요를 버텨낼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히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비대면진료 시행으로 뒤따르게 될 처방의약품 환자 전달(배송) 시스템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약사회 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는 추진하되 약 배송은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현1차관)은 국회의 비대면진료 관련 질의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약 배송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약사법을 제외한 의료법 개정부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의료계와 약사회는 의문을 표하는 상황이다. '약 배송 없는 비대면진료 시행'이라는 명제가 애초 성립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복지부 말 대로 의약품 조제는 현행 시스템대로 운영하되 비대면진료만 제도화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환자 진료 후 의약품 조제 환경이 구축될지를 복지부와 의료계, 약사회가 논의해야 할 일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질환 재진환자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면서 약은 배송 없이 근처 약국으로 직접 찾으러 가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아직까지 복지부는 계획을 공개한 바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행을 향한 의약계 불신이 해소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말 비대면진료를 제도화 할 의지가 있다면 법제화 노력과 함께 구체적인 시스템 논의에 나서는 움직임이 동반돼야 한다.
의료계는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법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가상의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술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복지부도 각계 전문가들에게 비대면진료 관련 의견을 다양하게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사회도 비대면진료가 필연적으로 수반할 약 배송 시스템 관련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만드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약 배송을 일절 수용할 수 없다면 수용할 수 없는 이유와 근거를 마련하고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됐을 때 처방 의약품의 환자 전달 시스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복지부 역시 보건의약 전문가들과 협의체 운영을 통해 약 배송 없는 비대면진료 시스템의 골격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행정에 나서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의료계, 약사회는 약 배송 없는 비대면진료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회에는 야당에 이어 여당이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에 앞서 의약계 협의안을 마련하는 등 실무부터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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