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넘어 경영자로…제약가 차세대 오너 16인 시험대
- 최다은 기자
- 2026-09-14 06:00:59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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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신약·신사업 맡은 오너 2·3세…핵심 성장동력 전면 배치
- 알리글로 1억5000만달러·리쥬란 미국 진출 등 구체적 과제도
- 지분은 물려받아도 성과는 별개…담당 사업 결과로 경영능력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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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약업계 차세대 오너들이 지분 승계와 경영 참여를 넘어 성과로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글로벌 사업과 신약개발, 투자, 인수기업 정상화 등 담당 분야에 따라 이들에게 주어진 시험지도 구체화되고 있다.
상당수 차세대 오너는 이미 임원과 사내이사, 본부장 등의 직책을 맡아 회사의 핵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시장 개척부터 신약개발 전략, 인수기업 정상화, 투자와 글로벌 허가까지 담당 업무도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평가 기준은 역할에 따라 다르다. 영업과 사업은 매출과 수익성, 투자는 기업가치 제고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신약개발은 임상 진척과 기술이전·상업화 등이 경영능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
아직 경영 참여 기간이 짧아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인물도 적지 않다. 회사 전체 실적을 오너 2·3세 개인의 성과로 단순 연결해서도 안 된다. 담당 기간과 역할, 실제 의사결정 범위를 함께 살펴봐야 차세대 경영자로서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허진훈, 알리글로 미국 최전선…정유진, 리쥬란 미국 진출 중책
GC녹십자에서는 허일섭(72) 회장의 차남 허진훈(35) 알리글로팀장이 미국 사업 최전선에 배치됐다. 허 팀장이 맡은 '알리글로'는 GC녹십자가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로 회사가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품목이다.
알리글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현지 시장에 출시되면서 처방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미국 매출 목표를 1억5000만달러로 잡았다. 담당 제품과 시장, 목표치가 모두 분명한 만큼 다른 차세대 오너들과 비교해 경영 성과를 숫자로 확인하기 용이한 편이다.
허 팀장에게는 미국 시장에서의 외형 확대가 첫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이미 개발과 허가가 완료된 제품을 넘겨받은 만큼 FDA 허가 자체보다는 현지 판매망과 처방 확대를 실제 매출 성장으로 연결하는지가 평가의 핵심이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알리글로는 미국 시장에서 처방·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1억5000만달러 매출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형인 허진성(43)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이 재무와 투자 등 지주사 경영을 맡고 있다. 장남은 지주사 경영관리, 차남은 핵심 사업회사의 글로벌 사업으로 역할이 나뉜 셈이다. 지분도 두 형제가 사실상 비슷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허진성 본부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0.87%, 허진훈 팀장은 0.85%로 차이는 0.02%포인트에 불과하다.
어느 한쪽으로 지분 승계의 무게가 뚜렷하게 기울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맡은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도 향후 입지를 가늠할 변수가 될 수 있다.
파마리서치에서는 정상수(68) 의장의 자녀 정유진(35) 사내이사가 글로벌 사업에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1991년생인 정 이사는 2020년 파마리서치에 입사한 뒤 개발부 근무를 거쳐 2022년 미국법인 파마리서치USA 법인장, 2023년 사내이사에 오르는 등 비교적 빠른 경영수업 과정을 밟아왔다.
정 이사는 파마리서치USA 법인장을 맡아 북미 지역에서 '리쥬란'을 비롯한 주력 품목의 현지 사업을 이끌어왔다. 파마리서치의 해외 사업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리쥬란의 미국 시장 진입이라는 중장기 과제도 놓여 있다.
파마리서치는 리쥬란의 미국 진출 가능 시점을 2031~2032년 전후로 보고 있다. PN(폴리뉴클레오티드) 기반 스킨부스터가 FDA에서 허가된 전례가 없는 만큼 임상 등 추가 자료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정 이사의 성과는 당장의 미국 매출보다는 임상·허가 전략 수립과 규제 장벽 해소, 현지 사업 기반 구축 등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리쥬란의 미국 진출이라는 핵심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장기적인 성적표가 될 수 있다.
파마리서치의 글로벌 성장세는 이미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48억원, 영업이익은 1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1%, 23.0% 증가했다. 2분기 수출액은 840억원으로 62%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7%까지 높아졌다.
다만 회사 전체의 해외 성장을 정 이사 개인의 성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유럽 리쥬란 수출과 화장품 해외 판매 등 여러 사업이 동시에 성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의 경영능력을 판단할 보다 직접적인 지표는 향후 리쥬란의 미국 진출 과정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장남 정래승(38) 사내이사는 투자 영역에서 별도의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경영에 합류해 투자전략과 투자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향후 투자 대상 발굴과 투자 이후 기업가치 제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여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주원, 신약개발 전략 전면에…백인영, 상폐 기로 자회사 대표
종근당 이주원(38) 상무는 단기 매출보다 연구개발(R&D)과 미래 파이프라인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차세대 오너다.
이장한(74) 회장의 장남인 이 상무는 2018년 종근당산업 사내이사로 그룹에 합류한 뒤 2020년 종근당 본사로 이동했다. 현재 개발전략과 신약사업기획 등을 담당하며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종근당이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무의 역할도 주목된다. 자체 후보물질 개발뿐 아니라 외부 유망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R&D 외연을 넓히고 있다.
외부 혁신기술과 후보물질을 확보해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보완하고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행보다. 이 상무가 개발전략과 신약사업기획을 맡고 있는 만큼 이 같은 R&D 확대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이후 임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전시키고 후속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지, 최종적으로 기술이전이나 상업화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대원제약 백인영(37) 상무는 차세대 오너 가운데 경영 성과를 비교적 분명한 숫자로 평가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신사업을 담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적 부진과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자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백승열(67) 부회장의 장남인 백 상무는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한 이후 신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을 맡아 비제약 사업을 담당했고 현재는 대원제약 상무와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대원제약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기업이다. 백 상무의 대표 선임에는 대주주 차원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백 상무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인수 이후 에스디생명공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M&A 이후 경영 정상화는 차세대 오너의 경영능력을 검증하기에 비교적 명확한 시험대다. 투입된 자금과 인수 이후 매출·영업손익, 기업가치 변화를 숫자로 비교할 수 있어서다.
특정 제품이나 시장보다 회사 전체 운영과 성장전략을 맡은 차세대 오너들도 있다. 알리코제약 이지혜(35) 부사장은 2019년 정식 입사해 B2B팀 등 실무를 거친 뒤 2021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7월 부사장에 올랐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전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정 사업부가 아닌 회사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만큼 이 부사장의 성과는 개별 제품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용 효율화,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등 회사 전체 지표를 장기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더스제약 김요섭(36) 상무도 비슷하다. 김좌진(65) 대표의 장남인 김 상무는 2020년 회사에 합류해 현재 기획실장으로 경영기획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하나의 사업 성패보다 회사의 방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에 가깝다.

합류 1~2년 차도…아직 성적표 매기기 이른 후계자들
차세대 오너 모두에게 당장 경영 성과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경영 참여 기간이 짧거나 아직 실무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인물도 적지 않다.
HLB그룹에서는 진양곤(60) 회장의 두 딸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경험을 넓히고 있다. 장녀 진유림(32)은 2022년 HLB에 입사해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HLB 에프앤비 사내이사를 맡아 계열사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
차녀 진인혜(30)는 2021년 HL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다. 현재 HLB이노베이션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전략기획과 사업개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아직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재무지표만으로 개인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계열사 사업 확대와 투자 성과, 신규 사업 진척 등 구체적인 결과가 축적돼야 본격적인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권기범(59) 회장의 외동아들인 동국제약 권병훈(31) 이사는 2024년 경영관리본부 재무기획실에 입사해 본사 재무기획 업무와 인수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동국제약이 헬스앤뷰티(H&B)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 권병훈 이사도 재무·투자와 화장품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휴온스그룹에서는 윤성태(62) 회장의 세 아들이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장남 윤인상(37) 부사장은 2018년 그룹에 합류해 현재 휴온스 경영관리와 미래전략을 맡고 있다. 차남 윤연상(35)은 2025년 휴메딕스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고 삼남 윤희상(31)은 휴온스메디텍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JW그룹 이기환(29) 부서장도 본격적인 사업회사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2022년 JW홀딩스 경영지원본부 매니저로 입사한 뒤 올해 1월 JW중외제약으로 이동해 개발전략과 사업화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대웅 윤석민(33) 팀장은 계열사 이사회 참여를 거쳐 현재 엠서클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담당 사업에서 역할과 결과가 구체화돼야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을 물려받는 것과 경영자로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차세대 오너들이 담당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투자와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결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향후 승계 과정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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