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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위한 허가특허는 안된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1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한미 FTA 협정 후속조치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심의, 식약처 원안과 국회 수정안을 절충해 합의안을 만들었다.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 대해 '9개월의 우선 판매권'을 부여하는 한편, 특허가 남아있는 오리지널을 대상으로 제네릭을 개발하려 할때 취해지는 제네릭 판매제한 기간은 12개월에서 9개월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 절충안은 24일 오전 법안소위 의결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된다.특허있는 의약품을 상대로 '특허 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게 '우선판매품목 허가'라는 독점권(독점권이지만 단일기업에게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권리는 아니며 복수의 가능성은 열려있음)을 부여하는 것은 우선 허가·특허연계제도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의약품의 상당수가 특허로 보호받으며, 이 기간 중 특허도전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12개월의 제네릭 판매를 제한하는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만약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 대해 우선판매권이 없다면, 이는 특허있는 오리지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향된 제도가 될 것이다. 다시말해 우리는 미국 기업을 위한 허가·특허연계법을 운영하는 이상한 국가가 되는 셈이다.특허보호 못지 않게 특허를 널리 이용한다는 측면과 국내 제약기업간 치열한 경쟁체제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제네릭 우선판매권은 필수적이다. 일각에선 우선판매권이 없어도 기업들이 알아서 특허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안이한 발상일 뿐이다. 기업은 속성상 이윤동기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나서지 않는다. 특허도전에 나선 기업들에게 우선판매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제네릭 발매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특허 무임승차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다른 기업의 특허 소송 결과에 올라탈 수 있는 환경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특허도전에 나서겠는가. 눈치보다 편승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우선판매권을 차지하려는 기업간 특허경쟁이야 말로 특허를 널리 이용하게 만드는 수단이자, 기업의 R&D 욕구를 촉진시키는 장치가 될 것이다.국회 합의 과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우선판매권 기간 9개월이 보건산업계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도 재고해 보았으면 한다. '자판기 같은 제네릭 판매제한권'과 '제네릭 우선판매권 기간'을 9개월로 일치시킨 것이 타당한 만큼 식약처 원안대로 모두 12개월로 늘려 일치시키는 것도 타당해 보인다. 우선판매권이 시장에서 제구실을 하려면 9개월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제약산업계의 지적이다. 특허도전에 성공해 우선 판매권을 부여받은 제네릭이라할지라도 병원 약물심사위원회(DC)는 연 4차례 정도 밖에 열리지 않아 본격 판매기간이 매우 짧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과 9개월 후 시장에 진입하는 약물간 차별성이 나타나기는 힘들다. 사보험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제네릭 발매후 6개월안에 제네릭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지만, 공적 보험체계인 우리나라의 경우 1년은 걸려야 제네릭이 시장에 겨우 안착할 정도로 시장반응이 느리기 때문이다.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 우선판매 독점권이 단일기업이 아니라 복수의 기업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이 제도가 제네릭 환자 접근성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독점기간을 12개월로 해도 시장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대신 이 보다 국내 제약산업계에 R&D 경쟁을 촉발시켜 거래약물 뿐만 아니라 시장 규모 50~60억 품목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형편에 맞게 특허도전을 할 수 있게 촉진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우선판매 독점권이야말로 '특허를 보호하는 한편 특허를 널리 이용하도록 규정한 특허법'을 바르게 운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복지위 상임위원회는 24일의 허가특허연계법(약사법 일부개정안)이 신약개발에 나서며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국내 제약산업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2015-02-13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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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식약처장-제약사 CEO 간담은 '돈되는 만남'정승 식약처장은 4일 아침 7시께 르네상스 서울호텔 3층에 마련된 회의장에 있었다. 그의 가시권엔 김관성 의약품안전국장,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 이동희 의약품정책과장이 머물렀다. 같은 시각, 익숙한 얼굴의 제약업계 사람들도 한명 두명 나타났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 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 등 단체장과 국내 제약회사 CEO들, 잉그리드 드렉셀 바이엘헬스케어 대표 등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 브랜치 대표들이 모여 들었다. 전문언론 기자 이십여명도 서둘러 노트북 전원을 켰다. 이들은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꺼내 주고 받았다. 활동적인 CEO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며 회의장을 가로질러 인사했고, 수줍은 CEO들은 배정받은 테이블에 앉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연례 행사로 자리잡은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제약업계 CEO 간담회'는 그렇게 시작됐다.'설명과 고견 청취의 시간'이라는 정승 식약처장의 말대로 이날 간담에서 식약처는 제약기업 비즈니스와 직간접 적으로 연관된 정책들을 모두 꺼내 놓았다.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시행과 PIC/s 가입 등은 2014년도 핵심성과이자 자랑거리로 소개했다. 새 계획도 밝혔다. 연차별 어린이 의약품 타르색소 저감화,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필수의약품 등에 관한 위탁제조 및 공급, PIC/s 기준에 따른 3년 주기 354개 제조서 전체 제형 GMP 재평가, 페넴계 시설 분리 검토 등이다. 뿐만 아니라 페루와 국내 허가 의약품의 자동 승인 협의, EU 원료의약품 수출 때 GMP 서면확인서 제출 면제국가 추진, 국제 제네릭 의약품규제당국자 협의체 회의 등도 설명했다. 이 딱딱한 제목들의 정책이나 행사는 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잡는데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실무자 냅두고 번거롭게 CEO를 부르느냐"는 일각의 불평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를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제약회사에게 돈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정책의 향후 진로를 보고 투자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아니면 정책이 바뀌기를 희망하며 기다릴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그 자체가 '돈에 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규제 당국인 식약처와 기업 사이의 '정책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대관 담당자'인데 흔히 줄여 '대관'이라 스스로 말하고, 부른다. 이들이 회사와 식약처 사이를 KTX와 승용차로 부지런히 오가는데도 식약처가 CEO들을 굳이 한자리에 모아 정책을 설명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찾아가는 행정의 실현이라는 면도 있지만, CEO를 직접 만나 설명하는 것이 현장에 적용하려는 정책의 실효성과 확산성이 커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규제 정책은 제약회사의 투자를 담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CEO의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실제 3년 일정으로 진행되는 PIC/s 기준에 따른 전 제형 GMP 평가의 경우 CEO가 인지해야 회사가 일사분란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 정책 이해도가 낮거나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는 CEO의 경우, 정책을 이해시키는데 여간 공력이 들지 않는다고 대관들은 말한다. 이런 면에서 식약처-CEO 간담은 식약처가 그동안 모종처럼 기른 정책을 현장에 이식하는데 필요한 밭갈이나 마찬가지다.이 간담은 현장의 정책을 무게감 있는 CEO들로부터 듣고,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는데 유용하다고 식약처는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도 사전에 제약업계가 건의한 12개 항목과 4가지의 기타 건의사항을 3일 자정까지 담당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 숙제를 해가지고 와 설명했다. 수출기업에게 GMP 적합판정서를 신속히 발급해 달라는 요청 등에 대한 '된다, 안된다, 더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내 놓았다. 이외 현장에서 의견도 또 경청했다.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허가특허연계서 우선판매권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식약처는 "준비한 약사법 개정안이 원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은 "픽스 가입에 따라 안정성시험을 하는데 덕용포장과 소포장 모두 다 하는 건 낭비요소"라고 지적했고, 김관성 안전국장은 그 자리서 "단지 갯수가 달라졌는데 안정성 시험을 하는 이야기라면 바로 시정하겠다"고 즉답했다. 배경은 사노피코리아 대표는 "가교시험으로 인해 국내서 허가가 늦어진다, 질환특성, 효과에 따라 가교 전략을 플렉서블하게 볼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선희 심사부장은 여러 배경과 사정을 설명하며 "가급적 글로벌 임상 때 한국인을 포함시켜 추진해 주면 좋겠다"고 큰 줄기의 정책 방침을 확고히 했다. 식약청- CEO 간담은 '되는 것은 되는대로, 안되는 것은 명확히 안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 제약회사들이 공연히 미로에서 헤매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그래서 간담회장에서 식약처는 때때로 달콤한 이야기도 듣는다. 기업에 필요한 민원을 제기한 다른 CEO들과 다르게 홍성한 비씨월드 대표는 "처장님께 여쭤보는데요, 처로 승격된 이후 업무도 크게 확대돼 식약처 식구들의 애로와 노고가 많으실 텐데 어떻게 대처를 하시는지요"라며 국회 여당의원이 행정부 공무원에게 은근히 PR할 발언의 기회를 주듯 공손하게 물었다. "격려의 말씀으로 받겠다"고 수줍은 듯 고마워한 정승 처장은 이후 일정 때문에 움직여야 한다면서도 플로어에 꽤 오랫동안 머무르며 "업무량이 늘어난 것과 비례해 조직과 예산도 늘어나야 겠죠.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어진다. 처 직원들도 (제약업계가) 민원을 신청하면 제약업계 일이 내일이다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화답했다. 규제에 입각한 갑을 관계에도 식약처장과 제약업계 CEO간 간담은 더 넓은 소통의 통로를 내고 있다. 한 행사 참석자는 "제약산업 관련 다른 기관들도 식약처처럼 해 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며, 회사로 복귀했다.2015-02-10 06:14:53조광연 -
제약사는 약만 만들고 나면 그걸로 끝인가?적지 않은 제약회사들이 허가를 받아 공장에서 의약품을 만든 후 판매하는데만 급급할 뿐 이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는데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제약회사는 얼마전까지 '진달래'로 유통되던 의약품의 이름을 난데없이 '개나리'로 바꾼 후에도 병의원이나 약국들에게 배경이나 사정을 사전에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하얀눈'이란 안약을 공급하던 또다른 한 제약회사는 이 약과 함께 '눈하얀'이란 약을 동시에 약국에 내놓으면서도 환자에게 직접 이 의약품을 투약하는 약국에게는 제대로 된 공지를 하지 않았다. 장기 품절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제약회사의 민낯을 본다.언론을 통해 문제가 될 때마다 해당 제약회사들은 업무상 착오라든지, 미처 공지를 하지 못했다, 다음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히지만 어쩐 일인지 나아지는 기색은 없다. 급한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헛약속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투약 전 마지막 관문인 약국'에서 걸러지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 안전하게 의약품이 투약되도록 환경을 조성할 책임은 제약회사에게 있다. 이렇다보니 약국들은 '지난 번 약과 다르다' '잘못 조제했다' 등 환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조제 실수를 하게되면 약국들은 보험급여 업무에 차질을 빚어 공연히 행정력을 낭비하기도 한다. 모두 판매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제약회사들의 그릇된 안전 의식에서 비롯되는 일들이다.제약(製藥)이란 이름에 '의약품을 만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름지기 생명을 운운하는 제약회사라면 개발 생산부터 유통, 투약될 때까지 안전한 의약품을 만들고 유통 관리하겠다는 기업 안전 마인드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 성상이나, 이름이 변경되면 관계자가 곧바로 공지하고 설명하는 매뉴얼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 이같은 토대를 마련해 놓지 않고서야 개발과정에서 생동성시험,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입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용약(用藥)이 허술한데 말이다.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을 내놓고 처방을 발생시키기 위해 영업 마케팅에 올인하는 노력의 십분의 일만 안전업무에 투입해도 이처럼 어설픈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약만 만들어 판매하는 걸로 제약회사들의 책임과 역할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2015-02-05 06: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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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뛰기 시작한 제약사들…누가 먼저 성공모델 보여줄까"유한양행이 1조 한거 조 본부장은 어떻게 생각하셔?" 작년 말 신년대담 후 김승호 보령제약 그룹 회장이 물었다. "제약 100년사에 첫번째라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규모의 경제 기반을 닦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코프로모션 비중이 크다는 점 때문에 비판도 따릅니다. 선두 기업으로서 신약개발도 하고, 글로벌 진출도 해달라는 기대와 비판이 8할, 질투가 한 2할쯤 되지 않을까요?" 김 회장은 말했다. "그거 엄청난 일 아녀? 100년 동안 누구도 못한 일을 한건데. 난, 내일처럼 좋아. 축하받을 일이야. 코프로모션을 어쩌구 저쩌구 쉽게들 말하지만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여, 그럼. 녹십자가 수출 2억불인가 했다지? 것두 참 대단해." 왜, 김 회장은 두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을까. 아마도 자신이 속히 이루고 싶어하는 꿈의 재확인은 아니었을까?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여러 분야의 계획과 정책 추진의 목표점을 이 해에 맞춰 놓고 부지런히 뛰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특정한 시점을 정해 다짐하기를 좋아하는 것같다. 새해 금연 결심처럼 말이다. '세계 7대 제약 강국'을 앞에 내건 복지부의 '퀀텀 점프' 계획도 2020에 맞춰졌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제약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산업발전에 필요한 각 분야의 계획을 소개했다. 2019년 5개년 계획이 끝나고, 보신각 종이 울렸을 때 국내 제약산업이 과연 7대 제약강국의 대열에 진입해 있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정부가 세계 의약품 시장이 고령화 등의 요인으로 2017년 1400조 시장으로 커지고, '제약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산업으로 적합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하지 않으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름 애쓰는 점 역시 박수 칠만 하다.중국에는 대나무의 일종인 모죽(毛竹)이란 식물이 있다. 씨앗을 뿌리고 5년이 지나도록 자라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 수십 센티미터 씩 자라나 25m 이상 쭉 뻗어 올라간다고 한다. 바로 이 5년이 불가사의다. 그런데 이 기간은 공백이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 뿌리가 아래로, 옆으로 확장하는 노력의 시간들이다.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모죽은 제약산업과 닮았다. 투자했으니 곧바로 수익을 기다리는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제약산업은 그저 한심한 산업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말이 솔깃하지만 조바심을 견뎌야하는 산업이다. 어찌 제약산업에 발을 담갔는지 모르겠으나, 국내 제약산업 종사자들은 잘도 참아왔다. 묻지마식 약가인하, 정부의 리베이트 8년 전쟁, 보험약가 정책에 늘 밀리는 산업정책에 대해 분노와 원망, 기대라는 복잡미묘한 감정 속에서도 모죽처럼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해 볼 그 날을 꿈꾸고 있다. 제약산업 안에 수많은 모죽의 생명력이 꿈틀거린다.1987년 물질특허 도입 이후 국산신약을 개발하며 역량을 쌓아온 국내 제약사들은 어느 새 도전과 모험에 익숙하다. 전처럼 국내 제약업계가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을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는다. 영어 때문에 외국 진출이 어렵다는 말은 촌스러운 옛 이야기다. 모국어처럼 영어를 쓰는 인재, FDA 문턱깨나 드나든 인재도 많아졌다.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나 '하늘아래 뫼'일 뿐이라 여긴다. LG생명과학 팩티브 허가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정보를 나누며 FDA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돼 버렸다. 작년 한미약품은 개량신약으로 다국적사와 특허소송까지 불사하며 허가를 받았다. 녹십자, 동아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한미약품, LG생과, JW중외제약 등은 FDA 허가를 겨냥, 절차를 밟고 있다.경쟁(競爭)의식에 갇혀있던 제약사들은 이제 글로벌기업은 물론 엄연히 경쟁 상대인 국내사와 협력(協力)도 마다 않는 단계로 진입했다. 경쟁 아니면 협력이라던 과거 이분법적 사고는 경협(競協·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라는 세련된 옷으로 갈아 입었다. 경쟁하며 협력하는시대가 열렸다. CJ와 대웅제약이 복합제 공동개발에 나서고,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 복합제를 다국적 기업 머크가 세계 시장에 내다 팔려한다. 코프로모션이나 코마케팅은 일상이다. 매출 규모에 가려져 있던 중소 제약사들도 시장의 미세한 틈새를 파고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휴온스는 다른 경쟁자들이 전문의약품 비즈니스에 올인할 때 비급여 시장을 파고들었다. 필러, 보톡스로 성장 기반을 닦더니 중국 GMP 정책이 변화하는 시점을 꿰뚫고 들어가 점안제 전문 공장을 세웠다. 모든 기업의 관심권인 중국시장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다지 특성없어 보였던 대원제약도 의약품 수탁산업에 눈돌리고, 퍼스트 제네릭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급 성장세를 타고 있다.배짱도 한층 두둑해졌다. 'FIPCO에서 VIPCO'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데 영감을 받은 탓이다. 다시말해 R&D와 임상, 제조, 판매 등을 한 기업이 독자 수행하던 모델에서 R&D와 임상, 제조, 판매 각 부문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새 모델로의 시프트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중화가 제약업계에 뿌리 내렸다. B형간염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워낙 탄탄한 도입 신약이 많아 연구개발 부문서 평범해 보였던 부광약품은 작년 10월 돌연 덴마크 벤처기업 콘테라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파킨슨병 운동장애 치료신물질을 통채로 안기 위한 시도였다. 글로벌 현지화(글로칼리제이션)를 추구하는 대웅제약은 재작년 중국 바이펑사를 인수했다. 금명간 세계 2위로 부상할 중국시장에 거점을 마련했다. 현지 기업의 혁신으로 개발한 제품을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도 판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비즈니스 스케일이 달라졌다. 한미도 마찬가지. 한해 1000억원이 넘는 R&D를 쏟아 부으며 인 하우스 연구능력을 키워오다 최근 미국에서 우리돈 200억원을 시원하게 쐈다. 안과전문 R&D 벤처에 전략 투자 한 것이다. 유보금 보유액이 큰 유한양행도 인하우스 연구를 지속하며 가망성 있는 벤처 등 기업을 M&A하기 위해 될성부른 물건을 꾸준히 물색중이다.정부가 먼저 제시한 목표지만,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 7대 강국의 꿈'을 꾸지 못할 이유는 없다. 8년 리베이트 전쟁과 이로인해 사회에 낙인찍힌 불건전한 이미지 때문에 과도하게 주눅 들거나, 자괴감을 과잉으로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끊임없이 윤리경영을 향해 나아가며 보완하고 다시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건 회피할 수 없는 시대적 책무다. 자괴감을 드러내 말한다고 해서, 사회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아 해소되지 않는다. 길은 정공법 뿐이다. 그러니 제약산업과 종사자들은 어깨를 쭉 펴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아야 한다. 정부도 정말 제약강국을 희망한다면, 그래서 제약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우고 싶다면 할일이 있다. 산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산업을 건보재정의 금고로 보면 산업은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산업으로 바라볼 때, 씨앗이 뿌려져 모죽이 자라는 밭을 시시때때로 갈아 엎을 수는 없다. 산업으로 바라볼 때, 건보재정 안정화의 일방적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다. 산업지원과 규제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 놓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럴 때만 신약 블록버스터든, 글로벌 수출 대박이든 만들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진다. 밭을 못살게 굴면 모죽(毛竹)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2015-01-30 06:15:00조광연 -
간호사 조제로 불법조제 막자? 어불성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윤옥 의원실은 26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 공동 후원으로 '병원 내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점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병원 안에 약사가 부족하거나 없어 발생하는 불법조제 문제'를 '의사지휘 아래 간호사가 조제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으면 어떠냐'는 관점에서 출발했다.결론부터 말해 이는 어불성설이다. 병원들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약사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발생한 무자격자 불법조제 문제를 인력을 충원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 대신 '간호사 조제허용이라는 예외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꼼수일 뿐이다. 병원계에선 '약사를 뽑으려해도 뽑을 수 없다'는 식의 현실론을 들지만 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병원계는 약사가 없다면서도 공공연히 필히 약사를 두어야만 하는 병원내 조제, 다시말해 선택분업을 주장하지 않는가.보건의료시스템 안에는 반드시 지켜야만하는 원칙이 있다. 사회가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전문직업인을 따로 나누어 면허로 관리하는 것은 최적의 진료와 투약, 환자 간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원칙만으로 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예외도 필요하지만, 예외는 그야말로 '극히 예외'에 그쳐야 한다. 배와 배꼽이 비슷해지면 필경 병이 날 수 밖에 없다. 민원을 해결하자고 일반 원칙, 사회적 원칙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보건의료시스템은 목표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목표 달성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직능간 갈등과 반목만 야기할 뿐이다.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극한 갈등을 이미 보고 있지 않은가.병원내 무자격자 불법조제를 막아 약제 투약으로부터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오히려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선진적 약제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약사 인력 충원과 이같은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부여 등이 필요한 것이다. 약사가 병원에 근무하도록 약사 근로조건을 상향하려는 병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정부의 역할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의사만 있으면 된다'는 후진적 사고를 벗어나 투약업무, 간호업무 등 종합 직능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야 모든 직능이 고루 발현되도록 수가를 부여하는 등의 구체적 정책이 시행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2015-01-27 06: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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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부는 집단지성 바람약사 집단지성이 약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화 된 기존 '업체 중심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출발점으로 삼은 새 바람은 철저히 협업(Collaboration)을 지향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운명을 그대로 시장에 내 맡기지 않겠다는 각성이자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그동안 약국을 경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값비싼 수업료를 내며 체득한 시행착오를 약국경영의 효율적인 대안과 자양분으로 내세운다. 업체중심형 프랜차이즈의 '톱 다운식 방침'을 '같이 만들어가는 성공의 툴'로 함께 발전시키려 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 약사들은 가맹점주가 아니라 CEO다.'약사가 줄거운 약국'을 표방하며 급성장 중인 휴베이스가 그렇고, 지방에서 일어나 수도권으로 빠르게 진출중인 데이팜이 그렇다. 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아로파나, 대한약국협동조합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약국경영을 콘셉트로 잡고 있다. 이들은 철저히 '환류형 협업체'다. 개별약국의 노하우가 본부 경영 정책에 수렴되고, 수렴된 아이디어들은 다시 정책으로 개발돼 회원약국에게 피드백되는 시스템이다. 종전 업체 중심형 프랜차이즈들이 기획한 정책들이 가맹약국들에게 움직일 수 없는 '복음처럼 전파되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약국경영은 자영업 성격을 띠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약사가 CEO의 역할도, 종업원의 업무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약국경영은 그래서 약사 개인의 성향이나 성취 욕구, 능력 등 개인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따르고, 이 스트레스에 짖눌려 뭔가 변화를 모색해 보려다가도 주저 앉고 만다. 해야 할일이 너무 쌓여 임계점을 넘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 때 필요한게 '신뢰할 만한 훈수'다. 내 약국의 경영 상황이 외통에 걸렸거나 곧 외통에 걸리게 되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길을 보지 못한다. 훈수꾼의 눈은 매의 눈처럼 반짝이는데도 말이다.지금까지 훈수의 역할은 기존 약국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몫이었다. 약국 인테리어의 개선, 드럭스토어형 약국의 확장, 헬스 뷰티 상품의 약국 접목 등 많은 변화를 이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공백이 있었다면 그건 다름아닌 약국 바닥현장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수많은 고객을 만나거나 새로운 경영적 시도에서 느꼈던 '문서화되지 못한 노하우와 시행착오'는 여전히 개별약국안의 자산으로만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 출현한 협업체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그들의 역할을 찾고 있으며, 약사와 약국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약사 집단지성의 힘으로 약국의 오늘과 내일의 대안을 찾아내겠다는 움직임은 그래서 주목된다. 개별약국이 성취한 노하우가 교육과 협업체 활동을 통해 수평적으로 더 확산되고, 일체성을 갖는 약국의 모습으로 갖춰 나갈 때 약국시장은 약없는 드럭스토어 등 헬스엔 뷰티숍과 차별성을 가지며 또다른 영역을 구축해 낼 수 있을 것이다.2015-01-22 12:2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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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원 사태' 진상규명단 꾸려 진위 가려야대한약사회가 '약정원과 VAN사간 계약에 따라 발생한 매출 3억4300만원이 사라졌으며, 5년간 보존해야하는 전표 등 장부기장과 관련된 기초 증빙자료가 폐기됐다"며 8일 김대업 전임 약정원장 등에 의혹을 제기한 이래 양측간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이 제기된 의혹을 반박하면 곧바로 상대측이 재반박하는 등 볼썽사나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급기야 팜스파이더 의혹까지 사태가 번졌다. 양측 공방은 한치의 의혹 해소없이 끝없이 부풀려지고만 있다. 치킨게임 양상이다. 정치판보다 더 정치적인 장면에 신물이 날 지경이라고 약사들은 지적한다. 그런데도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만 충실할 뿐 이를 지켜보고 있는 전국 6만 약사들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관건은 진실규명이다. 약사회가 최초로 제기한 의혹과 추가로 터져나온 또다른 의혹들이 사실인지 명명백백하게 가리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한계 지점에 이르렀다. 사태는 이미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불가역 단계에 진입했다. 의혹은 돌아올 수 없는 그 강을 건넜다. 이제 양측의 의혹 제기와 반박, 재반박으로는 정치적 해석만 양산할 뿐 진실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어졌다. 정치공세만 남고 진실은 가려지기 쉬운 구도가 되었다. 그만큼 스스로는 풀 수 없을 만큼 꼬여버렸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명하다. 양측은 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객관적 제3자의 진실 규명을 받으면 된다.진실 규명의 방법은 두 가지다. 약사회가 이미 제기한 의혹을 바탕으로 검찰에 고발하든가, 아니면 약사집단 지성을 믿고 내부 감사를 벌여 들춰진 의혹이 사실인지 따져보면 된다. 그러나 검찰에 즉각 고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약정원이 검찰조사 받은데 이어 소송까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엘리트들로 구성된 사단법인체 안에서 일어난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가, 사법당국의 조사와 심판을 받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보다는 우선 내부 감사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엘리트 집단의 문제 해법은 달라야 한다.그러려면 약사 집단지성이 납득할만한 진실규명단을 하루속히 꾸려야 한다. 진실규명단에는 현 약정원감사진과 전임감사진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며, 문제를 발견했다는 외부감사단 회계사 등이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할 것이다. 진실규명단이 감사를 한 후에 제기한 의혹이 해소된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애매모호한 구석이 남는다면 약사회가 지체없이 검찰에 의혹 당사자들을 고발 조치해 법의 심판을 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진상규명단 활동에 양측이 미온적이라면 감사단 직권으로라도 감사에 착수해 의혹을 밝히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2015년 대한약사회는, 60주년 사상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의약분업 이후 고령사회, 저성장 사회, 정보화 사회를 맞아 보건의료 직능인간 물밑에서 치열한 영역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약사회가 내부 문제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그야말로 골든타임 다 흘려버리고 말것이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떠돌아 다니며 '과징금, 팜파라치, 불용재고약 같은 민생현안들'을 불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작금의 현상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양측이 자천이든 타천이든 향후 대한약사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마당이고 보면, 이 공방의 진실이 가려지지 않고 지속되는한 약사사회는 향후 치유하기 힘든 분열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약사집단지성은 이 점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2015-01-15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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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직업윤리, 정책의 균형 '똑바로'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2015년은 보건의약계는 물론 관련 정책 당국도 다함께 지름길과 사잇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나아가 환자중심의 의료체계를 굳건히 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기업은 윤리경영을 바로 세우고, 의사 등 직능인은 직업윤리를 반듯하게 깎아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도 빼어난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제약기업의 윤리경영은 벼랑끝에 몰렸다. 2007년부터 8년 이상 정부가 나서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라는 덕지 덕지 눌러붙은 묶은 때를 벗겨내고 있다지만, 양파껍질처럼 벗겨내고, 또 벗겨내도 좀처럼 속살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제약회사에 다닌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운 존재가 됐다. 기십억원의 세금 추징을 당했다는 제약사 CEO의 하소연에 위로는 커녕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는 야릇한 시선이 돌아오는 현실은 잘못돼도 한참 잘 못된 것이다. 산업계의 바른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산업의 경제적 동력으로서라도 새해엔 윤리경영을 정착시켜야만 한다. 이게 제약기업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제약기업의 윤리경영은 홀로설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잘 말해주듯 의약품의 처방권자로서 실질적인 수요자 역할을 하는 의료인들의 윤리의식이 한층 높아지지 않고는 도저히 풀릴 수 없는 문제다.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만큼 리베이트를 거부하는 의료인들의 양심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오래된 관습의 때를 벗기는데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불법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가 잘못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의료현장의 컴컴한 구석이 있고, 극히 일부라지만 지역별 악명을 떨치는 빨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만큼 아직은 먼길이다. 의료계는 대대적인 자정노력을 펼쳐 의사 그 이름 하나로 자랑스러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자신들에게도 이로울 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내 제약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윤리의 차원으로 실천돼야 한다.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 의사, 약사 등 전문직능인들의 윤리의식도 2015년엔 전봇대처럼 세워져야 한다. 대부분 일부 일탈 사례지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일부에 국한될 수 없다. 사무장에게 양심을 팔아버린 의사들이 그렇고, 면허를 빌려주고 월급을 받는 약사들이 그렇다. 음주수술이나 수술방 사진이 그렇고, 전문가로서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도 정체불명의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사의 행위는 무너진 전문인의 윤리를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이러고서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바로 세울 수가 없다.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축인 의사와 약사들에 대한 바른 인식이 사회에 투영될 수 없으며, 이는 보건의료 전반을 불신으로 채우게 할 것이다. 정부가 손대기 전에 스스로 자정하는 것이 우선이다.정부 정책의 균형감각도 요구되는 새해다. 정책의 출발점을 건보재정 절감에 맞춰 놓으면 왜곡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에서 차지하는 약품비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인 저약가 정책을 펼쳐나갈 때 산업의 발전 동력은 약화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로 기어 올라가려는 기업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약품비에 골몰하던 정부가 이번엔 처방량에 주목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또한 과도할 때 의사들의 진료를 저해하거나, 의사윤리를 저버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만연하게 만든 근본 원인으로 저수가, 다시말해 의사들의 희생 위에 출발한 건강보험 체제가 거론되는 것을 정부는 곰곰히 새겨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상업화로의 쏠림이 나타나지 않도록 늘 깨어 각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약사와 한약사, 한의사와 한약사간 문제도 방치만 해서는 안된다. 직역간 갈등이 때론 정부에게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있다면 버려야 한다. 바른 길이 아니다.2015년 새해에는 기업의 윤리경영과 전문 직능인들의 윤리의식이 떠오르는 해처럼 뜨거워져야 하고, 정책은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배의 평형수처럼 균형감각을 찾으며 설계되고 추진돼야 한다.2015-01-01 07:25:24데일리팜 -
[칼럼] 동일성분조제(대체조제)…공짜는 없다도미노 게임의 마지막 칩이 쓰러지게 될지 관전자들은 늘 조마조마하다. 첫 번째 칩을 건드리면, 다음 칩을 치고, 두 번째 칩이 기울며 세번째 칩을 때리는 연쇄작용이 일어나려면 치밀한 계산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긋나면 어디선가, 멈추고 만다. 사슬이 많은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던져진 화두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조제, 그러니까 대체조제'가 그런 유형일 것이다.현재 약국이 대제조제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장려금 대상 약제는 2014년 11월 말 기준으로 7918품목에 이르지만 대제조제 실적은 미미하다. 2012년기준으로 약국이 대제조제한 건수는 40만6000건으로 약국 한곳당 19건에 불과하다. 대체조제로 약국이 받은 인센티브 총액도 겨우 1억8000만원이었다. 병의원들의 잦은 처방 변경으로 불용재고가 양산된다고 약국이 주장하며 대체조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도 정작 대체조제가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약국의 주장처럼 사후통보 부담 때문인가, 대체조제 인센티브가 작아서 인가.침체 국면에 화두 던진 기획재정부와 최동익 의원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내년 4분기까지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활물가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소비자 지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도 대체조제 때 갖는 약국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병의원 사후통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최 의원이 준비한 방안이 '심평원 사후통보 내용을 병의원들이 알게되는 것인지, 아닌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매우 중요하다. 약국이 사후통보에 부담 갖는 것은 절차의 번거로움보다, 의사들과 빚을지 모르는 갈등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대체조제...정부가 깔아놓은 인프라가 미흡하다 기재부가 던진 정책의 공은 결국 복지부가 받게될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를 풀어낼 동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둘러싼 의정간 막힌 정국이 상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조제를 위해 복지부가 한걸음 움직이면 의료계는 당장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을 전파하고 나설 게 뻔하다. 제네릭 문제를 관장하는 식약처가 소비자들에게 '제네릭이 무엇인지' 제대로 홍보 한적 없으니 정보 비대칭에 놓여있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여의치 않다. 정부는 의료계의 저항을 견뎌내며 과연 제네릭 홍보를 펼칠 수 있을까.더욱 현실적인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격정보를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지갑에 영향을 주는 싼 가격의 제네릭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이는 '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 정책 아래서 제약회사들이 최근 자발적으로 '판매예정가'라는 이름으로 최저가 보험약품을 내놓고 있는 호기조차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판매예정가를 통해 싼 제네릭을 내놓고 앞으로 제약사간 한층 치열한 가격경쟁이 예견되는 기류에 정책이 부드럽게 올라타려면 가격정보는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참조가격제 논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소비자 주권 차원의 소비자 단체 역할도 필요한 시점이다.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정부 역할과 약국의 신념 투쟁 앞서 언급한대로 정부는 대체조제가 활성화돼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 감소와 건보재정 안정화로 귀결시키려면 제네릭 의약품의 전략적 홍보와 함께 소비자들이 대체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부 스스로 이 정책에 대한 신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치밀하게 계산해 도미노 칩들을 배치해야 한다. 법안하나 툭던져 놓고, 의료계와 줄다리기하다 지리멸렬해지는 전철을 되 밟아서는 안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건드려 분란만 자초하려면 애초에 시작도 않는게 낫다.약국의 역할도 있다. 처방전이 경영의 원천이 되는 현실에서 대체조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리지널이 특허만료되면 모든 제네릭을 갖춰야하고 이로인해 구매자금 부담은 물론 끝내 불용재고로 남아 반품과정서 또 손해를 떠안는 현실이 지긋지긋 하다면 모든 약사들이 참여하는 신념의 투쟁이 필요하다.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이를 다시한번 살펴보는 의약분업 정신으로 돌아가 약사직능의 전문성을 건 투쟁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체조제라는 도미노 게임의 첫 번째 칩은 약국의 신념에 있는지 모른다. 몸통이 움직이면 머리가 따라오듯 대체조제를 한건 두건 늘려가면 정책도, 소비자도 바뀔 수 있다.2014-12-26 12:25:00조광연 -
간호사 조제허용은 매우 부적절하다'의약품을 조제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으나 의사·치과의사가 직접 조제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의사·치과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이 대표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의사·치과의사가 불합리하게 범범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을 제안 이유로 제시했다.의약품 조제와 관련한 현행 약사법 23조 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간으로 삼아 의약품을 조제하되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같은 조 4항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고 예외 사항을 명시했다.이번에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은 4항에 대한 또다른 보완사항을 8항에 신설하자는게 골자다. 4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 중인 경우(1호)나, 환자를 수술 또는 처치중인 경우(2호), 그 밖에 직접 조제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3호)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조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장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처치하면 처방을 발행해야만 하는 동시 상황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파악된 건 현재로선 없다. 3호의 경우는 더 애매모호하다.'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의약분업'이 보건의료체제의 근간으로 움직이는 나라에서 조제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간호사에게 이관시키는 문제는 결코 작은 사안일 수 없다. 현장의 실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사·치과의사가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고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법은 약사를 두는 합목적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만약 이 법이 통과된 후엔 규정에 맞춰 약사를 두고 있지 않은 병원들에 대해서도 간호사를 투입하는 방안을 만들 것같은 의구심이 들정도다. 현재 병원들도 경영이 어렵다거나, 구인난 때문에 약사를 둘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현실이 있으니 말이다. 큰 틀의 보건의료 및 법체계 아래서 문제를 바라봐야지 임시방편식으로 문제를 풀려다보면 직능간 갈등만 유발하고 전체 시스템을 꼬이게 만들 뿐이다.2014-12-16 10:47: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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