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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볼빅 골프 공과 국산 신약은 함께 안타깝다몇해 전만 해도 골프장에서 제약회사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마음껏 휘둘러 친 공이 산으로, 물로 날아가는 통에 씩씩거리며 찾으러 가보면, 주인 잃은 공들이 지근 거리에 몰려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곳에선 제약회사와 의약품 이름이 또렷하게 적힌 공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대체 '이 불모의 땅'으로 '제약회사와 의약품'을 날려버린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상상하고는 했었다.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공정경쟁규약이 한층 강화된 후론 제약사 이름이 적힌 로스트 볼은 거의 만날 수 없다. 과거의 골프장은 어떤 면에서 제약산업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다. 제약사 이름이 사라지자 골프공 브랜드가 더 눈에 띄기 시작했고, 유난히 볼빅 브랜드가 자주 보인다. 자주꽃 감자를 캐면 어김없이 자주 감자이듯 컬러볼을 주으면 십중팔구 볼빅 브랜드다. 다국적사 골프공을 판촉물로 많이 썼던 제약사들의 판촉물이 줄어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볼빅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다.볼빅 골프공을 볼때마다, 국산 신약을 떠올리게 된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둘은 닮은 구석이 많다. 세계 톱 브랜드를 향한 꿈이나, 글로벌로 나가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이나, 국산 브랜드가 갖는 태생적 한계들이 판박이 같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된 1987년을 계기로 R&D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1980년 설립된 볼빅도 1988년부터 골프공 R&D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볼빅은 연차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특허를 내며 2PC, 3PC, 4PC볼을 개발 했다. 비슷한 기간 국내 제약회사들도 하나 둘 국산신약을 내더니 올해 5월 기준으로 24개 국산신약을 개발했다. 볼빅이 기존 볼을 개량해가며 컬러볼을 생산할 때 국내 제약사도 종전 의약품을 개량한 신약을 내놓았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산업의 생존 전략이 닮은 것모양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볼빅 골프공과 국산 신약은 함께 안타깝다. 의욕 같아서야 터 넓은 글로벌로 뛰쳐나가고 싶겠으나, 그곳이라고 터줏대감이 없을리 없다. 다국적 기업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내수에서 매출을 일으켜 글로벌로 나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 밖엔 두 기업에겐 옵션이 없다. 한데 내수라 해봐야 규모가 크지 않으니, 전폭적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당연히 글로벌 진출 역량 축적도 예상보다 유보된다. 1997년 광복절 날 출시된 815 콜라의 좌절이 보여주듯 골퍼나 의사들의 애국심에만 기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다. 품질이 동등할 때라는 전제 조건은 무조건 유효하다. 일본 골프 선수나 의사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하고, 그래서 세계적 브랜드를 키워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이야기 아닌가. 산업계 입장에서야 내심 부럽지만, 대놓고 외칠 처지는 못된다. '품질은 자신하는데…' 처럼 아쉬워 하는 시간마저 사치일만큼 갈길이 바쁘다. 하여 정공법 밖에 없다. 품질을 계속 높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한발씩 다가서는 노력이 지름길이다.볼빅 문경안 회장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자국 브랜드가 없는 편이다. 오더 메이드가 많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브랜드가 있다"며 "브랜드가 있어야 국가 성장이 지속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볼빅 골프공을 세계 톱 3 브랜드로 키우는 게 필생의 꿈이라고도 했다. 문 회장이 그의 꿈을 이뤄내려면 다국적사들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야만 한다. 국내 제약산업도 세계 7대 제약강국 같은 원대한 목표가 있는데, 여기에 근접하려면 '유명 브랜드 의약품'은 필수적이다. 유명 브랜드 의약품이 첨병이 될 때 여타 '메이드 인 코리아 의약품'들도 글로벌 시장서 동반효과를 누리며 힘께나 쓸 수 가 있다. 도돌이표 같은 이야기지만 브랜드 의약품이 만들어지려면 여러 국산 신약들이 내수에서 각광받는 게 먼저다. 선순환 R&D 투자시스템의 첫 번째 고리다.유사한 처지의 볼빅 골프공과 국산신약. 골프 공이 국산 신약 혹은 제약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반대로 제약산업은 작은 손은 내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평정한 우리나라 남녀 프로선수들이 주목받는 무대에서 직접 써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는 파급력 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의사들이 국산 신약에 지금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제약산업의 발전은 한층 당겨질지도 모른다. 골프공이나 국산신약이 아니어도 국내 산업군은 모두 비슷한 처지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대로 빠르게 건너가는데 필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 간 이해관계 이상 산업간 이해관계 역시 복잡하겠지만, 협력의 틈새는 있을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워 '촌스러운 애국심'이라고만 할일은 아니다.2015-05-21 06:14:51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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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약과 유통…業대業 진정한 상생 두 사례제약업계와 의약품 유통업계가 상생할수록 '의약품산업 발전'도 가속화 될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가 오랫동안 회자만되는 가운데 제약회사와 유통업체가 진정한 협력관계를 모색하려는 두 모습이 눈에 띈다. 두 사례는 나의 필요성을 앞세운 것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유사한 사례가 증가해 축적될 때 업계 전반에 상생의 기운은 한층 확산될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첫번째 사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 제도와 관련해 제약회사가 도매업계 편리성을 감안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경우다. 대웅제약은 제약사 입장에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대표코드(어그리제이션·큰 박스안에 들어있는 여러 소포장 정보를 한꺼번에 담아 큰 박스 겉면에 찍는 바코드)를 처리하기 위한 공정에 투자를 했다. 만약 이를 찍지 않으면 도매업소 입장에선 박스를 뜯어 일일이 소포장의 바코드를 스캔해야 비로소 입고절차를 마치게 된다. 물론 대웅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도매업소들에게 더 편한 이타적 투자인 셈이다. 규모가 있는 다른 제약회사들도 올해 안에 대표코드를 부착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첫번째 사례가 제조시설과 유통 영역의 상생적 시도라면, 두번째 사례는 마케팅 영역에서 협력이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최근 종합영양제 액티넘EX플러스를 국내 시장에 론칭하면서 전국망을 갖춘 지오영과 동원약품 두 곳을 전담 유통처로 정했다. 이는 약국가의 오래된 니즈인 판매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다. 두 곳만을 유통처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 안에서 이견이 제기될 수도 있으나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회사들이 영업 진용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엔 과거보다 많은 유사 기회가 열려있다. 다케다는 유통업체 두 곳 선정과 함께 이들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스스로 개발한 마케팅 툴과 포인트를 공유했다. 메나리니도 같은 개념의 협력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하나 둘 사례가 늘다보면 유통업계가 단순 배송을 넘어 마케팅과 영업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2015년 현재 제약업계와 의약품유통업계는 약가인하, 이로 인한 유통마진 축소 가능성, 사업영역의 중첩성 등으로 갈등의 소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안마다 '業대業의 실력행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역할을 분담해 줄 영역을 찾아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가지 사례처럼 파트너의 발전을 감안한 노력만이 진정한 상생으로 가는 협력이며, 의약품산업과 시장을 육성하는 길임을 제약업계나 유통업계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2015-05-19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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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구개발 붐업시킬 'R&D의 날'을 제안한다제약산업은 전형적인 지식산업이다. 연구개발(R&D)에 기반한 신약은 예외없이 특허로 보호받고, 특허기간 중엔 고부가가치를 향유한다. 성벽처럼 단단한 특허를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다시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의학과 생물학, 화학, 약학 등등 다양한 전문지식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 바로 신약이다. 제약산업은 그래서 수많은 지식들의 축적과 결합, 촘촘한 특허가 결합된 높은 진입장벽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 한가지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영세 업종에 대기업 진출이 웬말이냐'며 기존 제약회사들이 크게 반발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이 진입했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판도를 뒤집을 기세였던 대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조직력에도 30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 매우 평범한 모습이다. 지식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제약산업에 조언을 할 때 최종 진술은 'R&D를 하라'는 것이 전부일 정도다. 간혹 의욕적인 기업이 M&A로 R&D 역량을 가진 기업을 품에 안기도 하지만 이 또한 R&D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다.1987년 물질특허가 도입된다고 예고될 무렵 '이젠 진짜 문을 닫을 때가 됐나 보다'란 자조와 걱정이 제약업계를 휩쓸었다. 대기업의 제약산업 진출 조짐은 염려를 한껏 부추겼다. 기업은 역시 생물이었다. 연구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투자를 늘리고 연구원들을 모으더니 급기야 국산신약 24개까지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젠 국내를 넘어 문턱이 그리 높다던 FDA를 노크하는 후보물질들이 두 자릿수를 넘고 있다. 최근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기술을 수출하며 500억원 이상되는 계약금을 받고, 10만원 언저리던 주가가 35만원을 순식간 돌파하며 연구개발의 가치를 잔뜩 부풀렸다, '두 알앤디(Do R&D) 바람'이 제대로 불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가 오른다는 건 투자자들이 제약산업을 현재 가치보다 미래가치를 더 크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50여 상장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R&D비율도 7%에 이르고 전체 투자금액이 1조원을 육박한다. 산업계 안에 R&D 씨앗이 적잖이 파종되고 있는 것이다.파종된 R&D 씨앗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도록 하려면 모처럼 잡힌 R&D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화가 되려면 지식산업의 한복판에서 투쟁심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R&D 연구자들의 에너지 레벨을 더 올려야 한다. 영웅처럼 대접받고 자긍심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1987년 이후 R&D에 비약적 성장과 발전이 있었다지만, 성공을 만들어 낸 R&D 영웅들은 부각되지 못했다. 신약이라는 게 연구자 한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할 수 없는 것도 한 이유다. 성과는 흐지부지 공유되거나, 책임자급에게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R&D 연구자들을 격려하면서도 사회속에 R&D의 중요성과 그 달콤한 과실이 맺힐 수 있음을 전파할 수 있을까. 제약산업이 처절한 R&D를 먹고 자라며, 성공하면 풍성한 과육과 달콤한 쥬스를 사회가 나눌 수 있다는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까. 산업계 내적 열기와 사회적 지지가 수반되어야만 제약산업의 미래는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방법으로 제약산업 R&D의 날을 제안하고 싶다. R&D가 필요하지 않은 산업군은 없겠지만, 제약산업 만큼 R&D가 절박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제약산업계 스스로 R&D의 날을 만들어 안으로는 R&D 연구자들을 격려하면서 제약산업계 안에 R&D 중요성을 뿌리내리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껏 이같은 노력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끊임없이 해온 것들이다. 조합은 우수연구자들에게 시상하면서 매년 신약의 중요성과 필요성과 희망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포스터를 제작해 사회 곳곳에 배포해 왔다. 이같은 노력에도 메아리는 크게 돌아오지 못했다. 마침 한국제약협회가 창립 70주년이라하여 연구소와 공장시설을 일반에게 오픈하는 등 모처럼 현안을 넘어선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70주년을 기념하는 일과성 행사에 만족하지 말고 제약산업 100년 대계를 지향점으로 신약조합은 물론 신약조합과 파트너로 일해온 정부기관 등과 손잡고 제약산업 R&D의 날을 만들어 봄직하다. R&D없는 제약산업 발전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2015-05-13 06: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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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 잘한 식약처 '생동+임상시험' 통합 관리임상시험과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 통합 관리되는 시대가 열린다. 도입 이래 참으로 오랫동안 불신의 굴레에 갇혀 온 생동성시험을 임상시험 기준으로 업그레이드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임상시험과 생동성시험 통합관리는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을 담보함과 동시에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신뢰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직접적인 기반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내친김에 임상시험분석관리기준(GCLP)도 도입돼 국산 제네릭이 더 신뢰받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수출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이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있다. 예고된 개정안은 생동성시험이 임상시험의 한 부분임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인체대상 시험임에도 별도 체계로 관리돼 온 생동성시험계획 승인, 생동성시험기관 지정 등을 임상시험관리기준에 흡수 통합시켰다. 일례로 흔히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실시기관(일명 생동 CRO)'으로 불렸던 기관명도 '임상시험검체분석기관'으로 변경된다. 질적으로도 임상시험 대상자 보호 프로그램 인증제를 도입,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을 도모한다. 가끔 사회적 문제가 됐던 '생동 아르바이트 같은' 피험자 위험성을 원천 차단한다. 이는 건강한 사람이 필요한 임상 1상이나 생동시험 참여자들이 모두 등록돼 일목요연하게 통합 관리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의미있게 성장 중인 임상시험 산업 안정화를 위해서도 엄격한 피험자 관리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국내 임상시험 수준이 세계에서 높게 평가되는 만큼 종전 생동성시험이 임상시험 수준으로 관리되면, 제네릭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신뢰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하여 제네릭 사용이 늘게되면, 다국적사 의약품의 급증으로 인해 부담이 늘고 있는 건보재정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응당 국산제네릭의 수출길도 한결 밝아지게 된다. 생동성시험의 상향 관리와 함께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확보된 검체 등을 다루는 것과 관련된 임상시험분석관리기준(GCLP)마저 도입되면 의료진의 신뢰 회복은 물론 국산의약품의 해외 진출도 더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2015-05-08 06:14:5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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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국경영의 악마적 요소는 마진율 %다약국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주변에 처방전을 많이 생성할 수 있는 병의원이 많은지, 적은지는 현 약국 환경에서 매우 의미있는 요소다. 유동인구 또한 마찬가지며, 아주 사소해 보이는 건널목 유무와 신호 등이 몇초 간격으로 바뀌는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다. 그런가 하면 가격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웃약국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지, 주변 헬스앤 뷰티숍 같은 유사 업태와 견줘 경쟁력있는지 또한 마찬가지다. 비 가격적 요소도 있을 것이다. 약사 직능이라는 전문적 지식이 잘 제공되는지, 경쟁 약국이나 업태와 비교해 질 좋은 상품들이 풍부한지, 직원들이 친절한지도 중요하다. 무엇이 되었든 주변 경쟁자들보다 손톱 만큼이라도 나은 요소가 있어야 약국 경영은 비로서 활력을 띨수 있다.이처럼 많은 요소들 가운데 마진과 마진율(%)의 개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약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주장은 명쾌하다. 절대 마진크기와 마진율을 냉정하게 구분짓지 않으면 의약품과 건강식품 및 용품, 미용상품 등이 어우러지는 숲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로 표현되는 마진율, 다시말해 각각의 모든 나무에 일정한 마진율을 적용하려 집착하다보면 숲은 사라지고 결국 '의약품이라는 나무'만 남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우려한다. 예를들어 10만원짜리 상품을 10%의 마진율로 판매하면 1만원이 이익인데, 5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해 1만원의 이익을 얻으려면 20% 마진율이 필요하다. 이들은 이처럼 약국 안에 들여놓은 상품의 마진율은 다양해야 한다고 본다. 의약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건강, 미용 관련 상품의 종류가 300개라면, 300개의 형편에 따라 마진율(%)이 다양하게 정해져야 경영이 약국경영의 근간이 되는 '숲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숲은 왜 중요한가. 고령화 사회로 인해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남녀노소 구분없이 미용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면 약국도 바로 이같은 사회적 니즈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경영은 생물인 탓이다. 마진과 마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약사들이 보는 숲이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약국에 풍성하게 진열돼 이웃 업태들과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만들도록 하는 경영의 기반이다. 이들은 "약사들이 생각하는 나름의 고정된 마진율이 있는데, 이것들이야말로 다양한 건강 및 미용 관련 상품들을 약국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밖으로 내모는 악마적 요소"라고 분석한다. 약사가 추구하는 경영 전략에 따라 스스로 고수하고 싶은 마진율은 있겠지만, 이게 무비판적으로 고정돼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건 다양한 상품의 구비인데, 마진율을 지고지순한 상품 구매의 기준선으로 그어 놓으면 좋은 상품을 구비할 기회조차 잃게 되기 때문이다. 상품이 있어야 소비자 발걸음을 끌어 당길 수 있는 건 당연하다.최근들어 경영개선을 위한 첫번째 노력이 인테리어 개선과 동일한 말이 된 듯하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소비자 시선을 끌어 모으고, 관심을 유발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테리어 만으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인테리어의 완성은 결국, 소비자 마음과 부합하는 상품의 노출이기 때문이다. 한 때 약국시장을 노크한 건강 및 미용 상품 공급업체들이 적잖았지만, 요즘들어 그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게 약국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될성부르면 약국을 떠나 홈쇼핑이나 대형 유통채널 등으로 가버리는 공급업체들의 변심도 있겠고, 약국이 그동안 행해온 거래관행에 다양한 공급업체들을 억지로 집어 넣으려는 약국의 고지식함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다양할 테지만 건강, 미용관련 상품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약국상품=우수한 상품'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장래 경영이 더욱 힘겨워 질 것은 자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마진을 대하는 약국의 전략적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2015-05-04 12:1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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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자, 피해자 코스프레'에 갇힌 도매업계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서 온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또 한차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개별 다국적 제약회사 및 국내 제약사와 유통마진 상향조정 투쟁에서 매번 승전고를 올림으로써 자신감을 가진 유통협회가 투쟁의 대상으로 찍은 곳은 '온라인 의약품 쇼핑몰'이다. 협회는 다국적사 등 이전 제약사와 마진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 온라인팜 한 곳만 표적으로 삼아 "사업을 포기하라"고 선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고 양자택일을 요구 중이다. 온라인팜과 한미약품이 들어있는 사옥 앞 시위도 면밀히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팜이 한미약품이 생산한 의약품을 주로 취급하는 판매회사라는 점을 내세워 유통협회는 '제약회사 한미약품'을 비 윤리적 공간으로 내몰고 있다. 기업의 비윤리를 극적으로 더 강조하고 싶어서 일까. 유통협회는 느닷없이 한미약품을 대기업으로 분류했다.그렇다면 한미약품은 유통협회의 주장처럼 대기업이긴 한 것일까. 매출 순위로 따져 제약업계에서 한미약품이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그래본들 작년말 기준으로 58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제약업계에 앞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도매업체에 비하면 크게 봐도 60% 수준에 불과하다. 또 1조원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금명간 1조를 돌파할 '도매 대기업'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제약업과 도매 유통업으로 비교해도 예전처럼 제약업이 압도적이지 않다. 지금은 폐기된 의약품 유통일원화제도를 통해 실효적 지배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약품 유통의 비전을 제시하며 업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유통협회는 유통업을 '스스로 약자, 피해자'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해서 '대형마트들이 서민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회적 문제의식에 유통협회가 기대려는 것인데 논리가 빈약하다. 유통협회가 온라인팜 대신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을 부각시키려는 데는 '역할분담 논리'를 내세우기 위해서일 것이다.'제약은 연구개발과 생산, 도매는 판매와 유통'이라는 명제는 제약산업과 유통업이 이 땅에 나타난 이래 금과옥조처럼 되뇌어지고 있다. 지금도 이같은 명제가 살아서 유통되는 건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을 것이다. 유통업계는 지금껏 물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물류시설에 투자하고 확충하는데는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대적으로 영업인력을 육성함으로써 제약업계로부터 판매의 영역을 이양받는데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국적제약회사와 마진 문제가 자주 불거지는 것도 유통업계가 물류중심으로 발전한데 기인한다. '단순 물류 업무에 왜 두 자릿수 가까운 마진을 제약이 지불해야 하지? 외국에선 그렇지 않은데'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들어 제약회사와 손잡고 특정품목 전체를 판매와 유통을 전담하는 신생 도매업체들이 출현하는 현상은 유통업계 안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통업계 미래나 국내 의약품산업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조짐으로 그 발전 과정을 유심히 지켜 볼 일이다.배타적 견제구와 경고로 미래는 열리지 못한다물류개선에 치중했던 도매업계가 우수 영업인력 육성에 소홀한 것 못지 않게 간과했던 분야는 온라인에 대한 이해부족과 대처였다. 의약분업이후 자신들의 주 고객이 된 약국이 온라인 거래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말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장점이 무엇인가. 시공 초월이다. 재고 관리에 눈뜨기 시작한 약국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여유있는 시간에 언제든 온라인에 접속해 주문하고, 물류전문 택배업체들이 성실하게 배송하는 상황에서 도매업체들은 택배업체들과 비교우위 경쟁을 했을 뿐 의약품 유통과 관련한 본질적 변화는 주목하지 못했다. 심지어 온라인몰들이 약국이 현장에서 겪는 반품 등의 어려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상황까지 진화했음에도 가끔씩 온라인몰을 집단의 이름으로 견제하고 경고했을 뿐 시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본질을 보려 눈을 크게 뜨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유통협회가 온라인팜에 선전포고를 한 것도 결국 이같은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이다. 자신들의 주 고객인 약국의 필요성은 간과한 채 유통업계는 언제까지 자신들만의 생존권을 내세우고 개별 회사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활로를 열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물론 자신들의 회원사에 대한 집단적 공격에도 점잖은 척 말이 없는 제약협회가 있는 한 얼마간 유효한 수단은 될 것이다.이제 더는 도매업계가 생계형 중소기업들의 집단이 아니다. 매출 규모에서 제약사들을 크게 앞서가는 업체들이 줄여 잡아도 10곳은 족히 넘는다. 유통협회가 시위 등 물리력으로 진입장벽을 만리장성처럼 치고 높인다해도 내부적으로 부익부빈익빈 구도와 갈등은 점차 뚜렷해 질 것이다. 유통협회가 대외적으로 나서 기업 한 두곳의 마진을 높인다고 해서, 온라인몰에 견제구를 날린다고 해서 그 혜택으로 모든 회원사가 복된 나날을 영위할 수는 없다. 온라인몰의 일원인 온라인팜이 도매업권에 부담이 된다면 실력경쟁으로 우위에 서면 된다. 그 이후는 시장이 결정해 줄 것이다. 그런데도 온라인팜에 입점한 자신들의 동료들을 보고 "거기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다거나 시위를 통해 망신을 준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도매업계가 정말 주목해 볼 부분도 있다. 온라인몰 못지 않게 CSO로 성장중인 작은 도매업체들이다. 지금은 리베이트 통로라는 식으로 비판받고 폄하돼 있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고정된 유통업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곳들이다. 제약회사 마케팅과 판매를 대신할 정도로 변신할 게 틀림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불투명한 미래에 활로를 열려면 유통협회는 제일 먼저 '약자, 피해자라는 코스프레 프레임'을 벗어던져야 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 이와 함께 협회가 업계에 가로놓여 있는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태도를 보여서도 안된다. 협회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사들에게 공연한 기대감만 심어줄 뿐이며, 자칫 허송세월하다 사회와 시장의 변화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또 '도매업 허가가 전매특허권이 아니라는 사실'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그럴 때만 유통업계의 나갈 방향이 더 치열하게 연구되고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종전 온라인 쇼핑몰 거래 장터를 도매업계 스스로 만들어 도매업체들이 입정해 온라인 시장을 선점같은 것 말이다.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누군가를 배타적으로 밀어내는데서 혁신은 나올 수 없다. 언제나 시장은 경쟁의 영역이라고 받아들일 때, 유통업계의 새로운 진로도 활짝 열릴 것이다.2015-04-27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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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이프약국은 소비자, 약사 모두에 플러스다다음 달 1일부터 서울지역 12개 자치구 164개 약국이 참여하는 3차 세이프약국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1, 2차 사업과 견줘 가장 큰 규모다. 시범사업은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이어지며, 서울시예산 5억8800만원도 투입된다. 그간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된 세이프약국에는 서울시약사회가 "약사 사회의 방향성이 담겨 있다"고 밝히는 것처럼 약사 전문직능의 미래와 한층 높은 약국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합목적적으로 담겨있다. 올해 시범사업은 본 사업으로 가는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여 사업에 참여하는 약국의 분발과 조직력을 갖춘 약사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예산 2억원에 88개 약국이 참여한 작년 세이프약국 시범사업의 결과들은 약국의 진화가 소비자들의 건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 약국은 모두 소비자 1만7000여명의 약력을 관리하며 자살예방 모니터링을 해 70명을 정신건강센터로 연계시켰는가 하면, 금연을 희망하는 흡연자들을 금연클리닉으로 연결했다. 금연중인 소비자들을 만나면 적극지지하며 그들의 금연이 성공하도록 격려했다. 복약과 관련해서도 상담을 통해 의사들이 처방한 의약품을 제대로 복용하도록 해 복약순응도를 높였고, 중복투약률도 감소시키는데 기여했다.이같은 결과는 약국이 현행 보건의료체제에 적극 개입하는 장치가 마련될 경우 지금보다 더 나은 대 소비자 약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약사들의 노고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세이프약국에 등록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등록시킨 환자라도 1인 당 5차례에 걸쳐 약력관리, 자살예방생명지킴이, 금연사업을 진행해야 1만2000원을 받게 된다. 시범사업에 대한 약사들의 사명감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견뎌낸다지만 본 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이같은 현장의 고충은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시범사업을 통해 도출되고 있는 결과들을 보면, 세이프약국은 약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으로 서울의 시범사업을 넘어 우리사회가 수용해 봄직한 시스템이다. 이제 껏 속담화 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포스터형 문구가, 미래엔 '진료는 빅데이터에게, 약은 로봇에게'로 바뀔지 모른다는 걱정이 난무하는 시대에 세이프약국은 약사들에게 '유형의 상품 대신 무형의 전문직능을 서비스하며 돈을 벌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약국에 가서 의약품 등 보건상품도 사지만, 전문인들의 지식기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이프약국은 현행 보건의료체제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모형이다. 시범사업이 흔들림없이 진행되도록 우리 사회가 선입견없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2015-04-25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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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토록 기다려온 성모병원 전담 병동약사최근 서울성모병원이 모든 병동에 전담약사를 두는 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한 건 의사, 간호사, 약사로 이뤄지는 '병원 팀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또 입원환자의 약제서비스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따라서 더 많은 병원으로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지금도 대형병원에선 2~3명의 약사가 특정질환이나 병동약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서울 성모병원처럼 전격 시행은 못하는 실정이다.성모병원이 병동 전담약사제도를 도입, 시행할 수 있었던 밑바탕엔 나현오 약제 부장을 필두로 이 병원 약제부 소속 약사들이 일심 비전을 공유하며 철저히 준비한 시스템이 있었다. 약제부는 1997년 호흡기 병동부터 약사를 투입, 팀의료에 동참한 이래 일반약사(GP), 임상약사(CP), 임상전문약사(CPS) 등 3단계의 자체 임상약사제도를 둬 교육과 시험으로 약사 자질 함양에 꾸준히 힘썼다. 팀의료에 참여해 의사, 간호사와 호흡할 수 있도록 실력을 다지고, 그 효용성을 입증해 왔다.약제부 자체 노력 못지 않게 입원환자들에 대한 질 높은 약제서비스만 바라보고, 이 제도를 도입하는데 마음을 연 병원경영진과 의사, 간호사들의 유연성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느 조직에서든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두기는 쉬워도 비판적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며,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 간단치 않다. 특히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능인들이 자기 영역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고집하는 대신 환자중심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찾으려했다는 점에서 성모병원 조직원들은 모두 승자가 됐다.전담약사제 도입으로 인해 병동 약사들은 상주하는 동안 ▲퇴원약 복약지도 ▲약품식별 ▲ADR ▲복약상담(항혈전제, 흡입제 등 의료기관인증평가기준 약물) ▲입원약 관리 ▲마약향정 관련업무 ▲퇴원약 조제보류 및 수정 관련 확인 등을 진행하게 된다. 할일이 더욱 많아져 고달파 졌지만 성모병원 약제부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제 안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요한 출발을 한 만큼 의사, 간호사 등 팀의료 구성원들과 서로를 배려한 매끄러운 소통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수준 높은 약제서비스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 다른 병원들에게도 희망의 롤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2015-04-16 12:2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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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정희 대표에게 맡겨진 유한양행의 앞날'유한양행 브랜드'는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명품으로 통한다.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가 실천을 통해 사회에 남긴 빛나는 정신들이 89년 역사를 통해 숙성되며 전해진 덕분이다.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유 박사는 기업의 정체성을 개인의 부귀영화를 이루는 사적 영역에서 건져올려 공적 영역으로 편입시킨 기업가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금언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빌게이츠보다 훨씬 앞서 일어난 일이다. 유 박사의 이 한마디는 그래서 대한민국 기업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등대로 언제나 회자된다. 자녀에겐 학자금만 남겨주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언행일치의 유 박사는 '버들표 유한양행'의 후광이다.이런 까닭으로 유한양행은 100여년 국내 제약산업계 안에서 줄곧 믿고 따르는 롤모델이 됐다. 실제로 산업의 성장을 리드했고, GMP 같은 제조시설 현대화에 앞장서 방향을 열었다. 지식 기반 제약산업의 미래라는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그 동태를 살펴야만 하는 선두의 위치에 굳건히 서왔다. 제약산업이 그토록 염원해 왔다던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것도 창립 88주년의 유한양행이었다. 2013년 수출 1억불 관문을 넘어 수입이 압도적인 산업계에 이정표역시 제시했다. 제약산업에 대한 건강한 사회적 인식을 만드는데 유한양행이 공헌했다는 점에 대해 토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명실상부, 유한양행은 제약산업계의 신뢰받는 리더였다.유한양행은 R&D 부문에서 어느 기업보다 활발했었다. 1994년 일본 그레란사에게 간장질환치료제 YH439의 기술을 수출한데 이어 1998년 세계 최초 자체개발 면역억제제 고형분사 기술을 미국 쉐링푸라우사에게 수출했다. 탄력을 받은 2000년엔 스미스클라인비참사에 항궤양물질 YH1885의 기술을 넘겼다. 급기야 2007년엔 국산 신약 레바넥스를 출시했다. 그런가 하면 업계 최초로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 12년 연속 1위는 물론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 등은 유한양행이 보유한 총체적 자산의 산물들이다. 유일한 박사의 유지에 따라, 유한의 문화를 먹고 자란 내부 인물들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전통은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무형문화제'다.이처럼 자산을 많이 가진 유한양행이지만, 요즘 R&D 리더십이라는 점에선 종종 물음표가 찍힌다. 의문은 '제약회사 본령이라는 R%D 투자보다 어느 때부터인가 성장가치가 중시됨으로써 판매 최적화 기업으로 체질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으로 요약된다. 기업이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생물인데다, 제약사가 반드시 신약개발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어서 무턱대고 비판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 유일한 박사가 남긴 '정신의 거울'에 비춰보고, 그동안 유한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제약회사 유한양행의 행보가 낮설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어느 제약회사보다 다국적 제약사 유망품목의 코프로모션이 많은데 비해, 또래 규모의 기업과 견줘 매출액 R&D 비는 낮은 편이다. 데일리팜이 상장사 53곳을 조사(2014년 기준)해보니 매출액 R&D비는 5.8%로 29위에 머물렀다.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등 라이벌 기업들과 비교한 지난 10년 R&D 비율에서도 제일 낮았다. 비율의 높낮이가 곧바로 그 회사의 R&D 능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연구개발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 만큼은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R&D 부문과 다르게 직원 1인당 매출액에선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6억6400만원으로 2위 녹십자 보다 무려 1억7000만원 높았다. 1인당 매출액이 탁월하다는 건 적은 인원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자체론 긍정적 모습이다. 이는 경영진이 영업조직에 대한 투자와 관리에 애정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일지 모른다. 연구개발, 생산, 판매가 혼재돼 있는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에게 영업력은 막강한 자산이다. 어찌보면 R&D 보다 더 강력한 자산이다. R&D를 강화하려는 것도 성장성과 수익성을 도모하기 위한 행위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영업력이 오늘을 최선으로 사는데 필수 요소라면, R&D는 미래를 살기위한 준비로서 빼놓을 수 없는 투자다. 이런 관점에서 양자는 기업 규모에 맞게 양립시킬 수 밖엔 없다. R&D 추세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 유보금이 많은 유한에게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매출액 R&D비는 결국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하는 수치나 다름없다. 따라서 R&D 투자에 대한 원초적 의지가 왕성할 때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자석에 쇳조각이 더 많이 달라붙는 것처럼 말이다.임기 3년 혹은 6년을 남긴 이정희 신임 대표이사는 오너대신 사업구조나 진로를 결정해 이끌어 가는 이사회를 어떻게 설득해 가며, 전통기업 유한양행과 1500여 임직원을 이끌어 나갈까. 이 대표의 행보와 방향이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2015-04-14 06:1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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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등수가 존폐 논의, 소비자 권리 잊지 마라의·약사 1인당 환자 75명과 처방전 75건을 기준으로 '진료와 조제 수가에 차등을 적용하는 차등수가제'를 손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약관련 단체들이 7일 첫 간담을 가졌다. 어떤 정책이든 한번 시행했다고 해서 만고불변, 그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평가과정을 거쳐 진퇴나 개선을 모색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행정행위가 될 것이다. 차등수가제검토 역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일이다. 이 정책이 진료와 조제 현장에서 미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영향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어떠한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찬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첫 간담이었지만 의약단체간 입장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적용되는 차등수가제에 대해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약사회는 약국의 근무약사 고용능력 저하 현상을 우려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중을 나타냈다.의원과 약국입장에서 보면 차등수가제는 의사와 약사 등 근무자를 몇명 두고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만큼 경영 효율성 문제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복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논의가 일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그래서 크다.이 논의에는 의약단체 입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겠지만, 결코 의료소비자들의 권리가 백안시돼서는 안될 것이다. 환자 쏠림을 방지함으로써 환자와 처방이 전국의 의원과 약국으로 폭넓게 흘러 양질의 진료와 질높은 복약상담을 얻어내려 했던 2001년 제도 시행당시 취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당시나 지금이나 양질의 진료와 질 높은 복약상담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2015-04-10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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