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에 지금 필요한 건 '아사다 마오의 도전'
- 조광연
- 2013-05-02 0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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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기업들, 혁신신약·글로벌·사회적 지지 등 갖춘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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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를 넘어서려면 최고난도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적으로 연기해야 한다. 물론 트리플플립, 트리플살코 트리플룹 트리플러츠 등 여러 요소들을 안정적으로 연기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서 말이다. 김연아 선수는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정부 등에 의해 곧잘 예시 되곤한다. 국내 제약산업군 중에서 얼마든 글로벌 스타가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지만, 냉정하게 보아 아직은 막연한 기대감이 불러낸 수사에 불과하다. 우리 산업군에선 김연아처럼 모든 강점을 고루 갖춘 곳은 거의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사다 마오 같은 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엔 이미 김연아 같은 제약기업의 글로벌 스타가 꽤 있다. 다케다, 아스텔라스, 다이이찌산쿄, 에자이 등은 혁신 신약개발 능력은 물론 글로벌 시장 경쟁 능력을 이미 확보했다. 해외에서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며, 간간히 국내 신약을 개발하던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신약을 만들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제는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계속 질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혁신신약을 개발해야 지속 경영도 가능하고, 그게 바로 제약회사'라는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정부의 역할 절실
다이이찌산쿄를 방문했을 때 복수의 중견 간부급 직원들에게 두가지 질문을 했다. 첫번째 질문은 '정부 정책을 신뢰하며 그것은 예측 가능한가'였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정책은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정책을 수립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정부와 제약업계는 제약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놓고 늘 진지하게 의견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약가인하에서 혁신신약을 제외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을 정부가 잘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업계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정책의 속도를 잘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제약산업계 관계자들이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과 달랐다.
두 번째 질문은 다이이찌가 개발한 크라비트나 산쿄가 개발한 메바로친 같은 신약이 나왔을 때 의료계의 반응은 어땠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자국 제약회사가 글로벌급 신약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신뢰를 보였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다는 신약이 나와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정부 가격 정책역시 호의적이지 못한 국내 현실과 역시 달랐다. 일본 기업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오너들의 열정과 꿈의 크기에 걸린 미래
국내 제약산업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합의는 핵심적 요소다. 기업들의 비전과 열망, 열정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경우 비전과 열망, 열정은 모두 이른바 오너의 주머니속에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가 혁신신약과 글로벌 진출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왕성한 추진력도 생기지만, 그 반대로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생각하면 출력도 현격하게 떨어지는 구조다. 혁신신약 개발과 글로벌 경영을 회사 제1의 가치로 내건 일본기업들과 풍토가 다르다. 다이이찌산쿄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물론 회사 기능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협의체 GEMRAD를 두고, 이곳에서 결정한 내용을 실행에 옮긴다. 한국기업과 유사한 1인 기업인 다케다는 창업자의 정신이 회사 전체 문화로 확산돼 다국적제약사로 발전한 곳이다.
국내 중견제약회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다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 A씨는 "모든 게 다 오너 마음"이라고 말했다. 회사 경영진이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장 조사를 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해도 오너의 재가가 없으면 모든 게 허사라고 말했다. A씨는 "그렇다보니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아예 오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게 된다"면서 "국내 제약산업계의 하루는 이같은 일의 반복일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A씨는 "자칫 책임만 따르는 도전은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현상을 잘 관리하는데 주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의 B씨도 "국내 제약산업은 풍토상 국내 기업간 M&A는 어렵다"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같은 분이 있으면 국내 제약회사도 삼성이 될 것"이라며 오너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씨와 B씨는 공통적으로 "오너의 비전이 뚜렷하면 한방향으로 힘을 받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너 층의 교체에 따른 새로운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수성가 회사를 키웠던 오너 1세대 혹은 2세대가 '국내 시장에서 업의 존속과 유지'를 도모했다면 그들이 MBA 자격증 등으로 무장시켜 키워낸 자녀 세대들의 기업 경영관은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오너 1, 2세대가 '내 자원만'을 가지고 안정을 희구했다면 자녀 세대들은 '다른 곳의 자원까지 모아' 더 큰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기업간 M&A 환경도 그래서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혁신신약을 개발해 보겠다는 열망도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한 신약개발 관련 사업단의 C교수는 "최근 중소 규모 제약회사의 젊은 오너들이 협력 타진을 많이 해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들은 세계 제약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있으며 기업가 정신도 오너 1, 2세대 못지 않게 충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환경이 어려워진 가운데서도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 파이프라인을 축적시켜가고 있다. 몇몇 제약회사들은 FDA 문 밖에서 노크를 하고 있으며, 또 몇몇 제약회사들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했던 방식 그대로 다국적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 진입을 꿈꾸고 있다. 한 건의 성공 사례만 나오면 제약산업계의 방향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일본 다이이찌산쿄 경영관련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임상시험 능력이 부럽다"고 했으며 연구개발 고위 인물은 한국 암센터 방문 경험을 떠올리며 "연구 능력은 물론 영어에도 능통한 연구진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들의 평가가 얼마나 큰 무게감을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1987년 물질특허제도 도입 이후 국산 신약이 나오고, 개량신약이 나오는 등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 역량이 커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전 다국적 제약사 회장이 전용기로 날라와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결국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펼쳐 제약산업을 춤추게 할 수 있는가다. 고령사회, 보장성 확대를 통한 복지 확충 등 건보재정 안정화가 더 중요해지는 미래에 정부가 산업과 재정간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기업이 새로운 선택을 결정하도록 소폭으로, 지속적으로 약가인하를 정책을 펴 글로벌 진출을 촉진시키고, 자국 기업의 혁신신약 능력이 커진 후에는 역량을 재충전하도록 혁신신약에 한해 약가인하에서 제외하는 일본 정부처럼 산업을 배려해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편다면 한국 제약산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걸 정부가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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