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사고 막는 안전 채혈기구…급여 문턱에 현장 보급 더뎌
- 황병우 기자
- 2026-09-08 09:58:05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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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간호사 3079명 조사서 70.4% 자상 경험
- 안전장치 적용 시 사고 감소…별도 보상 범위는 제한
- 미국·EU 제도화 앞서…전문가 "필수 안전장비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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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채혈과 주사 후 노출된 바늘에 의료진이 찔리는 자상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줄일 수 있는 안전 채혈기구의 현장 확산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예방 효과가 확인된 안전기구가 국내에도 출시됐으나 건강보험 보상 범위가 제한돼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이 보급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자상 위험 확인됐지만…별도 보상 범위는 제한
주사침 자상은 병동과 수술실, 응급실 등 의료현장 전반에서 발생한다. 바늘에 묻은 혈액을 통해 B형·C형 간염이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단순한 상처를 넘어 직업적 감염 위험으로 분류된다.
국제간호학연구학술지에 2013년 게재된 국내 연구에서는 전국 60개 급성기병원 간호사 3079명 가운데 70.4%가 조사 이전 1년 동안 주사침 또는 날카로운 기구에 의한 자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안전 채혈기구는 채혈을 마친 뒤 바늘이 기구 안으로 들어가거나 덮개에 가려지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사용 후 바늘이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채혈 과정뿐 아니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상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2008년 연구자료는 선행 연구를 토대로 안전장치가 적용된 바늘을 사용하면 자상사고의 62~88%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안전기구 도입과 함께 의료종사자 교육과 작업 절차 개선을 병행하면 예방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안전주사침과 안전주사기, 안전나비침에 대한 급여기준은 마련돼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8년 관련 치료재료의 급여기준을 신설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혈액매개감염병 환자나 응급실·중환자실 등 일부 사용 상황을 제외하면 별도 보상이 제한돼 일상적인 채혈과 주사에서는 의료기관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의료기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안전기구 도입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기구의 가격만이 아니라 사고 이후 발생하는 비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2019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된 일본 연구는 현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주사침 자상사고의 사회적 비용을 연간 3억200만달러로 추산했다. 사고 1건당 평균 비용은 577달러로 분석됐다.
전체 비용의 약 70%는 사고 직후 진행하는 초기 검사에서 발생했다. 실제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감염 여부 확인과 추적관찰, 업무 공백 등에 비용이 투입된다는 분석이다. 해당 연구는 일본 내 자상사고 발생 건수 등을 토대로 산출한 경제성 모형이며 일본 벡톤디킨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해외는 안전기구 제도화…국내 보급 확대 요구
해외에서는 안전기구 사용을 의료종사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의무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바늘찔림 안전 및 예방법을 제정하고 의료기관이 안전기구를 검토·도입하도록 했다. 자상사고 발생 기록과 안전기구 선정 과정에 현장 의료종사자가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유럽연합도 2010년 관련 지침을 통해 날카로운 의료기구로 인한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하도록 했다. 사용한 바늘에 다시 뚜껑을 씌우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안전기구 도입 이후 사고 감소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있다. 2019년 BMJ 오픈에 게재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병원 감시자료 연구에서는 안전기구 종류에 따라 우발적 자상이 56~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안전보건법도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5년 개정한 병·의원 종사자 주사침 손상예방 기술지원규정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된 기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 출시된 안전 채혈기구로는 BD의 베큐테이너 세이프티-록 채혈 세트와 베큐테이너 이클립스 채혈 바늘 등이 있다.
세이프티-록은 채혈 후 한 손으로 덮개를 밀어 바늘을 가리고 잠그는 방식이다. 이클립스는 정맥에서 바늘을 제거한 뒤 덮개를 닫으면 소리를 통해 잠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의료현장에서는 안전기구 보급을 개별 의료기관의 비용 선택이 아닌 의료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관리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정화 건국대학교병원 감염관리팀장은 "안전 채혈기구 도입 비용은 자상사고 이후 필요한 검사와 치료, 추적관찰 비용뿐 아니라 감염에 따른 개인적·사회적 부담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의료종사자의 직업적 노출을 예방하는 필수 안전장비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종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국가가 함께 부담해야 할 공공의 책임"이라며 "의료기관의 재정 여건에 따라 안전기구 사용 여부가 달라지지 않도록 건강보험 보상과 재정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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