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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반(背反)의 코프로모션? 누굴 탓 하랴

  • 조광연
  • 2016-01-19 06:14:53

근래들어 부쩍, 제약회사 사이의 '코프로모션 협업'에서 마찰음이 새어 나온다. '제품력과 영업력의 만남'으로 요약되는 코프로모션은 대개 외국 제약회사가 경쟁력 높은 제품을 내놓고, 영업력이 막강하다는 국내 제약회사가 바쁜 발걸음과 땀방울로 시장을 일궈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협력의 형태는 회사끼리 다양한 약정을 맺어 천차만별이지만, 일반화시켜보면 국내 제약회사가 도매업체처럼 매출대비 일정한 마진을 챙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켠에서 '제약회사가 할 일이냐'는 날선 비판이 있는가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수한 의약품의 환자접근성 강화라는 선의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코프로모션 협업은 늘 논쟁거리다.

코프로모션 협업을 바라보는 제약산업계의 시각은 복잡 미묘하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시각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코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제약사의 입에서 나오는 '그러면 그렇지. 내 그럴줄 알았다'와 같은 '이솝우화식 신포도 이야기'도 그 연장선이다. 로맨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역량인 영업력을 총동원해 빠른 외형성장과 함께 이익을 창출하는 게 왜 나쁘냐고 항변한다. 이 말에는 자본을 확충해야 R&D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반면, 코프로모션 협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기업(물론 아예 관심없는 기업도 없는 것은 아니다)들의 비판은 매몰차다.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집주인이 방을 빼라하면, 빼줄 수 없는 셋방살이가 코프로모션 아니냐고 반문한다.

코프로모션 협업을 이어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최종 결정해야 할 계약 만료시점에서 들려오는 회사간 마찰음은 엄밀히 말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큰 시장의 결과물이다. 계약서 상 '을들'은 "될성부른 싹이었다해도 별도 조직을 만들고, 모든 MR들의 견마지로의 노력이 없었다면 블록버스터급으로 키워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계약 종료 상황과 그간 노력의 총량을 헤아려주지 않는 '갑들'을 원망한다.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를 갑질로 단죄하기엔 석연치 않다. 제약기업 대 제약기업의 대등한 B2B사업인데다, 대부분 정상적인 계약 만료에 따라 더 나은 조건을 거는 '을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사와 대리점처럼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의 관계가 아닌데 이를 갑질로만 뚝딱 재단하면 국내 제약회사들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해지지 않을까?

기업에게 이윤을 추구하고, 영속성을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약회사 본령이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도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계약에 의한 판매대행 전문기업(CSO)들이 활성화되지 못한데다, 연구개발 역량보다 영업 역량이 강점인 큰 제약회사들이 즐비한 국내 상황에서 코프로모션 협업 그 자체를 비난만할 것은 못된다. 한 때 소수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던 이 협업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외국 제약회사들에겐 바둑판 꽃놀이 패나 한가지다. 해서 어느 국내 제약사라도 이를 주력 비즈니스로 끌어가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그렇다고해서 막바로 돌을 던질 수 없는 노릇이다. 반전을 꿈꿔야 한다. 중간과정으로 코프로모션 협업을 하며 와신상담 R&D를 늘리고, 자기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 CSO를 선택하지 않을 제약회사라면 말이다. 좁은 문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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