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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다국적사를 '외자사'라 부르나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추구한다. 데일리팜의 '다국적 제약사의 허와 실' 기획기사 1편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처럼 제약회사가 자선사업가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제약산업을 여타 산업군과 동일한 잣대로 바라볼 수는 없다. 국민건강과 기업논리. 제약사에게 두 가치는 오래된 딜레마다. 아니, 딜레마여야 한다. 모든 외자사 한국법인은 신약을 들고 오면서 "환자를 위해"라 말한다. 훌륭한 얘긴데 감흥이 없을 때가 많다. 딜레마 없이 '치료제'보다는 '상품' ?으로 부등호가 크게 열리는 회사들 덕분이다. 한국법인장,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본질적인 문제는 구조에 있고 그 중심에는 CEO가 있다. 한국OOO, XXX코리아 등 제약사를 이끄는 CEO, 한국법인장들은 힘이 없다. 국내사 오너십으로 인해 CEO의 권한이 작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몇몇 수장들은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다. 사실상 한 회사의 'Executive director(이사, 혹은 전무)'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토로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들 CEO는 한국 직함으로 모두 '사장'으로 불리우지만 영문 직함은 보통 Vice President, Senior Vice President, Corporate Vice President, Executive Vice President 등 등급이 나뉜다. 문제는 한국법인장 중 외자사의 지역본부(Region, 가령 아시아태평양 본부 등)에 입김이 작용하고 어느 정도 전결권을 부여받은 사장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국인 CEO는 더 그렇다. 굳이 언급하자면 이동수 전 화이자 대표, 김진호 전 GSK 대표 등이 비교적 입지가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수입원가, 예산, 송금, 약가 등 모든 지침은 본사, 혹은 리젼을 통해 내려온다. 법인장은 이를 수행하고 보고한다. 다음은 한 전직 외자사 CEO의 푸념이다. "대리점주, 바지사장 등 법인장을 비꼬는 얘기들에 기분이 상하면서도 일부분 수긍이 갔던 부분도 있어요. 의약분업 이후 외자사들의 증흥기에 비교하면 현재는 더 권한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단돈 1000만원 결제도 본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회사도 있다고 합디다." 구조가 불러오는 악순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상반응이 적잖다. 무리가 따르니, 버거운 행보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본사가 정한 수입원가를 수용하면서 송금액을 맞추려면 비용절감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다품목을 통해 목표 매출을 당성하기 보다는 항암제, 희귀난치성질환 등 이른바 '고가약'에 집중, 고수익 창출을 노리는 요즘 트렌드에 영업부 감원은 이어진다. 나이 많은 영업사원들은 첫번째 타깃이 된다. 무작정 노(勞) 측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외자사 노사갈등 상황이 정점을 찍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마케팅 대상인 국내사, 도매업체가 아무리 저마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도 한국법인에게 방도는 없다. 고맙게도 자청해서 저마진을 제시하고 계약을 원하는 국내사가 꼭 1곳은 나타나 준다. 원하는 약가 산정을 위해 환자단체를 종용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는 회사, 정부의 보장성 방안에 포함될 것을 염두해 고의로 약가협상을 지연시키는 회사, 한국의 시장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아예 약의 도입을 무효화하는 회사, 모두 실존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눈이 먼 법인장이 앞장 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본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국법인 명의로 수년에 걸쳐 400억원 가량을 대출을 받은 한국인 사장 얘기는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2015년 기준 바이엘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본사로 송금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노바티스, 한국로슈 등 업체들도 적게는 순익의 30%, 많게는 절반 이상을 해외 본사, 즉 외국 대주주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외자사의 주장처럼 송금액 규모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 역시 '자의'가 내포됐다고 좋게 봐달라는 논리와 같다.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은...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기댈 것은 윤리와 인격, 사명감 등에서 비롯되는 '어필'이다. 한 외자사는 희귀난치성질환치료제 2종을 모두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를 통해 국내 공급중이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본사에서 제시한 약가는 높았고 한국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었다. 해당 회사 법인장은 몇번이고 리젼을 찾아 약가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함을 제시했다. 두 약은 모두 본사가 책정한 가격보다 인하돼 한국 보험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 외자사 약가 담당자는 "한국법인 입장에서 본사 설득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신약 론칭이 실패하면 사업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표이사가 리스크를 떠 안기 어렵다"고 밝혔다. 글로벌 약가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한국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약가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가능한 선에서 고민하고 읍소하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근 몇년 간 진행된 ERP, 소규모로 진행된 구조조정외 개별적 권고사직으로 인해 300명 가량의 임직원을 내보낸 외자사 한국법인을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화장품도, 자동차도 아닌 '약'이다. 제약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단, 공공재의 성격이 강함을 반영한 상태에서 말이다. 불가능한 가격을 제시해 놓고 싫으면 관두라면서 '환자 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용안정을 제공했다고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은 '다국적제약'이라 칭하지만 우리가 아직 그들을 '외자'라 부르는 이유다.2017-01-20 06:15:00어윤호 -
외자사 한국법인, 정말로 환자편이 맞습니까?한달에 몇 백만원은 우습다는 고가약 시대입니다. 지난해부터 본격 처방되기 시작한 길리어드의 C형간염 신약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사례만 보더라도 한 정당 30만원을 호가하는 탓에 약국가와 유통업계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지요? 한데 약제비를 직접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 입장은 오죽하겠습니까. 암과 희귀질환 분야에서 고가 의약품의 등장이 늘어남에 따라 제약업계와 정부기관의 고민도 깊어져 갑니다. 환자 접근성 및 보장성 강화를 지향하는 정책과 비용-효과 중심의 정책 사이의 니즈가 충돌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거지요.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현 시스템에서 찾습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가 보험자의 관점에 치중돼 있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논린데요, 우리나라 신약 가격이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물론 틀린 얘기, 아닙니다. 그런데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존재합니다. 해당 연구 자체의 한계점은 물론, 제약사들 스스로 공급을 거부한 일도 벌어진 적이 있지요. 일각에선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건보재정을 확충해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데일리팜은 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은 그들의 주장처럼 환자들의 편이 맞습니까? '환자 접근성'이란 명분 뒤에 숨어 기업의 실리만을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그 점에 주목해보기로 했습니다. RSA, 신약접근성 높였지만…"융통성 아쉬워" 대한민국의 의료보장률을 따져보려면 위험분담제도(RSA)를 시작으로 경제성평가 면제제도와 약가협상 생략제도의 도입역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들 제도가 약제 접근성 향상에 일정부분 기여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조사과정에는 '위험분담계약제도 도입 전후 국내 고가 의약품 급여 접근성 비교(2016, 성균관대 약대 제약산업학과 김정주)' 논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 자료 기준, RSA 시행 이후 등재된 신약은 총 94개 성분으로 확인됩니다. 그 중 위험분담제도만을 채택해 신약 등재 트랙을 밟은 약제는 총 7개,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는 5개, 약가협상 생략 트랙을 밟은 약제는 36개를 차지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2016년 8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자료를 토대로 RSA 도입 후 급여 등재된 약제들의 소요기간을 집계했는데요, 그 기간은 대략 200~300일로 나타났습니다. 최초 신청일부터 재신청일까지 걸리는 소요기간보다 상당 부분이 단축됐다는 점,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각 제도들이 약제 접근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들은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 입니다. 우리나라 신약가격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보험등재절차도 까다롭다는 건데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인용한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평균 약가 수준 비교 연구(2014,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에 기인하면 신약의 약가가 OECD 회원국 평균가격의 45% 수준에 불과하답니다.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0개국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특허 의약품 가격이 유독 낮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나친 통제가 판매 불가능한 수준까지 약가를 낮추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신약 출시 자체를 포기하거나 환자가 약제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출시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구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인정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개성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본 약가정책 전문가도 일부 인정했습니다.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신약 가격이 낮긴 하다는 거지요. 하지만 협회의 주장처럼 엄청난 차이까진 아니라고도 못 박았습니다. 해당 연구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된 가격을 비교했기 때문에 치명적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부분은 연구자 스스로도 인정한 제한점으로 발표 당시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따랐던 부분입니다. A 약학대학 교수는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력에 따른 마진을 계산해서 국가별 신약공급 가격에 차별을 두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면서 "약값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판매량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정부기관도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사례별로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공급과 해외의 약가제도를 소개함으로써 그간 국내 제약산업계에 쌓아온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습니다. 환자 위한다는 다국적 제약사…이면에는? 문제는 회사가 말하는 내용이 전부 진실만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벌써 10년 전 일입다만, 로슈가 낮은 보험가격을 이유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엔푸버티드)'의 국내 시판을 거부했다가 여론에서 뭇매를 맞았던 사례가 있었지요. 국내 환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제약사 차원에서 약제 무상공급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약가협상 시 제약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 등으로 인해 거의 실시되지 않는 분위깁니다. 이번에는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 사례를 들어볼까요? 글리벡이 처음 개발됐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달에 300만원이란 약값은 환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이었지요, 이에 보건복지부는 글리벡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2009년 보험약가를 14% 인하하도록 고시합니다. 이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고, 시민단체로부터 독점력을 통해 한국의 약가정책을 무력화 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보다 최근 사례로 넘어와 보겠습니다. 2015년 3월 노바티스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룩소리티닙)'는 허가 후 2년만에 급여 등재되면서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환호를 받았는데요,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습니다. 환자들의 니즈가 높고 정부도 적극적인 급여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제약사가 RSA를 원치 않았던 경우인데요, 급기야는 경제성평가를 위한 추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많은 의혹을 남겼습니다. 이후 골수섬유증환우회 등이 보험적용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속적으로 신속 등재를 요구하면서 3차례 만에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게 됩니다. 약가부담을 전적으로 제약사가 떠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닙니다. 자진 약가인하와 같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다국적사들도 많습니다. 다만 약가 때문에 국내에 신약을 들여올 수 없다는 핑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어 보입니다. A 교수는 "국내 신약 가격이 낮은 것은 맞지만 너무 낮아서 못 들어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마케팅 위주의 현재 활동반경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상연구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연구소를 만들고 동정적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가가 전부 오픈된다는 특성상 불협화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약가가 오픈되지 않으면 정부기관과 회사간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일 아침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지사의 속사정들을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2017-01-19 06:15:00안경진 -
집단지성이 폐약품연구서 건저 올린 건 '약사'오늘은 앞서 전해드린 1편부터 4편까지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폐의약품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약사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휴베이스가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 노력을 들여 연구를 진행한 것도 바로 이 점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물론 폐의약품 발생 원인을 어느 하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원인 중 약사와 약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우선 긍정적인 것은 국민들도 폐의약품에 대해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을 가져온 217명 중 182명이 설문에 응했다고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 상당수의 국민들이 폐의약품 설문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응답했다고 해요. 이미 발생한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부터 볼까요. 설문에 응답한 국민 중 '폐의약품을 약국으로 가져오라는 말을 약국에서 들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전체 74%, 121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폐의약품을 약국에서 수거하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나'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67명의 응답자가 '약국에서 수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포스터를 보고)'며 약국 안내를 꼽았습니다. 그 다음 많은 응답이 '인터넷, 신문 캠페인'(65명, 40%)을 꼽았고요. 실제 약을 사러 오는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 홍보'는 위력적이었습니다. 김민영 연구소장은 말합니다. "실험기간 3개월이 끝난 후에 더 많은 폐의약품이 들어와요. 3개월 간 현수막을 걸어둔 것으로 주민들에게 '버릴 약은 약국에'라는 인식이 고정된 거죠. 약국이 나서면 분명한 대국민 홍보효과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다른 폐의약품 수거, 폐기 절차로 폐의약품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약국도 있습니다. 데일리팜도 누차 보도했지만, 어떤 곳은 '약국이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버려라'라고 하거나, 지자체나 보건소가 약국에서 수거를 해가지 않아 악취와 공간 차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쓰레기는 여전히 매립되고 있어 폐의약품이 토지에 매립되는 양도 분명 존재하고요. 이렇게, 처리 과정에도 개선할 과제들은 아직도 많습니다. 그럼 원인을 없애 버려지는 의약품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볼까요. 다시 설문조사로 돌아가 환자들이 약을 '왜 먹지 않고 버리는지'를 상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환자 설문을 통해 '약이 남는 이유'가 크게 ▲복약순응도 ▲환자가 약에 가지는 거부감 ▲의사 처방 단계 세가지인 걸 알았습니다. 가장 많았던 응답 기억하시나요? '좀 나아서 임의로 중단'이었습니다. 여기에 약사의 상담과 컨트롤이 개입하면 어떨까요. 약을 조제해 줄 때 약사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다 나으면 그만 먹어도 되나요'라고 하네요. 항생제일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약사 답변이 달라지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항생제 역시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어요. 게다가 항생제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제죠.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균이 다 죽을 때까지 약을 다 먹어야 한다'고 약사들이 한 번 더 안내하면 어떨까요. 환자가 물어오기 전에, 약사가 먼저 증상 여부에 따라 다 먹어야 하는 약인지 아닌지를 먼저 주지시킨다면 다만 항생제 만이라도 버려지는 양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바로 복약상담의 중요성인데, 이는 복약순응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복약상담과 약사의 정확한 정보 전달로 환자가 가지는 '약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수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약이란 많이 먹는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엔 반드시 용법용량을 잘 지켜 먹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막연한 불안과 거부감을 가지는 환자에게 약사가 편안하게 다가갈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처방 단계에서 나오는 폐의약품은 예민한 부분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만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약사들의 설명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제도를 살펴볼까요. 미국 수지 코헨 약사가 최근 내한 강연에서 '미국에도 십여년 전까지 위장보호제와 소화제를 기본으로 처방하는 관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제약사, 의사 그리고 약사들의 협력으로 '까는 약' 문화가 없어졌다고 하는데요, 약사회에서 주도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일선 의사, 약사들도 환자와 논의해 소화제를 빼거나 약을 줄이는 쪽으로 유도했다고 합니다. 또 환자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증상이 낫지 않아 다른 약 혹은 다른 병원에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은 경우들은 어떤가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처방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답니다. 진료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병원 내원 횟수를 줄이기 위해 생긴 제도라고 하네요. 특히 장기처방일 경우 약사 처방 조정은 필수인데요, 약을 일주일 치 먹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30~360일 등의 장기 조제를 해주는 거죠. 환자는 진료를 여러 차례 받지 않아서 의료 재정도 절감되고 약사는 환자 상황에 맞춤으로 약을 분할 조제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제도만 있어도 상당 부분의 '뜯지도 않고 버리는 약'이 줄어들 거에요. 휴베이스는 말합니다. 실제로 캐나다는 약사들에게 의사의 처방을 상황에 알맞게 수정/조정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요.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투약하는 일, 모두 약사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 약사들의 역할을 중 잊혀지고 있는 영역을 분명히 하면 버려지는 약과 낭비되는 건강보험재정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면 본격적인 이사철, 봄이 옵니다. 휴베이스 연구소가 폐의약품을 수거한 건 8월부터 10월, 여름이었고요. 일선 약국가에서는 많은 집들이 대청소를 하고 이사를 하는 봄, 가을철에 폐의약품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계측한 폐의약품 1400만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을 반영하기엔 아직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겨울입니다.2017-01-13 06:15:00정혜진 -
처방에 깔아주는 소염진통·위장약, 폐약품 양산오늘은 여기 표부터 먼저 보시죠. 폐의약품 2391가지 중 품목 별 가장 많은 양이 버려진 건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죠. 왜 이렇게 많은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 버려지는 걸까요? 지난 편에서 수백 품목의 소염진통제가 버려지고 있고, 이를 전문약과 일반약 시각에서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그 원인을 묻고자 합니다. 단순하게, 우리가 전문약과 일반약의 폐의약품 비율에서 얘기했듯, 많이 쓰니,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는 것이겠죠. 생산량도 많고, 처방량과 조제량이 많으니까요.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생산, 처방, 조제하는 건지' 말입니다. 소염진통제는 진통 완화라는 효능이 있지만 위장약은 어떤가요. 한국인이 그만큼 위장이 약한걸까요? 위장 질환에 직접적인 치료적응증이 있는 PPI 제제는 전체 534개 품목 중 단 41개 품목. 나머지는 '위장보호제 또는 증상조절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의사, 약사들은 말합니다. '약을 드실 땐 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위장보호제를 함께 넣었습니다'라고요. 이겁니다. 처방단계에서 어떤 증상에서든 소염진통제와 위장약이 기본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생산, 처방, 조제되는 거겠죠. 일선 약사들은 이런 약을 소위 '깔아주는 약'이라고 부릅니다. 많이 쓰이는 만큼, 수많은 제약사들이 수많은 제품을 위수탁하거나 자체적으로 많은 양을 생산해냅니다. 재밌는 건 휴베이스 약사들의 설명이었어요. 위장관 질환과 관련 없는 진환에도 예방차원에서 추가되고 있고 대다수 조제약에 포함될 정도로 일반화된 게 위장약인데도, 유행이 있고 변천사가 있다는 겁니다. 한 때는 'H2 수용체 차단제'와 '알리벤돌'이 많이 처방되다 '애엽'으로 변하고, 후에 '레바미피드', '모사프리드'로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부작용 확인이나 비급여 전환, 생산 중단되며 다른 제제로 대체됐고요. 6세 미만 아이에게는 유산균을 기본으로 처방하는 것도 유행이라 하네요. 자료 분석 결과, 단일 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이 버려진 '스트렙토키나제', '레바미피드'였어요. '현재 가장 트렌디한 기본 옵션'인 처방약인 셈이죠. 휴베이스의 한 약사는 말합니다. "이런 약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급여가 돼 가격이 저렴하다. 특별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만큼 특별한 효능효과도 담보하지 못하는 제제도 있다. 급여에서 제외돼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면 또 다른 성분으로 대체된다. 이들은 생소한 이름의 제약사들이 하나 이상 보유한, 한 달에도 몇 개씩 새로 생겨나는 품목들이다." 위장약과 소염진통제에 이어 항생제 얘기를 또 안할 수 없습니다. 폐의약품을 매립 처리했을 때 가장 염려되는 게 항생제이기도 하고요. 앞에 나온 표를 다시 보실까요, 버려진 성분 중 금액으로 봤을 때 두번째로 많이 버려진 약이 항생제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버려지고 있는 항생제가 버려진 현황을 따로 분석해보니, 항생제만 253가지 품목이 버려졌어요. 항생제가 들어있는 일반의약품 안연고나 안약 15개 품목을 제외한 238 품목이 전문의약품입니다. 금액으로 치면 이번에 버려진 항생제만 221만원어치입니다. 단일 성분으로 치면 금액으로 두번째로 많네요. 마찬가지로 전국 약국에 1년동안 버려지는 양을 추산하면 176억원이 나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휴베이스 한 약사는 "비싼 항생제를 버리는 걸 보면 국민들은 항생제를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할 약'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며 "아이 엄마들이 특히 항생제에 민감하지 않나. 항생제인 걸 미리 식별하고 되도록 빼고 먹이거나 먹는 수가 꽤 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증상이 완화됐다고 그만 먹어도 되는 약이 아니라는 것,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증상이 없어져도 균은 남아있을 수 있으니 항생제는 처방, 조제받은 양을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약사가 항생제를 상담할 때 이부분을 더 강조했다면, 이렇게 많은 항생제가 버려졌을까요. 또 다른 약사는 그래요. "환자들은 항생제가 내성이 생기므로 적게 먹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매스컴에서 항생제를 너무 '공포의 대상'으로 몰아간 탓도 있다. 내성을 걱정한다면, 균이 죽을 때까지 다 복용해야 맞는건데 말이다." 정부는 항생제 남용을 줄이겠다고 최근에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처방 받은 약을 다 먹어야 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약사가 더 강조해 전달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편에서는 역시 자료를 토대로, 폐의약품 조사를 하며 들어본 소비자 의견을 토대로, 폐의약품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중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도 분명 있을 겁니다.2017-01-12 06:15:00정혜진 -
버려진 약 90%는 처방받은 의약품…그 이유는?휴베이스 연구소가 버려진 의약품 낱알을 일일이 식별하고 약가를 계산한 연구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버려진 약 90% 이상이 조제의약품, 다시말해 처방받아 조제된 약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총 6만1014정 중 일반의약품은 10%가 채 되지 않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 처방을 통한 조제의약품을 더 많이 복용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나라 의약품 산업의 80% 이상이 전문의약품이니, 버려진 약 역시 전문의약품이 많을 수 밖에요. 하지만 휴베이스 약사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일반의약품은 유효기간과 약의 종류, 효능효과가 적혀있는 포장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필요시 언제든 남은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가정에서 '필요한 때마다' 일반약을 소진할 수 있죠. 반면 조제의약품은 낱알단위로 약포지에 포장해 나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유효기간도 알 수 없고요, 요즘이야 의약품 정보를 약봉투에 인쇄해주지만, 예전에는 이마저도 없어 조금만 오래돼도 이게 언제적, 왜, 어떤 목적으로 조제받은 약인지 알 수 없어지죠. 또 여러 약이 한 봉지에 섞여 오랜 시간 있다보니,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고요. 의사와 약사들이 처방, 조제받은 약은 그때그때 다 먹되, 남은 건 다시 복용하지 말라고 강조할 수 밖에 없어요. 남으면 버릴 수 밖에 없는거죠. 조사를 진행한 10개 약국 중 문전약국에 해당하는 우리대학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을 보시죠. 수거된 조제의약품 수가 358가지, 일반의약품 수는 10가지였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각각 566만9505원, 1만4763원. 엄청난 차이가 나네요. 동네약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조사에 참가한 모약국은 조제약 수와 일반약 수가 각각 164가지, 15가지. 금액으로 치면 68만5497원, 7만3066원으로 격차가 큽니다. 전체 10개 약국을 보면 조제약은 2137가지, 일반약은 218가지가 수거됐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1277만8060원 대 91만8547원. 약 14배 차이가 납니다. 이들 중 진통제 효능 의약품만 따로 골랐습니다. 골라서 일반의약품과 조제된 의약품으로 또 나눠보았죠. 소염진통제는 총 381가지 제품으로 식별됐고요, 이중 조제된 의약품이 331가지, 일반약으로 판매된 것은 50가지였습니다. 조제된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이 172가지 6만1398정, 전문의약품이 159가지 3만1676정으로 나왔습니다. 자, 그럼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도 보시죠. 소염진통제 전체 분량은 125만원, 이 중 조제로 나간 진통제는 114만원어치였습니다. 조제로 나간 진통제가 전체 진통제 폐의약품 중 86.9%에 달하네요. 정리하면, 버려진 조제된 소염진통제 331개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이 172가지가 됩니다. 보이시나요? 52%(일반약으로 살 수 있는 제품)가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들이라는 점이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같은 것들이죠. 캐나다 약국에서 일했던 한 약사는 미국과 캐나다는 진통제 처방을 이렇게 한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처방을 낼 때 '진통제는 일반약 ㅇㅇㅇ를 사서 통증이 있을 때만 드세요'라고 안내하는 거죠. 그럼 환자는 진통제를 조제약과 분리해 따로 관리하고, 조제약을 다 복용한 이후에도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복용할 수 있을 거에요. 한꺼번에 조제받아 다른 약들과 함께 버리지 않게요." 이렇게 소염진통제만이라도 같은 성분이면 일반약으로 대체하면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겁니다. 단점은 한 약포지에 포장하지 않으면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포장과 별도로 판매되니 분실할 위험도 생기는 거죠. 반면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반약은 개별 포장으로 식별이 쉬워 '덜 버려진다'고요. 진통제 성분 만이라도 일반약으로 판매된다면 폐의약품 수는 많이 줄어들 겁니다. 물론 미국과 캐나다 방식을 우리가 무조건 따라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의약품이 사보험 영역이니, 의사도 병원도 가능한 처방을 적게 내려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건보재정 절감을 생각하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제도 아닐까요?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2400가지 버려진 약 중 가장 많이 버려진 약이 무엇인지, 항생제가 얼마만큼 버려지는지 분석해보죠. 보다 진지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2017-01-11 06:15:05정혜진 -
약 복용 중단 환자들 약 남긴 이유 "좀 나아서"어제에 이어 오늘은 우선 소비자가 '약을 왜 버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휴베이스 소속 약사 10명이 폐의약품을 가져온 환자를 설문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설문은 3가지 문항으로 ▲약을 다 복용하지 않고 남긴 이유 ▲폐의약품을 가져오라는 안내를 약국에서 받았는지 여부 ▲폐의약품을 약국이 수거하는 것에 대한 의견 등 질문들로 이뤄졌습니다. 약을 가져온 217명 중 182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약사가 조제하는 시간도 못 기다려 안절부절하고 약사를 호통 치는 환자가 많은데, 이렇게 수분이 걸리는 설문에 응답한 환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주목할 점인 것 같습니다. 답변 중에 가장 많은 22%(97명)의 응답자가 꼽은 원인은 '좀 나아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입니다. 2위는 '일반약을 사두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다'(17%, 73명), 공동 3위는 '의사가 필요할 때만 약을 먹으라고 해서 약이 남았다'와 '잘 안 나아서 의사가 다른 약으로 바꿔주었다'가 각각 11%(47명)으로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5위 '안 나아서 약을 중단하고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8%, 35명), 6위 '먹는 걸 잊어버렸다'(8%, 34명), 7위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도 약이 남았다'(8%, 33명), 8위 '(여행이나 상비감기약으로) 미리 처방받았는데 남았다'(6%, 27명), 9위 '약이 독한 것 같아서 줄여서 먹었다'(4%, 17명), 10위 '부작용 때문에 중단했다'(3%, 13명) 등이 나왔네요. 기타 의견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1명), '먹는 법을 잊어버려서'(1명), '보관 중 변질'(1명), '사망'(2명), '선물받았다'(1명), '입원 기간 중 처방 변경'(1명), '치과 시술', '선물(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라서)'(1명) 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약이 남은 이유는 크게 ▲환자의 복약 순응도 ▲약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 ▲의사 처방 단계의 원인 등 세가지로 꼽힙니다. 답변 비율과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보면 재밌는 사실이 몇 가지 보이는데요. '증상이 나아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나 '약이 독한 것 같아 줄여서 먹었다'는 의견을 보세요. 의사 처방, 약사 복약지도와는 별개로 환자들이 자신이 먹을 약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비율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증상이 나았거나 독한 약을 기피한다는 점에서 국민들도 '약은 되도록 안(적게) 먹는 게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버릇처럼 말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요. 의사 처방 패턴과 관련 있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 '의사가 필요할 때만 먹으라고 해서 남았다', '안나아서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다시 받았다', '여행을 위해 미리 처방받았다가 남았다'는 걸 보면 처방 단계부터 약이 남을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죠. 어느 정도 처방 단계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약사는 "해외여행을 대비해 남편이 감기약을 15일치 미리 받아왔는데, 보니 정제는 물론 외용제, 시럽까지 약제비 7만원, 본인부담금 2만원 정도의 약을 한보따리 받아온 경우도 있었다"며 "사용될 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약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조제약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밌는 건 이 부분이에요, 보세요.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고 응답한 환자가 33명이나 됩니다.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무슨 말일까요? 애초에 약이 잘못 나간걸까요? 휴베이스 약사는 "환자들은 의사나 약사 앞에서 '약을 잘 챙겨 먹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사들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집에 남은 약은 없는지, 잊지 말고 잘 복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분석해볼 수도 있어요. 만성질환약(먹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약)과 증상 치료제(일시적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줄여주는 약)을 묶어 둘을 비교하니, 버려지는 약 중 만성질환약은 우리나라 치료제 시장 크기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적은 약이 버려지고 있더군요. 고혈압, 고지혈, 당뇨 치료제를 합한 수가 134인데, 진통제(381), 항히스타민제(180), 항생제(253)를 합하면 814개나 돼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휴베이스 연구소는 '국민들이 반드시 먹어야 할 약과, 덜 먹어도 될 약을 잘 구분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구소의 한 약사는 이렇게 설명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성질환제에 대해서는 복약 순응도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요. 만성질환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비싼 탓도 있지만, 꼭 먹어야 하는 약은 버리는 게 없을 정도로 대부분 잘 복용하고 있다는 거죠. 반면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는 환자들이 되도록 안 먹으려하고요. 약사는 "의사와 약사는 자신이 처방·조제한 약은 환자들이 모두 복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약사 예상과 실제 사이엔 치료제별로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데이터만 봐도, 앞으로의 복약상담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약사가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렇게 달라져 있으니까요. 다음 편은 버려진 의약품을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한 자료를 가지고 '버려진 의약품'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2017-01-10 06:15:00정혜진 -
한해 1000억원대 약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대한민국 건강보험에 예산 1000억원이 추가로 생긴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휴베이스가 작년 8월부터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회원 약국 10 곳이 '가정 내 남은 약은 모두 약국으로 가져오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3개월간 환자들이 가져온 약을 수거해 분석한 프로젝트입니다. 약사들은 수거한 폐의약품의 낱알을 식별해 어떤 약인지를 판별하고, 약가를 따져 버려진 약을 금액으로 환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을 가져온 환자에게 '왜' 이 약을 버리게 된 건지도 꼼꼼히 설문했습니다. 3개월 간 약사들은 약국 문을 닫은 후 저녁 내내 이 약들을 끌어안고 작업하느라 상상 이상의 수고로움을 감수했습니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을까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약이 10개 약국에 모였고요, 이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는 우리에게 분명히 '어떤 무언가'를 말해주게 되었죠. 휴베이스 연구소가 진행한 독특한, 하지만 정작 열 명의 약사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이 연구 결과를 데일리팜이 받아 분석했습니다. 단지 버려진 약에서 우리나라 건보 재정 낭비 현황, 처방과 조제의 허점, 개선할 점들을 우리가 얘기할 수 있다 말하면 과장일까요. 휴베이스와 데일리팜이 함께 준비한 폐의약품 이야기는 총 5편으로 진행됩니다. 10개 약국에 3개월(8월~10월) 동안 모인 폐의약품, 정확히 말해 건강기능식품과 처방약, 일반의약품, 식별이 불가한 시럽과 가루약이 섞인 뭉치들은 몇 자루의 봉지를 채웠습니다. 3개월간 총 217명의 환자가 폐의약품을 가져왔고, 이것들은 총 2391가지로 식별됐습니다. 정제만 따졌을 때 총 6만 정이 넘는 양이었습니다. 이어 등재된 약가로 환산도 해봤습니다. 식별이 되는 약만 모았는데도, 놀라지 마세요. 금액으로 따지니 이 2300여가지 약들은 총 1400여 만원 어치가 됐습니다. 1400만원. 단지 3개월 동안 10개 약국에만 모인 금액이 이 정도라면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10개 약국이 '대한민국 표본 약국'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를 표본 삼아 전국 단위로 확장시켜 봤습니다. 10개 약국을 전국 2만개 약국으로, 3개월 수거기간을 1년으로 환산했죠. 단순화해봐도 우리나라 전국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한다면 1년동안 버려진는 의약품은 1120억원. 매달 100억원의 의약품이 버려지는 거에요. 가져온 환자 한명 당 평균 11개 품목의 의약품을 버렸고요, 가장 큰 금액으로는 22만원어치의 약을 한꺼번에 들고 온 환자도 있었답니다. 왜 이렇게 많이, 비싼 약을 버린 건지 궁금하시죠? 이 점은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고요. 평균을 내보니 10개 약국을 다녀간 환자들은 1인당 평균 6만4961원 어치의 약을 버렸습니다. 약국에 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동네약국일 경우) 본인부담금 1만원 이하를 내고 조제를 받습니다. 물론 건보재정에서 충당하는 약값은 훨씬 비싸고요. 그렇게 조제해 간 약 중 3개월 동안 6만5000원 어치의 약을 다시 버린다니, 이거 건보재정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럼 다시, 앞에서 나왔던 버려지는 약을 전국, 1년 단위로 환산했을 때 도출된 금액 1120억원을 다시 보겠습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5년 1년 간 직장인은 1인당 110만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인당 11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해요. 1년간 버려지는 약값으로 환산한 1120억원은 직장인 10만명, 지역가입자 9만6000명이 낸 건보료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정부가 2017년 지원한 건보료 예산 6조8764억원의 1.6%에 해당하고요. 다시 말하면 직장인 10만명이 낸 건보료가 매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거에요. 한국 제약 R&D의 대명사가 된 한미약품이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 중 가장 처음으로 R&D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한해 투자액은 1156억원이었고요. 개인 개인에게 6만5000원은 별 거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지요. 그럼 왜 이렇게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을까요? 내일은 그 원인부터 알아보겠습니다.2017-01-09 06:15:00정혜진 -
입지 좁아진 영업사원(MR)…구조조정 1순위병신년(丙申年)엔 영업사원 부당해고 논란으로 유난히 다국적제약사들이 몸살을 앓았다. 프랑스계 제약사 사노피는 영업부 소속 직원 2명을 자율준수프로그램 위반 명목으로 해고했다 노조 측 반발을 샀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는 지난해 6월 130억원대 예산절감 시행과 인건비 60억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법인 또한 ERP를 통한 인력조정이 기정사실화되며 노조는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그 전해에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OTC사업부 영업사원 80명 중 40명을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해 정리했다. 실적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명목이었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작으로 제약산업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진출해 공격적으로 영업조직을 구축했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때부터 조직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외자사들은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수익 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정리하고,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의 인력조정을 통해 순이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영업 시스템과 조직에 변화를 꾀했다. 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2010년부터 다국적사들이 조직을 슬림화 하기 시작했다. 이익 없는 제품을 국내사 외 제3기업에 넘기면서 구조조정을 상시화 했는데 이때부터 대량해고가 예고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1순위는 영업사원이었다. 국내 제약사도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약가인하 정책, 청탁금지법 규제, 제약산업 자체 CP규정 강화 등 문제에 부딪히며 인력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영업조직 구축을 위해 CSO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실적악화와 신성장동력을 위한 타계책으로 꺼내든 것이 영업사원 감축이었던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조업체 영업직은 2만5496명으로 전체 구성원 중 28.4%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과 비교하면 영업직 인력비중은 2006년 34.6%에서 2014년 28.4%로 6.2%p 감소했다. 이후에도 3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연구직은 2006년 9.0%에서 2014년 11.8%로 2.8%p 증가했다. 영업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각 제약사의 신규 영업인력 선발 경향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상반기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MR공채를 하지 않았다. 일동제약, 유한양행, 제일약품은 수시 채용 또는 경력직 영업사원을 채용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만 선발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2010년 쌍벌제 시행은 실제 영업관행 형태를 바꾼 가장 큰 영향 중 하나였다"며 "이전에는 영업력 자체가 기업의 성장동력과 같아 영업직 출신 대표가 영향을 발휘했으나, 쌍벌제 이후 키워드는 신약개발 역량강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 이슈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이 외자사를 벤치마킹해 실적이나 CP위반을 문제로 인력을 감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2015년 국내 모 상위사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영업인력 30명을 대기발령했다. 실적 저조와 CP규정 강화 부적응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해당 기업은 이어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정체 등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대기발령 방식의 인력조정을 진행했다. 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조직개편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위탁계약에 의해 잉여인력은 생길 수 밖에 없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권고사직, 대기발령, 영업활동 표적수사 등 부당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위주로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해 온 국내 제약사가 투아웃제, 쌍벌제, 청탁금지법 등 정부 규제 강화로 대면영업에 한계를 드러내자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윤택 대표는 "최근 개발부나 연구소 출신 제약사 사장단이 산업행태와 행동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연적으로 연구인력은 증가하고 영업사원은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조정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 환경변화에 의한 CSO와 온라인몰 같은 영업시스템 변화는 필연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과거와 같이 단순한 리베이트 기반 영업방식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영업조직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대체 인력으로 CSO나 도매그룹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이다. 정 대표는 "영업사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이다"며 "기존 리베이트 영업의 한계로 품질경쟁력과 올바른 정보,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업관행에 변화를 가져야 한다. 신제품은 CSO에 바로 맡길 수 없기에 의약사 대상 전문화 스킬을 가진 정보전달자가 필요하다. 기업내 MR역할이 과거 단순히 몸으로 하는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전문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영업조직 전문화를 강조했다.2017-01-06 06:15:00김민건 -
얼굴보는영업 위기…외자 온라인, 국내 CSO로시작은 2010년 4월이었다. 경남 김해시의사회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곧장 전국으로 확대돼 많은 병원들이 진료실 출입문에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걸어놓는 발단이 됐다. 2013년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해 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리베이트 근절 선언과 함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의료기관 출입금지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11월 '영업사원 출입금지' 팻말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도 의사협회는 공문을 보내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처방통계 자료도 제공하지 말라고 일선 병의원에 당부했다. 2010년에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들도 처벌할 수 있는 '쌍벌제' 시행이, 2013년에는 당시 유력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그리고 작년은 공무원 등과 업무 관련자들의 접대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해다. 의료인을 옥죄는 일이 있을때마다 화살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때마다 의사를 만나 약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권유해야 실적을 얻을 수 있는 MR들의 한숨만 늘어갔다. 거래처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자 등산객, 환자로 변장하는 영업사원들도 생겨났다. 출입금지 조치는 7만 영업사원들의 생계를 그렇게 위협했다. 회사도 비상이 걸렸다. 의사들이 대면영업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했다.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된 것도 이 시점이다. 대면영업 대안으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떠올라 다국적제약사들은 발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2013년 한국화이자제약화이자에센셜헬스(PEH) 사업부는 MCM(멀티채널마케팅) 전담 부서를 구성했다. 여기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등을 진행한다. 한국MSD의 웹컨퍼런스 시스템 'MSD 온에어'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매년 회원수가 20%씩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MSD는 최근 국내 파트너 종근당과 함께 DPP-4 억제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했는데, 사상 최대 인원인 1293명이 동시 접속하는 기록도 세웠다. MSD 관계자는 "사내 워크샵을 진행할 때 20년 뒤 영업현장은 지금과 사뭇 달라질 것이란 강의를 들었다"며 "변화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적응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릴리도 자사 제품과 관련된 의약학 정보를 제공하는 멀티채널마케팅 '릴리온'의 웹사이트를 지난해 11월 공식 론칭했다. 릴리온에서는 온라인 웹 세미나, 관련 논문 및 의약학 정보, 다시보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온라인 마케팅 확대는 영업 효율성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이전에는 100명의 영업사원들이 600명의 의료진을 커버했다면, 멀티 채널을 통해서는 8000명의 의료진을 관리할 수 있어 보다 영업 역량(capability)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국내 상위사들도 일부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ST는 지난해부터 신제품 B형간염치료제 '바라클'과 위염치료제 '스티렌' 관련 온라인 심포지엄을 시작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상위사도 온라인 심포지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다만 비용부담이 커 일부만 적용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영업사원들의 의약품 정보전달 역할이 일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합병원 영업을 하고 있는 손재현 코오롱제약 과장은 "이러다 보험이나 중고차 영업처럼 온라인이 MR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많은 의사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 심포지엄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MR들도 이제 스스로 변화를 준비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이 당장 면대면 영업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최근 시행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도 면대면 영업으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비중이 커진다면 MR 숫자 조정이나 역할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제약 온라인몰 설립, CSO를 통한 영업 외주화 가속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설립한 온라인몰도 약국 영업사원들의 역할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이 온라인팜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보령제약이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해 온라인몰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전반기에는 일동제약도 약국 대상 온라인몰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팜과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기존 약국 직거래 영업사원들을 흡수해 운영하고 있다. 제품주문이 온라인몰을 통해 이뤄지면 기존 약국 영업사원들이 진행하던 주문, 배송, 결제업무가 간소해지는 대신 정보제공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몰 가입을 위한 영업활동은 추가된다. 현재 해당 제약사들은 온라인몰 전환에 따른 영업사원 숫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면영업의 위기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 영업조직을 줄이고 CSO(판매대행업체)나 도매로 제품판매를 외주화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콜마, 대웅바이오, 동구바이오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은 외주 영업비율이 높은 회사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CSO로 판매되는 의약품 시장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CSO 업체수도 1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공식적으로 CSO에 투자하는 제약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한국메딕스에 4억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 10.81%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메딕스는 새해부터 셀트리온제약의 경구제 판매권을 확대·인수했다. 최근 제일약품도 판매대행업체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서울제약도 자사 임원이 투자한 CSO업체 '헤스티안'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주업체에 제품영업을 맡기면 그만큼 인건비나 판관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CSO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보통 40~50%라는 점에서 제품영업과 함께 리베이트도 외주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유유제약은 CSO를 통해 리베이트를 우회 제공했다가 지난해 11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됐다. 지난 12월에는 경남 지역의 CSO가 중소병원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관계에 있는 제약사들이 초비상에 걸리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CSO 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 내수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제약사들은 비용절감이 불가피한데다 주종목인 제네릭약물이 각종 정부규제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CSO같은 외주업체에 대한 의존률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용감소와 업무효율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흐름들은 결국 영업사원 감소와 연결돼 있다. 작년 내내 벌어진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사갈등 문제도 시스템 변화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업사원 수 조정만으로는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준철 IMS헬스코리아 전무는 앞으로 제약의 영업형태는 전통적인 대면방식에서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멀티 채널 마케팅 가속화, 대면 영업방식이 정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40%를 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yppory System)같이 의사의 진료행위를 지원하는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서 영업사원의 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무는 "영업지역의 재설계, 제공정보의 질적향상, 영업사원 인센티브 방식 조정, CRM 시스템 적용 등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세밀한 경영(micro management)을 통해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더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2017-01-05 06:15:00이탁순·안경진 -
엄습한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약사 서바이벌 게임[상황 1] = 전남 K약사는 인공지능 왓슨이 보험상담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화들짝 놀랐다. 조제로봇보다 더 위협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은 이렇다. 왓슨 국내 사업 파트너사인 SK C&C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콜센터 시스템을 선보이며 내년 3월 보험업계에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말을 학습한 인공지능 왓슨이 24시간 연중무휴 보험상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K약사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말을 습득한 인공지능이 상담업무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왔다고 하니 놀랍다"고 말했다. [상황 2] = 1년전 일본을 방문한 서울의 P약사는 도쿄의 한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가슴에 모니터를 달고 여기저기 구동이 가능한 로봇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제작한 페퍼(Pepper)라는 로봇인데 이미 일본에는 고객 상담과 안내용 로봇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P약사는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로봇이었는데 고객이 제품이 어디에 있는 이야기하면 모니터에 위치가 표시되고 직접 안내까지 하는 것을 봤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 국내 약국에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 IOT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 4.0이 사회 곳곳에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약국 카운터 안쪽의 산업혁명 4.0 의료기관과 약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 왓슨은 대형병원에 설치돼 암진료 보조업무를 시작했고 병원 약제부에도 항암제 조제로봇이 도입돼 업무를 시작했다. 약사들은 도래하고 있는, 아니 이미 시작된 산업혁명 4.0을 어떻게 볼까? 혼란스럽지만 뒤돌아 보면 약국도 이미 4차 혁명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TC라고 불리우는 조제 자동화기기는 이미 보편화됐고 컴퓨터 클릭만 하면 복약지도서가 출력돼 나온다. DUR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금기약물을 사전에 걸러주고 스케너 한번이면 처방전 정보가 자동으로 약국 전산 컴퓨터에 입력된다. 부산의 C약사는 "지금도 약사가 '안녕하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 여기 복약지도문 읽어보세요' 순으로 응대만 해도 별다른 문제 없이 조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위 사례는 약에 대한 정보전달이 빠져있는 경우인데 지금도 아무도 모르게 이런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서면복약지도를 배척하고 약사가 직접 복약지도를 하겠다는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약사는 "결국 효율화, 경제성, 작업처리 속도 등이 월등하다면 약국업무에 신기술이 급속도로 접목될 수 밖에 없다"면서 "약사 스스로 신기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큰 위기는 고객들의 스마트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단순 정보는 물론 부작용까지 체크를 하고 온다는 것이다. 경기 수원의 H약사는 "인공지능보다 더 무서운게 스마트해진 환자들이라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환자들이 요즘 약국에서 느끼는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해진 환자들...로봇보다 무섭다" 이 약사는 "환자들은 자기가 복용하는 약이 5가지라면 그 5가지 약에 대해서는 부작용, 복용법 등 약사들보다 더 많은 단순지식을 갖고 있다"며 "특히 젊은 엄마들이나 20대 환자들의 정보습득 능력을 보면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으로 단순 반복적인 조제업무에서 벗어나면 환자와 소통의 길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만약 인공지능이 약을 조제하면 남는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활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 부가가치를 높여라 미국 외래약국에서 근무를 하고 귀국한 C약사는 "조제로봇이 상용화된 약국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민간 보험사가 기존 FFC(Fee for Service) 방식의 약국 평가를 P4P(Pay for Performance) 전환하면서 약국의 환자관리의 효율성이 중요해졌다. 단순포장의 조제는 로봇이, 약 검수와 환자관리는 약사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물론 근무약사들에게는 위기감이 들 수 있지만 약국장 입장에서는 정확도와 시간에서 조제로봇이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조제 업무에서 벗어난 미국 근무약사들은 화상통화를 통한 환자상담, 방문 상담서비스, 약력관리, 주사제 투약 등의 업무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는 점을 한국약사들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계를 활용해 조제실에서 벗어난 뒤 환자와의 상담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약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석대 약대 강민구 교수는 "사람보다 정확하고 비용 효과적이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할 수 역할은 분명히 많다"며 "다만 약사의 역할과 기능이 뭐고 약사의 부가가치를 찾는 고민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2017-01-04 12:15:00강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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