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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뒤집힌 생약제제 약가 소송…중소·중견제약 반격 불씨

  • 이탁순 기자
  • 2026-09-08 06:00:59
  • 요약
  • 서울고법, 1심 뒤집고 마더스제약 손 들어
  • "정부 약가 재평가, 비례원칙 위반해 재량권 일탈·남용"
  •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한 내 임상자료 요구는 위법"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보건복지부의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기준요건) 재평가'에 따라 진행된 생약제제 약가 인하 처분이 항소심에서 전격 취소됐다. 

법원이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불가능한 기한을 두고 임상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약가를 깎은 정부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 행정이라고 판단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1심과 2심의 판단이 정면으로 엇갈린 데다 보건당국의 대법원 상고가 유력해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업계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확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는 주식회사 마더스제약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고시 취소' 소송에서 정부 승소 판결을 내렸던 1심을 취소하고, 마더스제약의 3개 품목(레이본정, 스토엠정, 스토엠투엑스정)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약가 인하 사유(임상자료 미제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처분 절차와 유예기간 설정이 '비례의 원칙'을 현저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교임상시험이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봤다. 해당 품목들은 당초 임상 대상이 아니었으나 2022년 4월 15일 의약품안전규칙 개정으로 뒤늦게 임상 대상에 편입됐다. 복지부는 이를 2023년 7월 31일까지 제출하도록 안내했으나, 변경 시점으로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내에 임상을 완료하고 식약처 승인까지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임상 대상으로 편입된 의약품 중 해당 기한 내에 요건을 충족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또한 복지부는 '식약처의 평가 완료 입증자료'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으나, 정작 식약처가 해당 경구용 제제에 대한 동등성 재평가 실시를 공고한 것은 기한을 훌쩍 넘긴 2024년 12월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당초 약가 자체가 불합리하게 책정된 것이 아님에도, 정부의 불합리한 기한 설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영구적인 약가 인하를 강제해 제약사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은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제약사들에게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만 상고심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어 최종 파급력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복지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및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고민 중인 제약사들은 이번 고등법원의 "물리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기한 설정은 비례원칙 위반"이라는 법리를 적극 원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마더스제약뿐만 아니라 유사 품목을 보유한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본안 소송 승소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당장 마더스제약의 레이본정과 스토엠정 등은 이번 승소 판결로 당장 약 10~15% 수준의 약가 인하 위험은 피하게 됐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이 막대한 건보 재정과 향후 약가 재평가 정책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대법원 상고를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제약사가 안심하긴 이르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정부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인정해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1심과 2심의 판단이 팽팽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판결로 복지부의 무리한 행정 일정 집행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향후 다른 약가 조정 정책 추진 시 충분한 유예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2심 판결로 제약사 측 논리가 큰 힘을 얻은 것은 분명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대법원의 최종 법리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상고심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약가 방어가 완전히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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