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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약 R&D 인수분해와 세액공제의 함수R&D 만큼 창의성 짙고, 희망적인 용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미래를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통용되는 이 말에 뉘라서 토를 달 수 있을까. R&D는 기업의 미래를 지켜줄 씨앗으로 산업계에서 지지를 받는다. R&D를 하는 곳이나 않는 곳이나 그 필요성을 늘 강조한다. 이익이 남아돌아 R&D를 하는 게 아니라, 이익이 바닥을쳐도 해야만 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R&D의 중요성을 받아들인다. 학생이면 공부를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제대로 한번만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R&D의 중요성은 새삼스레 거론할 여지조차 없다. 내일의 성공을 꿈꾸는가? 그러면 R&D를 하라는 진리를 한미약품이 최근 멋지게 입증시켰다. 연구개발엔 관중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의 매력이 숨어있다.하지만 신약개발을 목표로 한 제약기업들의 R&D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R&D 개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인들의 머릿 속에 그려진 R&D란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연구실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 보는 장면과 여기서 얻은 결과물로 곧 신약을 만들어 약국 진열대에 올려 놓는 장면일지 모른다. 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R&D를 인수분해해보면 'Research and Developement'가 된다. 일반인들은 'Research'를 R&D의 모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일반인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신약은 고부가가치 대박으로 생각해 제약산업에 손발을 뻗친 재벌기업들도 그랬다. 얼마간 R&D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나중 페니실린으로 발전)를 발견하듯 곧 선물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했던 듯하다. 돈과 시간은 무한정인데, 결과물은 신통치 않자 그들은 잽싸게 방향을 틀었다.대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D'를 간과한 탓이리라.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고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때 일간신문엔 '기존 암치료제보다 몇배 높은 효과를 보이는 신물질을 찾아냈다'는 따위의 보도가 흥행했다. 한데 그 많던 보도의 결과물들은 지금 어디로 간 것일까. 신약 연구의 본론편이라할 수 있는 개발(Developement)이 얼마나 험난한지 알지 못했던 탓이다. 통상 신약개발 연구자들은 하나의 신약이 개발될 때 투자금액과 시간의 비중을 나눠보면 연구(리서치)는 20%, 개발은 80% 쯤된다고 말한다. 대개 동물실험까지를 연구, 임상시험부터 다시말해 상품화 단계를 개발로 분류한다. 질병치료 가능성이 있는 신물질을 발견해 20년 특허를 보장받았다쳐도 10년 이상 개발 단계서 소진한다. 돈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기전까지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며, 승인을 받아 의사가 처방전에 쓸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약으로 태어나게 된다.한미약품이 지난해 모두 4건, 8조원 가량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신약개발의 가치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가능성이 뜨겁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가능성에 솔깃해하며 산업계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귀를 활짝 여는 모양새다. 진실로 도움을 주고자한다면, 그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혁신 신약 개발의 원점이 될 수 있는 약물 타깃 발굴 등 기초연구는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 기업이 R&D 투자에 나서도록하는 보험약가정책 개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이 글의 맥락상 개발부분의 정부지원을 이야기한다면 임상시험 투자비용의 세액공제가 있을 것이다. 신성장산업의 젖줄이되는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지, 신약 연구개발(R&D)의 특성을 인정해 주면되는 것이고, 이는 산업육성을 꾀하는 정부당국의 철학에 관한 문제다. 지난 20일 주형환 산자부 장관이 한미약품연구센터를 방문해 제약바이오산업계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때 임성기 회장이 건의한 내용도 같은 맥락에 있는 문제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때 이를 R&D 투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액공제 필요성을 주장한 것인데, 실은 산자부와 상관없는 사안이었다. 기재부 소관인줄 알면서도 간곡히 요청한 것은 그 만큼 제약바이오업계가 상품화를 위한 개발단계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공장은 신약개발에 성공했을 때 완제품 공장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게 R&D일까'하는 의구심을 만들지만, 엄연히 상품화 이전까지를 R&D로 보는 만큼 근거불충분한 주장은 아니다.동일 선상의 문제는 또 있다. 올 3월 17일부터 임상시험에 부가세를 붙이는 문제다. 임상시험을 수탁받은 병원에게 부가세 10%를 내도록하겠다는 것인데, R&D 범주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과정의 꽃인 임상시험에 과연 부가세를 책정하는게 정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병원과 대부분의 의뢰자인 제약회사와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부가세 10%를 상쇄할 임상시험 단가 상승은 유력해 보인다. 사실상 제약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세액공제는 사실상 남는 투자일 수 있다. 정확히 계산을 해낼 수는 없으나 8조원 계약을 모두 성공시킬 경우 세액공제보다 한미약품이 이 나라에 낼 세금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국부 창출이다. 일련의 국부창출을 선순환시키려면, 신약 관련 R&D의 세액공제는 한층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미래 예측과 정책 철학의 문제다.2016-01-28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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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질병된 의약품 품절 이대로 두고봐야 하나지금까지 전혀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처방의약품 품절이 최근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다. 환자가 들고 온 처방전을 바라보며, 현장 약사들은 짜증이 날대로 나있는 환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환자를 다독여 돌려보내고는 거래도매에 재촉도 하고, 온라인 몰도 샅샅이 뒤져보지만 품절 의약품들을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품절되는 의약품의 특성이 대개 저가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가가 인하될수록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에 대한 제약사들의 책임 의식은 희미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악성 장기품절이 나타나는 의약품들은 대부분 외국계 제약사회사 제품인데, 이들의 생산시설은 국내에 없어 품절로 인한 약국과 소비자들의 불편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제약회사의 역할이 이것으로 끝이어서는 안된다.수급관계로 보면 품절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시장에서 의약품 구하기가 어려운데도 처방은 또박또박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약국들은 물량이 끊기면, 그에 상응해 처방도 중단돼야 마땅한데 이같은 기전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품절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현장을 떠올려보면 이같은 약국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제약이나 도매는 좀더 먼거리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와 1m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대면하는 약사만 죽을 맛이다.품절 문제가 고질화, 구조화되다보니 시장에선 끊임없이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엉뚱한 소문들만 무성해진다. 이로인해 제약과 유통, 약국이 서로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더는 두고볼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야기되고,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현재로선 정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는 문제다. 정부가 문제해결의 첫 걸음을 떼어야 한다. 환자의 적정투약과 편의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2016-01-21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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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반(背反)의 코프로모션? 누굴 탓 하랴근래들어 부쩍, 제약회사 사이의 '코프로모션 협업'에서 마찰음이 새어 나온다. '제품력과 영업력의 만남'으로 요약되는 코프로모션은 대개 외국 제약회사가 경쟁력 높은 제품을 내놓고, 영업력이 막강하다는 국내 제약회사가 바쁜 발걸음과 땀방울로 시장을 일궈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협력의 형태는 회사끼리 다양한 약정을 맺어 천차만별이지만, 일반화시켜보면 국내 제약회사가 도매업체처럼 매출대비 일정한 마진을 챙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켠에서 '제약회사가 할 일이냐'는 날선 비판이 있는가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수한 의약품의 환자접근성 강화라는 선의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코프로모션 협업은 늘 논쟁거리다.코프로모션 협업을 바라보는 제약산업계의 시각은 복잡 미묘하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시각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코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제약사의 입에서 나오는 '그러면 그렇지. 내 그럴줄 알았다'와 같은 '이솝우화식 신포도 이야기'도 그 연장선이다. 로맨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역량인 영업력을 총동원해 빠른 외형성장과 함께 이익을 창출하는 게 왜 나쁘냐고 항변한다. 이 말에는 자본을 확충해야 R&D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반면, 코프로모션 협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기업(물론 아예 관심없는 기업도 없는 것은 아니다)들의 비판은 매몰차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집주인이 방을 빼라하면, 빼줄 수 없는 셋방살이가 코프로모션 아니냐고 반문한다.코프로모션 협업을 이어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최종 결정해야 할 계약 만료시점에서 들려오는 회사간 마찰음은 엄밀히 말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큰 시장의 결과물이다. 계약서 상 '을들'은 "될성부른 싹이었다해도 별도 조직을 만들고, 모든 MR들의 견마지로의 노력이 없었다면 블록버스터급으로 키워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계약 종료 상황과 그간 노력의 총량을 헤아려주지 않는 '갑들'을 원망한다.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를 갑질로 단죄하기엔 석연치 않다. 제약기업 대 제약기업의 대등한 B2B사업인데다, 대부분 정상적인 계약 만료에 따라 더 나은 조건을 거는 '을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사와 대리점처럼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의 관계가 아닌데 이를 갑질로만 뚝딱 재단하면 국내 제약회사들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해지지 않을까?기업에게 이윤을 추구하고, 영속성을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약회사 본령이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도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계약에 의한 판매대행 전문기업(CSO)들이 활성화되지 못한데다, 연구개발 역량보다 영업 역량이 강점인 큰 제약회사들이 즐비한 국내 상황에서 코프로모션 협업 그 자체를 비난만할 것은 못된다. 한 때 소수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던 이 협업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외국 제약회사들에겐 바둑판 꽃놀이 패나 한가지다. 해서 어느 국내 제약사라도 이를 주력 비즈니스로 끌어가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그렇다고해서 막바로 돌을 던질 수 없는 노릇이다. 반전을 꿈꿔야 한다. 중간과정으로 코프로모션 협업을 하며 와신상담 R&D를 늘리고, 자기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 CSO를 선택하지 않을 제약회사라면 말이다. 좁은 문으로 가야한다.2016-01-19 06:14:53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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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전, 복지부가 명확히 할 '개념들'대통령 업무보고 시즌이 다가왔다. 이번 보건복지부 보고에는 신약개발을 필두로 하는 건강관련 산업이, 침체된 나라경제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지를 담은 청사진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해 온 휴대폰, 반도체 등 주력 산업분야가 휘청이는 시점에서 작년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수출이 유발한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과 건전한 충격이 여진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제약바이오산업계는 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드러나게될 그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석양이 깃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처럼 제약바이오산업은 시장규모도 크거니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금명간 1400조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산업의 특성은 휴대폰이나 반도체, 자동차산업과 다르게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같은 절대강자가 시장을 독과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바티스나 화이자같은 빅파마는 존재하지만 우리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곳곳의 국지전에서 경쟁을 펼쳐 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지금껏 수많은 치료제가 나왔으나 만성질환, 희소질환, 암같은 난치성 질병에선 끊임없이 대안 약제들이 나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복지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청사진을 잘그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 청사진이 나라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 육성되도록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산업은 지금껏 정부가 육성해온 주력산업과 달리 '정부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청사진을 그리는데 명확히 설정해야할 기본 콘셉트는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통조림'에서 산업을 꺼내 '산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산업을 보험재정 안정화 하부수단으로 바라봐 수시로 중복적인 약가인하를 단행하게 되면 'R&D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산업의 가장 원초적인 믿음마저 증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을 보험재정 안정측면과 산업육성측면에서 균형있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합성신약이든, 항체신약이든 의료현장 미충족 니드 채우면 'OK'산업을 산업으로 바라보았다면, 다음에는 산업육성 정책의 방향타가 될 '정책 용어'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속성상 정책이 미래 지향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지만 '바이오'라는 말로는 전체 시장을 설명할 수 없는 게 바로 제약바이오산업이다. 그 대표적인 게 제약은 합성신약(저분자), 바이오벤처는 단백질 의약품이라는 고정관념이다. 마치 바이오만이 새롭고 선진적이라는, 그래서 단백질은 우월하고 합성신약은 열등한 것처럼 구분짓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우리가 겨냥해야 할 유일한 타깃이 있다면 그것은 바이오가 아니라 아직 의료현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니드(unmet need)'일 따름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미충족 니드라는 쥐만 잘으면되는데 굳이 바이오라고 한정하면 정책이 왜곡돼 제약사나 벤처들의 연구과제를 제한할 우려가 크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든 세계 시장에서 끊임없이 비교 우위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2016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다. 중국, 인도가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지식근간 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계의 특성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게임과 다르다. 산업계에 종사하는 1인의 빛나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승부를 걸 수 있고, 작은 기업들의 투지넘친 투자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의 도전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는 R&D를 하면 보상받을 수 있겠다는 환경 조성과 작은 연구소 연구원의 아이디어조차 의미있게 자라나도록 산업계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합성신약이든, 항체신약이든, 세포치료제든 의료현장의 미충족 니드를 채워줄 수 있는, 유망하고 가치있는 연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모처럼 활기찬 제약바이오산업이 인류 삶의 질 개선과 나라 경제의 효자노릇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연구서, 연구원이 협업하는 토대가 2016년에 마련되기를 희망한다.2016-01-12 06:15:01데일리팜 -
[사설] 약사 전문가, 짙은 향기를 풍겨라 '2016년'데일리팜은 2016년 새해를 맞아 '약사 전문가, 거울을 보자'라는 주제의 기사를 통해 약사 전문가의 역할 회복 및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모두 세 편으로 이뤄진 기획기사는 '달라진 소비자' '건강 교육자로서 약사의 역할' '약사들의 방담'으로 꾸며졌는데, 그 핵심 메시지는 '약사 전문가, 그 짙은 향기를 풍기라'는데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소비자들에게 약사들의 관심과 전문적인 조언을 들려달라는 주문이다.왜 그래야 하는가. 고령사회와 함께 전개된 건강관심 사회 속에서 포진한 오늘 날의 약국은 길거리 다른 소매점들로부터 포위당하고 고립돼 가고 있다. H&B 스토어, 편의점, 건강기능식품 전문매장, 대형마트는 물론 약국 옆 문방구까지 건강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상황이다. 약국의 경쟁자가 이웃약국은 물론 도처에 포진한 현실이다. 약국에게도 위협이겠으나 소비자들도 달가울 수 없다.건강상태와 동떨어진채 상품만 만나는 현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처방과 조제라는 의약분업 시스템'이 15년이상 작동하면서 약국도 본질적 역할과 그 가치를 덜 주목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처방전을 살펴보며 발현시켜야 할 의약품 전문가의 본질적인 역할대신, 빠르고 원만하게 처방대로 조제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계적인 역할 수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비자가 타이레놀을 말하면, 건네줄 뿐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다. 대화가 사라지고, 공감의 순간이 배제된다. 약국이 그저 빠르고, 효율적인 일처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그러는 중에도 소비자는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의 관심과 조언을 소리없이 갈망해 왔다. 물론 관심과 조언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이게 약사의 전문직능 발현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연화 약사가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들에게 '처방전 살펴보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넨후 처방조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은 기존 약국의 업무 프로세스에 큰 시사점을 한다. 전문적인 일을 시작하는 상황 설정은 환자를 그 속으로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시 엄준철 약사가 바쁜 시간을 내어 외국 자료를 꼼꼼히 읽어가며 부작용 리포트를 만들고, 이를 약사 사회에 전파하는 행위 또한 매우 '약사다운 노력'이다.약국이 약사 전문직능을 실천하려 노력하지 않는 가운데 이웃한 문구점까지 비타민을 판매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건강상품 유통 생태계는 상품위주로 조성될 것이 틀림없다. 반면, 의약품이 건강을 회복, 유지시키는데 있어 의약품과 건기식 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전을 알고 있는 약사들이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언하며 다가선다면 생태계는 정보 제공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는 약국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소비자들도 환영하는 환경이다. 2016년 약사 전문가들의 분투를 기대해 본다.2016-01-07 12:06:3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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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력만이 희망이다2016년 아침의 태양이 솟았다. 올해 정치권을 비롯해 갑과 을이 존재하는 나라 곳곳에 꼭 필요한 말은 바로 역지사지, 협력일 것이다. 범위를 좁혀 이야기 하자면 새해를 맞는 보건의약 및 제약바이오산업계에도 빼놓을 수 없는 절실한 한마디가 '협력(Collaboration)'이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겠다는 큰 마음에서 출발한 '역지사지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너 죽고 나살자' 대신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바로 2016년이다.제약바이오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비로소 르네상스 기운을 맞았다. 한미약품이 8조원 가까운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다음세대 우리의 성장산업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고 그 여파는 보건의약계 및 제약바이오산업계를 넘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정부 부처는 앞다투어 '제2의 한미약품을 만드는 정책'을 내놓겠다며 기염을 토하는 실정이다. 외면받았던 산업계에 모처럼 희망의 햇살이 찾아들기 시작했다.어렵사리 형성된 분위기를 산업 부흥으로 온전하게 이어나가려면 일방적인 협력을 넘어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섬세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책적 협력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고맙지만, 그 방식은 반드시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진심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크게는 'R&D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정책적 구도를 산업계에 확산시겨야 한다. 작게는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요구를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뜬구름 잡기식 구호는 진정한 협력일 수 없다.그림=박종석 한양대병원 기능원 산업계 스스로도 협력을 불러들이도록 변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R&D 투자에 집중하면서도 윤리경영에 천착하는 것이다. 동아에스티와 한미약품이 CP AA 등급을 작년 말 달성한 것은 좋은 징조다. 기업이 R&D 투자에는 등한시하면서 물불안가리는 영업활동을 하고서야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더불어 오랜 만에 형성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 십이 글로벌 신약과 글로벌 진출로 연결되도록 전통제약사와 바이오업체가 서로를 살리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너를 발판삼아 발전하겠다'보다 '너와 함께 손잡고 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제약산업계가 해야할 일은 여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산업계가 대량 생산체제를 넘어 선진국 규정에 따라 의약품을 생산,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많다. 예를들면,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1차 소비자격인 약국 등과 함께 노력해 내가야 한다. 지금처럼 1차 소비자인 약국에게 떠 맡기는 식은 개선돼야 한다. 약국이 원할하게 투약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헷갈리지 않게하는 포장이나, 불량의약품에 대해 약국이 클레임할 때 소비자 안전차원에서 적극 나서는 태도가 곧 협력이다. 이밖에도 시대와 역행하는 공급자 주도형 정책을 누가 강제하기 전에 산업계 스스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산업계가 변화를 모색하면 정부는 물론 병의원, 약국들도 산업을 돕고 나설 것이다. 병의원 및 약국들의 국산신약과 의약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한층 높아질 것인데 이는 정부 정책이상 강력하다. 산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같은 컴컴한 구태를 버리려 노력하고 동시에 R&D 투자에 몰두할 때 정부 또한 강력한 협력자로 재 등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태는 반복하며 입으로만 R&D를 할 때 제약바이오업계의 르네상스 분위기는 신기루가 될 것이다. 다시 솟은 태양처럼 협력의 싹도 솟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해가 되기를 데일리팜은 소망한다.2016-01-02 06:14:57데일리팜 -
[칼럼] 삼성이 정말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인가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 수출로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은 자리에 삼성이 슈퍼스타처럼 등장했다. 신약개발 능력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이 동네 눈으로 보자면 그저 피지컬 좋은 유망주 일뿐인데, 혁신 신약을 많이 갖고 있는 세계 1위 노바티스같은 대우를 받으며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송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한 우물을 파온 부작용(?) 탓인지 살길은 신약개발이라고 신앙처럼 믿으며, 고군분투 중인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 장면에 고개를 갸웃한다.왜? 업계는 지난 11월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5조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게 삼성의 CMO 생산공장 기공식 그 이상 의미있는 모멘텀이라 보고 있다. 제약회사를 평가하는 눈이 연구개발 능력, 다시말해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도 순간이동시키는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한미가 기술 수출을 한날 상상력 풍부한 인사들은 '대통령이 혹시 한미약품을 전격 방문해 격려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제약바이오 업계가 힘좀 받을텐데'라며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었다.정부와 제약바이오업계 사이엔 왜, 이처럼 뚜렷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유는 만능 키워드가 돼버린 '바이오'의 신비로움 때문일지 모른다. '세계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면 바이오시밀러, 항체신약, 줄기세포치료제 등이 줄줄이 뒤따라 언급되곤 한다. 해서 근래 정부 지원정책 타이틀이 죄다 바이오를 달고 나오는 것 역시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첨단이라는 말까지 붙고나면 수십년 신약개발에 일로매진 해온 제약회사들은 구닥다리 케미칼 신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 쯤으로 평가절하된다. 어떤 때는 정부 지원정책 대상에서 제약산업이 통채로 빠져 사정사정하며 끼워넣기도 했었다.'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 프레임 대체 누가 만들었나 흥미로운 건 세계 최정상 바이오텍이라는 길리어드의 허가된 의약품은 거의 모두 케미칼 기반이다. '바이오, 바이오' 온나라가 열광할 때 한해 통틀어 8조원 가까운 기술수출을 한곳은 어디였나. 제약회사다. 한데 이 회사가 수출한 기술은 펩타이드 약물의 작용시간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만드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다. 바이오다. '전통 제약=케미칼=올드버전'이라는 이 프레임은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학자나 개발자들이 물건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기업을 세우면 바이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름하여 '000바이오벤처' 되겠다. 현실에서 보면 그게 영악한 전략이다. 한데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다 항체신약이거나 세포치료제인가? 아니다. 케미컬일 수도, 펩타이드 단백질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알맞은 이름은 '신약개발 벤처'일 것이다. 케미칼이든, 펩타이드든, 세포치료제든, 줄기세포든 일반화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다.그런데도 바이오라는 타이틀을 굳이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바이오나 첨단바이오 같은 용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망하게 보일테니까. 전통의 제약사나 벤처들이 케미컬의 냄새를 풍기는 순간, 그것은 한물간 유행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삼성바이오 로직스의 CMO 공장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를 주문자 요청에 따라 대신 생산해 주는 곳이다. 의약품 산업을 이루는 분야 중 한 영역이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모두 견인해 가는 중심은 아니라는 말이다.메르스정국에서 삼성의료원의 과실에 사과하며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업계는 은근 기대했다.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의 벤처캐피탈(VC)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자본이 연구자 머릿속에 있는 기술을 찾아 육성해 내는 멋진 꿈도 꾸었을 것이다. 벤처 역사의 의미있는 출발점으로 꼽히는 미국의 제넨텍 탄생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해 신약개발의 터전을 마련해 줄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것을 통해 신약개발이 이 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우뚝서게 되는 그림도 그렸었다. 이 기반에서 삼성이 스위스의 노바티스처럼 되는 것도 즐거운 상상의 한 줄기였다.그런데 드러난 모습은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CMO다. 물론 삼성은 바이오로직스 CMO 공장과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사 삼성에피스를 통해 특허만료가 시작된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많은 기회를 엿볼 것이다. 에피스도 당분간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의 시장 접근 방식은 이스라엘 기업 테바를 닮은 듯하다. 애초 특허도전과 퍼스트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후 유망기업들을 인수합병한 끝에 이젠 어엿한 글로벌 빅파마가 되었다.정부, 트렌드를 따르지 말고 본질을 보고 정책펴야 세계적 기업 삼성이 의약품 산업에 진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 산업 혹은 의약품산업이 삼성효과에 기대어 발전의 계기를 얻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된다.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정책도 활발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 얹혀가기식 기대감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하는 사업의 물줄기를 크게 내기위해 기존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일에는 행여라도 간여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정책을 만드는데 머리를 모아야 한다. 대세는 검은 고양이라며, 흰 고양이를 굶기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케미칼 의약품이든, 단백질 의약품이든, 세포치료제든 혁신의 가치가 높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에만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단도 직입적으로 말해 삼성이 짓는다는 공장의 크기는 종류만 다를 뿐 웬만한 제약회사들의 공장과 견줘 비슷하거나 그보다 작은 규모다. 투자비용은 높고 성공 확률은 극히 낮은 의약품 산업에서 삼성은 첫발을 내디뎠다. 엄밀히 말해 현 시점에서 바이오 산업의 무게 중심은 전통의 제약회사와 대학과 기업 연구실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듬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있으며, 우리가 꿈꾸는 성과도 '휴미라나 타미플루같은 혁신 신약들'이다. 삼성은 이를 해낼 수 있을까.2015-12-23 12:01:00조광연 -
[사설] 약사회 선거 반목과 갈등, 집단지성으로 풀 때올해 하반기 약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끝났다. 승자에겐 뜨거운 박수를, 고배를 마신 패자에겐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재선을 목표로 선거에 나선 조찬휘 현 회장은 김대업 후보와 치열한 경선을 치른 끝에 승리했다. 서울시약사회장 등 정글같은 경선을 치른 7개 지역약사회 승자들도 같은 날, 패자들의 눈물 곁에서 선출됐다. 흔히 약사사회의 선거를 잔치로 표현하며 화합을 강조하지만, 선거는 승자가 독식하는 냉혹한 승부다. 외면할 수 없는 선거의 숙명이자 본질이다. 해서 경선과정에선 필연 후보간, 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간 마음이 틀어질 수 밖에는 없다.직선제는 반드시 선거 후유증을 동반하게 된다. 이미 지난 한달간 선거 과정에서 경선 후보들은 SNS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말로써 서로를 비난하고, 깎아 내리며, 상처를 입힌 게 사실이다. 지지층 사이에서도 문자와 홍보물, SNS를 매개로 깊은 골을 만들어버렸다.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민주주의 선거원리대로 패자는 선거 결과에 대해 깨끗히 승복해야하며, 승자는 포용과 아량으로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선거 공방에서 삿대질하며 네가티브, 마타도어를 상대후보가 일방적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들은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들이다.특히 선거의 공간이 폐쇄성 짙은 전문직능인들로 구성된 약사사회라면, 상처회복을 위해 더더욱 필요한 것은 서로의 존재와 입장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호 인정의 첫 걸음은 선거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앙금을 이유 여하를 따지지 않고 순식간에 걷어내겠다는 승자의 결단뿐이다. 앙금 하나 하나 들춰가며 들여다 보고 있는 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약사직능 발전만 바라보며, 함께 가겠다는 품 넓은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서운함을 되새기며 응징하듯 패자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패자 역시 쓰라림을 떠올리며 건건이 뒷 덜미를 잡겠다는 옹졸한 생각을 품어서는 안된다. 이런 환경에서 상처는 치유될 수 없다.약사들은 같은 목표를 보고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이 사회에서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다 선거에 맞상대로 나선 운명이지만, 그들이 열어가고 싶었던 세상과 꿈의 크기와 색채는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선을 그어 동료들을 피아로 구분하는 순간 약사사회는 대립과 갈등으로 허송세월하게 될 게 뻔하다. 직선제를 통해 열어가고 싶었던 집단지성의 지향점이 이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거는 끝났다. 훌훌털고 엉킨매듭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뒷풀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멀리가려면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깨달아야 한다.2015-12-11 06:14:4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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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약사회장 선거, 투표하고 화합을 생각할 때치열했던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다가오는 10일 저녁이면, 전국 유권자들이 발송한 우편투표 용지가 일괄 개표돼 이내 38대 회장이 누구인지 가려지게 될 것이다. 김대업, 조찬휘 후보 입장에선 지금이 진인사 대천명이겠으나,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투표로 자신의 소중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4일 현재 투표율이 26.3%로 추계 됐는데, 이는 지난 선거 같은 기간 집계치와 견줘 1%p 낮은 수치다. 이같은 추세라면 투표율은 62%선에 이를 것이며, 투표참여자는 1만9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코 낮은 투표율은 아니지만, 여전히 3만명을 돌파한 유권자를 감안하면 1만명 이상 투표에 나서지 않는 결과다. 또 이렇게 보면 1만명이 적다고 무시할 수치도 아니다.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이 과정서 드러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유권자들을 질리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렇다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가장 강력하고 책임있는 의사표현 방법이다. 전국 어느 지역 약사 유권자라도 오늘(7일)과 내일(8일) 기표해 우편발송하면 서초우체국 사서함에 기한내 도착해 유효한 의사표시가 가능하다.투표를 통해 의사표현을 한 유권자들만이 투표이후 단결과 화합을 이야기하는데 스스로에게 께름칙하지 않을 것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승자를 혹은 패자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다. 투표용지를 받아 한쪽에 미뤄둔 유권자라면 바로 기표해 우체국으로 가기를 권고한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직능의 미래를 위해 한뼘이라고 나은 선택일 것이다.2015-12-07 06:14:4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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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미약품 R&D는 '샤워실의 여우같은 곰'누구나 한번쯤 경험하지 않았을까? 샤워부스에 들어가 온수를 틀었는데 예상과 달리 찬물이 나온다. 급히 빨간색 표시가 된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려본다. 이번에는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화들짝 놀라 다시 파란색 수도꼭지를 돌려본다. 그런데 찬물이 나온다. 이름하여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은 정부의 섣부른 경제정책이 경기변동폭을 오히려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같은 비유를 들었다(출처 네이버). 이같은 현상은 투자에 비해 성과물은 더디고, 종종 아예 포기해 버리는 사례가 국내 신약개발 R&D 환경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최근들어 기술수출 7조6000억원의 한미약품 성공을 요모조모 뜯어보려는 시도가 제약산업계 안에서 활발하다고 한다. 그리해서 얻은 산업계 전반의 일반적 교훈은 '제약회사는 꾸준히 R&D를 해야 한다'는데로 모아지고 있다. 한데, 일각에선 씁쓸한 이야기도 들린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모 연구소장이 반성문을 썼다'거나 '우리는 왜 그렇게 못했는지 리포트를 내라'는 따위의 회사 최고 경영진의 채근 때문에 연구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흉흉한 소문들이다. 근래 한미약품의 성과가 충격적일만큼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것처럼 '찬물을 견뎌내며 따뜻한 물을 기다려 온 게 한미약품의 R&D 기조였다. 별안간 별을 딴 것은 아니었다. 상징적으로 말해 한미 R&D 기조는 '샤워실의 여우같은 곰'에 가깝다.임성기 회장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엔드리스(Endless) 욕심'과 디테일로 중무장한 에누리없는 실용주의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1973년 회사 창립 때부터 글로벌 신약 개발을 꿈꿨다"면서도 정작 걸어온 길은 언제나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일부터 불도저처럼 먼저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의 싸움처럼 성을 하나 점령하고 나면 속도를 내 다음 성으로 진군하는 방식이다. '신약개발'이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으면 산업계와 연구계가 시시한 것으로 치부할 때 그 이름도 낯설고 촌스러운 '개량신약'이란 용어를 들고 나온 것도 임 회장이었다.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수준과 글로벌 신약개발 능력간 엄연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던 것이며, 그 간극을 효과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도구를 개량으로 보았던 것이다.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은 개량신약의 상징이다. 개량신약으로 재미를 본 후 남들이 이 개량신약에 주목할 때 복합신약으로 뛰었고, 복합신약에 사람들이 몰릴 때 신약기술 수출로 퀀텀점프를 했다. 개량신약에 관한 그의 믿음은 1997년 노바티스를 상대로 한 기술수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이클로스포린 제제의 효율성을 개선시킨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수출로 약 1억불을 벌어들이면서 '개량신약을 통한 단계적 접근'이 머지않아 자신과 한미약품을 글로벌 시장으로 데려다 줄것으로 확신한 것같다. 당연히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모디핀, 슬리머 등 염변경 개량신약에서 성공을 맛본 경험은 항혈전제 플라빅스 개량신약에서 쓴맛을 본다. 야심찼던 개량신약 접근방법은 미흡했던 특허 예측 탓에 제네릭으로 직진했던 국내 제약사들에게 참패를 당했다. 넥시움 개량신약 에소메졸도 미국에서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를 상대로 특허도전까지하며 허가를 받았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현금대신 도전과 경험이라는 자산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미약품은 글로벌 도전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CRO와 계약했으나 자체 실력 부족으로 이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복기를 해 보니 휘둘렸다. 문제가 드러나자 즉시 임상조직을 보강했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생산도 이름깨나 있다는 CMO에게 의뢰해 해결하려 했으나 시일이 늦춰지는 등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늦었다고 판단할 때가 제일 빠른 시점'이라는 말처럼 한미는 다시 임상시험용 의약품만 생산하는 전용공장을 지었다. 한미는 마치 고구려군처럼 행동했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대륙으로 나가겠다며 도착한 강엔 살얼음조차 얼지 않았다. 고구려군은 포기하는 대신 인근 나무를 베어 부교를 만들었다. CTO같은 CEO 이관순 사장의 말처럼 한미는 '적당히 빨리빨리'로 시작해 '철저히 빨리빨리'로 변신해왔다.임성기 회장이 '뚝심'으로 상징되는 것은 이처럼 난관에 부딪혔을 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관성이라는 R&D 문화의 시발점이 임 회장이라고 한미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병역특례자로 왔다가, 임 회장의 설득에 연구원, 연구소장, CEO로 31년째 근무하는 이관순 사장이 이를 보여준다. 통상 다른 제약회사 같았으면, 이 사장은 그동안 크고 작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러 돌출된 문제의 책임을 지고 짐을 싸도 여러번 쌌을 것이다. 초창기부터 임 회장을 지켜봐왔던 정지석 전 부회장은 "임 회장은 적당히 하려다 실패하면 용서 않지만, 잘 해보려다 실패한 때는 절대로 힐책하지 않는다"고 한미약품 30년사에서 밝혔다. 이관순 사장도 최근 KPAC 발표 때 "한창 의욕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예측못한 경쟁물질이나 기술 때문에 드롭한 적이 있지만 이로인해 연구자가 문책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R&D에 관한한 31년째 동지인 임 회장과 이 사장의 대화는 늘 연속선상에 있다. 정례 회의에 불려가 결과를 보고하고, 가끔 칭찬을 받고 종종 호통을 당하는 일반적인 제약계 문화와 다르다.임성기 회장은 R&D 디테일을 풍부하게 갖춘 바윗덩어리같은 부동심의 소유자로 평가 받는다. 제약산업의 R&D 특성과 본질을 꿰뜷고 있었기 때문에 2005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11년간 9333억원의 R&D 비용을 줄기차게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기간중엔 영업이익이 바닥을 친때도 있었다. '저러다 회사 망한다'고 공개석상에서 한미를 걱정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30명의 연구원이 기반기술 랩스커버리(롱액팅 기술) 기술 개발과 확립에 13년을 전념할 수 있었다. 한미의 특성이다. 만약, 이 기간 중에 임 회장이 "대체 13년동안 돈만 쓰고 뭔 일을 한거요"라고 의문을 품고 질책만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대규모 기술수출의 뿌리는 이미 뽑혀 버렸을 것이다. 연구원들도 '이 산이 아닌가보네' 하며 임 회장을 안심시킬 그럴싸한 보고서를 또 만들었을 테고,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는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회사 경영진이 R&D에 굳건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 한 연구원들이 평상심을 갖기란 불가능하다.줄기찬 투자가 가능했던 건 막연한 고집 때문이 아니라 임성기 회장이 디테일에 강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신약개발 연구의 특성이 무엇인지, 연구가 어디까지 진척이 됐는지, 임상결과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원이 왜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세계 연구개발 동향은 어디로 흐르는지 같은 디테일에 밝았기 때문에 그의 신념도 유지됐을 것이다. 연구 인력 육성 방식만 해도 그렇다. 학사나 석사학위로 입사한 연구원들은 대개 회삿 돈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관순 사장과 권세창 연구소장이 1, 2호다. 지금도 30여명의 박사과정 연구원이 이렇게 공부하며 프로젝트를 진척시키고 있다. 회사 연구 프로젝트를 가지고 연구원들이 공부하며 실력을 닦고, 이런 기반에서 롱텀 파트너십이 나온다는 생리를 임 회장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바둑대회를 위해 프로기사에게 기초부터 배우고, 1년 후 필드에 나갈 계획을 세운 후 거의 매일 새벽 500개씩 연습공을 치는 주도 면밀함이 R&D 한미의 초석이었던 셈이다.한미약품의 최근 성취가 제약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제약사들이 애초에 회사의 특성에 맞춰 고민끝에 결정한 방향대로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시행착오에 좌절하지 않고 문제를 극복해 내다보면 설정한 목표점에 이르게 된다는 굳건한 믿음의 장착이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5000~1만개 물질중에서 겨우 2~3개가 상업적으로 성공할까 말까하는 게임이 신약개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한미처럼 못했느냐고 채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성찰이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는 연구원이 아니라 최고경영진부터 일 것이다. 지금 산업계에는 어느때보다 뿌려놓은 씨앗이 많다. 고령의 회장이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를 들고 남미를 누비는 보령제약이나, 글로칼리제이션을 주창하며 글로벌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는 대웅제약이나, 자기 색채가 뚜렷한 녹십자나 보유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모든 제약사들이 다 승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대적 과제인 R&D를 꾸준히 하고, 윤리경영을 하다보면 5년, 10년 뒤엔 각자 소기했던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반성문보다 필요한 시점이다.[한미약품 기술 수출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미래포럼 신청 바로가기]2015-12-02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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