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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약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지난 20일 포스트 코로나 대응 식의약 안전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식의약 "안전" 토론회라는 거창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한 토론회는 그 첫 시작 주제부터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온라인 식의약 안전의 현 실태와 개선사항"이란 제목은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는데, 바로 의약품을 "소비"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의약품은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드라마 대장금에도 나왔던 피라켈수스의 명언인 "세상의 모든 약은 독이고 약과 독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용량일 뿐이다."는 말처럼, 약은 단순히 소비가 될 상품이 아니라, 그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매우 엄격한 관리하에 적정량이 투여 및 사용되어야 할 특수한 치료 도구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조차 외면된 토론회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리가 만무할 것이다.또한, 그런 무지함 속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의약품은 결국 상품으로써 단순히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용처로 전락하였고, 결국 그러한 한계는 그 주제 속에서 상품에 불과한 의약품을 소비자를 위해 현실태를 점검해서 개선해서 "시행" 하겠다는 놀라운 상식밖의 의도까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약의 전문가인 약사를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는 이러한 몰상식함에 대해 교정하려는 그 어떠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으며, 약의 전문가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주제에 일말의 분노조차 표현하지 않고, 태연히 토론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만행에 대한 투쟁은 커녕 오히려 동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토론회에 참가한 이후의 대약의 주장은 더욱더 점입가경할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약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의약외품 등 건강제품 간 사용범위 관련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분류,허가 기준 유통기준, 광고 범위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개선" 하도록 주장을 하였는데, 이는 애초에 온라인 의약품 판매 및 배달과 같은 만행을 시행하려는 집단에게 일종의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기본 전제부터 잘못된 토론회에 참여한 대약이 만들어낸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의약품은 상품이 아니며,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소비를 편하게 해야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편의점 수와 비슷할 정도로 많은 수의 약국으로 높아진 의약품 접근성에 대한 엄격한 관리 부분을 고민해도 모자랄 시점이다.정부와 대약은 개선사항을 토론하기 이전에 의약품의 기본 정의부터 다시 되새기고 오기를 바란다.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는 그 뒤 아무리 다시 채워도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다. 필자 약력 충북대학교 약학박사 충북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전 May Clinic Research Fellow 전 약준모 대외협력국장 현 한미약품 연구센터 PL 현 약준모 총무위원장2021-08-26 05:48:20박현진 약사 -
[기자의 눈]'온라인 불법약 규제법'…부처간 힘겨루기[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온라인 채널을 통해 불법 판매되는 의약품·마약류 규제를 강화하고 식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의약품 등으로 온라인 과대광고하는 사례를 근절하는 제정법안을 두고 정부부처·기관 간 힘겨루기가 팽팽하다.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9월 제출한 '식품·의약품 등의 온라인유통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파워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정부기관 간 대치는 불법을 미소짓게 만든다. 분초를 앞다퉈 덩치를 키워가는 온라인 시장에서 불법 의약품·마약류 유통창구는 코로나19 위기를 틈차 다변화하며 진화중인데 이를 규제할 법망은 뚫린 구멍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라이브 커머스 등 신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법 의약품·마약류 판매와 해외구매대행을 통한 의약품 국내 반입 등 분류하기도 어려운 온라인 의약품 유통채널이 자가번식중인 현실을 약사법이 꾸역꾸역 쫓아가는데 급급하다는 얘기다.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정안은 식약처에게 식·의약품 불법판매자를 상대로 자료제출 요청권과 사이트 차단 등 직권 처분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식·의약품 온라인 유통 실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조항도 주요 내용이다.공정위와 방통위는 해당 제정안 필요성에 뜨듯 미지근한 반응이다. 이미 전자상거래법, 정보통신망법, 방통위법 등 자신들의 소관 법안으로 불법 식·의약품·마약류 판매 행위를 충분히 관리·규제중이라는 이유에서다.그럼에도 신생 온라인 채널에서 의약품·마약류가 판매돼 식약처가 이를 발견하고 규제하는 현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의약품·마약류의 온라인 불법 판매는 해마다 국정감사장에서 지적되는 고질적 병폐다.물론 이미 규제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제정법을 신설하는 게 부처 간 충돌을 촉발하고 이중·과잉규제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공정위와 방통위 지적도 전혀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의약품·마약류 온라인 불법 판매가 위축이 아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현행법으로는 충분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식약처 사이버조사단 채규한 단장은 식약처가 불법 온라인 마약류 판매 사이트를 직접 차단할 수 있는 직권을 주던가 그게 아니라면 임시조치 권한이라도 달라고 읍소했다.의약품이나 마약류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자체가 불법인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현행법규 때문에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읍소 배경이다.방심위 사회법익보호팀 김정한 차장은 제대로 된 심의를 위해 유권해석·의견조회를 요청해도 식약처가 회신하지 않아 각하처리되는 사례가 많다며 채 단장 지적에 맞섰다.의약품·마약류 불법판매를 놓고 두 정부기관이 서로를 탓하기 바빠보인다.최혜영 의원안은 제정법인데다 규제법이다. 그만큼 비교적 거친 부분이 많아 전문가들과 소관 정부기관의 검토 절차를 거쳐 다듬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식약처와 방통위, 공정위는 불법 의약품·마약류 판매와 식품·건기식 과장광고로 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기관이다.부처 칸막이를 키워 각자 주장만 내세우는 힘겨루기를 반복한다면 늘어나는 불법·편법 사례를 규제할 힘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식약처, 공정위, 방통위가 머리를 맞대 제정법 필요성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풍경이 필요한 지금이다. 만약 이들 중 법을 새로 만들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의약품·마약류 불법 온라인 판매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는 일 부터 해야 한다.2021-08-25 17:09:11이정환 -
[기고] 부족한 병원약사, 환자안전 요원하다2016년부터 최근 5년간 배출된 약사국시 합격자는 연평균 1.877명이다. 올해도 2022학년도 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PEET)에 1만5천명이 지원했다고 한다.전국 37개 약학대학이 2022학년도부터 '통합 6년제 학부선발제도'로 전환됨에 따라 내년에 한 번 더 PEET 시험이 남아 있다. 하지만 동시에 37개 약학대학이 수능으로 또 한 번, 총 1763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정원 외 입학생까지 포함하면 1학년 입학정원은 2천명이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2022년에는 1학년과 3학년으로 약 4000여 명의 신입생이 약학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요즘 약학대학 입학생의 성적은 자연계열 최상위권이라 알려져 입학하기가 쉽지 않다. 우수한 학생들의 약학대학 입학으로 전반적인 약사의 질(質)과 위상(位相)이 격상되는 것은 환영할 만 하나 이러한 우수한 자원들이 졸업 후 약업계에 종사할 일자리가 점점 줄어 줄어든다는 현실 앞에 마음이 무겁다.2019년 기준 전체 약사회원 중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약 73%이며, 병의원에 종사하는 약사는 약 16% 정도이다. 약대 학생들의 대부분이 졸업 후 약국을 개업하거나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하지만 특히 의료계(병의원, 보건소) 진출을 위한 현행 제도는 그저 생색만 내는 무늬뿐이어서 졸업생뿐만 아니라 기존 약사의 재취업에도 장애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 약업계의 현주소인 것이다.보건복지부는 2016년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인이 환자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자안전에 위해(危害)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환자안전법’을 제정했다.환자안전법에 따라 지역환자안전센터로 지정된 대한약사회는 환자안전사고와 관련한 교육과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홍보 활동, 환자안전사고 보고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는 환자안전 전담인력(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 또는 간호사)을 두도록 돼 있다.그러나 의료법시행규칙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약사 및 한약사의 정원을 보게 되면 정부가 과연 환자안전관리에 진정으로 의지가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입원환자 수와 외래환자 원내조제 처방전 수에 따른 일정 인원 이상의 약사를 고용하도록 돼 있지만, 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은 1인 이상의 약사만, 100병상 미만의 병원은 주당 16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무약사를 형식적으로 고용해도 현행 의료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특히 요양병원은 200병상 미만인 경우 주당 16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무약사만 고용해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더 나아가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에는 약사인력이 아예 배치돼 있지 않거나, 아르바이트 수준의 최소한의 형식만 갖춘 채 운영하고 있어 복약지도를 포함한 투약 공백이 심각한 게 현실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돌아간다.특히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중 노인환자 및 만성복합질환자 비율이 높아 다상병, 다품목의 약물복용으로 세심한 조제, 약력관리가 요구되는데, 현재 인력기준에 따른 병원 내 적정 약사인력 부재로 무자격자 조제나 향정, 마약류 관리부재, 면허대여 등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환자안전법이 제정되고 환자 안전을 위한 각종 논의와 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바야흐로 보건의료분야에 있어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대한민국 병원, 특히 300병상 미만의 병원에 약사 1명만 있으면 문제가 없다. 또 200병상 미만의 요양병원에는 시간제 근무약사만 있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는 한 K방역과 같은 의료선진국 운운하는 것은 허구에 다름없다.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보건소 간호인력을 올해 상반기에 1,273명 충원했고, 이번 달에 2,355명을 추가로 채용하고, 앞으로도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여, 간호인력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고 답했다.정부는 초고령사회에서 만성질환 등 환자안전관리에 간호인력만 필요한 게 아니고 약사인력도 매우 소중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게 약사의 관리와 책임 하에 전문적인 약료서비스가 환자에게 제공 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중 약사인력 정원 개정에 즉각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 프로필 현 경기도약사회장 현 대한약사회 부회장 전 대한약사회 보험위원장 전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전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 전 의왕시약사회장2021-08-23 20:02:41박영달 경기약사회장 -
[기자의 눈] MZ세대와 일하는 법, 궁금하세요?[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재택근무하라니까 정말 일주일에 한번만 나오는 거 있지. 요즘은 팀원들 얼굴 보기도 힘들어. 모니터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직원들도 있었다던데. MZ세대랑 일하기가 쉽지않아."아무래도 '라떼'를 좋아할 것만 같은 중견 제약사 A부장님의 푸념이다.MZ세대(1980~1994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표현) 직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직문화를 둘러싼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대차이 등 조직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관리자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MZ세대 직원들의 경쟁업체 유출을 막고, 미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 신생 바이오기업 출범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제약업계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위기감이 커져가는 분위기다.대부분의 기업들은 '좋은 회사'로 어필하길 원한다. 제약업계에도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일자리 으뜸 기업',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등 수려한 타이틀을 장착한 업체들이 즐비하다. 호칭파괴와 복장자율화부터 각종 복지, 소통, 커리어 지원정책 등을 도입하는 모습들을 지켜보자면 많은 제약사들이 MZ세대와 어울리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일하기 좋다는 그 회사의 실무진들을 통해 접하는 민낯은 보도자료나 광고, 홈페이지에 노출된 모습과 너무도 다르다. 이를테면 영어 이름을 쓰는 상사에게 극존칭을 사용한다거나 이메일, 메신저를 통해 형식상의 보고를 마친 뒤 오전 8시에 인쇄물(보고서)을 들고 전무님 방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식이다. 복장자율화를 도입한 이후 정장은 애매하고 청바지나 반바지는 막상 용기가 안나서 '적당히 단정하고 캐주얼해 보이는' 출근룩 2벌을 돌려 입고 있다는 웃지못할 푸념도 들었다.MZ세대가 진짜로 다니고 싶어하는 기업은 어떤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을까. MZ세대가 열광하는 기업 2곳의 사례를 들여다봤다.안경·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본부 산하에 뚜렷한 팀조직이 없다. 마케팅팀을 상시 운영하는 대신, 신규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기획안을 제시하고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를 따내는 일종의 '경매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직원 입장에선 본인이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업무에 배치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선 사내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림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소 무색해졌지만 1년에 한번 금액 제한없이 회사에서 항공권을 사주는 제도는 내부 직원들이 꼽는 최고의 복지로 꼽힌다.럭셔리브랜드 '구찌'는 MZ세대의 취향저격에 성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구찌가 비고객층이던 MZ세대를 끌어당길 수 있었던 배경으론 '그림자위원회'가 지목된다.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 구찌 CEO는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원투수로 MZ세대를 점찍고, 30세 이하의 핵심 직원들로만 구성된 비밀조직을 꾸렸다. 이후 매주 임원 회의와 동일한 주제를 그림자위원회에서 토론하게 하고, 임원회의 결과와 상이할 경우 전면 재검토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가르치는 일종의 '리버스 멘토링' 전략이다. 구찌가 소비자 참여형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하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SNS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 데는 그림자위원회의 조언이 주효했다고 알려졌다. 그 결과 매출의 60% 이상이 MZ세대에서 젊고 쿨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물론 패션업계의 사례를 제약업계에 고스란히 적용하기엔 괴리가 있다. MZ세대가 바라는 조직문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외국계 기업이나 다른 회사의 제도를 어설프게 차용하기 보단, 우리 회사에 걸맞는 조직문화상을 구축하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란다.2021-08-23 06:15:27안경진 -
[기고] 꼬리가 몸통 흔드는 회무는 이제 그만약사회의 회무는 정관과 규정에 입각하여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약사회 회무에는 비예산사업이라는 사업이 종종 문제를 유발한다.비예산사업이란 말 그대로 약사회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사업이다. 대부분 외부 업체의 찬조나 광고 수입 등으로 경비를 충당하게 된다. 약사회의 예산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건 건마다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계획에 녹여서 사업계획으로 의결을 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데 이러한 비예산사업이 약사회무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학술제나 홈페이지(앱) 개발사업 등이 그렇다. 또 약사회에는 특별회계로 따로 관리되는 회계가 있다. 여기에는 연수교육비, 회관기금 등이 속한다. 이 특별회계는 일반 회무가 아닌 단회성 사업이나 특수한 목적으로 일정기간 수행되는 사업을 위한 회계이다.몇 년 전 연수교육비 관리를 잘못하여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특별회계도 종종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비예산사업이나 특별회계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그것은 비예산사업과 특별회계가 정상적인 관리 체계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서 사각지대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비예산사업이라는 이유로 의결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앱이 약사회 공지사항은 물론 회원 고충 처리, 각 분회 회무, 회원교육, 연수교육, 동호회 관리 등 회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면 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 할 것이다.더군다나 의결절차 없이 만들어진 앱에 대하여 유지관리비를 매월 수백만원씩 지출하고 있다면 아무리 유지관리비 지출에 대해 의결 절차를 거쳤다 해도 뿌리(앱)에 대한 의결이 없었는데 가지(유지보수비)에 대해서 의결하는 것이므로 근거 없는 지출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그러므로 대한약사회는 특별회계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비예산사업의 경우 단발적인 행사로 마무리되지 않거나 그 사업과 연관된 일반 회무가 지속되는 경우, 타 기관 또는 외부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는 사전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정관과 규정을 개정하여 비예산사업과 특별회계가 남용되지 않도록 규제함으로써 회무의 투명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재정집행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서울대 약대 졸- 전 오산시약사회장- 전 대한약사회 상근 부회장-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 현 경기도약사회 감사2021-08-23 00:27:32김대원 경기도약 감사 -
[데스크 시선] 병원지원금, 단속과 처벌이 우선이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신규개설 과정에서 약사가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지원금 문제가 이제는 의사와 약사의 문제에서 건물주와 약사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현장에서는 인테리어 비용, 개업준비금, 처방수요에 따른 피(Fee), 의료기관 임차료 대납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금이 존재한다는 게 약국 전문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받는 의사, 주는 약사, 중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브로커 모두의 문제다.보건복지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약국 전문 부동산 업자는 "인테리어 비용을 약사가 부담하는 방식은 이미 관행화돼 있을 정도"라며 "지금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데도 적발 건수는 0건이다. 어찌 보면 리베이트인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복지부와 약사회는 ▲지원금 지급금지 의무대상자에 개설예정자 포함 ▲지원금 알선 브로커 처벌근거 마련 ▲신고포상금제 도입 ▲자진신고자 처벌 경감 등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그러나 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해야 한다. 형사법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 단속 건수를 늘리는 게 범죄예방의 더 실효적인 수단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징역 6개월을 1년으로 하는 것보다, 적발 건수를 늘리고 조사를 더 많이 하는 게 실효적인 제재 방안이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의약분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으면 병원지원금 해결은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처방전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A급약국 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시장경쟁이 병원지원금 확산과 태동의 핵심 이유이기 때문이다. 약사들끼리 자리 경쟁을 하면서, 3000만원 지원금이 5000만원이 되고 1억이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공인중개사 자격을 갖고 나름 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약국 전문 부동산 관계자는 "지원금을 주지 않고는 좋은 약국 자리 구하기는 솔직히 힘들다"며 "개업을 하려는 약사는 많은데, 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 다음은 처방조제건수가 약국경영의 핵심이 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의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에 가는 환자들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이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 개정을 준비 중인 복지부도 지원금 관련 단속과 처벌, 처방 분산이 가능한 의약분업 보완책, 단골약국 대책, INN(국제일반명)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의사와 약사가 지원금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면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막아 국민 보건향상에 기여한다는 의약분업의 목표는 퇴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2021-08-23 00:20:32강신국 -
[기자의 눈] 형평성 논란, 약제 급여 환수율 20%[데일리팜=이혜경 기자] 기등재의약품 급여재평가 시범사업 대상이었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환수 협상이 마무리 된 가운데, 환수율을 놓고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은 상태다.건강보험공단은 8월 10일 콜린알포 123품목 보유 제약회사 58개사와 막바지 급여환수 협상을 벌인 결과 최종 44개 제약회사와 환수율 20%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상 종료 이후 올해 3분기 사용량-약가연동(PVA) 협상을 진행하던 종근당 또한 도장을 찍으면서 미합의 제약회사는 10여곳으로 줄었다.콜린알포 급여환수 협상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8월 10일까지 8개월 가량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급여환수 시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서를 제출한 날'에서 '식약처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날'로 변경됐고, 환수금액 또한 '건강보험 처방액의 전액(100%)'에서 '20%'까지 떨어졌다.논란은 급여재평가 콜린알포 이전에 진행된 PVA협상에서 이미 환수율 100%에 서명한 제약회사 3곳이 형평성을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불거졌다.콜린알포 급여환수 협상은 건보공단이 밝힌데로 식약처 임상재평가와 연동한 최초의 조건부 환수협상이다. 다만, 임상재평가와 급여재평가와 맞물리기 이전 수정된 약가협상지침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확인 및 품질관리 사항에 의거, 건보공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협상의 부속합의서에 임상 및 급여재평가와 관련한 환수 조항이 붙고 있다.지난 2019년 공급의무 이슈와 맞물린 '리피오돌 사태' 이후 개정된 지침인데, 그해 6월 12일부터 개정된 약가협상지침이 적용되면서 지난해 2분기 PVA 협상에서 알리코제약, 하나제약, 경보제약이 '만약 재평가 등의 결과 허가가 취하되는 경우 해당 제약사는 식약처가 임상시험을 실시토록 한 날로부터 급여목록 삭제일까지의 청구금액 전액을 건보공단에 반환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에 합의했고 이 부분이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권익위는 보건당국에 건보공단과 3개 제약회사간 임상시험 재평가에 따른 급여환수 계약은 유지하되, 100%의 환수율을 20%로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권익위 권고 사항은 강제가 아니다. 하지만 급여재평가와 임상재평가가 동시에 진행 중인 콜린알포 환수율이 8개월의 협상 과정을 가져 20%로 합의된 만큼 앞으로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른 급여환수율을 다시 높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건보공단은 권익위 권고 사항에 따라 향후 약가협상 과정에서 어떤 지침을 유지할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평가 등을 통해 품질관리 등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의약품에 대한 건보 환수율을 기존의 '건보 청구액 전액'을 유지할지, 콜린알포 협상 과정에서 제약회사들과 합의한 '20%'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2021-08-20 17:48:42이혜경 -
[기자의 눈] 위더스제약의 묵묵한 사회공헌[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들의 최근 사회 공헌 활동은 '기업 이미지 상승'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연예인 또는 인기 스포츠(골프, 야구 등)에 후원 소식이 줄을 잇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런 측면에서 위더스제약은 독특하다. 제약업계에서 나홀로 씨름 후원에 나서고 있어서다. 벌써 9년째다.씨름은 민속 스포츠다. 다만 현실은 비인기 종목 중 하나다. 광고 효과만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 후원이 꺼려지는 스포츠 종목으로 봐도 무방하다.그럼에도 위더스제약은 씨름에 투자한다. 2013년부터 씨름협회를 후원했고 2018년부터는 협회가 주최하는 모든 대회를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회사와 한 몸으로 끌고 가고 있다.위더스제약의 씨름 후원은 대표이사 의지와 연동된다.성대영 위더스제약 대표는 씨름 후원에 진정성을 두고 있다. 2015년 발족한 씨름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등 기업 측면의 단순 후원이 아닌 실질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8년 씨름이 유네스크에 등재되는 결실도 맺었다.성 대표와 씨름의 접점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회사에 전직 씨름 선수 3명이 입사하면서다. 여기서 이들의 영업활동 등에서 성실함과 뚝심을 보고 씨름에 관심을 가졌다.그렇다고 관심이 후원 등 실천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같은 비용 지출이라면 인기 스포츠 후원을 통한 기업 이미지 노출도 고려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더스제약과 같은 상장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입성했다.위더스제약의 묵묵한 씨름 후원. 필요한 곳에 기업 경영인의 기부 문화 확산을 강조하는 성대영 대표의 지론이 담겨있다.2021-08-18 06:11:19이석준 -
[분쟁·조정사례]편집조현병 환자 기도폐쇄 사망 사건▶진료과정과 의료사고의 발생 경위 망인(남/50대)은 고혈압, 당뇨(약 복용 중), 조현병(1990) 진단 하 피신청인병원에 수차례 입퇴원 반복하였던 환자로 2017년 6월 신청외병원에 입원하였다가 2017년 10월 피신청인병원에 재입원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후 항불안제, 항정신용제 등의 약물치료와 더불어 고혈압 및 당뇨병으로 가정의학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2018년 8월 사건 당일 11:50경 중식 식사 후 식판을 반납하고 바닥으로 쓰러져 의식 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발견되어, 음식물을 꺼내고 하임리히법을 실시하였으며, 응급방송 및 흡인(suction)을 실시하였습니다.12:00경 활력징후가 측정되지 않는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산소를 적용 하였으며, 이후 에피네프린 등 약물을 투여하며 심전도 모니터링 및 제세동기를 부착하였습니다. 12:13경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여 12:40경 ◯◯대학교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같은 날 13:08 사망하였습니다.▶분쟁의 요지 신청인의 주장 "피신청인병원에 입원 중 경과관찰 소홀로 음식물이 목에 걸렸으며 이후 응급조치 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가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피신청인의 주장 "환자는 입원기간동안 충동조절능력에 대해서 문제가 없었으며 식사관리 대상 환자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환자가 쓰러진 것을 신속히 발견하고 최선의 대응을 하였습니다." 이 사안의 쟁점은 입원치료 중 경과관찰과 사건 발생 시 응급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입니다. ▶감정결과의 요지 환자는 음식에 의해 질식과 심정지가 급성으로 발생하였고 하임리히법, 흉부압박, 약물투여, 기관삽관 등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소생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당시 피신청인병원의 응급조치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시되고 순조로운 전원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환자의 예후가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전원 시 전원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지 않아 △△병원을 거쳐 ◯◯대학교병원으로 전원을 가는 등 전원과정이 순조롭지 못하였고, ◯◯대학교병원 진료기록상 전원 도중 피신청인병원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지속 여부가 불분명하여 전원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사료됩니다.▶손해배상 책임유무와 범위에 관한 의견 신청인의 주장 "금 5000만원(=장례비 금 500만원 + 위자료 금 45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주장하여 조정신청액란에 이를 기재" ▶합의에 의한 조정 성립 당사자들은 조정부로부터 감정결과 및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합의하였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금 5,000,000원을 지급하고, 신청인은 이 사건 진료행위에 관하여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2021-08-17 06:10:34의료분쟁조정중재원 -
[데스크시선] 대문호 펄벅과 유일한의 독립정신[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고(故) 유일한 박사(1895~1971)의 창업 정신이자 평생의 유훈이다. 평양 출생인 그는 9남매 중 맏아들로 1904년 9살 때 외교부 참서관을 지낸 박장현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미시간·캘리포니아·스탠포드대학에서 경영·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잠시 미국에서 라초이식품회사를 운영하다가 결혼 후 한국으로 넘어와 유한양행을 창업했다. 1939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 사세를 확장해 만주·다롄·톈진 등 동북아 일원에 걸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세계 시장 확보 전초기지를 마련했다.일반적인 유일한 박사의 업적은 앞서 살펴본 대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초석을 이루고 사회적 기업을 실현한 기업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생애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 밑바탕에는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고 주권 회복을 위한 직간접적인 활약상이 더욱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민족·국가적 시련이 가장 컸던 1900년대를 살아 간 그는 일제강점기·중일전쟁·진주만공습(2차세계대전)·한국전쟁을 미국·중국·한국을 오가며 직접 겪었다. 그가 세웠던 미·중 유한양행 출장소는 수출 전초기지 역할과 비밀독립운동의 장소로도 운영돼 왔다.2차 대전 발발 당시 미국 펜타곤은 육군전략처(Office of Strategic Services·OSS·현 CIA 전신)를 신설, 일본군과의 전투에 투입할 특수부대를 꾸리고 있었다. OSS는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오는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이 지역에 정통한 인재를 찾고 있었고, 한국 담당 고문은 유일한 박사가 중국 담당 고문은 퓰리처·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펄벅 여사가 맡게 되며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펄벅과 유일한 박사의 전우이자 동지의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인연으로 펄벅은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유일한 박사를 모델로 한 '살아있는 갈대'라는 작품을 1963년에 발표하기도 했다.유일한 박사는 OSS 고문으로 있었으므로 세계 각국의 정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중국 중경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관한 정보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 임시정부는 김준엽, 장준하 등을 중심으로 광복군 제2지대로 하여금 OSS 훈련을 받도록 해 1945년 8월말경 국내 정진계획, 즉 독수리 작전을 감행해 한국인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또 유일한 박사는 김호를 비롯한 재미 독립운동가들과 힘을 합해 로스앤젤레스에 '한인 국방경위대'를 편성해 무장 및 군자금을 지원했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청년시절 네브라스카 헤스팅스 한인 소년병학교에서 받은 훈련이 크게 도움이 됐다.한인 국방경위대는 미국 정규군에 속할 수 없어 자주 민병 한인부대라는 이름으로 캘리포니아 민병대에 소속되었다. 유일한 박사는 그 부대의 이름을 맹호군으로 명명하고, 임시정부의 인준을 청원했다. 1942년 2월 29일 임시정부 군사위원회의 인준을 획득하고, 4월 26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정부 인가장 수여식을 거행했다. 맹호군에게 대대기가 전달되고 맹호군 사령관 김용성의 지휘로 관병식을 진행했다. 비단천으로 만들어진 대대기는 남색 바탕에 한국 강산을 상징하는 맹호의 머리가 수놓아져 있었다.유일한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독립지사의 헌신적인 노력과 독일·일본의 세계 대전 패망으로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된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도 펄벅과 유일한 박사는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인권·사회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펄벅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났지만 단편적인 대학 생활을 빼고 40년을 중국에서 살았다. 그녀는 중국 농촌과 농민을 그린 소설 '대지'를 1931년 발표, 퓰리처상을 받았다. 1933년 '대지'의 후속편 격인 '아들들', '분열된 일가'를 내놓았다. 주인공 왕룽 일가 3대의 삶을 그린 3부작으로 펄벅은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유일한 박사 그리고 그의 아내 중국계 미국인 호미리 여사의 영향으로 펄벅은 한국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였다. 1963년 펄벅은 '살아있는 갈대'라는 소설을 영어판과 한국어 번역판(초판 제목은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을 동시에 발간해 국내외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살아있는 갈대'는 조미수교(1882년)부터 해방 직후까지 한 가문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펼친 작품이다. 작중 인물인 김일한의 실제 모델은 유일한 박사다. 펄벅은 1960년대 초반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소설의 무대와 사건들을 취재했는데 이는 훗날 그녀의 사회공헌 활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펄벅은 1963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펄벅재단을 설립했다. 아시아 각국의 혼혈아를 지원할 목적으로 세워진 펄벅재단은 이듬해 한국지부를 가장 먼저 창설했다. 그녀는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사랑했다. 펄벅은 한국의 전쟁고아 특히 혼혈 아동을 돕고자 했다. 유일한 박사는 그녀의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어 유한양행 소사공장 자리를 펄벅재단에 흔쾌히 넘겼다. 1967년 설립된 펄벅재단 보육원 소사희망원은 원생들의 남·녀 기숙사, 교육장, 실습장 등을 만들었다. 펄벅은 원생들이 미용, 양재, 목공 등 기술을 익혀야 당당히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1960년대부터 8차례나 소사희망원을 찾아 손수 아동들을 돌보고 가르치기도 했다.이처럼 유한양행의 설립이념은 '나눔과 생명사랑'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펄벅재단에 소사공장 부지를 기꺼이 기부하면서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타계 시, 전 재산을 공익재단(유한재단·유한학원)에 기부함으로써 만들어진 항구적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시스템은 유한양행 사회공헌의 뿌리가 되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였으며, 모든 생애에 걸쳐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가이자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회사업가이면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가였다. 창업자의 이러한 정신적 유산은 유한양행 사회공헌 사업의 방향성이 되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광복 76주년을 맞는 오늘 8월 15일, 시대의 거인 유일한 박사가 그리워지는 이유다.2021-08-15 06:30:00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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