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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 원장님, 이러다 국산신약 다 끝장납니다"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님. 느닷없이 공개 편지를 쓰는 건 '심사평가원의 정책적 선택과 연관돼 있는 국산신약 항생제 시벡스트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시벡스트로가 직면한 문제는 사실 제약산업이 안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자, 미래 방향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앞으로 개별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 R&D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전문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아시겠지만, 시벡스트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큰 항생제라고 합니다. 동아에스티가 신물질을 발견, 미국의 기업과 함께 개발해 글로벌 시장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신약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다하여 슈퍼항생제로 불립니다. 그동안 이 시장의 최강자였던 다국적사 '자이복스'와 견줘 안전성이나 유효성 면에서 못할 것이 전혀 없으며, 되레 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입니다. 100%는 아니어도 이런 물건을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해낸 것입니다.한데 상업화 단계서 제일 중요한 약가 문턱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용을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해 간략하게만 설명드리겠습니다. 동아에스티는 3월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시벡스트로의 급여여부와 가격을 신청했습니다. 워킹데이가 120일, 대략 4개월이니 7월중에는 약평위 심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데 이게 8월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며 업계가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동아에스티는 쉬쉬하는데, 다른 제약회사 약가담당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양상입니다. 다들 제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7월과 8월' 별차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문제냐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한데 심사평가원이 급여등재여부를 가리기 위해 7월에 급여평가를 하느냐, 8월에 하느냐에 따라 시벡스트로의 운명과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는 크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심평원이 신약의 약가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변동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체약제라는 자이복스가 작년 경쟁 제네릭 등재로 1000원(예시)에서 700원으로 떨어졌고, 가격인하 2년차를 맞는 올해 7월 이후 535원으로 제네릭과 동일한 가격이 됩니다. 시벡스트로는 7월에 약평위 평가가 이뤄져 등재되면 700원이 기준선이 되고, 8월에 심사 등재되면 535원이 기준선이 됩니다.건강보험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사용하는 게 심사평가원의 근본 미션이고 보면, 8월로 급여등재 심사를 미루는 것을 마냥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리혀 박수를 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비록 국내 시장이 크지 않아 동아에스티의 내수 매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추청되며, 따라서 시벡스트로 약가심사를 8월로 미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더라도 금고를 단단하게 책임지려는 태도는 보험 가입자들에게 꽤나 미덥게 보이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말입니다.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진출이라면 이야기의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신약개발 국가에서 낮은 약가를 받았는데, 이를 받은 약가보다 고가에 사줄 나라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없습니다. 7월과 8월의 차이는 이래서 중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라기관인 심평원에겐 '정책적 판단'이라는 중책이 맡겨진다고 하겠습니다. '워킹데이 120일을 조금 넘기는 게 뭔 대수냐'는 인식을 뛰어넘어 국내 제약산업, 나아가 국가 성장산업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2월25일 한국제약협회 총회에서 원장님의 축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심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 등의) 역량을 갖고 협력하겠다"고 말씀하셨죠.차세대 항생제는 얼마 받을 생각으로 개발해야 합니까원장님 말씀과 산업에 대한 그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중국 기업들에게 모두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해봄직한 산업이 남아있다면 바로 1000조원이 넘는 의약품 산업일 것입니다. 해서 정부도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물질 탐색부터 임상개발, 허가, 약가, 병원 등재, 판매까지 모두 관리돼야 국산신약의 활로가 생기는 탓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산신약은 어땠습니까. 아시다시피 신약개발 R&D에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면서도 상업적 성공엔 등한시 한 게 사실입니다. 낮은 약가 역시 등한시한 것들중 하나입니다.지금처럼 대체제 가중평균가를 기준삼아 국산신약을 저울에 다는 시스템을 '창조를 위한 파괴적 시스템'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국산 신약, 나아가 국내 제약산업은 고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장님 혹시 아시나요? 국내 제약회사들 사이에서 '국산신약 가격정책은 신차 가격을 중고차 가격에 맞춰 책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탄식' 말입니다. 자이복스는 아주 오랫동안 특허로 보호받으며 국내시장에서 누릴 것 다 누린 제품입니다. 한데 국산신약, 그것도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높다는 세계적 신약을 '자이복스와 그 제네릭 가격'에 맞춰 책정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리 온당해 보이지 않습니다.사정이 이렇다고 한다면 국내 제약회사들은 신약을 개발할 동기마저 잃게 됩니다. 예컨대 최근 감염병 치료제, 즉 항생제 개발이 세계적 트렌드로 재부상했다지만 국내 가격정책 아래서는 어느 누구도 개발에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 자이복스가 100% 가격을 받다가 제네릭이 나와 53.5%로 떨어지고, 시벡스트로가 53.5%를 기준으로 약가를 받고 시간이 흘러 시벡스트로의 제네릭이 나온다고 쳤을 때 다음번 항생제는 대체 얼마를 목표로 삼아 신약개발을 해야 할까요. 계산이 나오지 않습니다. 동아에스티가 시벡스트로를 개발할 때 목표했던 가격은 아마도 자이복스의 100% 가격 혹은 그 이상 이었을 겁니다. 지금처럼 8월 약평위 평가같은 이야기 때문에 자이복스의 53.5% 가격을 받을 처지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신약개발은 고부가가치라는 믿음만 있었을 것입니다.원장님, 시벡스트로를 한 기업의 민원으로 가벼이 처리하고자 한다면 필연 제약산업과 국가의 불행이 될 것입니다. 워킹데이 120일만 지켜도 될 문제를 7월이네, 8월이네 하는 논란까지 나오도록 한것 자체가 제약산업육성법까지 만들며 국내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보려는 사회적 대의와 견줘 너무 옹색하기만 합니다. 기업에게 R&D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은 이윤의 원천인 약가일 것입니다. 국산신약에게 특혜를 부여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건보재정과 산업의 미래를 균형잡히게 바라볼 수 있는 정책 결정자들의 재량 안에서 바람직한 선택을 이야기 하려는 것입니다. 7월과 8월 조차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사회라면,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같은 말은 그저 허무할 따름입니다.제약산업에 대한 원장님의 관심만큼, 부디 재정 중심의 경제성 판단 못지 않게 산업도 함께 아우르는 정책적 판단을 검토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시벡스트로 뿐만 아니라 국산신약 전체와 관련된 정책적 판단 말입니다.2015-06-29 06:15:00조광연 -
[사설] 삼성, 백신·치료제 개발의 '콜라보' 단초돼라작금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파동은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인류가 얼마나 취약하며,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기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특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의 공습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사회를 마비시킬 수도 있음을 이번 메르스파동은 똑바로 가르쳐줬다. 메르스 파동이 확산된 요인은 환자 발병초기 큰 투망을 치지못한 정부의 초기 방역 및 관리 실책부터, 병원의 허술한 위기관리 시스템, 취약했던 시민의식, 우리만의 독특한 의료소비 문화 등 다양하다. 물론 더 근본적인 요인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다는 점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한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던 셈이다.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이후 세균성 감염질환은 사라졌다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퍼트릴지도 모르는 감염질환 판데믹의 위협까지 사라졌다 할 수는 없다.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미처 따라갈 사이도 없이 사스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출몰하지만 상업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으면 제약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조차 않는 현실도 목도하게 된다. 사계절이 분명해 겨울 감기 바이러스가 전부였던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가 바뀌면서 향후 어떤 감염질환이 돌지도 알 수 없는 잠재적 위험요인도 떠안고 있다. 설사 우리나라 안 감염질환이 아니더라도 이번 메르스 감염환자가 중동에서 옮아온 것처럼 바이러스 감염엔 국경도 없는 시대다.이같은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진원지가 된데 대해 사과하면서 "감염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고 수습 일환의 성격이 짙고 결국 향후 행보가 그의, 삼성의 진심을 보여주겠지만, 그렇다해도 자금력이 최고라는 삼성이 감염질환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업의 사회 기여라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지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어떻게 지원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올해 보건복지부가 신종 감염병, 기후변화 등 사회 환경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각되는 위험요인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지원하는 금액 438억원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기왕에 삼성이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지원의사를 밝혔다면 이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집결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 연구자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혁신신약 개발에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하는 것처럼, EU가 대학, 환자단체, 비영리 연구기관 및 정부 관련기업, 중소기업 등의 참여로 다양한 질환과 영역의 연구를 진행하는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 프로젝트처럼 삼성의 감염병 지원금이 국내 연구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집결시키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체'의 구심력이 되기를 바란다. 불안과 공포로 다가온 메르스 파동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우리일 수 밖에 없다는 의약주권의 중요성도 명백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2015-06-24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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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깨어나는 제약 1세대의 '도전과 모험 유전자'거북선이 그려진 지폐와 모래뿐인 울산 미포만의 사진, 미포만이 나타난 5만분의 1 지도 한장.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배짱 하나로 영국은행을 설득해 조선소를 지을 돈을 마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72년 일이다. 국민 주머니와 나라 재정이 함께 빈약했던 시절 유일한 자산은 '배고픈 모험정신' 뿐이었다. 무엇이든 몸으로 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보다 15년 앞선 1957년 혈혈단신 독일로 날아간 제약 1세대가 있다. 故 김신권 연합약품(현 한독) 사장은 현지에 도착해 무려 40여일 동안 발이 닳도록 연구인력만 1600명이던 제약회사 훽스트로 출근했다. 다짜고짜 기술제휴를 하자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훽스트 입장에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1957년 외국에 비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허덕이며 늘 연민을 불러일키는 후진국이었다. 그런 나라의 작은 회사가 제휴를 요청하고 있으니, 아마 기가 막혔을 것이다. 결과는 알려져 있는대로 해피 엔딩이다. 김신권은 훽스트 원료를 들여다 제품화하는 기술제휴 체결에 성공했다. 한국 제약기술 선진화에 적지 않게 기여했던 이 사건도 '배고픈 모험정신'의 승리였다.현존하는 국내 제약회사 창업자나, 창업자가 타계해 일찍 회사를 물려받은 1세대 같은 2세대 중에 탄탄대로를 달려온 인물은 없다. 기업을 반석에 올리는 일에 배가 고팠고, 해서 더큰 성공에 대한 꿈이 간절했다. 그런 만큼 그들은 밤낮없이 뛰었다. 열심히 뛴 발자국 만큼 기회를 잡았다. 일상이 '도 아니면 모같은 모험'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펼쳐진 시대적 상황이 그랬다. 맨땅에서 일어서야 하는 척박한 환경만이 모두에게 공평했을 뿐이다. 부족한 기술은 성실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의 열정은, 경제발전과 함께 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호황기를 만나 비로소 풍요를 맛보게 됐다. 한데 풍요는 나른한 부작용을 낳았다. 다른 산업처럼 벌어들인 돈은 번듯한 사옥을 짓고, 사장실을 넓히며,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쓰였다. 연구개발(R&D)이나 투자라는 말은 간혹 미래를 근사하게 이야기하는데 동원되는 미사려구일 뿐이었다. 지금도 좋은데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정부가 1987년 물질특허제도를 받아들이자 큰일났다 싶었던 소수의 기업들이 부랴부랴 연구소를 짓고, 사람을 모으며 R&D에 눈뜨기 시작했다. 오늘날 국산 신약 24개의 기반은 이때 마련됐고, 그 주인공들 역시 이때 먼저 움직인 기업들이 대다수다.제약산업 발전사에서 대개 제약 1세대들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GMP 제조시설을 마련하고, 연구기반을 닦는데 차근차근 전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내수를 벗어나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큰 꿈을 꾸지는 못했던 만큼 의욕적이지는 못했고 철저히 내수 최적화 형으로 추진됐던 게 사실이다. 경영측면에서도 안분자족(?)할 만한 정도의 기반을 닦은 후 제약기업들은 오히려 가업화 양상을 띠면서 야성을 잃어갔다. 기업들은 스스로 관행을 만들었고, 이 관행에 기업들은 다시 길들여졌다. 배고팠던 1세대들의 ' 모험정신'은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들에게나, 가업을 물려받은 다음 세대들에게나 글로벌로의 진출은 언감생심 도전의 마음조차 떠올리기 힘든 딴 세상으로 이질화, 고착화됐다. 이같은 업계 환경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것은 2000년 8월 시행된 의약분업이었다. 몇백프로 할증을 주며 제값을 받지 못하던 기업들이 실거래가제 도입으로 제값을 받게되면서 현금을 쌓았다. 이렇게 쌓여진 돈은 마케팅이란 명목으로 시장에 풀려나가며 불법 리베이트라는 굴레를 만들어 스스로 목에다 썼다. 지금은 이 굴레를 벗으려 몸부림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기업은 개량신약이다, 국산신약이다며 R&D를 했지만 대세를 형성하지는 못했다.미래가치 현금화엔 아픔도 따른다…김성욱 사장이 그 경우일지 모른다2012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행한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은 의약분업 10여년 잔치를 끝내는 신호탄이 됐다. 아니 과거로부터 이어온 내수형 비즈니스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모두, 함께 풍요로웠던 터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한 여름밤의 꿈처럼 몽롱했던 풍요속에서 잠자던 제약 1, 2세대들의 배고픈 모험 유전자'들이 그들에게, 그들의 자녀들에게서 도전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기업마다 늘어나는 R&D 투자액이나, FDA 허가 절차를 밟는 꽤 많은 파이프라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될성부른 외국 기업에 투자를하고, 글로칼리제이션이란 화두를 던지며 외국에 기업을 사들여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R&D 투자 그 자체를 비판할 수 없어 인사치레로 '잘한다'고는 했던 제약업계 관객들은 최근 한미약품이 계약금만 500억원을 받는 계약을 성사시키자 크게 박수를 쳤다. 동시에 자극도 받은듯 보인다. 한미약품은 '제약산업= 미래가치'라는 사실을 입증, 여러 상장제약사들의 주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보답했다.'미래가치를 현금화하는 도전'에는 환희보다 아픔이 더 많이 따른다. 젊은 2세로서 누구 못지 않게 R&D에 몰두했던 김성욱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이 경우에 속할지 모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제약회사로서 특허 출원이 많았던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영권은 얼마전 대웅제약에게 넘어갔다. 창업 2세로 의욕에 찼던 젊은 김성욱 사장이 심었던 신약의 씨앗과 꿈은 이제 글로칼리제이션을 외치며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웅의 꿈과 하모니를 이루게 될 것이다. 산업계의 시각으로 보자면 '의미있는 좌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그와 두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을 때 보여줬던 진정어린 그의 눈빛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그는 희귀의약품을 국내 제약기업들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 봤다. 해서 희귀약 허가를 받아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법을 전파하는 전도사였다. 기존에 나와있는 물질들도 새 아이디어로 연결하면 부가가치가 생성될 것으로 확신했으며, 국내 기업들이 R&D를 통해 반드시 퀀텀점프를 할 수 있다고 흔들림없이 믿었던 인물이었다.지금 1000조원이 넘는다는 세계 의약품 시장은 다국적 제약기업부터, 한가지 혁신 아이템으로 고군분투하는 버추얼기업까지 각축장이나 다름없다. 액면으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령한 유리한 고지는 없다. 특히 신약개발의 뉴 트렌드 근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잠자고 있던 도전과 모험의 유전자가 깨어나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의 첨단영역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총 동원해 무엇인가 해보려 안간힘 쓰고 있다. 거의 모두 자기방식대로 칼을 갈고 있다. 이렇게 형성돼 가는 분위기에서 아래로부터 올라온 보고서 대신, 유럽의 거대 제약기업을 느끼고 배워보겠다며 제약계 젊은리더들이 기꺼이 떠난 것 역시 깨어나는 유전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모습에 젊은시절, 의지 하나 만으로 독일 훽스트사에 매일 출근하던 김신권이 오버랩된다.2015-06-1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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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물 밖 세상으로 나선 제약사 젊은 오너들국내 제약산업계 안에 변화를 갈망하는 산들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제약사 오너 및 고위관계자 8명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제약산업 강국인 스위스와 독일로 '테마여행'을 다녀왔다. '경제챔피언 스위스·독일에서 한국제약기업의 미래를 찾다'라는 주제로 한국제약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서유견문 프로젝트'인데, 이는 '구경이 9할에 시찰과 사진찍기가 1할'이던 과거 단순 관광의 행태와 매우 다른 변화다.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던 말들이 살아나 '그러면 배워보자'는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간 것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긍정적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이덕한 메디카코리아 대표, 이창구 태극제약 대표, 박은희 한국파마 사장, 유주평 김정주 유영제약 전무 등은 '넥스트코리아' 저자이자 독일과 유럽 전문가인 김택환 경기대 교수를 큐레이터 삼아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같은 다국적 제약기업을 방문해 그쪽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연구소 등을 견학했다. 제약기업 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밀레, 세계적 응용기술연구소 프라운 포퍼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제약협회를 찾아 양국 제약산업 및 제약협회 현황에 대해 포럼을 열고 참가 기업간 1:1 컨설팅 기회도 가졌다.이번 테마여행에 참석한 기업들은 내수에서 최근 성장세가 뚜렷한 신흥강자군에 속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같은 매출 상위 기업들만큼 글로벌 역량을 축적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또한 이들 일류기업으로부터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을 배우기엔 6박8일이라는 일정도 매우 짧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한국에서 글로벌을 상상하는 대신 글로벌, 그것도 제약강국에서 한국제약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들의 기업과 방향성을 이렇게 저렇게 재구성해 보았다는 점일 것이다. 히든 챔피언을 꿈꾸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비전을 나름대로 마음껏 그려보았다는 점이다. 누구든 시작은 미약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사업적 영감을 잔뜩 충전했을 터이다.테마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윤성태 부회장은 "매출 수십조를 자랑하는 그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와 같았다"면서 "안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은희 사장도 "회사의 비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눈으로, 혹은 필요한 관점으로 방문 기업들과 세계 제약산업을 보았을테지만 스스로에게 도전의식과 자극을 불러일으킨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제약산업계 내부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이 번지면서 공동연구, 공동생산 같은 경협(競協)으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협회가 70년만에 모처럼 마련한 서유견문 프로젝트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내수라는 우물에 안주하려는 제약기업 오너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한다.2015-06-17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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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 메르스…내가 만약 의사라면 어땠을까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등교하는 아이의 뒷 모습이 불안하다. 장보러 가는 아내가 걱정되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염려스럽다. 뉴스를 들으며 '이런 나라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면 출근하는 내내 우울감에 젖는다. '소극적인 초동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나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된다'는 따위의 뉴스는 아예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일정대로 해야한다든지, 비상시국인 만큼 연기해야 한다든지 같은 소리도 심란한 마음을 더 뒤집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만이 이 시점 관심사항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역병이 돈다'며 근심하며 의원을 닥달하던 조선시대 사극의 몇몇 장면들이 겹쳐진다. 사방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서 꿈틀거리지만, 흉흉한 무대에 오르는 건 결국 환자와 의사 뿐이다.전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뒤숭숭한 지금 내가 만약 의사였다면 어땠을까? 가정해 본다. 개인의원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또 초기에 잘 관리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완치자 임상결과까지 나오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고열에 기침하는 환자'를 평소처럼 자심있게 맞이할 수 있을까?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의원'으로 명단이 공개돼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로인해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힘든 상황이 닥치다면 또 어떨까. "명단공개는 공개고, 해야할 일은 해야하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던 의사처럼 나는 말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진실로 고백하건대 '그렇다'고 입바른 소리를 할 자신이 없다.2015년 6월,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와 목숨을 담보한 일대 사투를 펼치고 있다. 메르스 유사증상이 있는 환자를 받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낸 진료부장이 보직해임을 받기도 했다지만, 절대 다수의 의사들과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맡겨진 소임에서 한치 물러서지 않고 책임을 다하고 있다. 개인들이야 다중이 모이는 장소나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위험을 줄인다쳐도 의료진들은 언제, 어떤 환자들을 코 앞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만, 혹은 경제적 활동의 한 구성요소의 숙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해서 참으로 듬직하고, 해서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 질병이 사회를 칠 때 곁에 있어줄 유일한 친구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가 보유한 모든 시스템과 의료진,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메르스 바이러스를 한시라도 앞당겨 물리치는 일이다. 지금 의료진은 물론 중앙 정부 공무원, 지자체 공무원 등 메르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전사(戰士)들은 고강도 업무에 지쳐가고 있다. 더 지쳐가기 전 메르스를 끝장내야 한다. 정부의 초동대처에 실망한 시민들이 '각자도생'을 말하는 지경이라지만, 현실에서 실천할 것은 명료하다. 각자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며, 정부의 메르스 관련 병의원 명단 등 정보를 주의깊게 살펴보며 행동해야 한다. 바이스러 감염 역학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자신이 진료받은 곳을 숨겨서도 안되며, 정황상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을 땐 스스로 격리하며 다음 행동을 보건소 등에 문의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의료진들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선진 시민의식이다.2015-06-11 12:2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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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의 꽃 피우려면 제약계 협력지능 높여야1000조원이 넘는 세계 의약품시장을 놓고, 다국적 제약기업은 물론 전통의 크고 작은 제약사와 벤처사들이 뒤엉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행어로 총성없는 전쟁이나 한가지다. 이런 가운데 직접 바이오 기업을 경영하면서 현장에서 바이오 자문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정규 렉스바이오 대표가 데일리팜 창간 16년 특별칼럼을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협력지능(Collaboration Qutotient)을 높여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는 R&D 파이프라인이든, 자본이든, 혹은 인재든 여러부문에서 가진 것이 제약 선진국 기업들과 견줘 상대적으로 훨씬 열세인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이 곧 생존력인 국내 제약산업계가 귀담아 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더이상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단어는 미래지향적이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 못할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들을 대변할 수 없는 단어"라고 지적한 그는 유전자치료제, 핵산기반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편집기술에 의지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기술들을 최근들어 해외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한 '미래의약(Futuristic Medicine)'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 바이오파마들은 자신들을 혁신기술을 가진 신생기업들의 가장 좋은 협력자임을 내세워 큰 조직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는 '작은 혁신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제약사들의 협력지능은 향상중이지만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미래의약 환경에서 국내 제약산업계는 다양한 유형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협력지능 혹은 협력지수를 가장 크게 높아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R&D 투자에 대한 그동안 공력이 달리는데다, 자본도 약하며, 연구 인력도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상은 역설적이다. 다국적 제약기업에 소속된 '기술 사냥군'들은 국내 야구장을 누비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처럼 연구력 높은 연구실을 꾸준히 돌며 입도선매 하듯 그들의 연구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인데 비해 국내서 꽤 규모가 된다는 기업들은 '작은 혁신자'들을 업수이 여긴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협력의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투자 리스크 분산과 이익의 공유'라는 협력의 기본을 무시하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온다.통상 협력의 방식은 작은 혁신자들이 보유 기술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모두 넘기는 욥션(저위험 저수익)과 조인트 벤처 옵션(중위험 중수익) 등이 대표적이지만 조건을 가감하면 더 다양한 계약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독자개발이 수익이 큰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떠 안아야 할 위험도 그 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보유한 기술을 상업적으로 성공한 의약품으로 만들려면, 원천 기술보유자나 이를 사들이는 기업 모두 위험과 수익의 가능성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아에스티가 확보한 항생물질 테디졸리드를 미국의 작은 기업이 사들이고, 이 기업이 좀더 진전시킨 것을 더큰 기업이 사들이는 '협력의 사슬'을 이젠 국내제약산업계가 성공모델로 삼아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협력 지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혁신이라는 큰 나무에서 혁신의 가지를 붙잡은 '작은 혁신자'들과 글로벌 진출 등의 필요성이 한층 커진 국내 제약산업 사이의 협력지능 혹은 협력지수가 높아지려면 무엇보다 좀더 큰 기업 경영자들의 인식수준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경영진의 해외 기술동향 파악 능력이 중요할 뿐 아니라, 경영진의 시간과 에너지는 미래 의약품의 향방을 탐지하고 전략을 짜는 일에 쓰여져야 한다"는 이정규 대표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경영진의 이해도가 높아야, 가치를 판단할 수 있고,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이거 확실한 물건이야' 같은 우문을 배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해 보고 받고, 서류에 서명하는 일상을 경영으로 보는 한 혁신의 꽃을 피우기 위한 화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혁신의 꽃을 꺾기는 불가능하다. "협력지능을 높여야 한다"는 이 대표의 고언이 국내 제약산업계 오너 및 경영진들이 협력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2015-06-10 06: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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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도, 실익도 없는 한미약품 압박 끝내야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의약품 도매업허가를 반납하고, 온라인팜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폐쇄하라"며 집단 및 1인 시위 등으로 한미약품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남궁광 온라인팜 사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신문 광고(4월27일)를 선전포고 삼아 유통협회가 한달 이상 한미약품을 대내외적으로 압박했지만, 애초부터 이는 명분이나 법적 측면에서 볼 때 범 약업계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힘든 사안이었다. 당장 약국들만해도 낱알반품 등 서비스가 좋다는 이유로 온라인팜을 옹호하는 실정이다.결론부터 말해, 유통협회는 이 정도했으면 회원사들의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개별 기업에 대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압박을 마무리 짓는 게 바람직 할 것이다. 전부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앞세우기 보다 대화를 통해 좀더 확실히 해두고 싶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훨씬 실리적이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로 인해 황폐화되고 있는 보건의약계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이자, 도매업계 앞에 놓인 환경을 왜곡없이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통협회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제약회사의 도매업 허가를 문제 삼은 배경에는 온라인팜의 영업형태가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나 물류에 기반한 전통적 도매업계에게 위협요소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개별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협회의 집단적 대응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학습효과 도 한몫했다. 그러나 도매업계가 직면한 더 직접적이고 중대한 현실적 위협요소는 다른데 있다. 내년 1월 실거래가 조사에 근거한 대대적인 약가인하가 예상되고 있는데 따라 한국제약협회는 벌써부터 회원사별로 도매업체들에게 제공하는 유통마진을 조사했다.이 조사를 끝내고 제약협회가 주목한 점은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사들에 비해 훨씬 많은 유통마진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제약과 도매간 마진 갈등이 불거졌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다. 도매업계는 약가인하로 제약회사들의 수익성이 약화돼 '제약업계의 이름'으로 유통마진 조정을 내비칠 때 대비책은 있는지 살펴보고 준비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선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대세인데, 언제까지 대한민국 유통업계만은 예외라는 시각으로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시 위협요소였던 쥴릭의 진출을 집단의 힘으로 막아내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지금 제약업계에선 전통적인 것들이 와해돼 새롭게 편성되고 조직되는 현상이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오너중심으로 짜여진 제약업계에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기업간 M&A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형적인 우물안 개구리 신세였던 제약회사들이 내수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로 뛰쳐 나가가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선택과 시도가 목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 수익성이 약화돼 다른 기업과 합병을 타진하는 제약회사가 언제까지 관행의 이름으로 유통마진을 제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의약품산업과 시장이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는데도 도매업계만 모든 개별회원사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양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지금껏 집단적 대응으로 몇몇 성과를 거뒀다고 하지만, 도매업계 내부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을 뿐 완화되지 않았다. 자진정리가 속출하는 한편에서 매출 1조를 돌파하거나 근접하는 회사들이 빠르게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어떤 면에서 유통협회가 나서서 투쟁을 선도하는 게 오히려 회원사들이 냉혹해진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온라인팜 문제는 의약품유통협회의 역할을 돌아보고 새롭게 정립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2015-06-05 06: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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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메르스 戰士 의료인들에 신뢰와 격려를 보낸다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가 밑도 끝도 없이 공포심을 유발시키고 있는 가운데, 의사를 비롯한 범 의료인들이 나서 메르스 최전방에서, 마지막 보루로써 창궐하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초기 방역 및 차단시스템이 혼선을 빚고 있는데다 환자들을 돌보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들이 발생하는 가운데서도 맡겨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범 의료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의사협회, 약사회 등 관련단체들도 잇따라 예방수칙등을 내놓으며 감염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단체에 소속된 일선 의사들과 약사들 또한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소명의식을 다하기 위해 SNS 등에 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일반인들의 동요를 막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여름 불편한데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자들을 맞으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야말로 메르스를 잠재우기 위해 범 의료인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환자가 다녀간 병원과 그 주변 약국들엔 인적이 끊기다 시피하는 등 경영적으로 심각한 국면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부는 일선 의료현장에 엄포만 놓을게 아니라 범 의료인들이 한층 책임감을 갖고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 현실적인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민들도 정부와 의료진들을 믿고 개인위생 등 감염을 막는데 도움이되는 일반원칙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2015-06-04 11:21:2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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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약품 산업은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대한민국 첫번째 의약 전문 인터넷신문으로 1999년 6월 새벽 뉴스를 내보낸 데일리팜이 창간 16주년을 맞았다. 데일리팜이 독자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냉혹한 비판 속에 더디지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지켜본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은 2000년 8월 의약분업을 계기로 크게 변모했다. 신약개발 연구 능력 향상, 제제개발 능력 강화, 국제 수준의 GMP로 도약, 지속적인 생동 재정비 등의 결과로 품질면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국내 의약품 산업은 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물론 국가 경제를 바로세우는 '척주 기립근'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뛰어야 만 한다. 산업계는 성장 과정에서 드리워진 불법 리베이트의 오명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근육을 더 강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주인공이 될 충분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고 뚜벅뚜벅 글로벌로 행진해야 한다.제약산업의 발걸음이 향할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2015년 우리나라 제약산업계에 맡겨진 미션은 단언컨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40%, 50%를 해내는 제약회사들이 늘어나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의약품 주권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꿈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보다 연구 개발 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모으는 등 총체적인 근육량을 늘리는데 일로매진 해야한다.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 개량신약, 바이오신약, 바이오 베터, 바이오 시밀러, 퍼스트 제네릭, 플랜트 수출 등 모든 분야에서 문을 활짝열고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경쟁시킬 만한 '꺼리'를 찾는데 산업계 전반이 나서야 할때다.글로벌 진출을 하는데 있어서는 산업계와 정부가 손을 잡고 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스스로 제시한 2020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도록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믿고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남미 국가에 수출길을 놓기 위해 산업계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좋은 사례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될 당시 산업계는 물론 정부 당국마저 산업계의 앞날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았지만, 그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국산신약이 24개 나왔고, 어렵다는 FDA 허가를 겨냥한 파이프라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제약산업이 아직도 제네릭 비즈니스가 중심이기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야금야금 늘린 R&D 씨앗이 거목의 싹을 틔우고 있다. 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제약산업이 나라를 먹여살릴 산업으로 집중 육성할만 하다'는 정부의 믿음이다.공급자 주도 의약품 넘어, 수요자 니즈 감안할 때의약품 산업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안전한 사용, 다시말해 용약(用藥)이라는 측면에서는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임상시험과 생동성시험 등 허가 측면에서 고품질을 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비해 이처럼 만들어진 의약품들이 의사처방, 병원 약제부와 일선 약국의 조제 단계에서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행 품질 관리체계가 의약품 출하단계에서 검수하는 방법으로 품질을 확보하는 시스템이라면, 앞으로는 QbD라 하여 출하 이전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일련번호를 내년부터 의무화한다.이같은 제도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게 쓰는데 기반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으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안전성과 무관해 보이는 각종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잘만들어진 의약품이 잘못 쓰여질 수 밖에 없다. 혼동되는 포장, 헷갈리는 제품명, 의약품 규격과 처방권자간 부조화에 따른 분절조제, 덕용포장 등은 안전과 직접 관련성이 없어보이지만 실제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일부 제약회사들이 메디케이션 에러를 유발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스스로 대안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 제약회사들은 추가 비용 등의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바로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목표로 병원약제부와 약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여기에 제약회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은 GMP, QbD 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의약품 산업은 한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2015-06-01 12: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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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MS 증례 품목별 탄력 적용은 바람직하다기계적으로 정해졌던 '신약 등 재심사 대상 의약품의 시판후 조사(PMS)'가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운영된다. 그동안 PMS 증례수는 신약 3000례 이상, 개량신약 600례 이상으로 최소 기준선만 있어 늘 논란거리를 제공한 게 사실이다. 최소기준선을 넘겨 재심사를 진행하면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을 준다, 다시말해 리베이트 소지가 있다하여 매서운 비판을 받았다. 반대로 환자가 드문 의약품의 경우 이 기준에 도달하기 어려운데도 4~6년 안에 무리를 해서라도 기준 증례를 채울 수 밖에 없어 제약사가 무리수를 두거나 행정처분되는 따위의 불합리한 측면이 많았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일 신약 등의 재심사 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했다. 개정의 가장 큰 골격은 재심사 대상 의약품별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신약을 예로 들면 3000건을 기준으로 20% 미만으로 사례가 증가하는 때는 경미한 변경으로 보아 별도로 변경신청하지 않도록 했다.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20%를 넘는 경우에 한해 변경절차를 밟는다. 반대로 희귀약 등 정해진 기준선을 채우기 힘든 의약품의 경우에는 조사대상 증례수를 품목별 특성에 맞춰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적 근거자료를 토대로 조사증례수를 산출하도록 함으로써 공연히 증례 기준선을 채우기 위한 편법의 우려와 업계 부담을 완화했다.시판후 조사는 한마디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시중에 나온 의약품이 허가용으로 제출했던 임상시험 성적처럼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추가 사용 과정을 모니터링해 확인하는 절차다. 사용 경험이 부족한 신약의 경우 사용 초기 이상반응 발생 양상을 집중 관찰, 신약 개발 과정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이상반응을 수집해 궁극적으로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이처럼 훌륭한 제도마저 리베이트 광풍에 휘말려 뭇매를 맞아왔다. 그러나 식약처가 이번에 기존 3000례, 600례를 고수하면서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소명이 있는 경우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기반을 조성했다. 이는 리베이트 광풍에서 PMS를 구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제약산업계 등은 이 안에 대해 7월22일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니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이라는 제도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더 나은 의견이 있다면 적극 제시해야 할 것이다. 철저히 배제해야 할 것은 마케팅 활동의 유연성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견이다. 이같은 욕구는 스스로 배제하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을 통해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제약회사들의 미션에도 들어 맞는다.2015-05-28 06: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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