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모양까지 바꾸고…"약국엔 왜 안 알려주나요?"
- 정혜진
- 2016-04-02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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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가 일일이 낱알·성상 변경 내용 챙기고 숙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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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을 받아 조제실에 들어갔다. 미리 주문해둔 'L' 약 새 포장을 뜯어 조제를 마쳤다. 복약설명을 하는데 황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먹던 약이 아니잖아. 약사가 약도 제대로 못짓고 말야, 이래서 어디 되겠어?" 깜짝 놀란 서 약사는 얼른 조제실에 들어가 약통을 확인했다. 맞는 제품임에도 환자는 '내가 먹던 약은 동그란 거였는데, 이건 길쭉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처방전을 다시 되돌려주고서야 해프닝은 마무리됐고, 서 약사는 해당 제약사에 전화를 걸었다. '약 모양이 언제 바뀌었느냐. 약국에 왜 공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제약사는 "직거래 약국은 담당자들이 안내하도록 했고, 거래 도매업체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따져물을 수 없었다.
옆 약국 약사에게 'L약 모양 바뀐 걸 알고 있었냐'고 묻자 옆 약국 약사는 "지난 주에 30정 두 개를 주문했는데, 서로 다른 약이 와 60일분 조제에 같이 주지 못해 나 역시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제약사 "변경 내용 도매·전문지 통해 공지"
낱알 성상 변경이나 색상 변경은 약국에 분명 공지되고 있다. 제약사는 성상 변경에 대해 공문을 만들어 도매업체에 공문을 발송하고 보건의료계 전문지를 통한 광고도 진행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낱알 색깔이 변경되는 것은 코팅제가 달라지는 것이므로 허가사항 변경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약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허가의 새로운 약을 받아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상 변경은 성분에 변화가 없지만 약국 혼란을 고려해 공지를 띄운다"고 말했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업체에 따라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거나 지역 약사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곳도 있다. 약국 협조를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도매가 아무리 공지 전달에 애를 써도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제약사 전달 사항을 빠짐 없이 챙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도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의 공지 전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낱알 변경 내용을 일일이 약국에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고 그럴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며 "변경 내용 고지를 의무화해 제약사 처벌까지 이어지는 건 지나치게 약국 입장만 생각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결국 약사가 일일이 낱알·성상 변경 내용을 챙기고 숙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약사가 제보할 수 있는 '낱알 식별 홈페이지'
이런 점에서 '의약품 식별표시' 홈페이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2004년부터 운영된 '의약품 식별표시' 홈페이지(www.pharm.or.kr)의 기본 기능은 제약사와 약국, 환자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제약사가 자사의 의약품 낱알 정보를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약사는 이를 통해 낱알 정보는 물론 변경 사항도 체크할 수 있다.
약정원 관계자는 "제약사의 의무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사이트에 제품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었다"며 "대부분 약사들이 제보해 누락된 케이스를 찾아왔는데, 약사들의 관심과 신고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으로 낱알 변경 사항을 체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며 "제약사의 의무사항이라 해도 이를 감시하고 제보할 사람은 약사 뿐이다. 낱알 식별 시스템에서도 약사들의 관심과 제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약사들 "제약사 인식부터 바꿔야"
낱알 식별 홈페이지가 '하드웨어'적 대안이라면, 제약사와 도매업체의 변화는 '소프트웨어'적 변화다.
약국은 낱알 변경 뿐 아니라 품절, 공급 재개, 신제품의 학술 정보 등 제약사로부터 꼭 필요한 정보 전달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M약국 H약사는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제약사들은 정보 전달에 너무 인색하다"며 "약국에서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도 이를 잘 처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사가 의약품 생산, 유통 이후 과정에는 무심한 경향이 크다"며 "낱알 변경에 대한 고객의 컴플레인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제약사도 인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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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약이죠? 약사들도 헷갈리는 쌍둥이약들
2016-04-01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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