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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바이오기업 3곳 중 2곳 현금 증가…호실적과 자금조달 효과

  • 차지현 기자
  • 2026-06-02 12:03:12
  • 파마리서치·휴젤·알테 4000억 초과, 오스코텍·케어젠 등 100억대
  • 대규모 투자 신약개발사 9곳, 보유 현금 작년 연간 R&D 비용 하회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코스닥 상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현금 보유고가 늘고 있다. 고금리와 바이오 업종 투자 심리 위축 속에서도 시총 상위 30곳 중 20곳이 1년 새 현금성자산을 확대하며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여력을 강화했다.

에스테틱·의료기기 기업은 상업화 제품에 기반한 호실적이 현금 창출로 이어졌고 일부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기술수출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 여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막대한 R&D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에스테틱·의료기기 기업과 현금 체력 격차는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30곳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총 4조1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수치는 현금및현금성자산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말 상장해 2025년 1분기 수치 확인이 어려운 에임드바이오와 리브스메드는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비교했다.

조사 대상 기업 30곳 중 20곳은 현금성자산이 늘고 나머지 10곳은 줄었다.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업이 1년 새 현금 보유액을 확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을 넘긴 곳은 11곳이었다. 2025년 1분기 말 9곳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구체적인 현금 보유 규모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캐시카우를 보유한 에스테틱·의료기기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파마리서치는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이 6308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작년 1분기 말 4586억원이었는데 1년 동안 37.6% 증가했다.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중심으로 한 에스테틱 의료기기 사업이 파마리서치 현금 창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파마리서치는 PN·PDRN 기반 재생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화장품, 의약품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1541억원에서 2025년 5363억원으로 4년 새 3.5배 성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25억원에서 2144억원으로 4.1배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0%를 기록했다.

휴젤도 고마진 에스테틱 제품을 기반으로 현금 보유액을 키웠다. 휴젤의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5783억원으로 파마리서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휴젤 현금 보유액은 전년 동기 4633억원에서 1년 새 24.8% 증가했다. 휴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고 영업이익은 2016억원으로 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7%에 달했다.

코스닥 바이오 대장주 알테오젠도 현금성자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알테오젠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4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ALT-B4'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연구개발 자회사 메드이뮨과 두 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선급금만 655억원을 확보했고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SC 제형의 미국·유럽 허가로 로열티 수익 기반도 마련했다.

알테오젠의 기술수출 성과는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알테오젠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4억원에서 1069억원으로 320.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9.5%에 달했다. 매출 1000원을 올리면 495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로 기술수출 기술료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고수익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진단키트 기업 씨젠도 넉넉한 현금 보유액을 유지했다. 올 1분기 말 씨젠 현금성자산은 4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진단키트 수요 급증으로 현금 보유액을 대폭 늘렸으나 엔데믹 이후 외형과 수익성이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씨젠은 현재 비(非) 코로나19 분야 진단 제품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자체 유전자 증폭(PCR) 기술을 외부 파트너와 공유하는 기술공유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적 회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씨젠 연결 기준 매출은 4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7.3%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차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 클래시스, 셀트리온제약, 리브스메드, 오름테라퓨틱, 에스티팜 등이 1000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대형 기술수출로 유입된 선급금이 현금성자산 증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9% 증가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글로벌 빅파마와 연달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이중항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빅파마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총 21억4010만파운드(4조1104억원) 규모로 이전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 최대 26억200만달러(3조8236억원) 규모 그랩바디 플랫폼 기술수출과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작년 한 해에만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셈이다.

리브스메드와 오름테라퓨틱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유입된 공모자금이 현금성자산 증가에 영향을 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리브스메드는 척추·관절 임플란트와 최소침습 수술기구를 개발하는 정형외과 전문 의료기기 업체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이 주력 제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입성하며 1359억원을 조달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에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접목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 플랫폼을 보유한 신약개발 바이오텍이다. 지난해 2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최종 공모가를 2만원으로 확정했고 이를 기준으로 한 총 공모액은 500억원이었다.

반면 현금성자산이 500억원 미만인 곳도 12곳이었다. 큐리언트, 엘앤씨바이오, 알지노믹스, 루닛, 네이처셀, HLB, 디앤디파마텍 등이 500억원을 밑돌았고 오스코텍·케어젠·보로노이·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메지온 등은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오스코텍의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31억원으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적었다. 케어젠은 132억원, 보로노이는 135억원,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167억원, 메지온은 174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의 보유 현금을 연간 R&D 비용과 비교하면 상업화 제품을 보유한 에스테틱·의료기기 기업과 신약개발 바이오텍 간 현금 체력 격차가 도드라졌다. 조사 대상 30곳의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 총합은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R&D 비용 총합 1조1813억원의 3.5배 수준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보유 현금만으로 지난해 수준의 R&D 투자를 3년 이상 이어갈 수 있는 규모다.

다만 기업별로는 온도차가 컸다. 30곳 중 보유 현금이 지난해 연간 R&D 비용을 웃돈 곳은 21곳, 1년치 R&D 비용에 미치지 못한 곳은 9곳이었다. 휴젤은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R&D 비용 152억원의 38배에 달했다. 파마리서치의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R&D 비용 371억원의 17배 수준이었다. 차바이오텍은 15.8배, 클래시스는 8.3배, 리브스메드는 8.2배로 나타났다.

반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신약개발 바이오텍 일부는 보유 현금이 지난해 R&D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로노이는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R&D 비용 474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와 같은 속도로 R&D 비용을 집행할 경우 보유 현금으로 약 3개월가량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리가켐바이오도 지난해 R&D 비용이 2171억원으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컸지만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635억원으로 연간 R&D 비용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HLB 역시 보유 현금이 연간 R&D 비용의 절반에 못 미쳤다. HLB의 올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262억원으로 지난해 R&D 비용 599억원의 43.7%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R&D 투자를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현재 보유 현금으로는 5개월 남짓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오스코텍의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R&D 비용 276억원의 47.5% 수준에 그쳤다. HK이노엔은 현금성자산 605억원을 보유했지만 지난해 R&D 비용이 859억원에 달해 보유 현금이 연간 R&D 비용의 70.4% 수준으로 나타났다. 메지온의 현금성자산 역시 지난해 R&D 비용 219억원의 79.5% 수준에 그쳐 1년치 연구개발비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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