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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식약처 허가심사 역량이 제약산업 이끈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성·바이오신약 등 국내 의약품 허가심사 전문인력을 최대 100명까지 추가 증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지탱하기 위한 조치로 2008년 이후 인상 요인이 반영되지 못한 의약품 등의 허가·신고 수수료를 현실에 맞춰 인상하고 조정하는 내용의 '의약품 허가 수수료 규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만시지탄이란 말이 딱 어울릴 만큼 바람직한 조치다.개정안에 따르면, 생물의약품을 포함한 신약 허가수수료가 현행 372만원에서 617만원으로 오르고, 희귀의약품은 현행 289만원에서 339만원으로 인상된다. 신약허가 수수료 인상 비율이 65%나 되는 등 개별기업들에게 당장 부담 요인인 것은 사실이나, 이를 뛰어 넘지 않고서는 식약처의 허가 업무가 사회적 권위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것으로 충분한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의약품 개발 및 생산 등에 관한 우리나라 규제들이 글로벌 눈높이에 어느정도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심사능력도 충분한가'라는 질문엔 늘 물음표가 달려있었던 게 사실이다. 기존 인력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워낙 숫적으로 취약한 까닭에 심사 인력의 과중한 업무가 심사의 속도를 늦춘다는 지적이 따랐다. 신약개발의 영역이 다양해 지는데 따라 그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있느냐하는 문제제기도 꾸준히 있었다.허가당국의 심사능력이 높아지면, 이는 신약을 개발하고 관련한 허가 서류를 제출하는 벤처나 제약기업들에게 사실상 컨설팅이 된다. 훌륭한 규제는 장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네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 심사인력은 많이 확보할수록 좋다. 희귀약이나 항암제 같은 경우 신속심사라든지, 조건부 허가 같은 특수한 사례가 많은데 이는 전문인력 없이는 곤란하다. 제약산업계는 제약 선진국인 미국 FDA나 EU EMEA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아 전문 심사인력 증원을 요구해 왔다.전문심사 인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곧 허가당국의 권위 확보와도 같은 말이된다. 최근 한미약품이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판하는 폐암치료제의 논란에서 보듯 신약개발 R&D가 활발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의 결과 해석 등에 일반의 시선은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심사 업무에 절대에 가까운 권위가 생기지 않으면, 기업도 산업도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식약처의 전문 심사인력 강화에 기대는 크다.2016-10-27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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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미약품은 왜, 속수무책 당했나공든 탑이 무너졌다. 43년 차곡차곡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데 1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1973년 한미약품을 세운 이래 거친 도전과 모험으로 조각해 온 글로벌 R&D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적 신뢰가 최근의 늑장 공시 파동으로 적잖이 훼손됐다. 작년 대규모 기술 수출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자 유능한 연구원이기도 한 이관순 대표는 허리를 90도로 꺾어 사죄를 해야했다. 제약바이오 붐을 일으켜 투자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던 한미약품은, 이제 역설적이게도 투자심리를 약화시켜 놓은 기업이라는 원성마저 사고 있다. 정부의 신약 정책에도 부정적 기류를 만들었다는 비판대에도 올랐다.한미약품 파동은 어디서부터 꼬이고, 잘못된 것일까. 명백하게도 그것은 회사의 느슨한 위험 감수성과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회사가 '제넨텍에 기술수출을 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한 것은 9월29일 오후 4시 30분 무렵, 코스피(KOSPI)가 폐장한 후였다. 공교롭게도 베링거가 '폐암신약 후보 물질인 올무티닙(한국 상품명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온 게 이날 저녁 7시 6분이었다. 익일 새로운 장을 앞두고 호재와 악재가 겹치게 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리스크(Risk)였다. 정상적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세스'가 작동했다면, '제넨텍 호재'에 기대를 걸고 다음 날 오전 코스피 개장을 밤새 기다릴 투자자들을 무겁고 엄중하게 의식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30일 장이 열리기 전 공시를 했어야 했다. '24시간 안 공시 같은 규정'을 염두에 둘 사안이 아니었다.결과적으로 한미는 그렇게하지 못해 혼란을 자초했다. 개장되고 29분이 흐르고 나서야 악재 공시를 올렸다. 회사는 여러 정황을 앞세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누가 이를 액면으로 믿어 주겠는가. 회사 내부의 책임 회피를 위한 설명으론 그럴듯 할지 몰라도 대외적 메시지로는 불충분했다. 만약, 회사가 '익일 개장전 공시의 절박성'을 인식해 최선을 다했다면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았거나, 담당자가 자리에 있든 없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장 전 공시를 했어야 옳았다. 모든 투자자들이 '호재와 악재'를 천칭 저울에 올려 투자를 결정하도록 했어야 맞다. 그게 책임있는 기업의 자세다. 작년 기술 수출을 할 때처럼 시차가 나는 외국 기업과 업무 협의를 위해 밤샘했던 것처럼 투지와 열정으로 이 문제를 다뤘다면 작금의 한미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미에겐 14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속절없이 흘려 보냈다.베링거 악재공시, 코스피 개장전 공시했어야...안일함이 화 불러'베링거 개발 중단 악재'를 개장 전에 공시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런데 실책은 실책을 부르는 것일까. 파동이 불거진 이후 한미가 제대로된 메시지 한 줄 내놓지 못한 것은 더 한미답지 못한 실책이었다. 30일, 일반 투자자들이 '악재를 장전에 공시하지 않아 손실을 보았다'며 분노하자 언론들은 일제히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보겠다며 달려 들었다. 언론들이 베링거 개발 중단 사유를 의심하고, 작년 기술수출액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방향에서 문제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후 4시께 식약처가 '올리타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자 아주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확산됐다. '약을 먹고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늑장공시, 임상시험중 사망사건 등이 한 덩어리로 묶여 한미를 통째로 휘감아 버리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금쪽같은 금요일과 토요일은 흘러갔다.만약, 금요일 오전부터 선제적으로 움직였으면 어땠을까? 제약 기술수출(라이센스 아웃)의 특수성은 무엇이며, 얼마나 많은 계약이 체결된 후 임상개발 과정에서 드롭(중단)되는지,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은 무엇을 뜻하는지,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의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들 말이다.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보도의 방향은 주말과 연휴를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흔하디 흔한 보도자료조차 단 한건 밖에 내지 않던 회사는 연휴 한 중간인 10월 2일 오전 일문일답형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한데, 회견으로 논란이 수그러 들기보다, 되레 기사량 만 늘려 놓았다. 선제적이지 못했던 기자 회견은 드러난 의혹에 마지 못해 해명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렇다 보니 기자회견으로 외부를 설득하려 한 것이었는지, 내부를 향한 제스처였는지 그 목적성이 헷갈릴 지경이었다. 일련의 사태를 설명해 줄 자료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무슨 자신감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특히 기자 회견에서 늑장공시와 관련한 담당 임원의 설명은 전형적인 내부용이었다. "공시 정정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중요한 건이어서 내용을 모르는 당직자나 당번에게 설명하고 승인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30일 아침 8시35분에 공시 담당자와 전화가 됐다. 8시 40분 공시 절차를 진행했다. 신속을 요하는 것은 거래소와 한미 모두 알고 있었다. 결국 늦게 공시하게됐다." 과연 이 발언은 조사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원이나 거래소에게 어떤 뉘앙스로 전달됐을까? 공동 책임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이관순 대표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사과하고, 한편에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거래소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늦어졌다고 말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얼마지나지 않자 금융 당국이 대답했다. "철저히 조사하겠다."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산업사에서 R&D를 선도해온 기업이다. 1989년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3세대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을 600만달러를 받고 로슈에 기술을 수출했으며, IMF로 실의에 차있던 1997년에는 마이크로 에멀전 기술이 적용된 면역억제제 임플란타 기술을 스위스 노바티스에 7400만 달러(내수포함)에 수출한 기업이다. 그런가하면, 개량신약 아모디핀을 개발해 새로운 장을 열었고, 곧이어 복합신약을 개발했다. 작년에는 잇따라 기술을 다국적 제약사에게 수출한 명실상부한 신약개발 R&D 기업이다. 예기치 않게 호재와 악재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위기 관리시스템 부재로 필요이상 비난에 휩싸이게 됐지만, 다시 시스템을 정비하고 추스려 글로벌 행진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이번 파동을 면밀하게 복기해 잘잘못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2016-10-13 06: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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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은 '리스크가 9할'…열광도, 실망도 냉정하게한미약품이 최근 며칠 동안 일개 기업으로선 감당하기 버거운 수난을 겪고 있다. 작년 8조원대 기술 수출을 성공시키며 일약 수퍼스타가 됐던 한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약바이오 산업계 안에 R&D 열풍을 불러 일으킨 주역이었다. 국내 제반 산업계에도 'R&D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각성시켰다. 그랬던 한미가 지난 달 29일 호재와 30일 악재가 맞물리며 '의심스러운 기업 아니냐'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코너에 몰리고 있다. 덩달아 제약바이오산업도 움츠러들었다. 전화위복이란 말처럼 이번 한미 파동은 절대금액에 가려진 기술수출의 명암을 일반인도 정확히 아는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한미약품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 위상에 걸맞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반드시 짚고 가야한다.언론을 통해 크게 증폭된 '한미 파동'은 냉철하게 선을 그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술 수출과 R&D 일환으로써 진행되는 임상시험이 한 묶음이고, 나머지가 공시와 관련한 부분이다. 공시와 관련한 의구심은 당국이 지난달 30일 오전 평소와 다른 주식거래 패턴 변화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신약개발 R&D와 기술 수출에 관한 특성에 대해서는 차갑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후 다른 기업의 기술수출에서도 얼마든 재현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술수출 한건에 과도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한국적 현상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기술을 사간 다국적사가 개발을 중단하게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출렁거리고 이 여파로 산업계 전반이 흔들리는 현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우선 기술 수출 금액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보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계약금을 빼고 나머지는 상품화를 전제로 한 가상의 금액이기 때문이다. 베링거가 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한미약품 항암제 신약 올무티닙의 작년 전체 기술 수출 금액은 계약금 5000만 달러, 단계별 마일스톤 6억800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치면 계약금 552억원에다 마일스톤 6955억원이다. 계약금은 일종의 서명 보너스로 당장 수익이지만, 나머지 금액은 다 조건부다. 마일스톤은 임상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즉 상품화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추가로 받기로 약정한 한 돈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기술수출은 본격적인 신약 연구의 또 다른 시작일 뿐, 그 자체로 대박의 완성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상품화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제약바이오산업의 R&D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지름길이다.임상개발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사망사고에 관한 이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다. 이번 한미파동에서도 항암제 올무티닙 임상시험에서 2명이 사망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서 졸지에 사람잡는 약으로 뭇매를 맞았다. '사람이 죽었다'는 말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 한미가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해명을 할수록 오히려 의혹이 더 증폭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식약처가 4일 전문가 회의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긴급히 열어 '허가를 유지한 상태서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로 결론을 맺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시중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의약품은 약효와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이 약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을 상회하는 혜택을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해서 이는 철저히 전문가 영역이다. 그런데 이 영역에 일반의 잣대를 들여대기 시작하면 어떤 신약개발 연구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부작용은 없으면서 약효만 드라마틱하게 나타낼 수 있는 의약품 개발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것 만이 기준일 수 없는 게 신약개발의 현실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 3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이 허가되지만, 이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시판후 약물사용 성적조사(PMS)를 한다. 이를 임상 4상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의약품은 의사와 약사라는 전문가를 통해 사용되면서 끊임없이 관찰돼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약품의 특수성이다.작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계기로 정부가 앞다퉈 지원정책을 내고, 사회가 신약개발 R&D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준 것은 산업 100년사에서 처음보는 것으로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 못지 않게 냉철하게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사간 신약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도, 이를 성공신화가 무너졌다는 식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기업이 움직일 공간은 지나치게 좁아질 것이다. 해서 임상과 같은 전문 사항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외국 신문들이 보는 이번 파동은 '베링거인겔하임이 도입한 물질의 개발을 중단했다. 한미는 하나를 얻고(제넨텍 기술수출), 하나를 잃었다' 정도였다.한미약품 역시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하면, 그에 걸맞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갖춰야 할 것이다. 위상에 맞게 사안이 발생하면 정확하게 그 실상의 배경부터 소상히 밝히고 참고자료까지 다 제시해야한다. 회사의 메시지 역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일반이 곡해를 할 수 없을 만큼 통일되게 내야할 것이다. 이번처럼 의혹이 먼저 불거진 후 그것을 해명하는 식으로 대처하다보면 어떤 진실을 말해도 곧이곧대로 들릴 확률은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미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일신해야 할 것이다. 사안이 발생한 경우 그 위험의 정도를 민감하게 알아채 내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알기쉽고 명쾌하게 상황을 설명할 능동적인 전문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무리 유능한 연구개발 전문가라도 긴급한 상황에서 언론과 직접 대면해 제대로 소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2016-10-05 06:15:00데일리팜 -
[칼럼] 주연 배우로 단상에 선 '미스터 성실' 김승호그날 아담한 체구의 이 원로 배우는 국내 의료계 명사, 외국 파트너사 대표 등 300명 가까운 내빈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우리 나이로 여든 여섯인 그는 꼿꼿한 자세로 A4 용지 한장 분량의 원고를 또박또박, 호흡 한번 흔들리지 않고 읽어 나갔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환영 인사를 끝 마쳤다. '미스터 성실'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그의 모습에서는 반복된 연습의 흔적이 엿보였고, 얼굴 표정에는 글로벌 경영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과 강렬한 열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보령제약그룹 김승호 회장 이야기다.김 회장이 9월27일 저녁 7시 라움 마제스티 볼룸의 단상에 선 것은 보령제약이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26차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의 주 후원사(이 세계에선 메인 스폰서라 통용)였기 때문이다. 보령은 학술대회 조직위원회와 함께 성공적인 학술대회를 축하하고, 보령의 글로벌 신약 '카나브'의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려 '카나브 나이트'를 열었다. 후원사의 특권인데, 지금껏 이 역할은 빅파마 독차지였다. 능력이 된다해서 아무나 메인 스폰서가 될 수는 없다. 글로벌신약이 있고, 학회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가능하다. 서울대회여서 국내 의료계의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국산신약에 관한 이해와 소통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진전이다.국내 제약산업 연구개발사에서 카나브의 위상은 독특한 측면이 있다. CCB계 고혈압치료제가 득세하던 시절 다국적사의 관심사였던 ARB계 고혈압치료제 개발에 동참해 18년간 연구한 끝에 2011년 발매에 성공했다. 국산 신약 가운데 드물게 시장성이 제일 큰 만성질환치료제라는 점에서 잠재력을 갖췄지만, 이 계열 약물 중 9번째로 제일 늦게 나왔다는 약점도 안고 있었다. 해서 경기장 안에 뛰어들어 피흘리며 싸우는 보령제약과 달리 경기장 밖 관객들은 '너무 늦었다'며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경쟁자들이 숟가락을 들고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새 숟가락을 쥐었다지만 끼어들 틈새가 있겠냐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1957년 서울 종로의 5평 남짓한 공간에 약국을 차려 오늘의 보령제약그룹까지 키워낸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제3지대를 주목했다. 어려운 길이었다. 그는 멕시코 등 중남미국가로 직접 날아가 비즈니스 활동을 펼쳤다. 젊은이조차 버거운 먼 길을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심경으로 달려갔다. 그 결과, 발매 5년차인 현재 41개 국가에 총3억7530만 달러 규모의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며 경영의 무대를 세계로 넓혀나가고 있다. 평생 성실을 트레이드마크로 살아온 그는 늦게 나온 약점을 바로 그 성실과 뚝심으로 극복하며 승부를 걸고 있다.'성공한 기업가보다 성실한 기업가'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끊임없이 성실과 노력으로 '글로벌 대문의 빗장'을 풀며 한걸음씩 세계로 행진하고 있다. 카나브와 이뇨제 복합제를 비롯해 '카나브와 로수바스타틴(고지혈증약) 복합제' '카나브와 CCB계 고혈압 복합제' 등 빅파마 들의 궤적을 좇아 빠르게 그들을 추격하고 있다. 임상에 참여한 시험대상자만도 3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를 근간으로 보란듯 세계 최고학술대회의 메인 스폰서가 됐고, 88개국 심혈관 임상전문의 3500여명 앞에서 국산 신약의 우수성을 알렸다.평생 성실했지만, 평생 외국 제약회사들이 만든 신약을 '을의 입장'에서 들여왔던 김승호 회장은 카나브 나이트에 카나브를 들여다 판매하는 외국 제약회사 대표단 수십명을 초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보령제약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적인 제품으로 심혈관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환자들의 건강증진과 의료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당한 갑의 탄생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그 만의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서 승부를 걸고 있는 원로의 모습, 바로 작은 거인이었다.2016-10-04 06:1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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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 밥은 내 돈으로, 청탁 대신 떳떳하게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늘(28일)부터 발효된다. 2012년 8월16일 입법예고된 이래 대략 4년 만으로, '부정청탁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라는 원래 법률명이 보여주듯 이 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아주 오랜 세월 만들어 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온 온갖 관행들과 풍속에 대해 그것이 정당한지 혹은 위법한지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게 될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도 모든 행위에 '이건 괜찮을까?'를 자문하게 될 것이다.보건의약계로만 한정해 볼 때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본부 등 중앙 행정기관을 비롯해 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유관단체, 데일리팜을 비롯한 전문언론, 의대를 갖고 있는 대학병원 교직원 등이다. 직접 적용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이들이 쌍방으로 교제하고 접촉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사실상 보건의약계 종사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벌써부터 민원인을 만나야 하는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만남 자체를 회피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이고, 공직자 등을 만나야하는 사람들도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게 이 법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만을 벗어나 위법과 적법의 경계선에 있는 모호한 회색지대가 아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해석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법 시행초기 적잖은 혼선은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 법이 제정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부패 한 관행을 넘어서지 않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는 불가능한 지경이다. 우리 모두 인지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런 만큼 우리 모두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법이 매우 포괄적이고 복잡해보이지만, 실은 간단한 문제다. 정당한 절차와 상식, 합당한 논리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에 내 이익을 관철하겠다고 반칙을 하지 않으면 된다. 내 밥, 내 돈내고 먹으면 될 일이다. 이 사회 일원으로서 데일리팜은 새 법을 준수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2016-09-28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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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LG생명과학 몸통만 품으면 다 갖는 걸까?LG생명과학이 모그룹에서 분사한지 14년 만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 품안에 안겼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회사 중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아 FDA 문턱을 우리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했다. 산업계 내부에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실질적인 투자실적과 연구의 결과물로 보여준 곳이었다. 비록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이 대단한 상업적 성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작년 대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과 함께 한 때 신약개발 R&D의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LG생명과학은 대표적인 신약 R&D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다른 국내 기업들이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의식해 겨우 체면 치레로 R&D비용을 쓸 때 LG생명과학은 매출액 대비 10%가 훨씬 넘는 금액을 투자해 나갔다.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큰 FDA 신약 팩티브가 상업적 성공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첫 경험의 달콤함을 맛본 경영진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고, 과감한 투자는 이어졌다. 해서 제약산업계는 LG그룹의 인내심 혹은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투자자본수익률(ROI)이란 계산기'를 시시때때로 두드려대며 변덕을 부려댄 다른 대그룹에 비해 남다르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한 때 역시 LG라는 말이 통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그에 따른 보상이었을까? 2007년 간질환치료제를 혁신기업 길리어드에게 계약금과 마일스톤 2억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 수출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개발과정에서 부작용이 발견돼 프로젝트를 포기해야만 했다. 제약산업에서 프로젝트 포기는 병가지상사다. 신약개발에는 기대 만큼이나 늘 위험이 상존한다. 가능성 있는 5000~1만개 화합물로 개발에 들어가 상업적 성공까지 이르는 후보물질은 1~2개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깔데기 모형으로 실패를 늘 곁에 두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이후에도 매출액 R&D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목표점이 글로벌 신약개발에서 돈 되는 연구로 낮춰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989년 9월 의약품사업부를 뒀던 럭키(LG그룹 전 사명)가 안진제약을 인수했을 때 국내 제약기업들은 제약협회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어 대그룹의 제약산업 진입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중소기업들은 몰락할 것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그 때 럭키 등 제약업 진출을 모색하던 대그룹들은 신약개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는 논리로 맞섰고, 안진제약 럭키제약 LG생명과학은 초지일관 그 약속을 지켰었다. 다른 그룹들이 반짝 R&D를 하는 척하다가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며, 기존 제약사들과 이전투구를 벌일 때도 LG는 '연구회사'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일까? 신약 R&D에 집중하는 기업 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일했던 연구자, 글로벌 사업 개발자들이 회사를 나와 차린 제약바이오벤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벤처사의 가치를 합하면 LG생명과학보다 높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LG화학은 최근 생명과학에 대한 흡수통합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 1월 합병하게 되면 바이오사업에 해마다 3000~5000억원을 투자하고, 신약개발 프로젝트도 확대해 수행하겠다고 소개했다. 다행스럽게 들리지만, 이런 발표가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에 자극받아서 혹은 뜨고 있는 제약바이오 열풍에 편승해 나온 수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LG화학은 생명과학의 신약개발사를 통해 배우겠지만, 그동안 LG생명과학이 R&D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고 노력해 높은 단계에 이르렀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 분야의 신약개발이 얼나마 지난한지, 혹은 그리 달콤하지만 않은지 모두 기억해야 한다.한미약품이 작년 기술수출을 성공하고 난 후 "13년간 30명의 연구진이 랩스커버리 기술만 연구했다"고 밝혔을 때 한국식 오너(개인적으로 오너라는 말을 극히 꺼려함) 경영체제도 나름 장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점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 만큼 신약개발에는 '도전과 모험을 마다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오너가 신약개발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면 한미약품의 반대 결과도 얼마든 초래할 수 있다. 해서 오너경영이 나은지, 전문경영인체제가 바람직한지는 아직 물음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경영진이 NPV(순현재가치)같은 돈 기반의 잣대를 즐겨 어루만질 때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수시로 내동댕이 쳐지는 애물단지일 뿐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해서 LG화학의 결정은 현재로선 기대반, 우려반이다.2016-09-20 12: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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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동·임상 대상자 안전, 1만번 강조해도…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의약품 생물학적 동등성시험과 임상 1상시험 대상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중복참여 자동예방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임상 1상과 생동시험에 참여한 사람이 3개월 안에 다른 시험에 또 참여하는지를 자동으로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 강화는 언제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보완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인 까닭에 식약처의 이번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우리나라는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 역량 등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시험대상자 모집이 용이하고, 비용대비 효율도 좋아 해마다 임상시험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들어 의약품 개발 역량이 높아지는데다, 제네릭 비즈니스도 활발해 앞으로 임상1상 시험이나 생동시험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의약품 산업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와 비례해 시험대상자 안전관리도 더 철저히 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생동성시험이나 임상시험은 환자 치료와 관련한 의약품을 허가하고, 더 나은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늘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일제 식민시대의 트라우마 같은 용어인 '마루타'라는 말까지 동원해 아르바이트처럼 비쳐지는 임상시험의 철저한 관리를 주문하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도록 식약처는 더 깐깐하게 시험대상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임신부 입덧치료제로 개발돼 기형아 출산을 양산했던 탈리도마이드 부작용 등을 계기로 임상시험 윤리와 제도는 크게 강화됐다. 마루타 같은 무지막지한 시험이란 있을 수 조차 없다. 그렇다해도, 임상시험은 인간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 99.9% 안전을 담보해도 나머지 0.1%를 간과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국민 신뢰에 바탕을 두고 유지되는 임상시험 제도는 작은 실수 하나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참여자 중복을 막는 자동 프로그램만 의존하지 말고 제2, 제3의 보완책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 시험대상자 관리 못지 않게 시험 주체들의 관리도 방심해선 안될 것이다.2016-08-25 12: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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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약협 '리베이트 손가락질'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다서울 서부지검 수사로 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져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제약협회가 오늘 정오 이사회 자리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의심되는 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다수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업체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명단을 공개해 '점잖게 타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제약산업이 국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어느 때보다 주목받기 시작한 때 다시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터져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게 되면, 모처럼 잡은 성장 모멘텀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제약협회의 깊은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의지는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가 산업의 정책, 특히 보험약가 인하의 오래된 빌미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구습을 정리하고 가자는 결단에도 수긍할 수 있다.그렇다해도 무기명 설문을 통한 리베이트 의심기업 설문조사는 한마디로 말해 '대놓고 망신주기'에 불과할 뿐이다. 우선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수사권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대체 무슨 근거로 다른 기업을 죄있어 보인다고 의심한다는 말인가. 민주주의 사회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사단법인 산하 이사회가 어떤 권한으로 불법을 저지르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특정기업, 작은 기업을 찍어 내려한다'는 억측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리베이트를 수사하는 경우에도 각종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기소 절차를 밟고, 기소된 후에도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는 게 대한민국이다. 제약협회는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이지만, 절대 비밀은 없다. 설령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쳐도 그 자체로 집단이 한두 곳을 모욕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제약협회의 용기는 가상함보다 폭력적으로 비쳐진다.무기명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면 이는 실효성도 없으면서 제약산업계 내부 분란만 부추기는 악재가 될 게 틀림없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처럼, 보복을 염두에 둔 고발전이 난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현장에 있어야 할 영업사원이 모두 나서 상대방 회사의 비리를 들추고 캐는데 혈안이 될터인데 설마 제약협회가 이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약협회는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도 선할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신중하고 또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2016-08-23 11:13:08조광연 -
[사설] 정부 감기항생제 관리, 실속있게 꼼꼼하게또다시 항생제 내성과 전쟁이 선포됐다. 정부는 1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86회 국가정책조정 회의를 열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확정했다. 의약분업 도입해야 하는 문제의식 중 하나가 의약품 오남용 방지, 특히 항생제 오남용 예방과 방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후 15년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하다가 이제와서 또다시 이 같은 대책을 내는지 는 의아하지만, 그럼에도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을 생각할 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낸 OECD 국가와 인체 항생제 사용량 비교(20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 중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 이는 스웨덴 14.1명과 견줘 2배 이상 높은 것이며, OECD 12개 국가 평균 23.7명과 견줘도 크게 높은 수치다. 항생제 사용량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내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범 국가차원에서 '줄일 곳은 확 줄이고, 알릴 곳은 철저히 알려야' 할 것이다.위생 환경이 좋지 않던 시절 감염병 치료제로 쓰였던 이른바 '마이신'은 국민들 사이에서 '기적의 치료제' 처럼 인식돼 아직도 자신의 처방전에 마이신이 들어있어야 안심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의료 현장에선 말한다. 환자들은 그렇다쳐도 관행적인 항생제 사용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들이라면 스스로 항생제 저감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전문가 리더십일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만 제한적으로 써야하고, 이 같은 사실을 만나는 환자들에게 평소 설명하면 더 좋을 것이다.약사 전문가들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환자가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대로 중도에 중단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내성을 키우지 않도록 복약상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환자들 중에는 복용량이나 복용기간을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처방 조제된 약포지에서 항생제라고 생각하는 약을 빼 놓았다가 몸이 아플 때 이를 마음대로 진단해 복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이 역시 평소 복약상담에서 교육돼야 할 부분이다.정부의 역할은 더 크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라고 하니 '젖소 농장과 가두리 양식장'으로 유통되는 항생제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어차피 고기든, 생선이든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면 내성의 유발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관리 대책에는 내성균 치료제 개발 지원도 포함돼야 한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수습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캠페인 메시지 선정도 면밀히 해야 한다. '감기에는 항생제 먹지 않기' 처럼 부정적 문구를 강조하게 되면 의약사들의 전문가적 충고가 파고들 틈새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전문가 역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여간 정부 정책을 또 믿어본다.2016-08-16 12:1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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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동 소송'…성균관 Vs 충북대 '닮음과 차이'제약산업계는 물론 나라 전체를 들쑤셔 놓았던 2006년 의약품 생동시험 조작사건이 흐릿해진 2016년 여름, 어쩌면 그 때보다 더 암울하고 답답한 이야기 한편이 회자되고 있다. 생동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성균관대학교가 정부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다음, 생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지 모 교수와 그의 연구실에서 공부했던 대학원생 4명에게 60억 원을 토해내라고 구상권 소송을 제기한 내용이다.간략히 현 상황을 요약하면, 지 모 교수는 구상권 소송이 제기되자 개인파산 신청을 해 선고 받고는 '배째라 식'으로 대응하다 K대학 특임 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해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형사소송 사건에서 참고인 조사만 받고 혐의에서 풀려났던 4명의 대학원생은 지 교수가 떠난 자리에 볼모처럼 잡혀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평생 발버둥쳐도 갚을 길이 없는 감옥에 갇혀 버렸다.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은 지 교수는 생동조작 사건의 장본인이자, 정범 임에도 불구하고 성균관대를 나와 교수직을 잃은 것을 빼고 사실상 잃은 게 없다. 대학원생들과 견줘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연구 부정행위자는 학계에서 용인될 수 없는 사람인데도, 그를 버젓이 특임 부총장으로 받아들이는 K대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약품 생동성 시험은 생명과 직결되는 연구인데, 이를 속인 사람이 좁은 문 중의 좁은 문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는 현실이 기 막히다. 성균관대가 대학원생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데는 학생들이 생동조작에 개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판단이 가능 하려면 대학원 연구실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학생의 이견 제시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과 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뚜렷한 이익이 전제돼야 한다. 2006년 지 교수의 연구실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인가.한데 소송에 연루된 대학원생은 데일리팜과 인터뷰에서 "교수가 지시하는 일부분에 대해 실험을 해 결과를 보고하면 최종 보고서 작성과 총괄 작업은 모두 교수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교수가 지시하거나, 큰 관용을 베풀 때만 비로소 수줍게 입을 여는 게 거의 모든 대한민국 대학원 풍경 아닌가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충북대에서도 있었다. 학교는 해당 교수에게만 구상권을 청구했지 대학원생에 대해서는 '지도교수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충북대 대학원 분위기가 성균관대보다 더 강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성균관대 대학원이 지도교수의 지시에 고개를 갸웃하며 "교수님 지시대로 하지 못하겠습니다"고 할만큼 자율적이었을까?물론 두 대학 간 구상 금액의 차이는 있다. 충북대는 37억원 정도고, 성균관대는 60억 원이다. 그런데 사후 조치는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국립대와 사립대 간 문화의 차이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기업 마인드냐, 사람과 인재를 키우는 학교 마인드냐의 차이일지 모른다. 대학원생에게 털끝 만한 잘못도 없다고 강변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균관대는 그만 대학원생들을 풀어줘야 한다.2016-08-03 12: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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