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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릎꿇은 특례상장 기업과 K-바이오의 위기

  • 김진구
  • 2023-04-05 06:17:44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달 31일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회사의 상장폐지 위기로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는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고 호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2020·2021년 제약바이오주가 고공 행진할 때 회사의 주가는 1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2021년 중순부터 급락을 반복했고, 현재는 6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선 상장폐지 사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셀리버리 외부감사인은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대주회계법인은 셀리버리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작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551억원으로, 유동자산 300억원보다 많아 자본 잠식이 발생했다.

개별 기업의 문제일까.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선 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말 그대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산점을 주는 상장 제도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하면, 상장 요건 중 수익성과 매출 기준이 완화된다.

상장 당시에 적자를 내거나 매출이 없는 기업이라도 증권사가 일종의 보증을 하면, 상장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특례상장 기업은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 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5년 간은 매출이 없어도, 적자가 지속돼도 치명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5년이 지나도 매출이 30억원 미만(별도기준)이거나,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사업연도 말 또는 반기 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때도 관리종목이 된다. 이 같은 상황이 1년 더 지속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로 잠재력을 보증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기술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상 단계에 돌입한 셀리버리의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치료제 하나 뿐이다. 이마저도 개발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망 후보물질 발굴이 지지부진하면서 셀리버리에게 주어진 5년의 시간이 모두 흘렀다. 다급해진 회사는 당장의 매출을 위해 화장품 사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셀리버리의 적자는 누적됐다. 이 회사의 적자는 2018년 41억원에서 지난해 386억원으로 확대됐다.

제약업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이후로 제2, 제3의 셀리버리가 나올 것이란 우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작년 말까지 171개 업체가 낮아진 문턱을 넘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기업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171곳 가운데 60%인 103곳이 바이오기업이다.

특례상장은 2018년 이후 본격화했다. 직전년도까지 10건 내외였던 특례상장 건수가 2018년부터 2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로부터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인 5년이 도래하는 시점이 내년이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주식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들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고조된다.

상당수 바이오기업이 셀리버리와 비슷한 처지일 것으로 추정한다. 작년 재무제표상 매출이 30억원 이하이거나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의미다. 위기를 겪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전에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장주관사와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 혹은 '잠재력'이란 단어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미래만 내다보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특례상장 요건 전반에 대한 검토도 뒤따라야 한다. 아무렴 위기가 닥칠 때마다 대표가 무릎을 꿇을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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