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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장 직접 설립만 인정…인수 공장 위탁생산 규제 도마

  • 김진구 기자
  • 2026-10-13 06:00:5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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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설립한 해외공장만 일부 위탁제조 허용…인수공장은 제외
  • cGMP·EU GMP 제조소도 적용…대체 생산망 활용 제약 우려↑
  • 작년 국감 지적에도 식약처 1년째 '검토 중'…개선 일정도 미정
식약처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 공장을 직접 세우면 일부 제조공정을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가동 중인 공장을 인수해 경영권까지 확보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같은 방식의 위탁생산이 허용되지 않아 별도의 수입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장의 품질이나 관리 역량보다 '직접 지었느냐, 사들였느냐'가 허가 경로를 가르는 셈이다.

이같은 규제는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활용은 물론 의약품 공급 차질에 대비한 대체 생산망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1년 가까이 규정은 그대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구체적인 개선 방향이나 일정 없이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직접 설립하면 허용, 인수하면 제외…허가 가르는 '설립' 요건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행 의약품 허가제도는 국내 제약사가 해외 제조시설을 확보한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허가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약사법' 제31조는 국내 의약품 제조업자의 제조업 허가와 제조판매품목허가를, 제42조는 해외에서 생산한 의약품의 수입업 신고와 수입품목허가를 규정한다. 국내 제조와 해외 제조 의약품의 수입을 별도로 관리하는 체계다.

단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제3조는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 설립한 제조업자에게 일부 제조공정을 위탁하는 경우에도 국내 제조판매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규정 제3조 10항 2호

문제는 해외 제조시설을 직접 설립하지 않고 인수한 경우다. 국내 제약사가 기존 해외 제조업체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해당 규정의 적용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해외공장을 직접 설립했다면 국내 제조판매품목허가 체계에서 일부 공정을 위탁할 수 있지만, 이미 가동 중인 공장을 인수했다면 같은 방식을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제조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품질관리 역량과 별개로 '직접 설립' 여부가 허가 경로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이미 허가받은 제품이라도 별도의 수입품목허가를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허가에 제조소를 추가하는 것과 달리, 수입품목에 대한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유럽 GMP도 예외 없어…보건의료 위기 공급망 활용에도 제약

대표적인 사례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회사는 2024년 10월 독일의 백신·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를 완료했다. 지분 60%를 확보하면서 독일과 미국의 생산 기반을 갖추게 됐다.

IDT는 EU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 등 국제적인 품질관리 기준에 맞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직접 설립한 제조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행 규정상 국내 제조판매품목허가의 해외 위탁제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이미 허가받은 백신을 IDT에서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려면 별도의 수입품목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수입품목허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적잖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따르는 셈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EU GMP나 미국 cGMP 등 국제적인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한 제조소를 인수해 경영권까지 확보했는데도, 직접 설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허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해외 제조소를 인정할 때 설립 방식보다 실제 품질관리 수준과 국내 기업의 관리·통제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시설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이나 감염병 확산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해외 인수공장을 대체 생산거점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해외에 생산 여력이 있더라도 사전에 수입품목허가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

이 문제는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생산시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외 인수공장을 대체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허가 절차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1년 가까이 '검토 중'…국감 지적에도 개선 방향 미정

해외 인수공장의 위탁제조 허용 확대 문제를 놓고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1년 가까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최근 데일리팜의 질의에 "지난해부터 업계와 유관기관의 검토 요청이 있어 업계와 지속 소통하며 현재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회신했다.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한 해외 제조소까지 허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지, 지분율과 GMP 수준, 제조공정 비교동등성 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규정 개정 여부나 추진 일정에 관한 설명도 없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식약처가 밝힌 입장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 서면질의를 통해 국내 제약사가 직접 설립한 해외 제조소뿐 아니라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제조소에서도 의약품 위탁생산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식약처는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해외 제조업소의 위탁생산을 국내 제조품목으로 인정하면 제조·수입 구분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존 관리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국감 국정감사 국회(2023)

이후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국내 제약사가 운영하는 해외 제조소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조사 결과나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은 제시되지 않는 모습이다.

관련 규정의 개정 논의가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다. 식약처는 지난 2016년 국내 제약사가 일정 지분을 투자한 해외 제조소에도 일부 제조공정을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당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의 반대 의견이 반영되면서 지분투자 제조소를 인정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생산기반 보호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생산시설을 직접 인수해 글로벌 생산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는 것만큼 해외 생산거점을 활용해 의약품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달라진 산업환경을 고려해 해외 제조소의 인정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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