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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신약개발, 독주보다 빛난 합주

  • 이석준 기자
  • 2026-09-14 06:00:40
  • 요약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국내 44호 신약은 한 회사가 만들지 않았다. 비임상과 제제개선, 임상·허가, 원료 생산을 국내 제약사 4곳이 나눠 맡았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 얘기다.

시작은 동아에스티였다. 초기 비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지엘팜텍은 2017년 물질을 도입해 제제개선과 원료 합성공정 개발, 초기 임상을 진행했다.

아주약품은 임상 2상부터 합류했다. 임상 3상과 품목허가를 책임졌다. 이니스트에스티는 국산 원료 생산을 맡았다.

역할은 달랐다. 목표는 같았다. 동아에스티가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엘팜텍이 신약으로 다듬었다. 아주약품은 허가로 연결했고 이니스트에스티는 상용화 기반을 채웠다.

어느 한 곳도 조연은 아니었다. 후보물질이 있어도 임상에 실패하면 신약이 될 수 없다. 허가받아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 네 회사의 전문성이 차례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신약이 탄생했다.

신약개발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후보물질을 찾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임상을 설계하고 허가당국을 설득할 경험도 필요하다. 원료와 완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시설까지 갖춰야 한다.

한 회사가 모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제한된 중견·중소 제약사에는 높은 장벽이다.

레코플라본은 해법을 보여줬다. 부족한 역량을 새로 갖추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해당 분야에 강점이 있는 회사를 끌어들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했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일을 함께 완성했다.

비슷한 장면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서도 나타난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각각 개발 중인 탈모 치료제의 생산 파트너로 위더스제약을 택했다.

성분도 다르다. 대웅제약·인벤티지랩 제품은 피나스테리드, 종근당 제품은 두타스테리드 기반이다. 개발 주체도 별개다. 생산기지는 위더스제약 안성공장으로 모였다.

위더스제약은 269억원을 먼저 투자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용공장을 지었다. 연간 생산능력은 250만 바이알이다. 미립구 크기를 균일하게 구현하는 마이크로플루이딕 공정과 무균 생산체계도 갖췄다.

개발사는 임상과 허가에 집중한다. 위더스제약은 연구실에서 만든 제형을 상업 생산 규모로 재현한다. 제품마다 별도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는 구조다.

레코플라본과 위더스제약 사례는 형태가 다르다. 하나는 신약개발 전 과정을 국내 4개사가 나눈 사례다. 다른 하나는 개발과 상업 생산을 분담한 사례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신약개발의 경쟁력이 더 이상 한 회사가 보유한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업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발 일정이 어긋나거나 한 곳에서 품질 문제가 생기면 전체 사업이 흔들린다. 성과와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명확해야 한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레코플라본은 2027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위더스제약이 생산을 맡은 탈모 주사제는 임상과 허가를 통과해야 한다. 협업의 최종 성적표는 안정적인 생산과 시장 안착이다.

그래도 방향은 확인됐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는 능력만큼 좋은 파트너를 찾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모든 악기를 한 사람이 연주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음이 정확하면 독주보다 합주가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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