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9 21:44:58 기준
  • #제품
  • 공장
  • 제약
  • 비만
  • 비대면
  • 신약
  • #실적
  • #3년
  • GC
  • #치료제
팜스터디

공적마스크 판매 한달 피로감…약사들 "지친다 지쳐"

  • 이정환
  • 2020-03-24 18:46:40
  • "코로나 마스크 이전과 이후로 삶의 질 확연히 달라져"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코로나19 공적 마스크 약국 판매 D+28(2월 26일부터 시작 기준). 전국민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며 일선 약국가는 현재 극한 피로 누적의 시간에 진입한 분위기다.

약사들은 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팬데믹)으로 약국 앞 마스크 구매 행렬이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채 매일 약국 문을 열고 있다.

감염병 대응과 마스크 유통 체력이 소진하면서 곳곳에서는 공적 마스크 취급 포기를 고심하는 표정도 역력해 보인다.

23일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30대 A약사는 "모든 약사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실을 알지만, 이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적 마스크 행렬에 맞서기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체력적으로 너무 지친다"고 토로했다.

A약사는 약국이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 포함돼 유통을 전담한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했다.

결혼 후 가정과 육아, 약국 운영을 한꺼번에 맡아 온 A약사는 공적 마스크 판매로 인한 소비자 갈등은 매일 서너차례 반복되는 게 일상화 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 소개됐던 것 처럼 마스크 구매를 위해 골프채 등 둔기를 들고 약국을 찾거나 약사나 직원을 향해 욕설을 하는 소비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실랑이는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변 의료기관 원장이나 직원, 단골 손님의 공적 마스크 추가 판매 같은 부탁은 쉽게 거절하기도 어려워 적잖은 업무 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적 마스크 유통 라인의 투명성을 둘러싼 일각의 의심과 비판이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하면서 훗날 코로나 사태 종식 후 약국 마스크 유통 전수조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마저 든다고도 했다.

실제 코로나 확산으로 마스크·손소독제 특별 고시 시행한 직후와 약국이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낙점된 이후 약국가는 외부 지원없이 공적 기능 강화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는데도 역설적으로 지자체와 경찰의 감시대상 취급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약국가에서 공적 마스크 취급포기를 결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체력적·정신적 부담에 따른 피로도 누적이 한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마스크 취급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A약사 머릿속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는 점이다.

A약사는 "코로나로 인해 전국과 세계가 비상사태인 점과 소비자들이 극도의 공포로 마스크 사재기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일선 약사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전신에 힘이 다 빠져서 마스크 취급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A약사는 "약국 내 마스크 전담 판매 공표 후 약국 유통량 강화, 5부제 시행, 재고 표시 애플리케이션 개발, 청와대 등 약사 독려 등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면서 그 때마다 일정부분 사기가 충천했던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매일 마스크 소비자를 줄세우고 일일이 설득하고 설명하는 작업을 상쇄하긴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약 조제나 일반약 판매 등 약국 정상 경영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감염병 시국이란 측면에서 약사가 감내해야 할 일이지만 끝나지 않을 마스크 행렬을 아무런 외부 지원 없이 한 달 넘게 대응하란 것은 취급을 포기하란 의미"라며 "일각에서 유통업체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칫 약국마저 전수조사 등 피해를 입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형국"이라고도 했다.

서울에서 약국을 경영 중인 B약사도 일부 약국의 공적 마스크 포기는 물리적으로 정상적인 약국 운영이 불가능한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B약사는 "마스크 포기 약국 사정을 들여다 보면 약사가 아니어도 이해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소비자와 크게 다퉈 경찰이 출동하거나, 관할 보건소에 일방적 주장이 담긴 민원 제기로 현장점검이 이뤄진 케이스"라며 "그나마 약국장은 어떻게든 책임감으로 버티지만 직원들이 소비자에게 욕을 먹고 약국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식구와 같은 직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약사는 "마스크 포기는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다. 경영피해를 감수하고 공적 마스크를 유통하는데 일부 소비자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때 약사는 길을 잃는다"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약국에 출입하려는 소비자를 막는 과정에서 항의와 몸싸움이 일어나는 상황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갈등 반복과 근무약사, 직원의 피로감 호소로 공적 마스크 취급 중단을 결정한 부산의 C약사도 감염병 재난사태 속 약사의 사명감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C약사는 "일주일부터 공적 마스크 배부를 포기했다. 약국장인 나와 근무약사, 직원 모두에게 상처가 컸다"며 "우리 약국의 사례가 결국 대다수 약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다만 최근 마스크 재취급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C약사는 "마스크 취급을 포기한 일주일 간 우리 약국이 커버해야 할 동네 주민들이 1500장 가량 마스크 확보에 실패했다. 일부는 약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조금 더 버텨 달라는 민원 전화도 받았다"며 "근무약사와 논의하며 민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마스크 취급 재개를 고민 중이다. 약사 사명감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순응도 역시 중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