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1만 약사·약대생 함성,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데일리팜
- 2026-09-22 11:57:3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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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일 서울 24개 분회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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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서울 광화문에 약사와 약대생 1만여 명이 모였다. 대한약사회가 당초 5천 명을 기준으로 집회를 신고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약사 7천여 명과 약대생 3천여 명이 참여했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8년 만의 전국 약사 총궐기였다. 이번 집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단순히 ‘1만 명이 모였다’는 숫자에 있지 않다. 전국 약사들이 현재의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해야 한다. 1만 명의 함성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집회가 끝났다고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행도 전에 전면 확대…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이번 사태에서 약사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논의를 거듭해 온 사안이다. 그 과정에서 약 배송을 무분별하게 전면 확대하기보다 제한적인 대상부터 시행하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성과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의 논의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묻지 않을 수 없다. 12월 24일이면 이미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행된다. 현재 개정 의료법상 약국 외 의약품 인도가 허용되는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환자군으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먼저 시행해 보면 된다.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약사와 환자 사이의 복약지도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은 없는지, 본인 확인과 처방전 전달은 안전한지, 지역 약국과 의료체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하면 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가지고 다음 단계의 제도를 논의하면 된다.
그런데 시행하고 평가하기도 전에 왜 전면 확대를 서두르는가. 약사사회가 묻고 있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정부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 물론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 수는 있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정책적 필요가 생긴다면 기존 제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제도를 변경하려면 그 이유와 근거를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제도를 왜 더 확대하려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시행하고 검증하는 데 몇 달의 시간이 그렇게 아까운 것인가.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의 근거와 과학적 행정에도 맞는 것 아닌가.
약사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변화 거부가 아니다. 먼저 약속한 제도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인가.
약 배송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약 배송 논쟁을 단순히 약국의 영업권이나 약사의 이해관계 문제로만 보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약사사회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은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면 의료 이용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약 배송이 확대되면 의약품의 전달과 복약지도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민간 플랫폼이 의료와 의약품 전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쇼핑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지역 의료기관과 지역 약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문제를 국민에게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약사공론과 데일리팜의 보도를 보면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단순 ‘약 배송 반대에만 머물지 않고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 공공 비대면진료 지원시스템, 객관적인 평가와 관리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이 주장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1만 명이 모였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성공적으로 결집했다. 그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집회 이후의 전략이 더 중요하다.
데일리팜도 총궐기 다음 날 '이제 총궐기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향후 하위법령과 후속 입법에 대응하면서 대정부 압박과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1만명의 함성, 대의원총회서 8만 약사의 뜻으로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그 전략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8만 약사의 의견은 어떤 절차로 모을 것인가.
그래서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하다. 대한약사회에는 전국 대의원들이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대의원총회가 있다.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이라면 대의원들이 직접 모여 현 상황을 보고받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의 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12월 24일 제도 시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대한 약사회의 논리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론과 정치권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충분한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현안도 약사사회가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것이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8만 약사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여야 한다.
현재의 비상대응체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렇게 주장하면 된다. 새로운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토론하고 판단하면 된다. 그것이 대의원총회의 역할이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결정할 때다. 비상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의견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통로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의원총회는 그 통로가 될 수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미리 정해놓을 필요도 없다. 현재 집행부의 대응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더 강력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대의원들이 충분히 듣고 판단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식적인 장을 만드는 것이다.
8만 약사의 힘을 하나로 모으자. 이번 광화문에서 우리는 1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그 힘을 지속적인 정책 대응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와 협상하고, 국회와 소통하고, 언론에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약사회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대표성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12월 24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정부에는 묻자. “무엇이 그렇게 급합니까?” 약속한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리고 대한약사회에도 묻자. “8만 약사의 뜻을 대의원총회에서 확인합시다.”
임시대의원총회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특정 세력을 위한 것도 아니다. 전국 약사들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다.
1만 명의 함성을 일회성 집회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8만 약사의 지속적인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제 결정해야 한다. 1만 약사의 함성, 이제 대의원총회에서 8만 약사의 뜻으로 이어가자.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 의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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