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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대통령 탄원서 채택...고통분담 요구

  • 박찬하
  • 2006-11-10 18:08:26
  • 10일 긴급대책회의, 포지티브 시범사업 실시 제안

제약업계가 복지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대통령 탄원서를 채택했다. 또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제약계 뿐만 아니라 국민, 정부(공단), 의료계 등의 고통분담도 요구했다.

업계는 10일 오후 2시 제약협회 4층 대강당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정식으로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는 80여명의 업계 CEO와 임원들이 참석했으며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의 현안설명을 비롯해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일부 자구 수정을 통해 최종 채택된 탄원서에서 업계는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내 제약기업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제비 절감정책의 핵심인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는 환자에게는 비보험약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을, 업계에게는 연구개발보다 가격경쟁에 뛰어들도록 만들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가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측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제네릭의 대폭적인 가격인하 방침을 입법예고한 것은 물론 장관의 직권조정 권한을 동원해 모든 의약품 가격을 20% 인하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약제비 절감정책 시행을 중단하고 시범사업을 우선 실시해 제도의 문제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는 이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채택하고 이를 다음주 중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약제비 정책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추진될 것으로 알려진 저가약 생산포기 관련 현장조사는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협회는 13일경 회원사 대상 설문을 통해 복지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원가 등 측면에서 생산할 수 없는 품목에 대한 수요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생산포기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복지부 원안이 그대로 실시됐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데이터로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생산포기 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와함께 협회 이사장단사에 모든 결정권을 위임, 향후 복지부 정책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약업계가 채택한 대통령 탄원서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새로운 국가발전모델 구축과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향해 매진하고 계신 대통령님께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제약기업 대표자로서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과 건강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류에게 봉사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약개발에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러한 소명과 도전 의지를 상실할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한미 FTA라는 커다란 파고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도 감당하기 어려운 약제비 절감 정책을 정부가 강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내 제약기업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OECD 최고수준의 고령화 속도와 최저수준의 의료비, 만성질환자의 폭발적 증가 등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엄밀히 따져 급여혜택을 확충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또다시 건보재정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재정을 악화시킨데 대한 책임을 따질 생각조차 없고 국민, 정부 및 공단, 의료계, 제약계 공동의 고통분담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적 아량 또한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약제비 절감정책의 핵심인 보험의약품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고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아 득보다는 실을 더 많이 가져올 것으로 우려됩니다. 등재되지 않는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지금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높은 약값을 부담해야만 합니다. 제약기업은 등재 여부를 예측할 수 없어 연구·개발보다 경제성을 우선한 가격경쟁에 뛰어들게 돼 산업의 대외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은 자명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갖게 될 약가협상권 또한 수요 독점적 지위가 남용돼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의 당혹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한미 FTA 협상에서 국내 제네릭의약품 가격을 인하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정부는 대폭적인 가격인하 방침을 입법 예고하는 것으로 화답했습니다. 특허 만료 의약품 가격인하와 연동하여 제네릭의약품 가격도 동반 인하하는 이중차별은 물론, IMF 상황에서도 취하지 않은 장관의 직권조정 권한을 가동해 모든 의약품 가격을 20% 일괄 인하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 제약기업이 다국적제약기업보다 매출원가는 두 배 많고 평균 순이익은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수익구조 속에서 매출액이 최소 20% 줄어드는 압박을 견뎌낼 국내 제약회사는 없습니다.

제약산업은 정부 약제비 절감정책과 한미 FTA의 영향으로 연간 1조 3,000억원(총 매출액의 14.5%)의 매출감소와 9,500여명의 대량 실직자 발생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약제비 절감정책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우리 제약산업은 결국 존립기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국내 제약산업이 무너지면 정부가 기대하던 정책의도와는 반대로 건강보험재정 운영에 필요한 약가통제권이 오히려 약화되는 국면을 맞이할 것입니다. 가까운 이웃 대만이 국내 제네릭의약품 생산기반마저 모조리 다국적제약기업에 내준 상황에서 비싼 약제비를 지불하고 있는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그냥 이대로’ 안주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대안없이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불가피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수없이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내 제약기업은 다국적제약기업보다 더 빨리 질주하지 않으면 끝장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다국적제약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품질관리와 신약개발을 위한 R&D투자를 늦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 당당히 요구합니다. 국민 편의와 국익을 위해 약제비 절감정책을 거두어 주십시오. 정말 국민을 위한 좋은 제도라면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확인한 뒤 실시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 제약업계 연구진들은 창의성과 불굴의 투혼으로 제10대 신약국가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통일시대를 대비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의약품 지원사업에도 발 벗고 나서 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제약업계가 직면한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를 주셔서 제약산업이 국부를 창출하고 건강사회를 이룩하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이오신약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던 것과 같이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정책의지를 다시 한번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하시는 일에 신의 가호가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1월 10일

한국제약협회 회장 김정수, 이사장 허일섭 外 제약기업 대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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