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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한뉴팜 오너 2세의 숙제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대한뉴팜이 이원석 단독대표 체제(46· 사장)를 가동한다. 오너 2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석 대표는 창업주 이완진 회장(72)의 장남이다.예고된 인사다. 이원석 대표는 사실상 대한뉴팜 후계자로 낙점 받아왔다. △이완진 회장 자녀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여동생보다 4배 많은 수증 규모 △지분율 등이 근거로 작용했다.이원석 대표의 장점은 회사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회사에 들어와 마케팅, 사업개발, 경영관리, 제약영업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2021년에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단독대표와 사장 승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이원석 대표는 취임사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인체의약품, 동물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사업부 별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가슴 뛰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다만 기대감과 동시에 숙제도 공존한다. 우선 과제는 기업가치 제고가 꼽힌다.대한뉴팜 시총은 1월 5일 종가 기준 1232억원이다. 동일 상장 주식 수(1435만4920주) 대비 고점인 2015년 5월 20일 4888억원과 비교하면 75% 정도 빠진 수치다. 7년 새 4분의 1 토막이다.범위를 5년으로 좁혀도 흐름은 비슷하다. 대한뉴팜 시총은 2017년 2월 28일 2713억원으로 고점을 찍고 현재 1232억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수 년 간 시총 감소 현상이 지속됐다는 의미다.통상 시총은 미래 기업 가치와 연동된다. 대한뉴팜의 주가 하락은 향후 투자 유치 등에서 불리할 수 있다. 또 기존 주주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두 번째는 낮은 지분율이다. 이원석 대표의 현 지분율은 6.97%(100만주)에 불과하다. 100만주 모두 아버지에게 받은 지분이다.2대 주주지만 여동생 이지민(43)씨의 실질적 지분율 4.06%(대한뉴팜, 아벤트코리아, 엠앤비솔루션즈)와 큰 차이가 없다. 향후 아버지 이완진 회장(26.53%) 증여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불씨는 남아있다.내수 의존도도 줄여야 한다. 이원석 대표는 취임사에서 글로벌제약사를 언급했다. 다만 회사의 지난해 3분기 해외사업부 매출 비중은 6.8%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수출 매출은 2020년 152억원, 2021년 153억원, 지난해 3분기 누계 102억원으로 정체된 상태다.2세 경영이 본격화된 대한뉴팜. 이원석 대표 앞에는 기대감과 동시에 숙제도 공존하고 있다. 숙제 해결 능력이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2023-01-06 06:00:04이석준 -
[기자의 눈] 형편없는 바이오기업 되지 않으려면[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임상시험 결과 발표에서 중요한 점은 1차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 입증 여부다. 1차평가지표는 해당 임상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주요 연구결과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뜻은 임상에서 확인된 효능 등이 우연이 아니고 약에 의해서 나타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지난해에는 일부 기업이 자사에 유리한 주관적 지표만 공시해 논란이 일었다. 한 바이오기업은 1차평가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자의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공개된 데이터에 대해 논란이 일자 주가는 급감했다. 현 주가는 최고가 대비 62% 줄었다. 첫 임상 결과 공시 후 3개월 간 지속된 논란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정정 공시가 나오면서 일단락됐다.또 다른 바이오기업은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1차평가지표나 2차평가지표가 아닌 주관적인 지표를 토대로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객관적반응률(ORR), 전체 생존기간(OS) 등으로 평가하는 항암제 임상 지표와 다른 지표를 임의로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공시 후 이 기업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임상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임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격이 최고가 대비 65% 떨어졌다.또 다른 바이오기업은 후보물질 임상 결과 1차·2차평가지표 중에서 2차평가지표만 충족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근거로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진행할 임상에서 평가지표를 더 유리한 쪽으로 바꿀 수 있지만 완료한 임상에서 1차지표와 2차지표를 병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은 자의적인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미국 제약바이오 업계도 바이오기업의 주관적인 임상시험 데이터 공개를 비난하고 있다. 시장을 교란한다는 이유 등을 제기한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은 '형편없는(rotten)'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지난해 논란이 된 바이오기업 7곳을 꼽았다. 브룩클린이뮤노테라퓨틱스, 사이토다인, 렐마다테라퓨틱스, 아나벡스라이프사이언스, 포르테바이오사이언스, 리제네론, 비리오스테라퓨틱스 등이다.이들은 실패한 임상을 인정하지 않고 교묘하게 긍정적인 말로 포장했다. 또 임상 결과에서 회사에 유리하게 나온 데이터, 회사가 원하는 데이터 등만 따로 뽑아 '좋은 결과를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환자들을 취사 선택한 분석 등이다. 이는 바이오마커 등에 기반을 둔 환자 분류와는 다른 방식이다. 임상 실패를 임상시험위탁기관(CRO)이나 환자, 병원 등 3자 탓으로 돌렸다.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성공 여부가 곧 기업가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오기업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임상 실패 시 정확한 내용과 앞으로의 전략을 주주에게 알리는 것이 교묘한 말로 성공이라고 포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국내 바이오기업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피어스바이오텍은 지난해 임상 실패를 발표한 모범적인 바이오기업 사례로 제넨텍을 선정했다. 제넨텍은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간테네루맙' 임상 3상에서 1차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에서 인종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반성했다.새해에는 임상시험 결과 공시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이오기업들의 성숙과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다.2023-01-05 06:16:15황진중 -
[기자의 눈]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려는 정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중국발’ 일반의약품 감기약 사재기 사태가 결국 약국의 판매 수량 제한 조치로 이어질 모양새다.식약처는 지난달 30일 복지부, 관세청과의 부처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감기약 판매수량 제한 조치 계획을 발표한 이후 4일만인 3일 서면으로 ‘공중보건위기대응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앞서 식약처는 해당 회의에서 감기약 유통 개선조치 시점과 대상, 판매 제한 수량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이번주 들어 대한약사회에 감기약 판매 수량 제한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다. 해당 안에는 감기약을 1인 1회 3~5일분 판매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는게 약사회 관계자의 말이다.실제 다수 약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주 안으로 감기약 판매 제한 조치의 구체적인 실행, 규제 방안 등이 확정되고, 내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일부 약국, 중국인의 ‘일탈’ 행위에 따른 경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판매 수량 제한 조치가 긴급하게 현실화되면서 그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지난해 초 오미크론 발 코로나 확산으로 해열·진통제 등 일부 감기약의 대대적인 품귀와 품절로 약국들이 몸살을 앓을 때에도 꿈쩍을 않던 정부였다. 하지만 이번 중국 보따리상의 감기약 사재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데 따른 정부 방침이 알려지고 실행되기까지 10여일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여기에 이번 조치의 실질적인 불을 붙인 ‘하남 약국발 600만원어치 감기약 판매’ 사례도 아직 미궁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실제 하남시 보건소는 관련 기사의 보도 지역인 하남시 망월동 일대 39곳의 모든 약국을 28일부터 29일까지 전수조사 했고 그 결과, 600만원 어치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문제는 이번 약국의 감기약 판매 수량 제한은 곧 일부 중국인을 넘어 우리 국민의 의약품 구매 이용 제한이자 불안을 초래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각 태우는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정부가 이번 제한 조치 계획을 발표한 직후 감기약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약국들에서는 발표 전보다 감기약 판매량이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기존에 1개 살 소비자도 미리 쟁여두겠다는 심리로 3개를 사간다는 말도 나온다. 과연 이번 조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당한 제제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2023-01-03 18:37:26김지은 -
[기자의 눈]레블리미드 '유지요법' 급여에 거는 기대감[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다발골수종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이 4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2023년 새해부터 보험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9년부터 한국BMS제약은 적극적으로 등재 절차를 진행했지만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레블리미드는 2019년 9월, 2020년 6월 그리고 지난해 9월 CAR-T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 상정으로 주목을 끌었던 암질심에 상정되기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는 이식 가능 및 불가능 환자 모두에서 유일하게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가장 높은 수준의 선호 치료로 권고하고 있고,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일한 유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이것이 보건당국의 시각에선 다르게 보여진 듯 하다. 환자에겐 매력적인 옵션이지만 정부 입장에서 병세가 호전된 환자가 일종의 예방 차원으로 복용하는 약물에 보험재정을 할애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던 것이다. 또 재정 측면에서는 환자가 유지요법 시작 후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일종의 '예방'을 위한 지속적 약물의 투여, 원래 없던 개념은 아니다. 만성질환에서는 이미 치료가 아닌 '관리' 개념으로 약을 복용해 왔으며, 항응고제처럼 약의 존재 이유가 예방인 경우도 있다.문제는 보조요법과 유지요법이 항암 치료 영역에서 등장하면서부터다. 등장이 버거운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암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무섭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이 80%에 육박하는 질환도 있다.하지만 지금은 고가약 시대, 그 시류를 이끌고 있는 항암제를 예방 목적으로 처방하고 여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반대로 제약업계 입장에선 확실한 트렌드다. 기존 항암제들은 꾸준하게 보조요법과 유지요법 적응증을 추가하고 있으며, 아예 첫 적응증이 보조요법인 항암 신약들도 연이어 허가되고 있다.이같은 점에서 레블미드 유지요법의 급여 등재는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제약사들은 그간 손에 쥐고 먼 산만 보고 있던 보조요법과 유지요법 적응증에 대한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레블리미드의 자진 약가 인하를 놓고 벌써 얘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유지요법과 보조요법이 풀어야 할 숙제다.재발과 전이는 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치명적인 요소다. 단순히 손익만 볼 것이 아니라, 약제 별 특수성과 환자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믈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와 제약업계 생태계를 감안한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한 정부와 제약사, 양측 이해 당사자 모두의 노력은 필수다.2023-01-03 06:00:03어윤호 -
[기자의 눈] 600만원어치 감기약이 불러온 나비효과[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결국 정부가 일반약 감기약 판매 수량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복지부 권고와 약사사회 자정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특단의 조치다.정부는 이번 주 초 공중보건위기대응위원회를 열어 유통 개선조치 시점과 대상, 판매 제한 수량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약국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이 같은 조치의 시발은 경기 하남에서 중국 보따리상이 감기약 600만원어치를 싹쓸이해 갔다는 한 언론사 보도였다.복지부가 자정을 촉구하고, 약사회가 약국에 대량 판매를 금지할 것을 주문한 이튿날 하남 망월동 지역 약국에서 중국 보따리상이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사갔고, 대량 구매 문의가 있었다는 내용이 발단이 됐다.600만원어치 감기약이 되기 위해서는 가로30cmx세로38cmx너비30cm 크기 덱스피드 17상자가 돼야 한다.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싹쓸이해 갔다는 것인데, 직접 600만원어치 감기약의 부피를 가늠해 봤다.10캡슐x120개들이 덱시피드 상자가 무려 17개 있어야 하는데, 가로30cmx세로38cmx높이30cm 상자를 4박스씩 4칸으로 쌓았을 때 크기는 60cmx152cmx60에 낱개 1박스가 된다.100개들이 한 박스를 가정해 아래칸에 4박스, 위로 5박스를 쌓았을 때 부피를 계산해 보니 일반약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탁센을 기준으로는 가로70cmx세로100cmx높이48cm가 된다. 가장 보편적인 크기의 화콜을 기준으로는 가로96cmx세로140cmx높이37.5cm, 애드빌은 가로 62.5cmx세로150cmx높이50cm가 된다. 박스 크기가 큰 콜대원 키즈 콜드시럽은 가로 90cmx세로175cmx높이58cm가 된다. 특히 액체류의 경우 유통 담당자도 서 너 차례 옮겨야 하는 정도의 무게가 된다.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장 큰 이민용 3단 가방의 크기가 가로 54cmx세로100cmx폭34cm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캐리어에 담아 유통 가능한 수준을 넘었다는 산식이 나오게 된다.'감기약 1통을 3000원으로 가정할 때 2000통에 달하는 양을 1인이 여행용 캐리어로 운반하는 것은 통상적인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이기도 하다.하남시보건소가 망월동 소재 39개 약국을 전수 조사했지만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판매한 약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약사들도 요즘과 같은 품절 사태에 대형약국이 아닌 일반약국이 600만원어치 감기약을 보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중국 보따리상에게 감기약 600만원어치를 판매한 약국이 있다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언론 보도 하나로 코로나19 상황에서 헌신해 온 약사들이 졸지에 영리만 취급하는 소매상으로 호도되고, 자국민들에게까지 판매수량 제한 조치가 이뤄진 부분은 매우 유감이다. 일부 중국 보따리상을 제재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규제가 적용되는 점을 놓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정부 회의에서는 1회 1~2개 박스를 판매하는 제한 조치가 언급됐으며, 대한약사회 포스터에는 1인당 3~5일분만 판매·구매하고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지 않을 것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하지만 약국가는 정부의 제한 조치로 인해 오히려 가수요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 품목 등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시 구입할 수 있던 감기약에 제한 조치가 걸리다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개 정도의 상비약을 갖춰 두려는 수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오랜 시간 약국을 해왔던 약사들의 예상이다. 몇몇 중국 보따리상의 움직임과 오리무중에 빠진 600만원어치 감기약 싹쓸이의 나비효과라고 하기에는 매우 큰 파장이다.2022-12-31 11:28:30강혜경 -
[기자의 눈] 계묘년, 약사회는 2030년을 준비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내년에도 약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하다. 가깝게는 2월 화상투약기, 6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비롯해 상비약 자판기와 수의사 동물약 직구, 소분 건기식 등이 턱밑까지 가까워졌다.당장 눈 앞에 붙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2030년을 준비하며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다만 비대면진료에 경고등이 들어온 지도 최소 2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플랫폼과 일부 약국에 눈길을 뺏겨 대응 방향성을 구체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썼다. 재벌 총수 일가의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 아들로 회귀해 ‘답안지’를 들고 인생 2회차를 사는 내용이다.주인공은 예정된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성공이 보장된 선택을 하며 짜릿한 대리만족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지난 2020년 비대면진료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약사회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성공이 보장된 선택으로 짜릿한 쾌감을 줄 수 있을까. 또는 아쉬움의 반복일까. 약사회가 지금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스스로 성적표를 채점할 수 있을 것이다.2030년까지 가는 골목에는 더욱 많은 문제들이 등장할 것이다. 약사사회 내부 문제를 놓고 본다면, 약대 통합6년제 이후 나타나고 있는 20~40%의 높은 휴학률은 미리 준비해야 할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의대, 치대를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약대를 졸업하게 된 학생들이 지금의 약사와 어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약사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약사회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병원과 공직약사의 처우 개선 없이, 그리고 제약바이오산업 약사 진출의 확대 없이 지금의 약국 과밀집이 더욱 심화될 거라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외부적인 문제는 더욱 많다. 당장 소분 건기식에 뛰어든 대기업들, 계속해서 늘어나게 될 건강관리 플랫폼들, 디지털치료제, 커뮤니티케어에 관심을 갖는 의사단체를 비롯해 약국에 영향을 미칠 변화들은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을까.당장 눈 앞의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래를 연구해야 하고, 의약품정책연구소가 그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성공이 보장된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약사회는 더 깊은 고민과 연구로 약사들에게 비전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쉽지만 올해를 뒤로 하고 내년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2022-12-29 17:53:09정흥준 -
[기자의 눈] '호주 약가참조국 제외' 망설일 이유있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과연 호주는 새로운 약가참조국에서 제외될까. 정부가 제약업계의 반발에 호주를 새 약가참조국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중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반영한 수정 고시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호주 약가는 최근 한 달여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기존 7개국이던 약가참조국에 호주·캐나다를 추가하는 내용의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 평가기준 및 절차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제약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호주가 추가될 경우 내년 이후 기등재약 재평가에서 국내 제네릭 가격이 크게 인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아토르바스타틴 등 주요 약물 중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사례도 적지 않아 우려가 컸다. 다국적제약사 역시 신약 가격이 더욱 낮아져 환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취재 중 만난 전문가들은 해외 약가의 직접 비교에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해외 약가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약가란 저마다 환경에서 책정된 결과물인데, 해당 국가의 환경적 토대는 제쳐두고 결과물만 들고 와 기등재 의약품의 가격 인하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이를 아무리 한국에 맞게 보정한다고 해도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심평원의 보정 산식에 대해선 '정부 입맛대로' 만들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한 '게임의 룰'부터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제약업계의 반발에 결국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논란의 시발점인 심평원은 지난 22일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늦어도 이번 주 초에는 심평원이 호주·캐나다 중 호주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기존 개정안을 수정, 고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다만 아직 수정된 고시안은 나오지 않았다. 기존에 사전예고한 규정 개정안의 시행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다. 올해 안에 수정된 고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호주가 새로운 참조국으로 편입된다는 의미다.겨우 이틀이다. 정부가 "신중 검토"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간이다. 제약업계 다수가 불공정을 외치고 있다. 말로만 신중 검토할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시점이다.2022-12-29 06:15:13김진구 -
[기자의 눈]협의없는 비의료 건강서비스 아쉽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도' 시범사업을 위한 내년도 예산이 의료민영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새해에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정부 예산을 통해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아쉬운 점은 해당 시범사업을 둘러싼 의료민영화 반발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을 앞두게 됐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와 대한약사회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의사와 약사 면허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전문 영역을 민간 기업에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영리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시범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의약계, 정치권 간 입장 차이를 차치하고 당장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에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다. 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정말 의사와 약사 전문성이 침해당할지, 민간 기업이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질 것인지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그럼에도 소관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약계 전문가들,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업체들과 관련 논의 없이 인증제 절차를 계획대로 밟아나가고 있다. 애초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지난 2019년부터 추진에 속도가 붙었던 의제다. 그런데 왜 수 년째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갑작스레 시범사업 시행이 확정된 것인지 의문이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조규홍 장관을 향해 해당 시범사업 시행에 앞서 국회 보고나 의약계 협의가 왜 없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표했었다.복지부와 의약계, 정치권 간 동일한 시범사업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실제 의료영리화 소지가 있는지, 의약사 면허권 침해 위험이 큰지 여부가 여전히 모호한 실정이다. 의료법과 약사법이 배타적으로 설정한 면허권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설정해야 할지 세밀한 논의와 협의가 있었다면 이런 모호함이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다.'건강관리' 행위를 '의사나 약사에게만 법으로 허용 중인 면허 행위'로 볼 수 있는지 고찰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KB헬스케어, 삼성화재 등 민간기업들은 복지부가 펴낸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개발, 대국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새해 시범사업이 본격화 한 이후부터는 다양한 분야 민간 기업들이 비의료 헬스케어 서비스를 발굴해 복지부 인증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결과적으로 내년부터는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영리기업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시범사업에 대해 의약계는 반대를 지속하는 동시에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인증제 시범사업이 첫 발을 내딛은 지금,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혼란 최소화를 위해 복지부가 의약계와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2022-12-28 17:05:27이정환 -
[기자의 눈] 다가온 구조조정 공포, 관망보단 대책을[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금 미국 바이오업계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하루 건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정리해고(lay-off) 소식이 쏟아진다. 미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는 "해고 소식이 너무 많이 쏟아져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이 매체는 급변하던 코로나19 상황 때처럼 아예 '정리해고 상황판(Layoff Tracker)'을 만들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업계 정리해고 소식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이 정리해고 상황판에 따르면 올해 작은 바이오텍부터 MSD, 노바티스 등 빅파마까지 약 120건의 정리해고가 발표됐다. 적게는 열 명 남짓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미국 바이오텍들은 이전에도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상용화에 실패할 때마다 인력 감축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예 올 초부터 운영비 절감을 내세우며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사례가 유독 많았다. 3,4월에 이뤄진 34건의 정리해고 소식만 봐도 그렇다. 11월에는 무려 23곳에서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뚜렷하게 사업이 실패하지 않았음에도 비용을 절감하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대다수였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수백·수천 명 임직원을 해고하는 판이니 미국 산업 전반이 정리해고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인력 감축의 공포는 한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미 금융·IT·유통 분야에선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주요 구조조정은 글로벌 본사 지침에 따라 외국계 제약사 위주로만 실시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내년에는 허리띠를 졸라 매기 위해 고용을 줄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다른 업계보다 높은 고용을 유지했던 이 업계도 경기침체를 피해갈 순 없었다.상대적으로 재무 기반이 취약한 바이오 벤처들은 실질적인 구조조정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환사채(CB) 조기 상환 요구가 늘어나고, 비상장사들의 주요 자금 통로인 벤처캐피탈(VC) 투자도 크게 줄었다. 초기 단계의 소규모 투자 외에는 주머니를 닫았다. 결국 바이오텍들은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고 인력을 줄이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더 무서운 상황은 사업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어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것이다.물론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나친 주가 상승, 실체 없는 연구성과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거품을 거둬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높았다. 구조조정은 부실 기업들을 가려내는 순기능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칼바람은 주 사업인 연구개발에 충실한 기업에도 몰아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에만 집중하고 어떻게 하든 비용을 줄여보고 있지만 절벽으로 몰리는 상황을 막긴 힘들다. 기술이전에 성공해도 매출이 늘 일정 수준 유지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마일스톤은 기술을 사간 제약사가 임상을 끝내거나 허가를 받을 때 지급되는데, 그 시기가 매우 들쭉날쭉하다.이제야 태동기를 벗어난 연구개발 생태계가 온전히 성숙하기도 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면 다시 생태계를 세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옥석 가리기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에 충실한 좋은 기업들이 사라지면 분명히 국가적 손실이 된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생태계를 관망하지만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2022-12-27 06:15:35정새임 -
[기자의 눈] 감기약 공급 지원책 제도화 고민해야[데일리팜=이혜경 기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7일부터 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초 소아 감기약을 비롯해 해열제와 진통소염제 등 감기약 공급대란이 발생하면서 감기약 생산실적 보고 시스템을 구축했다.처음엔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수입업체로부터 매주 월요일 11시까지 이전 주 월요일 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생산·수입량, 판매량, 재고량 등을 보고 받았다. 그러다 여름이 되면서 7월 4일 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을 중단했다.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이 끝나면서 생산증대 지원방안이 중단됐었다. 수급현황 모니터링에 참여한 업체는 정기약사감시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고 행정처분을 유예하거나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받았었다.문제는 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 중단 열흘 만에 코로나 재확산에 식약처는 8월 1일부터 모니터링을 재개하기로 하고, 생산증대 지원방안도 다시 꺼내들었다. 재개된 모니터링은 여전히 시행 중이고, 생산증대 방안은 더 추가된 상황이다.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제약회사는 감기약 수급 안정화 품목 제조업체의 허가‧신고 민원 신속처리 뿐 아니라, 소포장 의무화 면제를 받고 있다.또 내년 시행 예정인 주성분 복수 규격 인정 확대와 의약품 품목 갱신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감기약 생산으로 인해 갱신 대상 품목을 생산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 갱신 불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방안이 적용 중이다.올해 상황만 보더라도 이미 감기약은 공중보건 위생에 영향을 끼칠만한 의약품이 됐다. 공급대란을 겪은 아세트아미노펜은 보험재정 영역안에서 약가인상 혜택을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과 관련해서는 한시적인 방안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제약업계는 아세트아미노펜 약가인상 당시 소포장 의무화 면제의 제도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9개월이 넘는 동안 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과 증산에 참여한 업체에 이제는 한시적인 아닌 제도화 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2022-12-26 18:24:59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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