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볼빅 골프 공과 국산 신약은 함께 안타깝다
- 조광연
- 2015-05-21 06: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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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만 해도 골프장에서 제약회사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마음껏 휘둘러 친 공이 산으로, 물로 날아가는 통에 씩씩거리며 찾으러 가보면, 주인 잃은 공들이 지근 거리에 몰려있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곳에선 제약회사와 의약품 이름이 또렷하게 적힌 공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대체 '이 불모의 땅'으로 '제약회사와 의약품'을 날려버린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상상하고는 했었다.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공정경쟁규약이 한층 강화된 후론 제약사 이름이 적힌 로스트 볼은 거의 만날 수 없다. 과거의 골프장은 어떤 면에서 제약산업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다. 제약사 이름이 사라지자 골프공 브랜드가 더 눈에 띄기 시작했고, 유난히 볼빅 브랜드가 자주 보인다. 자주꽃 감자를 캐면 어김없이 자주 감자이듯 컬러볼을 주으면 십중팔구 볼빅 브랜드다. 다국적사 골프공을 판촉물로 많이 썼던 제약사들의 판촉물이 줄어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볼빅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볼빅 골프공을 볼때마다, 국산 신약을 떠올리게 된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둘은 닮은 구석이 많다. 세계 톱 브랜드를 향한 꿈이나, 글로벌로 나가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이나, 국산 브랜드가 갖는 태생적 한계들이 판박이 같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된 1987년을 계기로 R&D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1980년 설립된 볼빅도 1988년부터 골프공 R&D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볼빅은 연차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특허를 내며 2PC, 3PC, 4PC볼을 개발 했다. 비슷한 기간 국내 제약회사들도 하나 둘 국산신약을 내더니 올해 5월 기준으로 24개 국산신약을 개발했다. 볼빅이 기존 볼을 개량해가며 컬러볼을 생산할 때 국내 제약사도 종전 의약품을 개량한 신약을 내놓았다.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산업의 생존 전략이 닮은 것모양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볼빅 골프공과 국산 신약은 함께 안타깝다. 의욕 같아서야 터 넓은 글로벌로 뛰쳐나가고 싶겠으나, 그곳이라고 터줏대감이 없을리 없다. 다국적 기업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내수에서 매출을 일으켜 글로벌로 나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 밖엔 두 기업에겐 옵션이 없다. 한데 내수라 해봐야 규모가 크지 않으니, 전폭적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당연히 글로벌 진출 역량 축적도 예상보다 유보된다. 1997년 광복절 날 출시된 815 콜라의 좌절이 보여주듯 골퍼나 의사들의 애국심에만 기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아니다. 품질이 동등할 때라는 전제 조건은 무조건 유효하다. 일본 골프 선수나 의사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하고, 그래서 세계적 브랜드를 키워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이야기 아닌가. 산업계 입장에서야 내심 부럽지만, 대놓고 외칠 처지는 못된다. '품질은 자신하는데…' 처럼 아쉬워 하는 시간마저 사치일만큼 갈길이 바쁘다. 하여 정공법 밖에 없다. 품질을 계속 높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한발씩 다가서는 노력이 지름길이다.
볼빅 문경안 회장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은 자국 브랜드가 없는 편이다. 오더 메이드가 많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브랜드가 있다"며 "브랜드가 있어야 국가 성장이 지속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볼빅 골프공을 세계 톱 3 브랜드로 키우는 게 필생의 꿈이라고도 했다. 문 회장이 그의 꿈을 이뤄내려면 다국적사들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야만 한다. 국내 제약산업도 세계 7대 제약강국 같은 원대한 목표가 있는데, 여기에 근접하려면 '유명 브랜드 의약품'은 필수적이다. 유명 브랜드 의약품이 첨병이 될 때 여타 '메이드 인 코리아 의약품'들도 글로벌 시장서 동반효과를 누리며 힘께나 쓸 수 가 있다. 도돌이표 같은 이야기지만 브랜드 의약품이 만들어지려면 여러 국산 신약들이 내수에서 각광받는 게 먼저다. 선순환 R&D 투자시스템의 첫 번째 고리다.
유사한 처지의 볼빅 골프공과 국산신약. 골프 공이 국산 신약 혹은 제약산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반대로 제약산업은 작은 손은 내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평정한 우리나라 남녀 프로선수들이 주목받는 무대에서 직접 써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는 파급력 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의사들이 국산 신약에 지금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제약산업의 발전은 한층 당겨질지도 모른다. 골프공이나 국산신약이 아니어도 국내 산업군은 모두 비슷한 처지다. 서로의 손을 잡아주면,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대로 빠르게 건너가는데 필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 간 이해관계 이상 산업간 이해관계 역시 복잡하겠지만, 협력의 틈새는 있을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세워 '촌스러운 애국심'이라고만 할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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