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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들은 왜, PM 2000을 애지중지하는가2000년 상반기 약국과 약사들은 밤낮없이 불안했다. 그 때까지 없었던 새 보건의료체계인 의약분업이 그해 7월 시행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약품은 어떻게 들여놓고 관리하며, 병의원에서 처방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 조제하고 기록했다가 조제료를 청구해야 할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걱정말라." 이렇게 장담했던 젊은이가 있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이었다. 35~36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약국관리, 의약품 정보, 조제료 청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팜매니저(PM) 2000'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정확한 날짜는 흐릿하지만, 그해 초 봄인가? 김 위원장은 약사공론 기자라면 "두루 알아둬야 한다"며 팜매니저 최종 점검을 위한 위원회 워크숍에 초청했다. 강화도였다. 은근 봄 나들이를 기대했고, 장어구이도 떠올리며 입맛도 다셨다. 속된 말로 이 날 그에게 질려 버렸다. 저녁 6시께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팜매니저 2000을 두고 토론을 거듭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마치 애국투사라도 된양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토론의 내용을 이해 해야만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솔직히 지겨웠다. 팜매니저 2000은 이해 5월24일 공식 출시됐다. 대한약사회가 의약분업을 완벽하게 수용하겠다며 대전엑스포에서 연 '베스트파머시랠리 2000' 대회장이었다. 이곳에 참석했던 약사들은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에 신기해 하며 그곳에 깔린 PM 2000을 시연하며 의약분업 상황을 상상했다. 베스트파머시랠리는 다음 달 서울 워커힐 호텔로 이어졌다. 그리고 15년, 1만여 약국은 이 프로그램과 친구처럼 동행하고 있다. 약국문을 열고 닫는 건, PM2000을 시작하고 종료하는 것과 한가지다. 이런 PM2000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안은 사용중단에 관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의원과 약국서 환자 진료·처방·조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제약사 등에 팔아 불법 이득을 취했다"고 밝히자, 보건복지부가 즉각 'PM2000의 사용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받았기 때문이다. 시도지부장들을 포함해 약사사회가 사용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사이 정부는 사용중지 사전통지를 보냈다. 약사들이 무료로 쓰는 이 프로그램이 사용 중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사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100억원 가량의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1만개 약국이 월 평균 8만원의 사용료를 내야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탄다고 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PM2000은 이를 직접쓰지 않는 약국들에게도 혜택을 안겨줬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사용료 인상을 억제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으로 이사하는데 정신적 시간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사용취소 조치는 합당한가. 한마디로 빈대잡겠다며 성급하게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환자 개인정보유출 여부다. 지금껏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밝혀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유무죄가 가려진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다면, 복지부의 행정조치는 사용 중단에 앞서 정보제공 사업에 대한 중단조치가 먼저일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 받아들여진다손쳐도 PM2000이라는 프로그램엔 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물건(PM2000)이 문제인가, 관리가 문제인가. 예컨대 시중은행에서 고객정보가 새 나갔다고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문제를 찾아내 관리상 문제라면 이를 보강하고, 프로그램 자체에 헛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게 합리적인 조치다. 사회는 이렇게 해결되는 것을 순리로 여긴다. 특히 이번 사안이 돈을 벌기위해 환자의 정보를 팔아먹은 비윤리적 차원의 문제로 정형화돼선 안된다. 마치 '백화점 고객명단을 빼내 업자들에게 건당 몇십원씩 팔아 치운 행태'처럼 문제를 다뤄서는 안된다. 이번 사안은 변혁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치들의 충돌로 바라보는 게 더 타당할지 모른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와 빅데이터의 활용이라는 가치의 충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빅데이터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수준에서 사회 경제적 발전에 활용하도록 공개하는 것처럼 PM2000과 IMS간 사업도 유사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PM2000을 관리하는 약학정보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낱알식별사업, 의약품 정보제공 등 공익적 성격의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중요한 건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느냐 하는 점이다. 한데 이 점은 검찰과 약학정보원간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현재 법의 심판대 앞에 서있다. 해서 검찰조사 발표 직후 사용중단 검토는 성급하다. LTE급 대응보다 고민이 많은 행정 대처가 더 요구된다.2015-08-04 12: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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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M2000엔 죄없다…퇴출은 섣부른 짓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의원과 약국서 환자 진료·처방·조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제약사 등에 팔아 불법 이득을 취했다"고 밝힌 23일, 보건복지부는 즉각 사건의 후속조치로 약국관리 소프트웨어인 PM2000의 사용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4개 정부·유관기관도 합동조사반을 꾸려 조사 계획을 공유하면서 이르면 27일부터 현장 긴급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결론부터말해 검찰 기소 단계서 복지부가 후속대책 일환이라며 사용중단을 운운하는 하는 것은 얼핏 속시원해 보이고 단호한 태도처럼 비쳐질지 모르겠으나 매우 성급하고 부적절한 것이다. 약사사회는 PM2000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크게 불안해 하며 근심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게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절반에 육박하는 1만여곳에 이르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약국들은 이 프로그램을 클릭하며 하루 약국 업무를 시작하고, 끝마칠만큼 스마트폰처럼 의지하고 있다. PM20000에 연동되는 자동 조제기기는 물론 처방전을 읽어들이는 스캐너, 카드결제까지 프로그램이 바뀌면 약국은 모든 걸 새롭게 세팅해야만 할 것이다. 해서 만약 PM2000 사용이 복지부 발표대로 중단된다면 현 조찬휘 집행부는 약사들의 사퇴 요구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PM2000은 그 만큼 약사들에게나 대한약사회 집행부에게나 지대한 문제를 미치고 있다. 약사들의 걱정이 넘쳐나자, 대한약사회는 토요일인 25일 긴급 지부장회의를 열고 PM2000의 안정적인 사용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숙의했다. 굳이 들여다 보지 않아서 그렇지 PM2000의 그동안 공적은 실로 막강한 것이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은 꿈꾸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냈던 프로그램들이 혼란을 부추길 때 PM 2000이 빠르게 약국 관련 프로그램의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사실상 의약분업의 안정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이 프로그램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효과적인 복약지도를 위한 여러 장치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왔다. 그렇다고 한다면 PM 2000은 단순히 약사 사회 안에서만 사용되는 '그들만의 물건'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공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이 기소했으니 진위는 법원서 가려질 문제지만, 누가 뭐래도 PM2000 그 자체엔 죄가 없다. 설사 검찰의 말이 맞는다고 백번 양보해도 PM2000의 존폐와 무관한 사안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관리해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할까다. PM2000과 관리를 하나로 묶어 통째로 문제시하면 사회적 공기를 날려버리는 우를 범할 수 밖에 없다. 농협 전산망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전산망 자체를 폐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실제 그건 대책도 될 수 없다. PM2000과 관리는 철저히 분리해 보고, 판단할 때라야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발전시키고, 안전은 안전대로 대책을 찾을 수 있다.2015-07-27 12:23:0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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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은 약사에게…일반인 강사라니 뜬금없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16일 '의약품 약물안전사용 및 교육 지원법'을 입법예고한 이후 약사회를 비롯한 일선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중에게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약사, 한약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보건교사 등 전문가는 물론 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자, 다시말해 일반인까지 폭넓게 규정한데 따른 문제 제기다. 결론부터 말해 약물 안전교육을 일반인이 담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당연히 약사 등 전문가들이 교육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바르다. 의약품은 양날의 검이다. 효능과 부작용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이뤄진 게 의약품이다. 의약품 사용설명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한줄의 효능을 취하기 위해 A4용지 한장 분량의 부작용 혹은 이상반응을 감수해야 한다. 그럴게 복용할 수 밖에 없는 게 의약품이다. 하여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약사가, 약국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취급하도록 해왔다. 편의점에서 가정상비약을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약품이 갑자기 안전해 졌다는 말도 아니다. 누가 말하고, 교육하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방위 교육장에 가보면 기관으로부터 일정한 교육을 받았다는 강사들이 심폐소생술 같은 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의약품과 다른 경우다.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을 몇차례 누르고 하는 식의 심폐소생술처럼 약물 안전교육은 단순하지 않다. 약물안전교육은 '조제받은 약을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된다' '술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된다'처럼 겨우 쌀로 밥짓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약물안전과 관련한 교육 내용은 경우에 따라서 매우 심층적일 수 있다. 심층적 교육이라도 강사가 외워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교육의 효과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간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약, 전문 인전자원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일반인을 교육에 투입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각 영역 전문가들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인정되는 사회라야 사회는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중구난방 모두 전문가인척 나서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고, 종편의 토론자들처럼 사회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는 것처럼 아무데서나 훈수를 두는 사회엔 혼란과 혼선만 춤출 수 밖에 없다.2015-07-23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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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가인하 톱니바퀴는 돌고 산업은 뭉개진다2012년 4월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 이후, 정부가 잠시 멈춰세웠던 약가인하 톱니 바퀴를 다시 돌리겠다고 나섰다. 톱니바퀴 소리에 맞춰 제약산업계의 신음소리도 같이 높아가고 있다. 의약품 실거래가 약가조정제도의 영향이 예상보다 큰데다 돌발적인 메르스 피해마저 막심하기 때문이며, 이 제도가 매년 정례 작동되는 경우 의약품 시장의 다운사이징은 물론 R&D 투자여력 또한 현격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의약품 실거래가에 의한 약가조정제' 진행 상황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개월 동안 요양기관에 공급(출하)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가중평균가를 도출, 250개 업체 기등재 의약품 5083품목의 약값을 평균 2.1% 인하 조정한다. 이는 270개 업체 1만1019품목을 조사한 결과에 기반한 것으로 경향적으로 보면 국내 제약회사 품목 인하율이 다국적사와 견줘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료기관 안에서 많이 쓰는 주사제도 기관의 적극적인 저가구매 의도가 반영된 탓으로 원외처방 품목에 비해 인하율이 높았다. 실거래가에 따른 표면 약가 조정률 2.1%만 보면 전체 제약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순해 보이지만, 업체별 특성이 다르고, 연례행사처럼 매년, 장기 운용되는 제도라는 관점에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산업계 전체 손실금액은 2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별로는 40~50억원 손실은 기본이며, 어떤 곳은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하대상 품목 역시 업체별로 몇개 품목에서 수십개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실제 중상위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K 전무는 "큰일났다. DMF(원료의약품 등록제도)로 국내외 원료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저가구매하려는 의료기관 구미를 맞추려면 가격이 온전한 또다른 제품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실거래가를 어떻게 조사해 평가했는지에 대한 업체별 의구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도매상 등의 구입가 미만 공급 자료은 어떻게 선별하고 제외했다는 것인지, 처방조제약품비절감장려금제 시행 앞뒤로 정부가 이야기했던 약가인하율 산식은 약속대로 적용됐는지 같은 사안들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저가구매로 한번, 약가인하로 또한번? 약가인하 이중과세다 산업계는 이 제도가 '쉼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라는 점을 들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 4월 기등재약 6506개 품목의 약값을 평균 14% 인하 당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았던 제약업계는 연례행사가 된 '실거래가 약가조정'이 향후 7년만 이어져도 같은 규모의 충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처방약품비절감장려금제도 마저 꾸준히 운영돼 의료기관의 저가구매에 대한 욕망이 커지게 되면 의약품 가격은 의료기관에게 1차적으로 뜯기고, 이 결과로 약가인하까지 당하는 이중부담 혹은 이중과세를 당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요양기관 1114곳은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저가구매를 잘 했다는 명목으로 166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약을 직접 쓰는 병원급이상 기관 579곳이 162억원을 장려금을 받았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들의 저가구매 욕구는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산업계가 '실거래가 약가조정'을 걱정하는 것은 약가인하 그 자체에도 있지만, 이 보다 약가 인하 기전은 다발적으로 작동되는데 비해 R&D 동기를 찾을 구석은 없다는 데 있다. 약가산정에 있어 신약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지적되지만 건보재정 안정화라는 거대 장벽에 막혀 좀체 힘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계 밖의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10일 전경련에서 열린 '제약산업 R&D 활성화 방안을 위한 약가결정제도 분석'을 통해 "R&D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한 약가산정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기업들은 의욕적으로 R&D를 해 신약을 개발하지만, 겨우 돌아오는 가격은 시중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약물들의 가중평균가가 기준선이다. 100원으로 목표로 개발에 나서 53원을 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구조만의 문제도 아니다. 경직성 또한 큰 문제다. 최근 동아에스티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건이 대표적이다. 심평원 약평위가 7월 평가대상에 올리면 국제 경쟁력 면에서 유리한데도, 자료보완 같은 궁색한 이야기를 내세워 평가대상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에서 기업들의 R&D 의욕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시장 실거래가를 반영해 약가를 조정하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초기 약가 산정을, 시중 대체제 존재 유무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경제성평가를 잣대삼아 빡빡하게 관리하고, 그 이후엔 시장 자율경쟁의 산물인 실거래가를 내세워 꾸준히 내리는 기전이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가인하 기전에 상응하는 기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신약, 다시말해 R&D 가치를 보상해 주는 또다른 트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리만 있고, 산업을 견인하는 길을 원천봉쇄하는 약가산정제도라면 영원히 '한국의 노바티스'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제약산업에서 창조경제가 실현되려면, 창조를 위한 파괴적인 약가산정제도가 절실하다. 약가인하 때 혁신형 제약회사에 한해 인하금액의 30%를 감면해 주는 따위의 부분적 조치 말고, 신약의 가치가 대한민국 약가제도 전반에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2015-07-15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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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무든 아니든 어그리제이션은 '제약사 할일'제약회사, 도매업체 등 의약품 공급업체들의 공급 내역 보고 때 의무적으로 일련번호까지 보고하는 제도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장에 잠복해 있던 현실적 문제들이 집중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큰 박스안에 들어있는 소포장들의 일련번호를 리더기로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코드(일명 어그리제이션) 부착의 의무화 필요성과 제도 시행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준비를 서두르지 못했던 영세 도매업소들의 비용 부담 문제다. 일련번호 보고의무화를 한 차례 유예했던 정부는, 더이상 유예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부터 말해, 정부가 중복규제를 우려해 권장 사항으로 둔 어그리제이션은 일련번호 제도 도입의 취지에 비춰볼 때 의무화든 아니든 제약회사, 수입업체 등이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제약사나 수입업체 등이 의약품 출고 때 어그리제이션을 부착하게 되면 도매업체가 입고 과정에서 이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 및 약국 등 요양기관에 출고할 때 포장을 뜯을 필요없이 빠르게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유통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만약 제약사나 수입업체 등이 이를 하지 않게되면 도매업체들은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인력과 시설 투자면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일련번호 제도 도입의 부담을 도매업체에 몽땅 떠안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국적제약사 본사 핑계만 대서는 안된다 규모가 있는 국내 제약회사나 중소 제약사들, 대형 도매업체들은 어그리제이션을 위한 시설 및 장비 투자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어그리제이션을 수용했거나 준비중이다. 이에 비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경우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본사 사정'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장기 품절이 나거나, 국내 처방 패턴과 다른 포장단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조차 '본사가 작은 사용량을 위해 별도의 투자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식으로 발뺌해 온 게 사실이다. 더구나 도매업체에게 제공하는 유통마진 역시 국내 제약사와 견줘 훨씬 낮다. 도매업체의 경영을 사실상 국내 제약사에게 떠넘긴 것이나 한가지인 상황인데도 어그리제이션마저 외면하는 것은 지나치다. 본사를 설득해야 마땅하다. 제약회사들이 어그리제이션을 적극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도매업계도 일련번호 제도 수용을 언제까지 회피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세계와 견줘 우리나라 제도 도입이 선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도입을 포기할수도, 더이상 늦출수도 없는 문제다. 다만, 이 제도를 수용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문제들이 무엇인지 주밀하게 파악해 정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유통협회가 회원사들이 겪게될 실질적인 문제를 진작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보고의무화가 6개월 남은 현 시점에서 개별 업체들은 RFID든, 2D바코드든 리더기 등 기본장비를 구입하고 최소한의 컨베이어벨트 장치를 하는데 필요한 공간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이지만 도매업계는 이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도매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인 만큼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2015-07-03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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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 원장님, 이러다 국산신약 다 끝장납니다"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님. 느닷없이 공개 편지를 쓰는 건 '심사평가원의 정책적 선택과 연관돼 있는 국산신약 항생제 시벡스트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시벡스트로가 직면한 문제는 사실 제약산업이 안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자, 미래 방향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앞으로 개별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 R&D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문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아시겠지만, 시벡스트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큰 항생제라고 합니다. 동아에스티가 신물질을 발견, 미국의 기업과 함께 개발해 글로벌 시장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신약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다하여 슈퍼항생제로 불립니다. 그동안 이 시장의 최강자였던 다국적사 '자이복스'와 견줘 안전성이나 유효성 면에서 못할 것이 전혀 없으며, 되레 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입니다. 100%는 아니어도 이런 물건을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해낸 것입니다. 한데 상업화 단계서 제일 중요한 약가 문턱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용을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해 간략하게만 설명드리겠습니다. 동아에스티는 3월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시벡스트로의 급여여부와 가격을 신청했습니다. 워킹데이가 120일, 대략 4개월이니 7월중에는 약평위 심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데 이게 8월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며 업계가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동아에스티는 쉬쉬하는데, 다른 제약회사 약가담당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양상입니다. 다들 제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7월과 8월' 별차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문제냐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한데 심사평가원이 급여등재여부를 가리기 위해 7월에 급여평가를 하느냐, 8월에 하느냐에 따라 시벡스트로의 운명과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심평원이 신약의 약가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변동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체약제라는 자이복스가 작년 경쟁 제네릭 등재로 1000원(예시)에서 700원으로 떨어졌고, 가격인하 2년차를 맞는 올해 7월 이후 535원으로 제네릭과 동일한 가격이 됩니다. 시벡스트로는 7월에 약평위 평가가 이뤄져 등재되면 700원이 기준선이 되고, 8월에 심사 등재되면 535원이 기준선이 됩니다. 건강보험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사용하는 게 심사평가원의 근본 미션이고 보면, 8월로 급여등재 심사를 미루는 것을 마냥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리혀 박수를 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비록 국내 시장이 크지 않아 동아에스티의 내수 매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추청되며, 따라서 시벡스트로 약가심사를 8월로 미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더라도 금고를 단단하게 책임지려는 태도는 보험 가입자들에게 꽤나 미덥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진출이라면 이야기의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신약개발 국가에서 낮은 약가를 받았는데, 이를 받은 약가보다 고가에 사줄 나라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없습니다. 7월과 8월의 차이는 이래서 중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라기관인 심평원에겐 '정책적 판단'이라는 중책이 맡겨진다고 하겠습니다. '워킹데이 120일을 조금 넘기는 게 뭔 대수냐'는 인식을 뛰어넘어 국내 제약산업, 나아가 국가 성장산업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2월25일 한국제약협회 총회에서 원장님의 축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심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 등의) 역량을 갖고 협력하겠다"고 말씀하셨죠. 차세대 항생제는 얼마 받을 생각으로 개발해야 합니까 원장님 말씀과 산업에 대한 그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중국 기업들에게 모두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해봄직한 산업이 남아있다면 바로 1000조원이 넘는 의약품 산업일 것입니다. 해서 정부도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물질 탐색부터 임상개발, 허가, 약가, 병원 등재, 판매까지 모두 관리돼야 국산신약의 활로가 생기는 탓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산신약은 어땠습니까. 아시다시피 신약개발 R&D에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면서도 상업적 성공엔 등한시 한 게 사실입니다. 낮은 약가 역시 등한시한 것들중 하나입니다. 지금처럼 대체제 가중평균가를 기준삼아 국산신약을 저울에 다는 시스템을 '창조를 위한 파괴적 시스템'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국산 신약, 나아가 국내 제약산업은 고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장님 혹시 아시나요? 국내 제약회사들 사이에서 '국산신약 가격정책은 신차 가격을 중고차 가격에 맞춰 책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탄식' 말입니다. 자이복스는 아주 오랫동안 특허로 보호받으며 국내시장에서 누릴 것 다 누린 제품입니다. 한데 국산신약, 그것도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높다는 세계적 신약을 '자이복스와 그 제네릭 가격'에 맞춰 책정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리 온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고 한다면 국내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개발할 동기마저 잃게 됩니다. 예컨대 최근 감염병 치료제, 즉 항생제 개발이 세계적 트렌드로 재부상했다지만 국내 가격정책 아래서는 어느 누구도 개발에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 자이복스가 100% 가격을 받다가 제네릭이 나와 53.5%로 떨어지고, 시벡스트로가 53.5%를 기준으로 약가를 받고 시간이 흘러 시벡스트로의 제네릭이 나온다고 쳤을 때 다음번 항생제는 대체 얼마를 목표로 삼아 신약개발을 해야 할까요. 계산이 나오지 않습니다. 동아에스티가 시벡스트로를 개발할 때 목표했던 가격은 아마도 자이복스의 100% 가격 혹은 그 이상 이었을 겁니다. 지금처럼 8월 약평위 평가같은 이야기 때문에 자이복스의 53.5% 가격을 받을 처지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신약개발은 고부가가치라는 믿음만 있었을 것입니다. 원장님, 시벡스트로를 한 기업의 민원으로 가벼이 처리하고자 한다면 필연 제약산업과 국가의 불행이 될 것입니다. 워킹데이 120일만 지켜도 될 문제를 7월이네, 8월이네 하는 논란까지 나오도록 한것 자체가 제약산업육성법까지 만들며 국내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보려는 사회적 대의와 견줘 너무 옹색하기만 합니다. 기업에게 R&D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이윤의 원천인 약가일 것입니다. 국산신약에게 특혜를 부여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건보재정과 산업의 미래를 균형잡히게 바라볼 수 있는 정책 결정자들의 재량 안에서 바람직한 선택을 이야기 하려는 것입니다. 7월과 8월 조차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사회라면,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같은 말은 그저 허무할 따름입니다. 제약산업에 대한 원장님의 관심만큼, 부디 재정 중심의 경제성 판단 못지 않게 산업도 함께 아우르는 정책적 판단을 검토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시벡스트로 뿐만 아니라 국산신약 전체와 관련된 정책적 판단 말입니다.2015-06-29 06:15:00조광연 -
[사설] 삼성, 백신·치료제 개발의 '콜라보' 단초돼라작금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파동은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인류가 얼마나 취약하며,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기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특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의 공습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사회를 마비시킬 수도 있음을 이번 메르스파동은 똑바로 가르쳐줬다. 메르스 파동이 확산된 요인은 환자 발병초기 큰 투망을 치지못한 정부의 초기 방역 및 관리 실책부터, 병원의 허술한 위기관리 시스템, 취약했던 시민의식, 우리만의 독특한 의료소비 문화 등 다양하다. 물론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다는 점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한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던 셈이다.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이후 세균성 감염질환은 사라졌다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퍼트릴지도 모르는 감염질환 판데믹의 위협까지 사라졌다 할 수는 없다.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미처 따라갈 사이도 없이 사스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출몰하지만 상업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약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조차 않는 현실도 목도하게 된다. 사계절이 분명해 겨울 감기 바이러스가 전부였던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가 바뀌면서 향후 어떤 감염질환이 돌지도 알 수 없는 잠재적 위험요인도 떠안고 있다. 설사 우리나라 안 감염질환이 아니더라도 이번 메르스 감염환자가 중동에서 옮아온 것처럼 바이러스 감염엔 국경도 없는 시대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진원지가 된데 대해 사과하면서 "감염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고 수습 일환의 성격이 짙고 결국 향후 행보가 그의, 삼성의 진심을 보여주겠지만, 그렇다해도 자금력이 최고라는 삼성이 감염질환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업의 사회 기여라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지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어떻게 지원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올해 보건복지부가 신종 감염병, 기후변화 등 사회 환경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는 위험요인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지원하는 금액 438억원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삼성이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지원의사를 밝혔다면 이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집결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혁신신약 개발에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하는 것처럼, EU가 대학, 환자단체, 비영리 연구기관 및 정부 관련기업, 중소기업 등의 참여로 다양한 질환과 영역의 연구를 진행하는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 프로젝트처럼 삼성의 감염병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집결시키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체'의 구심력이 되기를 바란다. 불안과 공포로 다가온 메르스 파동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우리일 수 밖에 없다는 의약주권의 중요성도 명백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2015-06-24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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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깨어나는 제약 1세대의 '도전과 모험 유전자'거북선이 그려진 지폐와 모래뿐인 울산 미포만의 사진, 미포만이 나타난 5만분의 1 지도 한장.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배짱 하나로 영국은행을 설득해 조선소를 지을 돈을 마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72년 일이다. 국민 주머니와 나라 재정이 함께 빈약했던 시절 유일한 자산은 '배고픈 모험정신' 뿐이었다. 무엇이든 몸으로 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보다 15년 앞선 1957년 혈혈단신 독일로 날아간 제약 1세대가 있다. 故 김신권 연합약품(현 한독) 사장은 현지에 도착해 무려 40여일 동안 발이 닳도록 연구인력만 1600명이던 제약회사 훽스트로 출근했다. 다짜고짜 기술제휴를 하자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훽스트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1957년 외국에 비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허덕이며 늘 연민을 불러일키는 후진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작은 회사가 제휴를 요청하고 있으니, 아마 기가 막혔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져 있는대로 해피 엔딩이다. 김신권은 훽스트 원료를 들여다 제품화하는 기술제휴 체결에 성공했다. 한국 제약기술 선진화에 적지 않게 기여했던 이 사건도 '배고픈 모험정신'의 승리였다. 현존하는 국내 제약회사 창업자나, 창업자가 타계해 일찍 회사를 물려받은 1세대 같은 2세대 중에 탄탄대로를 달려온 인물은 없다. 기업을 반석에 올리는 일에 배가 고팠고, 해서 더큰 성공에 대한 꿈이 간절했다. 그런 만큼 그들은 밤낮없이 뛰었다. 열심히 뛴 발자국 만큼 기회를 잡았다. 일상이 '도 아니면 모같은 모험'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펼쳐진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맨땅에서 일어서야 하는 척박한 환경만이 모두에게 공평했을 뿐이다. 부족한 기술은 성실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의 열정은, 경제발전과 함께 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호황기를 만나 비로소 풍요를 맛보게 됐다. 한데 풍요는 나른한 부작용을 낳았다. 다른 산업처럼 벌어들인 돈은 번듯한 사옥을 짓고, 사장실을 넓히며,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쓰였다. 연구개발(R&D)이나 투자라는 말은 간혹 미래를 근사하게 이야기하는데 동원되는 미사려구일 뿐이었다. 지금도 좋은데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정부가 1987년 물질특허제도를 받아들이자 큰일났다 싶었던 소수의 기업들이 부랴부랴 연구소를 짓고, 사람을 모으며 R&D에 눈뜨기 시작했다. 오늘날 국산 신약 24개의 기반은 이때 마련됐고, 그 주인공들 역시 이때 먼저 움직인 기업들이 대다수다. 제약산업 발전사에서 대개 제약 1세대들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GMP 제조시설을 마련하고, 연구기반을 닦는데 차근차근 전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내수를 벗어나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큰 꿈을 꾸지는 못했던 만큼 의욕적이지는 못했고 철저히 내수 최적화 형으로 추진됐던 게 사실이다. 경영측면에서도 안분자족(?)할 만한 정도의 기반을 닦은 후 제약기업들은 오히려 가업화 양상을 띠면서 야성을 잃어갔다. 기업들은 스스로 관행을 만들었고, 이 관행에 기업들은 다시 길들여졌다. 배고팠던 1세대들의 ' 모험정신'은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들에게나, 가업을 물려받은 다음 세대들에게나 글로벌로의 진출은 언감생심 도전의 마음조차 떠올리기 힘든 딴 세상으로 이질화, 고착화됐다. 이같은 업계 환경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것은 2000년 8월 시행된 의약분업이었다. 몇백프로 할증을 주며 제값을 받지 못하던 기업들이 실거래가제 도입으로 제값을 받게되면서 현금을 쌓았다. 이렇게 쌓여진 돈은 마케팅이란 명목으로 시장에 풀려나가며 불법 리베이트라는 굴레를 만들어 스스로 목에다 썼다. 지금은 이 굴레를 벗으려 몸부림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은 개량신약이다, 국산신약이다며 R&D를 했지만 대세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미래가치 현금화엔 아픔도 따른다…김성욱 사장이 그 경우일지 모른다 2012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행한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은 의약분업 10여년 잔치를 끝내는 신호탄이 됐다. 아니 과거로부터 이어온 내수형 비즈니스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모두, 함께 풍요로웠던 터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한 여름밤의 꿈처럼 몽롱했던 풍요속에서 잠자던 제약 1, 2세대들의 배고픈 모험 유전자'들이 그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에게서 도전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기업마다 늘어나는 R&D 투자액이나, FDA 허가 절차를 밟는 꽤 많은 파이프라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될성부른 외국 기업에 투자를하고, 글로칼리제이션이란 화두를 던지며 외국에 기업을 사들여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R&D 투자 그 자체를 비판할 수 없어 인사치레로 '잘한다'고는 했던 제약업계 관객들은 최근 한미약품이 계약금만 500억원을 받는 계약을 성사시키자 크게 박수를 쳤다. 동시에 자극도 받은듯 보인다. 한미약품은 '제약산업= 미래가치'라는 사실을 입증, 여러 상장제약사들의 주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미래가치를 현금화하는 도전'에는 환희보다 아픔이 더 많이 따른다. 젊은 2세로서 누구 못지 않게 R&D에 몰두했던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이 경우에 속할지 모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제약회사로서 특허 출원이 많았던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영권은 얼마전 대웅제약에게 넘어갔다. 창업 2세로 의욕에 찼던 젊은 김성욱 사장이 심었던 신약의 씨앗과 꿈은 이제 글로칼리제이션을 외치며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웅의 꿈과 하모니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산업계의 시각으로 보자면 '의미있는 좌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와 두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을 때 보여줬던 진정어린 그의 눈빛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그는 희귀의약품을 국내 제약기업들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 봤다. 해서 희귀약 허가를 받아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법을 전파하는 전도사였다. 기존에 나와있는 물질들도 새 아이디어로 연결하면 부가가치가 생성될 것으로 확신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R&D를 통해 반드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고 흔들림없이 믿었던 인물이었다. 지금 1000조원이 넘는다는 세계 의약품 시장은 다국적 제약기업부터, 한가지 혁신 아이템으로 고군분투하는 버추얼기업까지 각축장이나 다름없다. 액면으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령한 유리한 고지는 없다. 특히 신약개발의 뉴 트렌드 근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잠자고 있던 도전과 모험의 유전자가 깨어나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의 첨단영역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총 동원해 무엇인가 해보려 안간힘 쓰고 있다. 거의 모두 자기방식대로 칼을 갈고 있다. 이렇게 형성돼 가는 분위기에서 아래로부터 올라온 보고서 대신, 유럽의 거대 제약기업을 느끼고 배워보겠다며 제약계 젊은리더들이 기꺼이 떠난 것 역시 깨어나는 유전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에 젊은시절, 의지 하나 만으로 독일 훽스트사에 매일 출근하던 김신권이 오버랩된다.2015-06-1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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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물 밖 세상으로 나선 제약사 젊은 오너들국내 제약산업계 안에 변화를 갈망하는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제약사 오너 및 고위관계자 8명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제약산업 강국인 스위스와 독일로 '테마여행'을 다녀왔다. '경제챔피언 스위스·독일에서 한국제약기업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로 한국제약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서유견문 프로젝트'인데, 이는 '구경이 9할에 시찰과 사진찍기가 1할'이던 과거 단순 관광의 행태와 매우 다른 변화다.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던 말들이 살아나 '그러면 배워보자'는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간 것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긍정적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이덕한 메디카코리아 대표, 이창구 태극제약 대표, 박은희 한국파마 사장, 유주평 김정주 유영제약 전무 등은 '넥스트코리아' 저자이자 독일과 유럽 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교수를 큐레이터 삼아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같은 다국적 제약기업을 방문해 그쪽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연구소 등을 견학했다. 제약기업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밀레, 세계적 응용기술연구소 프라운 포퍼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제약협회를 찾아 양국 제약산업 및 제약협회 현황에 대해 포럼을 열고 참가 기업간 1:1 컨설팅 기회도 가졌다. 이번 테마여행에 참석한 기업들은 내수에서 최근 성장세가 뚜렷한 신흥강자군에 속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같은 매출 상위 기업들만큼 글로벌 역량을 축적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또한 이들 일류기업으로부터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을 배우기엔 6박8일이라는 일정도 매우 짧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한국에서 글로벌을 상상하는 대신 글로벌, 그것도 제약강국에서 한국제약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들의 기업과 방향성을 이렇게 저렇게 재구성해 보았다는 점일 것이다. 히든 챔피언을 꿈꾸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나름대로 마음껏 그려보았다는 점이다. 누구든 시작은 미약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사업적 영감을 잔뜩 충전했을 터이다. 테마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윤성태 부회장은 "매출 수십조를 자랑하는 그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와 같았다"면서 "안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은희 사장도 "회사의 비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눈으로, 혹은 필요한 관점으로 방문 기업들과 세계 제약산업을 보았을테지만 스스로에게 도전의식과 자극을 불러일으킨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제약산업계 내부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공동연구, 공동생산 같은 경협(競協)으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협회가 70년만에 모처럼 마련한 서유견문 프로젝트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내수라는 우물에 안주하려는 제약기업 오너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한다.2015-06-17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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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 메르스…내가 만약 의사라면 어땠을까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등교하는 아이의 뒷 모습이 불안하다. 장보러 가는 아내가 걱정되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염려스럽다. 뉴스를 들으며 '이런 나라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면 출근하는 내내 우울감에 젖는다. '소극적인 초동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나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따위의 뉴스는 아예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일정대로 해야한다든지, 비상시국인 만큼 연기해야 한다든지 같은 소리도 심란한 마음을 더 뒤집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만이 이 시점 관심사항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역병이 돈다'며 근심하며 의원을 닥달하던 조선시대 사극의 몇몇 장면들이 겹쳐진다. 사방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서 꿈틀거리지만, 흉흉한 무대에 오르는 건 결국 환자와 의사 뿐이다. 전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뒤숭숭한 지금 내가 만약 의사였다면 어땠을까? 가정해 본다. 개인의원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또 초기에 잘 관리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완치자 임상결과까지 나오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고열에 기침하는 환자'를 평소처럼 자심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의원'으로 명단이 공개돼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로인해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힘든 상황이 닥치다면 또 어떨까. "명단공개는 공개고, 해야할 일은 해야하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던 의사처럼 나는 말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진실로 고백하건대 '그렇다'고 입바른 소리를 할 자신이 없다. 2015년 6월,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와 목숨을 담보한 일대 사투를 펼치고 있다. 메르스 유사증상이 있는 환자를 받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낸 진료부장이 보직해임을 받기도 했다지만, 절대 다수의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맡겨진 소임에서 한치 물러서지 않고 책임을 다하고 있다. 개인들이야 다중이 모이는 장소나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위험을 줄인다쳐도 의료진들은 언제, 어떤 환자들을 코 앞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만, 혹은 경제적 활동의 한 구성요소의 숙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해서 참으로 듬직하고, 해서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 질병이 사회를 칠 때 곁에 있어줄 유일한 친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가 보유한 모든 시스템과 의료진,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메르스 바이러스를 한시라도 앞당겨 물리치는 일이다. 지금 의료진은 물론 중앙 정부 공무원, 지자체 공무원 등 메르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전사(戰士)들은 고강도 업무에 지쳐가고 있다. 더 지쳐가기 전 메르스를 끝장내야 한다. 정부의 초동대처에 실망한 시민들이 '각자도생'을 말하는 지경이라지만, 현실에서 실천할 것은 명료하다. 각자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며, 정부의 메르스 관련 병의원 명단 등 정보를 주의깊게 살펴보며 행동해야 한다. 바이스러 감염 역학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자신이 진료받은 곳을 숨겨서도 안되며, 정황상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을 땐 스스로 격리하며 다음 행동을 보건소 등에 문의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의료진들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선진 시민의식이다.2015-06-11 12:2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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