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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 집행부는 왜 임총 거부하나...'한 지붕 두 권력' 우려

  • 김지은 기자
  • 2026-09-08 12:11:36
  • 요약
  • 권영희 집행부 "이미 비대위 가동"…일부 대의원 "총회서 새로 구성"
  • 총회 비대위 권한은 의결 내용이 관건…예산·조직 운영 범위도 쟁점
대한약사회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둘러싼 약사사회 내부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이미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과 안전상비의약품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만큼 별도의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약사회와 대의원들은 집행부가 구성한 비대위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며 대의원총회를 통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권영희 집행부는 왜 임시 대의원총회 개최에 부담감을 느낄까? 

표면적으로는 '임시총회를 열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한꺼풀 들여다보면 쟁점은 보다 복잡하다. 누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지며, 어느 수준까지 회무 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것인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총회가 주도하는 별도 비대위가 구성될 경우 비대면진료 약 배송과 안전상비약이라는 현 정부 대응의 핵심 현안에서 현 집행부의 회무 주도권이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임총 개최 여부가 권영희 집행부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비대위'인데 무엇이 다를까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31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통해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연제덕 경기도약사회장, 김성진 전남약사회장, 최종석 경남약사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두고 비대면진료 약 배송, 편의점 안전상비약 확대 두 현안을 중심으로 집행부와 공동 대응하는 구조다.

현 비대위의 출발점은 대한약사회 집행부다. 정관 상 상임이사회는 사업 수행을 위한 위원회를 둘 수 있고 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도 심의·의결할 수 있다. 이사회 역시 특별위원회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도록 돼 있다.

반면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쪽이 구상하는 비대위는 성격이 다르다. 

대한약사회 정관에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별도 법정 기구나 그 권한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대의원총회는 사업계획과 예산·결산을 비롯해 이사회가 부의한 안건, 기타 필요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안과 활동범위, 예산, 집행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의결한다면 기존 집행부 산하 위원회보다 훨씬 강한 정치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가진 기구를 설계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약사회가 최근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갖춘 실질적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의원총회를 통해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의원총회와 관련한 대한약사회 정관 22조 내용.  

한 가지는 구분할 점은 정관 상 대의원총회가 비대위를 구성하기만 하면 회장의 인사권이나 예산집행권이 자동으로 비대위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정관 상 회장이 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총괄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총회 비대위에 어느 정도 권한을 부여할지는 실제 상정되는 안건과 총회 의결 내용, 기존 정관·규정과의 관계에 따라 정해질 문제다.

그럼에도 총회에서 현안 대응의 주도권과 별도 예산, 조직 구성 권한 등을 폭넓게 부여할 경우 결과적으로 비대면진료 약 배송, 안전상비약이라는 핵심 정책 회무에서 집행부의 재량과 영향력이 상당 부분 제한될 가능성은 있다.

권영희 집행부는 왜 임총에 부정적일까…과거 비대위도 ‘권한’이 핵심

권영희 집행부에서는 이미 전국 시도지부장들과 협의를 거쳐 공동위원장 3인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를 구성했고 공식 활동까지 시작한 상황에서 임총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별도 비대위 구성안을 논의하는 것은 현재 가동 중인 비대위의 정당성을 스스로 흔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국회, 국민 여론전 등의 대응에 총력에 가해야 할 시기 임총 소집, 비대위 재구성 등 내부 혼란에 시간을 뺏길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반면 임총을 요구하는 측의 시각은 정반대다. 현재 비대위는 권영희 집행부가 상임이사회를 통해 만든 조직인 만큼 그간 대관 대응 실패를 지적해 온 회원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집행부 산하 조직 하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회무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양측의 충돌은 비대위가 필요한가를 넘어 누구에게서 권한을 부여받은 비대위여야 하는가로 옯겨간 상황이다.

대한약사회 역사에서도 비대위는 통상 직능의 존립과 직결되는 굵직한 현안이 터졌을 때마다 등장한 카드였다.

1993년 한약분쟁 당시 약사회에는 '한약 조제권 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됐다. 당시 비대위 실행위원회는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에 반발해 전국 약국의 무기한 휴업까지 결정할 정도로 강력한 투쟁조직으로 작동했다.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가 불거진 2011년에도 김구 집행부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비대위를 비상투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16개 시도지부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위원회와 별도 투쟁본부를 꾸렸었다.

하지만 그 다음해 소집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기존 비상투쟁위원회가 해체되고 16개 시도지부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시에도 집행부의 정부 대응을 둘러싼 회원 불신과 비대위의 정통성 문제가 함께 얽혀 있었다.

최근 열린 대한약사회 시도지부장회의에는 서울, 경기 분회장협의회장과 일부 분회장이 참석해 대한약사회 집행부를 향해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조찬휘 회장 시절인 2014년에는 법인약국 도입 저지를 위한 비대위가 만들어졌다. 다만 당시에는 조찬휘 회장이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고 16개 시도지부장 실행위원회와 정책개발·투쟁전략·대외홍보·대외협력팀을 두는 전형적인 집행부 중심 비대위였다.

하지만 2017년 조찬휘 회장의 회관 운영권 거래 의혹 등으로 회장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시도지부장협의회가 대한약사회장의 전권을 위임받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의원총회 의장단 산하에 구성하자고 공개 제안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최광훈 집행부에서도 비대위가 가동됐다. 최 회장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대한약사회는 화상투약기 도입 논란에 대응해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일부 지부장을 공동 위원장으로하는 구조였지만 집행부와 시도지부장이 결합해 특정 현안에 대응하는 현안 대응형 비대위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현 집행부와 독립된 권한을 가진 비대위를 대의원총회를 통해 구성하자는 현재 일부 대의원들의 요구와는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임총 열리면 '비대위 찬반' 넘어 권력 재편 시험대

결국 향후 분수령은 재적대의원 3분의 1의 임시총회 소집 요구가 실제 성립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150여명 대의원 서명이 완료되면 임총 소집이 가능해진다.  

대한약사회 정관 제22조에 따르면 임시대의원총회는 이사회 결의,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 또는 회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대의원총회 의장이 2주 이내 소집하도록 돼 있다. 즉 집행부가 스스로 임총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확보되면 별도의 소집 요건이 성립한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대의원 서명을 모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3분의 1 확보 가능성도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열린 서울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한 권영희 회장이 약배송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실제 임총이 성사된다면 이후 논쟁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대위를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총회가 별도의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지, 새 비대위를 만든다면 위원장과 위원을 누가 맡을지, 비대면진료 약 배송과 안전상비약 대응에서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등이 모두 총회장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회에서 새로운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될 경우 권영희 집행부와 현재 비대위는 오히려 대의원들의 재신임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새 비대위가 가결되고 강한 권한까지 부여된다면 권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최대 현안에 대한 회무 주도권 상당 부분을 별도의 조직과 나눠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권영희 집행부와 임총 소집을 요구하는 측 모두에게 이번 임시대의원총회는 단순한 회의 한 차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비대면진료 약 배송과 안전상비약이라는 외부 현안에서 시작된 논란이 이제는 현 집행부에 계속 대응을 맡길 것인지, 대의원들이 새로운 대응체제를 만들어 회무의 중심축을 옮길 것인지를 묻는 내부 선택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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