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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사설] 등잔 밑 숙제를 미루고 미래를 말하지 말자

  • 데일리팜
  • 2017-01-01 06:14:54

다시 새해 아침을 맞았다. 오늘 이 아침을 눈 앞에 두고 우리는, 모두 힘겨운 나날을 보낸 후 받은 선물로 여기고 싶어한다. 초를 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아침이 비온 뒤 저 편 하늘에 근사하게 떠오르는 무지개는 아니며, 또다시 치열하게 살아내야 할 나날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먼 미래를 꿈꾸고 말하려면 당면한 숙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뛰어들어 직접 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윤곽만 보이는 숙제와, 우리들 곁에 다가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숙제와, 한창 풀고 있는 중 느끼는 막막한 과제를 함께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새해 아침과 희망과 함께 숙제를 동시에 꺼내본다.

작년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간 세기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진군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전주곡이었다. 이미 보건의약계도 4차 산업혁명의 첨병들이 펼치는 활약상들을 우리는 경험 중이다. 인공지능과 이를 탑재한 로봇들이 병원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자리를 차지한 채 의사와 약사, 그리고 보건의료시스템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너희들은 우리를 어쩔건데?라고 말이다. 교과서를 통채로 외웠다는 왓슨은 환자의 조직검사,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결과를 입력하자 8초 만에 의료진이 흡족해 하는 해답을 제시했다. 병원 약제부에 근무를 시작한 조제로봇들은 인간약사들이 안전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항암주사제 조제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낼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뛰어온 제약산업은 과제를 수행하며 중간중간 기특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진행될수록 불쑥불쑥 나타나는 장애물 때문에 막막함을 느끼며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2015년 한미약품의 몰아치기식 기술수출로 희망의 불씨를 품었던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일부 수출계약의 중도 해지와 일부 기업들의 프로젝트 중단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섰던 기업들은 물론 관찰자들까지 시계제로 안갯속으로 들어서 행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보내는 즉각적인 갈채와 비난과 야유다. 기업과 나라경제 환경을 볼 때 신약개발 외에 별다른 선택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숙제는 인내심으로 격려하며 기다리는 것 뿐이다.

점차 첨예화되는 전문 직역간 갈등은 해묵은 과제인데, 더 큰 문제는 중압감에 짖눌려 누구도 관심있게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안에서 맞부딪힐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약사들은 성분명처방 앞에서 의도적으로 숨고르기를 한다. 갈등 조정자인 정부는 성분명처방 문제가 의약사들의 이해관계보다 앞서 시민들의 편의나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인데도 모른척하고 있다. 한의사와 약사간 갈등 과정에서 행해진 애매모호한 조정의 결과인 한약사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지 않고, 약사와 한약사간 갈등 역시 외면한다. 현대의료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 양상은 건건이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며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직역 사이의 갈등은 해를 묵을수록 커져 미래 값비싼 대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재됐던 부작용들, 다시말해 시대적 상황적 숙제들을 그때그때 해내지 않고 방치한 '종합적인 결과'를 우리는 2016년 이 사회에서 또렷하게 지켜보았다. 새해 아침, 절망을 말하기 보다 희망을 먼저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편안하다. 그러나 엄중하게 놓여진 우리들의 과제를 떠올려보고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노력은 우리 삶에 매우 직접적인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해 2%를 밑돌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금리인상 등 우울한 경제환경 변화는 개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내일은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며 등잔 밑 숙제도 꼬박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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