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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약이죠? 약사들도 헷갈리는 쌍둥이약들

  • 정혜진
  • 2016-04-01 12:15:00
  • 일부 위임형 제네릭 낱알식별 불가...약가도 서로 달라

단골 환자가 알약 하나를 가져왔다.

"약사님, 이게 무슨 약인가요?"

김깐깐 약사(가명)의 약국에 이른 아침부터 단골 환자가 찾아왔다. '친정 아버님이 드시는 약인데, 무슨 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 묻는 여성에게 약사는 '아무렴요. 잠시 기다리세요'라 말해놓고 혼란에 빠졌다.

낱알식별정보 사이트를 통해 색깔과 모양, 식자로 검색한 결과, 언뜻 보기에 같은 약으로 보이는 품목 두가지 중 어떤 것이 '이 약'인지 알 수 없었다.

환자를 돌려보내놓고 도매업체에 두 약을 모두 주문해 실물을 비교해본 김 약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다. '크레스토'와 '비바코'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기 때문이다.

크레스토 10mg 두 정과 비바코 10mg 두 정.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해보자, '쌍둥이 약'이라는 용어 아래 '크레스토'의 위임형제네릭 약 '비바코'가 출시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김 약사는 생각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건가?' 김깐깐 약사는 제약사에 있는 동기에게 연락해 이게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동기의 "위임형 제네릭이라고 하는데, 오리지널이랑 제네릭을 한 공장에서 찍어내기 때문에 그냥 같은 약이라고 보면 된다"는 답에 김깐깐 약사는 다시 물었다. "그럼 이게 같은 약이야, 다른 약이야? 바꿔 조제하면 청구불일치 아냐?" 동기 약사는 답이 없었다.

같은 약이어도 약가 달라...정 당 140원까지 차이

실제 약국 사례를 재구성한 이 상황은 '위임형 제네릭' 제도의 단면을 보여준다.

'위임형 제네릭'(authorized generic)은 오리지널 제조업체가 직접 또는 위탁 생산을 통해 제품명을 변경, 판매하는 품목을 말한다. 통상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진입 방어전략으로 선택하는 전략인데, 같은 의약품이 두가지 이름, 보험코드로 출시되면서 조제 환경에서 종종 혼란을 빚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에 정제에 찍힌 문자(식자)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같은 성분, 같은 약'이라는 이유로 문자까지 전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스트라제네카 '크레스토'와 CJ헬스케어 '비바코'가 대표 사례. 이밖에 GSK '아보다트'와 한독테바 '자이가드'는 식자까지 같은 구분 불가능 의약품이며, MSD '싱귤레어'와 CJ헬스케어 '루케어'는 MSD 음각을 제외한 색깔, 모양이 같은 일명 '쌍둥이 약'이다.

약정원에 따르면 이같은 위임형 제네릭 사례는 약 50가지로 추산된다. 잇따른 대형 오리지널 품목의 특허 만료로 위임형 제네릭이 잇따라 출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약인데도 약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크레스토는 몇차례 약가 인하로 현재 비바코와 약가 612원으로 똑같다. 그러나 2014년 4월 1일 비바코 출시 당시 약가 670원, 크레스토 약가 995원으로 325원 차이가 났다.

아보다트와 자이가드는 현재 0.5mg 기준 각각 927원, 788원으로 139원 차이가 나며, 싱귤레어정 10mg는 774원인 반면 루케어는 772원으로 2원 저렴하다.

같은 정제, 다른 이름 의약품들
부산의 한 약사는 "약가가 다르고 보험코드가 다른데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약국에서 청구불일치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임형 제네릭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약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식약처 "오리지널·제네릭은 같은 약...식별 불필요"

제약사는 왜 당초 같은 약을 다른 이름으로 출시했을까. 특허가 만료되기 직전 오리지널 의약품을 등에 업고 손쉬운 영업을 하기 위해 위임형 제네릭은 제네릭 사에게도, 오리지널 사에게도 유효한 수단이다.

제네릭사 영업사원들은 '같은 약인데 약가가 10% 가량 싸다'는 점을 무기삼아 영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오리지널 의약품의 모양, 색깔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 역시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얼마전 한미약품의 승소로 마무리된 '팔팔정'은 화이자가 비아그라의 색깔과 모양을 문제삼은 것이데 이처럼 식별이 비슷할 경우, 오리지널사가 의장등록한 특허에 위배되지 않으면 걸림돌은 없다.

위임형 제네릭은 오리지널사와 협력해 생산한 의약품이기에 제네릭사에 제형과 색깔, 코팅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생산라인을 별도로 마련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사의 완제품을 수입, 제네릭사가 포장만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모양과 색깔이 같은 게 왜 문제되냐'고 되묻는 실정이다.

이같은 태도는 식약처 측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같은 약' 개념이므로, 두 의약품 사이에 낱알 식별 기준이 철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비바코가 출시된 2014년 4월 1일 당시 크레스토와 비바코 약가 비교(왼쪽 크레스토, 오른쪽 비바코)
식약처 관계자는 "낱알 실별이란 서로 다른 성분의 약을 구별해 조제 오류를 줄이고 불량 의약품을 구분하는 동시에 의약품 위조 방지를 위한 것"이라며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같은 약이므로 낱알식별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제 사고 개연성에 대해서도 "같은 성분이므로 약화 사고가 날 가능성은 없다"며 "위임형 제네릭에까지 낱알식별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게 약사인 사용자 입장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약가 산정은 심평원 등 보험기관의 영역이며, 의약품 허가와 낱알식별은 식약처 영역이다. 서로 다른 약가의 똑같은 오리지널, 제네릭 의약품은 두 정부기관이 각자의 역할만을 신경쓰면서 생긴 '식별 사각지대'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도, 청구불일치 가능성도"

오래 전부터 위임형 제네릭 문제를 지적해온 부산의 H약사는 "청구불일치 가능성 뿐 아니라 약사들 역시 기본적으로 두 약이 똑같은 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약처의 답변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약사는 "위임형 제네릭은 일종의 편법"이라며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추세를 보면 앞으로 이같은 '같지만 다른 약'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성분이 같더라도 가격과 이름이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한 약사도 "크레스토와 비바코, 싱귤레어와 루케어가 같은 약인지 다른 약인지 식약처와 심평원에 묻고 싶다"며 "이런 경우가 합법이라면 제도가 개선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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