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강제이혼 당한 '약국과 박카스'…그 앞날은?
- 조광연
- 2011-07-02 06: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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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카스 "그대여 변치마오" VS 약국 "분노와 연민이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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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가 늘 다정했던 것은 아니며, 때때로 이혼도 떠올리곤 했지만, 막상 강제 결별을 통고받고 보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시냇물처럼 흐른다. 스스로 선택한 결별이 아닌 만큼 '시원섭섭하다'는 식상한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처지다.
박카스는 부부의 정을 나눌 수 없게 됐지만 '쿨한 친구'로 남기를 내심 그러나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강제 이혼 후에는 편의점이나 슈퍼를 새로운 연인으로 맞을 수 밖에 없는 모진 운명이지만, 켜켜이 쌓인 미운정 고운정을 봐서라도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박카스의 안타까움은 남진의 노래 '그대여 변치마오'를 빼닮았다. '오, 그대여 변치마오. 오 그대여 변치마오. 불타는 이 마음을 믿어주세요. 말못하는 이 마음을 알아주세요. 그 누가 이 세상을 다 준다해도…' 말이다.
떠나는 여인을 바라보는 약국도 싱숭생숭하다. '그래 어디 갈테면 가보라, 얼마든 가라'고 호통을 치려다가도 그게 어찌 박카스의 잘못이랴는 생각에 이르면 침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도 다른 연인과 알콩달콩 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울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47년을 붙어 아웅다웅 했으니까.
▶사랑과 증오 =박카스는 약업계의 지배자였다. 외견상 수 많은 일반의약품 중 하나였지만 약국이 '엔(n)분의 일'로 다루지 못한 '특별한 그 무엇'이었다. 박카스는 약국의 상징이었고, 또한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박카스가 약국에게 많은 이문을 남겨주지 못했지만, 소비자들을 약국으로 끌어 들이는데는 탁월했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사람들의 약국 발걸음이 잦아졌을 때 "박카스만 사간다"는 비판론과 "그래도 사람들은 몰고오지 않느냐"는 역할론이 엇갈렸다.
박카스는 유명세 덕분에 약국간 가격 경쟁을 촉발시켜 미움을 사기도 했다. 회사가 약국이 판매하기 좋도록 1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정부 눈치보는라 원 단위 인상을 했고, 그때 마다 약국은 가격 경쟁으로 힘들어했다.
▶키 12센티미터 작은 거인 =박카스 키는 12센티다. 1963년 드링크 형태로 발매된 이래 2010년말까지 총 166억4600만병이 팔렸다. 어림잡아 지구둘레를 4만km로 잡고, 박카스를 한줄로 이으면 지구 50바퀴를 휘감을 정도다.
2010년 박카스는 12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껏 대한민국에서 출시된 모든 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불록버스터다. 박카스는 동아제약에게 화수분과 같은 현금줄이다. 한 때 동아제약 매출의 '절반'이었으며 최근에도 대략 15%를 점유하고 있다.
박카스는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와 부쩍 커버린 위점막 보호제 스티렌이라는 국산신약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약 =경기도 안양에 사는 직장인 강 모씨(36)는 "박카스는 명물"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의약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음료라도 이처럼 미각과 후각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것은 없다"고도 했다.
실제 100CC 분량인 박카스는 사이다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처럼 마시다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마지막 한방울을 확인한 후 아쉽게 입맛을 다신다. 강 씨는 "용량이 100CC 밖에 안돼 그런 점도 있겠지만, 이 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의 영향이 크다"고 나름 진단했다.
▶도전은 많았으나 모두 불패 =박카스 성공가도에는 도전자도 많았다. 그러나 단 한번도 패한 적은 없었다. 초창기 박탄디 같은 유사 박카스는 아예 도전자 축에도 끼지 못했다.
다만, 미묘한 단맛이 일품이었던 영진약품의 영진구론산바몬드나, 인삼향 가득했던 일양약품의 원비디가 한 때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결국 역부족이었다.
역대 강력한 도전자는 광동제약 비타500. 비타500은 '카페인 공세'로 한 때 파죽지세였다. 오죽하면 동아제약이 무카페인 의약외품까지 생각했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박카스를 찾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과 식품의 차이"라고 말했다.
2~3년된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광고카피를 기점으로 비타500과 격차를 더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약국에 있는 박카스와 사이다 콜라 옆에 있는 비타500을 소비자들은 달리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매업계 쥐고 흔든 박카스 =60년대 초반은 의약품 유통일원화시대였다. 모든 의약품은 제약회사가 아니라 도매상이 판매했던 시절이었다. 독과점은 병폐를 부른다고 당시 뜨기 시작한 박카스를 도매상들은 부피가 크다는 이유로 배척했는가하면 각종 리베이트를 챙기기까지 했다.
이에 동아제약은 'DSC(Dong-A Sales Circle)'라는 독자 유통망을 가동, 제약회사-약국간 직거래를 시작했다. 이 때부터 제약회사가 직접 판매하는 형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당시 도매업계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균형있게 사용하지 못해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다. 역사에 만약의 가정은 없다지만, 이 때 도매의 역할이 잘 정립됐으면 연구 개발 생산은 제약회사가, 마케팅과 배송은 도매라는 선진국형 유통체계가 자리잡혔을지도 모른다.
'DSC'는 동아제약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 시스템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강력한 도전자였던 비타 500의 기세가 약화돼 사실상 약국중심의 독주체제를 마련한 마당에 예측가능성이 낮은 의약외품이 됐기 때문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들이 입을 다문터라 다른 제약회사 PM 십여명에게 '당신이 박카스 담당자라면 어떻겠느냐'고 질문을 던져본 결과 70% 가량은 "일반의약품의 지위를 갖고 약국에 머무는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무르는 것이 낫다고 보는 이유는 "매출 정체에서 벗어나 최근 2~3년 성장세를 타고 있고, 47년 닦아온 거래도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의약품의 지위를 가질 때 강점이 발현되지, 마트에서 비슷한 음료와 진열돼 있을때라면 장기적으로 득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박카스가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로회복제로서 국민드링크지, 콜라나 사이다처럼 범용 음료로서 국민드링크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동아제약 고민도 이와 같지 않을까? 우선 7월말이나 8월부터 의약외품으로 전환이 예정돼 있어 동아는 요즘 대형할인마트나 편의점본부로부터 공급요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동아가 이를 거절한다면, 대형할인마트 등은 우선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물론 동아오츠카의 다른 스포츠 음료와 패를 걸면서 공급을 압박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통상 대형마트의 납품 요구 가격이 약국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점에서 보면 동아제약의 고민은 커질수 밖에 없다.
약국과 공존은 가능할까. 동아제약은 의약외품으로 바뀌어도 작년 1283억원 어치를 팔아준 약국의 존재가 여전히 필요하다.
동아제약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점으로 분석된다. 가격적 측면에서 대형마트와 동일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약국은 굳이 박카스를 멀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약국이 원가에 가깝게 판매하는데도 대형마트가 '원플러스 원같은 상술'로 사실상 가격이 낮아진다면 약국들이 집단적으로 박카스를 배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면 약국은 박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일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동아제약은 지금도 의약외품 전환이 선물일지, 독이든 성배일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대형품목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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